바이든, 하마스에 “인질 풀려나야 대화”… ‘IS 소탕’ 3성장군 급파
‘하마스 제거’ 지지 강경태도서 변화
유엔-EU 대표도 “일시 휴전 필요”
하마스, 억류 인질 2명 추가 석방
파견된 美 장군 지상전 경험 풍부… 이 국방 “육해공서 치명적 공격” 밝혀
하마스, 이스라엘人 인질 2명 석방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대원들이 납치했던 이스라엘 여성 요체베드 리프시츠 씨(왼쪽에서 두 번째)와 누리트 쿠퍼 씨(오른쪽)를 23일 석방하며 두 사람을 적신월사 측에 인계하기 위해 데려가고 있다. 하마스는 20일에 처음 인질을 석방했고 이날 두 번째로 두 여성을 풀어줬다. 하마스 텔레그램 캡처 AP 뉴시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간 ‘임시 휴전’에 돌입하는 방안이 부상하고 있다. 이스라엘이 하마스의 근거지 가자지구에서 제한적 지상전을 실시하는 등 인명 피해가 늘어날 조짐을 보이자 서방 일각에서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임시 휴전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하는 것이다. 줄곧 ‘하마스 제거’를 지지했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또한 하마스가 납치한 민간인 인질을 석방하면 임시 휴전을 논의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인질 억류’ 이스라엘 9세의 슬픈 생일 21일 이스라엘 수도 텔아비브에서 한 여성이 시내 벽에 붙은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에 억류됐거나 가자지구에서 실종된 이스라엘인들의 사진을 만지고 있다. 사진에는 23일로 아홉 살 생일을 맞은 오하드 문데르지크리도 포함돼 있다. 텔아비브=AP 뉴시스
하마스는 20일 미국계 이스라엘인 모녀에 이어 23일 고령의 이스라엘 여성 2명을 석방하며 협상 가능성을 내비쳤다. 다만 이스라엘은 지상전 고수 의사를 굽히지 않고 있다. 미국은 이에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와 이라크 모술에서 지상전을 벌인 경험이 있는 제임스 글린 중장(사진)을 이스라엘 현지로 파견하며 하마스에 ‘당근과 채찍’ 전략을 병행하고 있다.
● 바이든 “인질 석방 시 대화”… 하마스 2명 석방
바이든 대통령은 23일 ‘인질 석방을 대가로 휴전 협정을 지지하겠느냐’는 질문에 “인질이 먼저 풀려나야 한다. 그 후 얘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임시 휴전에 대한 찬반 입장을 밝힌 것은 아니지만 하마스가 인질을 조건 없이 석방하면 대화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7일 전쟁 발발 후 하마스의 민간인 납치와 살상을 줄곧 규탄하며 ‘테러범’이라고 했다. 19일에는 이스라엘을 공격한 하마스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모두 거론하며 “‘테러범’(하마스)과 ‘독재자’(푸틴 대통령)는 이웃 민주주의 국가들을 절멸시키려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이 승리하도록 두지 않을 것”이라고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이를 감안하면 ‘선(先) 인질 석방, 후(後) 임시 휴전’ 언급은 상당한 태도 변화로 볼 여지가 있다.
국제사회에서도 임시 휴전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폴커 튀르크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이날 “민간인의 목숨을 구해야 한다. 그 첫걸음은 즉각적인 인도적 휴전”이라고 했다. 조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정책 대표 또한 EU 고위 당국자 중 처음으로 “일시 중지가 필요하다”며 가세했다. 로이터통신은 EU 회원국 중 프랑스, 스페인, 네덜란드 등이 임시 휴전에 찬성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마스는 이날 그간 억류했던 79세, 85세 이스라엘 여성을 석방했다. 20일 첫 인질 석방에 이어 사흘 만이다. 1차 석방과 마찬가지로 카타르가 중재했으며 이집트도 기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CNN에 따르면 석방된 요체베드 리프시츠 씨(85)는 기자들에게 “거미줄처럼 생긴 거대한 지하터널에 갇혀 있었다”면서 “가자지구에서 지옥을 경험했다”고 밝혔다.
인질 석방 직후 가자지구 주민에게 전달할 3차 구호품을 실은 트럭 20대도 이집트와 맞댄 라파 국경검문소를 통과했다. 21∼23일 사흘 연속 구호품이 반입됐다.
● 지상전 조언할 美 3성 장군 파견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23일 가자지구 인근 해군부대를 방문해 “육상, 해상, 공중에서 동시에 치명적 공격이 진행될 것”이라며 지상전 강행 의사를 강조했다.
미국도 글린 중장 등 이슬람 극단세력과 지상전 경험이 있는 다수의 해병대 장교를 이스라엘로 급파하며 이스라엘 지원 의사를 강조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날 “이스라엘이 수행하는 작전(지상전)에 적합한 경험을 가진 미군 장교가 경험을 공유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 정치매체 액시오스 등에 따르면 글린 중장은 IS 소탕 작전에 깊숙이 관여하며 풍부한 시가전 경험을 보유했다. 이스라엘에 지상군 투입 연기를 압박하는 것이 자칫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나 이란 등에 ‘미국의 이스라엘 지원 의지가 약하다’는 잘못된 메시지를 주지 않도록 조치를 한 것이다. 동시에 지상전 경험이 풍부하지 않은 이스라엘군을 돕고 민간인 피해를 줄이려는 노력으로 풀이된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카이로=김기윤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