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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만난 아랍의 지금, ‘근접한 세계’
한국경제 기사 입력 2025.12.16. 11:04, 수정2025.12.16. 12:03
이해원 기자
서울시립미술관 국내 첫 대규모 UAE현대미술전 <근접한 세계>
16일 서소문본관에서 개막
중동 지역의 뜨거운 현대미술 한 자리에
분홍도 아닌 빨강도 아닌 색(팬톤 213번)의 모래가 사막을 이루고 있는 전시장. 붉고 황량한 사막에선 컴퓨터의 에러음과 같은 사운드가 들렸다. 가상 세계에 과도하게 자극돼 버린 현대인의 감각을 꼬집는 듯 영 불편하다. 세기말, 자미로 콰이가 불렀던 '버추얼 인새니티'(1996)의 종말론적 가사가 연상됐다. 아랍의 지형에서 자주 마주할 수 있는 사막을 색다르게 표현해 낸 작품의 제목은 <아랍어로, 쉼표>. 관람객을 멈칫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에서 국내 처음으로 선보이는 대규모 아랍에미리트(UAE) 동시대 미술전 <근접한 세계: Proximities>이 16일 개막했다. UAE를 포함한 레바논과 이집트, 이란 등 아랍의 문화를 간직한 다양한 현대 예술을 두루 만나 볼 수 있다.
서울시립미술관과 아부다비음악예술재단(ADMAF)의 두번째 공동기획 프로젝트로 진행된 이번 전시는 UAE 기반 예술가 40여명(팀)의 작품 110여 점을 소개하는 교류전이기도 하다. 전시 제목인 '근접한 세계'는 글로벌 정보통신의 발달로 물리적, 문화적 거리 개념이 재정의된 현대 사회가 반영돼 있다. 지리의 경계를 넘어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고 닿는 관계, 타자에 대한 인식과 공존 가능성 등을 탐구하는데 초점을 맞췄다는 게 서울시립미술관의 설명이다.
개막 전날 열린 간담회에서 최은주 서울시립미술관장은 "이번 전시는 국내에서 개최되는 아랍에미리트 현대미술 전시 중 가장 규모가 크다"며 "서로 다른 문화권 간의 예술적 연결과 상호 이해를 심화할 중요한 기회"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이번 교류전이 서울을 국제 예술 담론의 허브로 자리매김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며 기대감도 전했다.
전시는 세 개의 주요 섹션으로 구성됐다. 첫 번째 섹션에는 파라 알 카시미(Farah Al Qasimi) 등이 참여하는 '회전의 장소'를 통해 개인적·감각적 경험과 상상력을 중심으로 일상과 현실이 교차하는 지점을 소개한다. 두 번째 섹션 '지형이 아닌, 거리를 기록하기'는 지도, 경계, 권력 등 공간적 질서를 탐구하며, 권위와 소속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도록 만든다. 세 번째 섹션 '그것, 양서류'는 아티스트 트리오 RRH, 라민·로크니 하에리자데, 헤삼 라흐마니안 등의 작업으로 삶과 예술, 개인과 공동체가 겹쳐지는 혼종적인 작업 결과물을 보여준다.
각 섹션은 작가와 큐레이터가 협업해 주체적인 경험과 세계관을 교차하는 방식으로 짜여져있다. 이러한 방식은 관람객이 예술로 자신이 놓인 세계의 좌표를 확인하고, 문화 간 공존의 의미를 성찰하도록 유도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이번 전시는 지난해 여름 UAE 아부다비에서 선보였던 한국 현대미술전 <Layered Medium: We Are in Open Circuits>과 맥락을 함께 하며 양국 간 상호 교류의 연속선상에 놓여 있기도 하다. 당시 전시는 한국 현대미술의 다양한 경향을 소개하며 두 문화권 간의 대화의 장을 열었다.
서울시립미술관은 이번 전시를 통해 동시대 미술의 글로벌 흐름을 소개하고, 한국 미술계와 국제 미술계 간의 실질적인 교류를 확대할 계획이다. 특히 중동 지역 현대미술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접근성을 높여 국내 관객이 알고보면 매우 다양한 요소가 섞여있는 아랍의 다양한 문화적 맥락을 체감하는 계기를 마련한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이번 전시는 무료이며 별도 예약 없이 방문 가능하다. 다국어 작품 해설은 전시장 내 QR코드를 통해 제공되며 서울시립미술관의 모바일 앱과 블룸버그 커넥츠앱에서도 들을 수 있다. 전시는 내년 3월 29일까지 이어진다.
