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큰딸부부가 다녀갔다
긴 연휴기간 여행계획 있으니
친정집 왔다가 시댁으로 가
키우는 강아지를 맡길 요량으로 아예 데리고 출발했다
짠딸이 강아지 보고 싶다고 조르기도 하니 겸사겸사 데리고 온 모양이다
우리 집에 온 경험이 몇 번 안 되니
식탁에서 점심 먹는 동안엔
여기저기 탐색하느라 분주하다
탐색이 끝나니
왜 자기랑 놀아주지 않냐며 크르릉거리며 불만을 표한다
고놈 참 이쁘게도 생겼네
테이블에 다과상을 차렸는데
하도 테이블 위의 과일을 탐하며 안절부절못하니
사위가 간식을 준다
간식을 입에 물고는
여기저기 장소를 물색하더니
아직 철거하지 않은 크리스마스트리 밑으로 간다
엉덩이는 다 보여도 고개만 안 보이면 완벽히 숨었다고 하는 아기들처럼
고개를 나무 밑에 넣고 냠냠 거리며 간식을 먹는다
트리치마가 흰색이라서 보호색이 되어준다
나, 없다~~~
나름 아늑하고 안전히 먹을 곳을 잘 찾은 셈이다
먹을 때는 개도 안 건드린다는 속담을 스스로 증명해 보이고 있는 중이다
맞아!
먹을 때는 건드는 거 아냐
예전에, 식사시간을 놓쳐
애매한 시간에 식당에 들어섰을 때 민망하고 미안했던 순간들이 있었다
식당에서 일하는 종업원들이
한 곳에 모여 식사 중이라던가
아님 잠깐 누워있다가 화들짝 일어나는 광경과 맞닥뜨릴 때 말이다
이럴 때 얼마나 손님이 귀찮고 싫었겠는가
이 사람들 왜,
때도 못 맞추고 오는 거야 하면서 말이다
그래도 누군가는 벌떡 일어나 주문을 받고 음식을 내와 미안하면서도 고맙게 먹은 기억이 있다
다행히도 지금은 웬만한 식당 다 브레이크타임이 있다
종업원의 식사권, 휴식권을 잘 찾아준 셈이다
차례음식상, 명절음식상 차리느라 이 최소한의 권리도 보장받지 못하던 며느라기 때의 시간들이 생각나는군
왜
글이 이런 방향으로 흘렀지?
그냥 가보자
귀성객 인터뷰이 중 한 젊은 여성의 말이 생각난다
"시댁에 내려가서 맛있는 음식 많이 먹고 푹 쉬다 올 거예요"
시댁에서 푹 쉬다오겠다고??
격세지감이 느껴지는 말이다
이 정도 인터뷰이라면 시금치도 좋아하고 잘 먹을 것이라 안심이다
요즘 며느라기를 지나고 있는 모든 며느리들은 이만큼 **권을 잘 찾고 있다는 증거다
그렇다면
지금 시엄마기를 지나고 있는 우리 세대 시어머니들은 어떨까 궁금하다
낀 시엄마기를 지내지 말고
신 시엄마기를 구축하시길
이거 원 쥐라기, 백악기도 아니고
며느라기, 시엄마기를 운운하다니...
참고로 '며느라기'라는 용어는 인기웹툰작가가 만든 용어이고
시엄마기는 내가 졸속으로 만든 용어임을 밝혀둡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