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맑고 청명한 주말의 시작이다.
이렇게 좋은날 집에서 무료하게 보낸다는 것은
도저히 상상조차 할수 없는 일이다. 하며 혼자 독백.
딱히 무슨 좋은 계획이 있는 것도 아니니 무작정 나서볼 일이다...
"날 좋다!.. 나 나갔다 올께..."
"어딜??"
" 글쎄.. 아무데나 "
"어딜 혼자가려구. 기다려!!!"
갈곳은 뻔하다, 산좋고 물좋은 곳의 부처님 도량말고는 어디 갈곳이??
절엘 다니지 않는 마눌에게는 미안하지만, 아니 크게 미안 할것도 없다
내가 가자고 강요하는 것도 아니고, 자신이 좋아 따라 나서는 것이니..
뻔히 알면서 따라 나서는 것이니, 나를 원망할 일도 없을것^^
마눌.. 급히 커피타고, 과자 싸고, 물 준비하고 모자랑...
어딜 갈지도 모르면서 무조건 기본적으로 준비하는 자신의 장비??
하지만 벌써 오전 열시가 넘어가고 있다.. 길이 막힐텐데..
어디가 길이 안막힐까?
교통안내에 전화를 해보니, 경부 고속도로가 아직은 갈만한것 같다..
그래 그럼 무조건 고속도로를 타 보는거다....
가는길이 그런대로 괜찮다.
이대로 쭉가면 영동의 영국사 까지?? 하지만 불이 나서 근처까지
불길이 왔었다 하니 아직은 좀 그렇다.
秋甲. 春 麻谷이라 했으니 늦었지만 아직은 봄이니..
그래 그렇다면, 오랜만에 마곡사를 찾아가 봐야겠다.
한가한 시골 지방도를 서서히 달려 간다.
길가의 꽃들은 무심하게 지나가는 길손에게 곱게 인사를 한다.
참으로 평화로운 시골의 모습들.. 아직은 모내기 전이니
바쁜 들녘의 모습은 아니다.
좁은 지방도를 달려 도착한곳 마곡사 주차장.
아침 먹은지가 얼마 되지 않았으니, 다녀 와서 점심을 해결하자..
입구 상가 근처에는 노오란 유채꽃이 한창이다.
제법 오랜만에 찾는 마곡사.
마를 많이 심던곳이라 마곡이라고도 하고..
보조 스님이 법회를 여는데 그 설법을 들으러온
대중이 마치 삼밭에 삼(麻)이 꽉찬듯한 모습이어서 그리 이름했다는 등..
아무튼 이름이야 어찌 지어졌던 부처님 도량이어서 그저 좋다.
전에도 느꼈었지만 마곡사는 깊은 산중이 아니라서 좋다.
한참을 걸어 오르지 않아도 마치 산책하는 기분으로 절을 찾을수 있어 좋다
태극의 형태를 지니고 도량이 위치한다는 곳. 마곡사.
매표소를 지나면 개울을 끼고 산보하듯 발품을 팔아야 한다.
바로 개울 건너편에 전각들이 보이건만 부처님을 찾는 발길은
그리 서둔다고 되는 것이 아니니 한참을 돌아 들어가야 한다.
그게 마곡사만이 가진 매력이 아닐까?
가는길에, 늦을 점심을 대비 길가에서 노 보살들이 파는 인절미와 고구마를 산다.
구수한 찐 고구마의 향이 코를 찌른다.
구불한 길을 따라 한참을 걷다보면 해탈문, 천왕문이 여행객을 반긴다.
해탈문의 문수, 보현 보살께 합장하고, 다시 천왕문에서 사천왕께
도량을 찾은 이를 물리치지 않으시는 감사함에 합장으로 인사한다.
좌측으로 몇몇의 전각이 보인다.
영산전, 매화당, 수선사등..
하지만 아직은 부처님 나라에 도달하지 못했음이다.
부처님 나라에 발을 디디려면, 극락교를 다시한번 건너야 한다.
극락교 아래에는 무심한 잉어등 물고기들이 유유자적
그 자리가 극락임을 자랑한다.
우측에 보이는 범종루를 지나, 맑은 옥수에 목을 축인다.
바로앞에 보이는 오층 석탑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탑 꼭대기에 장식이 특이한 모양을 하고 있다.
라마교의 영향을 받았다 한다.
탑을 향해 합장 인사드리고 대광 보전을 지나 뒷편의 대웅보전부터 찾는다.
밖에서 보면 마치 이층의 전각 모양이다.