근접한 세계
전시장소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2층 전시실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3층 전시실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3층 크리스탈 갤러리
전시기간
2025.12.16.~2026.03.29.
관람시간
일(화–금) 오전 10시–오후 8시
토 · 일 · 공휴일 하절기(3–10월), 오전 10시–오후 7시
동절기(11–2월), 오전 10시–오후 6시
《서울문화의 밤》 운영매주 금요일
오전 10시–오후 9시
입장시간 : 관람 종료 1시간 전까지 입장
휴관일 : 1월1일, 매주 월요일(월요일이 공휴일인 경우 정상 개관)
관람료 : 무료
전시부문 : ADMAF 소장품 및 UAE 내 미술기관 외 개인 소장품, 커미션 작품 등 110여 점의 회화, 사진, 영상, 조각, 설치 작품
전시장르 : 기획,국제
참여작가
누줌 알가넴(Nujoom Alghanem), 모하메드 카짐 (Mohammed Kazem), 크리스티아나 데 마르키(Cristiana de Marchi), 압달라 알사디(Abdallah Al Saadi), 샤이카 알마즈루(Shaikha Al Mazrou), 파라 알카시미 (Farah Al Qasimi), 아티스트 트리오 라민 하에리자데, 로크니 하에리자데, 헤삼 라흐마니안(Artist trio Ramin Haerizadeh, Rokni Haerizadeh and Hesam Rahmanian 등 총 47 명(팀)
작품수 : 110여 점
주최 및 후원 : 아부다비 음악예술재단(Abu Dhabi Music & Arts Foundation) 공동 기획
전시문의 : 김은주 02-2124-8942
관람문의 : 안내 데스크 02-2124-8868
전시 안내
서울시립미술관은 아랍에미리트의 동시대 미술을 조명하는 《근접한 세계》(PROXIMITIES)를 선보인다.《근접한 세계》는 건국 이래 지난 반세기 동안 이주와 풍부한 천연자원, 급격한 도시 변혁이 교차하며 형성된 걸프국가 아랍에미리트와 연관된 세 세대를 가로지르는 40여 명이 넘는 작가들을 소개한다. 예술가이자 큐레이터로 활동하는 이들과의 협업을 통해 구성된 세 개의 섹션은 개인적·사회적·도시적 차원의 불안정하고 주관적인 세계가 서로 접촉할 때 발생하는 현상을 탐구한다. 가장 사적이고 상상적인 영역에서부터 지정학적·근원적 차원까지 확장하며, 작가와 큐레이터는 밀접함 속에서 동일함으로 붕괴되지 않는 관계는 어떻게 가능한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오늘날 서로 긴밀히 연결된 세계에서 우리는 지리적 경계를 넘어선 근접한 관계 속에 존재한다. 세계화로 인한 즉각성과 밀접함 속에서 작가들은 계승된 형식과 순환하는 재료를 다루며, 지역적 특수성과 국제적 가독성 사이에서 개념이 이동과 번역을 통해 어떻게 충돌하고 융합되는 지를 모색한다. 세 개의 섹션은 서로 다른 만남과 보기의 방식을 제안한다. 예술가이자 큐레이터로 활동하는 작가들은 자신의 실천과 공명하는 주제를 바탕으로 초대되었고, 기획자인 김은주 학예연구사와 마야 엘 칼릴 큐레이터는 세계를 마주하는 태도를 고찰하는 동료 작가들을 모았다. 각 섹션을 중심으로 주변의 작품들이 함께 연결되며, 작가들의 관점을 잇는 경로를 형성한다. 이 연결 지점들은 서로 다른 문화적 항해의 방식이 등장하는 생산적인 간극이 된다. 사진작가 파라 알 카시미를 중심으로 한 첫 번째 섹션 〈회전의 장소〉는 익숙함과 낯섦이 교차하는 공간이다. 벽 뒤에서 펼쳐지는 일상의 삶은 우리가 볼 수 없는 동시적 현실들을 만들어낸다. 상상의 힘은 내면 세계를 유지하고 변화하는 외부 세계와 만나는 감각적 경로를 형성한다. 두 번째 섹션 〈지형이 아닌, 거리를 기록하기〉는 모하메드 카짐과 크리스티아나 데 마르키가 구상했으며, 변화하는 공간 질서를 다룬다. 지도·좌표·경계·나침반과 같이 권력을 새겨 넣는 도구들은, 이곳에서 불안정한 형식으로 전환되어 대안적 형상을 도식화한다. 이러한 가변성을 이어받은 〈그것, 양서류〉는 원초적 요소로의 회귀이자 혼종성으로의 진화이다. 라민 하에리자데, 로크니 하에리자데, 헤삼 라흐마니안(RRH)은 한자 ‘回(돌아올 회)’에서 영감받아 ‘네모 안의 네모’에서 유래한 협업을 조직하며, 되돌아옴, 포용, 안과 밖의 상호작용을 떠올리게 한다. 작가들은 두 가지 환경에 동시에 발 디디고 살아가는 ‘양서류적 존재’가 된다. 각 섹션은 일상의 상상화, 끊임없이 변화하는 지도를 사유하는 방식, 양서류적 상호성 등 서로 다른 만남의 방식을 제안한다. 이 세 가지 제안적 입장은 분리된 범주라기보다는 서로 연결된 하나의 별자리처럼 작동하며, 그 사이로 흐르는 예술가들의 생각은 서로 다른 접근들을 이어주는 경로가 된다.