내부에는 석가모니 부처님을 중심으로 아미타불, 약사여래불이 계신다.
부처님께 삼배하고 찬찬히 내부를 살펴본다. 그리곤...
큰 싸리나무로 만들었다는 4개의 기둥을 잡고 한바퀴씩 돌아본다.
죽어서 저승에 가면, 염라대왕이 이승에 있을때
마곡사 싸리나무 기둥을 몇번 돌았느냐?? 하고 묻는다 한다
많이 돌았으면, 극락이 가깝고 아예 안돌아 봤으면 지옥으로 직행..
이러니 어찌 한바퀴라도 돌지 않을수 있는가?
하도 많은 이들이 기둥을 잡고 돌아 기둥이 반들반들하다.
타 종교를 가진 마눌이야 법당에 들어오질 않으니 돌게 할수 없고
나라도 실컷 돌아볼 일이다.
아무튼 열심히 돌아봤자 한바퀴씩.ㅋㅋ.. 이 중생의 하는짓이 재미 있다.
다시 아래로 내려와 대광보전으로 발을 옮긴다.
지권인을 하신 비로자나 부처님이 앉아 계신다.
다른곳과 달리 이곳의 비로자나 부처님은 서쪽을 등지고 동쪽을 향하고 계신다.
영주의 부석사에는 아미타 부처님이 동쪽을 보고 계시던데...
한무리의 관광객을 향하여 안내자가 열심히 설명을 한다.
이곳의 부처님은 아미타 부처님으로서 불교에서는 극락이라는곳이 서쪽이어서
부처님이 서쪽에서 동쪽을 향해... 어쩌구 저쩌구...
아미타 부처님이 아닌데 ... 하긴 아무려면 어떤가??
중생이 보기에는 부처님이면 다 같은 부처님이지...
김구 선생이 심으셨다는 향나무는 아직도 그 멋을 뽐내고 있다.
전각을 둘러 본후
잠시 냇가로 자리를 옮겨 인절미도 먹고, 고구마도 먹으며 마눌과
이런 저런 이야기 꽃을 피운다.
파아란 찔레 순이 연하게 올라와 있다.
이럴때는 완전 어린애가 된다. 몇개의 순을 따 껍질을 잘 벗겨
나도 먹고 마눌도 주고..
이럴때 먹는 찔레순은 그야말로 봄향기 가득하다.
개울 건너편에 몇명의 남녀가 물장난을 하며 놀다가 자리를 뜬다.
근데.. 이런.. 병이며 담배며 다 버린채로 그대로 간다.
"여봐 젊은이들.. 거기 그냥 버리고 가면 어찌되는거요?" 소리를 질러 보지만
ㅉㅉ 들은척도 않고 그냥 간다.
으와!! 나의 인내의 한계를 여기서 시험하려 하는구나... 그래 참자.
여기가 부처님 도량이고 이는 필시 나보고 버려 달라는 뜻일터이니..
갑자기 마눌이 아야.. 하더니 벌에 쏘인듯 하단다.
금방 팔이 부어 오른다. 종무소에 가봐도 약은 없단다.
말은 못했지만. 부처님 도량에 와서 부처님께 인사조차 안했으니
벌이 벌을 내린것이리라... 내 맘대로 해석*^^*.
서둘러 도량을 떠난다. 약이라도 사야 저 엄살을 달랠테니.
물파스 사서 바르고, 점심을 해결하기로 한다.
맛난 점심후에 다시 길을 떠난다.
그냥 집으로 향하자니 뭔가 허전한 느낌이 든다.
삼사 순례는 못하더라도 한군데 정도는 더 들려야 직성이 풀리는것이다.
그래 가는길이니, 천안에 있는 광덕산의 광덕사를 찾아 보자.
광덕산 광덕사...
아주 오래전에 찾았던 기억이 있다. 마눌은 가본적이 없으니..
근데 예전에 왜 갔었지???
맞다.. 그곳엔 우리나라에 처음 호두 나무를 심었다는곳.
그 호두 나무의 시배지 일뿐 아니라
그 나무가 아직도 살아 있다 해서 구경삼아 갔던 기억.
고려 충렬왕때 유청신 이라는 사람이 원 나라에서 호두나무, 씨와 묘목을 가져와
처음 광덕사 입구에 심었다 한다.
그때 심은 나무가 아직도 절 입구에 우람한 모습으로 서 있다.
그래서 천안이 호두가 유명하고 호두과자의 원조가 되었다는 것인데...
광덕사를 향하는 길에는 호두나무가 참으로 많다.
배도 부르고 느긋한 마음으로 광덕사 일주문을 지나 서서히 발을 옮긴다.
아직 많은꽃과 꽃 잔듸에서 나는 향내가 코를 찌른다.
입구에 써있는 안내판을보니, 누군가가 광덕산 꼭대기쯤에 농장을 만드다는
명목으로 무차별 개발을 하고 건물을 지어, 산을 오르는 차도를 막아 놨단다.
차는 못 오르도록 길 가운데 화단으로 꾸며 놨다.
스님께서 그 화단에 물을 주고 계신다.
인간들의 욕심이란게 좋은 산을 망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타 종교인들은 불교에서 산을 다 망친다 억지를 쓰지만...ㅠㅠ
아무튼...
절 입구의 우람한 호두나무를 바라보며 마눌이 침을 흘린다.
호두가 비싼데, 이나무에 호두가 다 열리면 얼마나 많을까?
내 마눌이지만 욕심이 과하다..
대웅전에 올라 부처님께 참배하고, 꽃들이 만발한 경내를 돌아본다.
오래전엔, 천불전이 있었는데.. 그 자리엔 빈터만 있다.
몇년전에 소실되어 다시 중창 게획이 있는 모양이다. 안타까움만 가득...
옥수로 목을 추긴후 여기저기 전각을 둘러 보고
절 아래 개울로 향한다.
사실은 지금쯤 서울로 향해야 길이 덜 막히지만,
이왕 이렇게 좋은 곳 왔으니 가는길 걱정은 뒷일이다.
냇가에 앉아, 과자도 먹고, 이런 저런 대화가 오간다.
마눌이야 모르겠지만, 절을 찾는데는 나름대로 속셈이 따로 있다.
사는동안은 약속하고 같이 살지만
세상 떠날때는 가는시간 가는길 각자 다를것이 분명하니...
좋은 남편으로 한평생 살지는 못했겠지만, 마눌이란 여인이
비록 인연이 되지않아 부처님을 모르고 다른 신을 믿는다지만
그래도 나와 고락을 같이 하기로 약속하여 지금까지 지내온 사람이니
이렇게라도 부처님 인연 가지게 하여 티끌만큼의 공덕이라도 되게 하고픈..
비록 부처님 가르침을 배우고 지니고, 부처님 처럼 되려고는 못하더라도
부처님 도량에 발 들여 놓고, 잠시라도 마음을 경건하게 하면
조금의 공덕이라도 생겨 다음생에는 부처님 제자로 날지도 모르는일.
이건 순전히 내 맘.. 이 어리석은 중생의 바램일 뿐이니...
그래도 어디든 갈때마다 따라 나서니 마눌이 부처님 계신 집을 찾은것은
아마도 수 십곳은 될터..
부처님 집 마당을 밟고 그댁 물한잔 마시는 것이 티끌만큼이라도
공덕이 되어 마눌이 다음생에서는 부처님 제자 되도록 간절히 기원해 본다.
이게 내가 할수 있는 최선의 방편이니...
가끔은 이런내가 마눌에게 미안하기도 하다.. 내 욕심만 차린듯하여..
이렇게 맑고 좋은 주말이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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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부처님 나라에 발을 디디려면 극락교를 건너야한다. 그자리가 극락임을 !! 마곡사 광덕사 성지순례 감사!! 감사합니다 !!
부인께서는 무척 복이 많으신 분 같습니다! 맑고 좋은 주말! 주마다 좋은 주말되시기를...... _()_
감사^^ 기억에서 사라지기전에 쓰느라 급조를 해서 글이 엉망인데,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근데^^ 제가 좀 바보같이 살지요???
그런데 오늘 외출을 해서 조계사에랑 안국선원에랑 법당에 앉아있다보니 문득 혜관님의 "인내심의 한계..."와 쓰레기 치우는 모습이 떠올라 웃음이 자꾸 나오더라니까요....
인내심을 요구하는 일들은 곳곳에 있으니...! 부처님께 공양 올리기가 쉽지않은 것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저도 오늘 경내에서 담배피는 사람을 만나는 바람에.....인내심을 시험 당했지요! _()_
그러셨군요.ㅉㅉ. 예의 없는 이들이 가끔 있어요. 저도 과자 봉지랑, 병등 한 보따리 줏어 쓰레기 통으로 향했지요... 아마 그걸 본 이들은 저 영감 무지 먹었구나.. 먹으러 왔나? 했을 겁니다.ㅋㅋ
사찰에서 불자가 먼저 바른자세로 모법으로 행동하고 꼭전법하세요 마하반야바라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