《근접한 세계》는 서울시립미술관과 아부다비음악예술재단이 함께하는 의미 있는 협업의 일환으로 마련되었다. 한국의 뉴미디어 작가들을 아부다비에 소개한 2025년 여름의 전시 《Layered Medium: We Are in Open Circuits》이후 이어지는 상호 교환 프로그램이다. 이 교류는 문화적 전통과 미래성, 지역적 특수성과 세계적 흐름 사이를 가로지르며 두 문화권의 ‘근접성’을 확장하고자 한다.
[근접한 세계] 전시 개요
서울시립미술관은 아랍에미리트의 동시대 미술을 조명하는 전시, 《근접한 세계》를 선보입니다.
《근접한 세계》는 건국 이래 지난 반세기동안 이주와 풍부한 천연자원, 급격한 도시 변혁이 교차하며 형성된 걸프국가 아랍에미리트와 연관된 세 세대를 가로지르는 40여 명이 넘는 작가들을 소개합니다. 예술가이자 큐레이터로 활동하는 이들과의 협업을 통해 구성된 세 개의 섹션은 개인적·사회적·도시적 차원의 불안정하고 주관적인 세계가 서로 접촉할 때 발생하는 현상을 탐구합니다. 가장 사적이고 상상적인 영역에서부터 지정학적·근원적 차원까지 확장하며, 작가와 큐레이터는 밀접함 속에서 동일함으로 붕괴되지 않는 관계는 어떻게 가능한가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오늘날 서로 긴밀히 연결된 세계에서 우리는 지리적 경계를 넘어선 근접한 관계 속에 존재합니다. 세계화로 인한 즉각성과 밀접함 속에서 작가들은 계승된 형식과 순환하는 재료를 다루며, 지역적 특수성과 국제적 가독성 사이에서 개념이 이동과 번역을 통해 어떻게 충돌하고 융합되는지를 모색합니다. 세 개의 섹션은 서로 다른 만남과 보기의 방식을 제안합니다. 예술가이자 큐레이터로 활동하는 작가들은 자신의 실천과 공명하는 주제를 바탕으로 초대되었고, 기획자인 서울시립미술관 김은주 학예연구사와 마야 엘 칼릴 큐레이터는 세계를 마주하는 태도를 고찰하는 동료 작가들을 모았습니다. 각 섹션을 중심으로 주변의 작품들이 함께 연결되며, 작가들의 관점을 잇는 경로를 형성합니다. 이 연결 지점들은 서로 다른 문화적 항해의 방식이 등장하는 생산적인 간극이 됩니다.
사진작가 파라 알 카시미를 중심으로 한 첫 번째 섹션 〈회전의 장소〉는 익숙함과 낯섦이 교차하는 공간입니다. 벽 뒤에서 펼쳐지는 일상의 삶은 우리가 볼 수 없는 동시적 현실들을 만들어냅니다. 상상의 힘은 내면 세계를 유지하고 변화하는 외부 세계와 만나는 감각적 경로를 형성합니다. 두 번째 섹션 〈지형이 아닌, 거리를 기록하기〉는 모하메드 카즘과 크리스티아나 데 마르키가 구상했으며, 변화하는 공간 질서를 다룹니다. 지도·좌표·경계·나침반과 같이 권력을 새겨 넣는 도구들은, 이곳에서 불안정한 형식으로 전환되어 대안적 형상을 도식화합니다. 이러한 가변성을 이어받은 〈그것, 양서류〉는 원초적 요소로의 회귀이자 혼종성으로의 진화입니다. 라민 하에리자데, 로크니 하에리자데, 헤삼 라흐마니안, 일명 RRH는 한자 ‘回(돌아올 회)’에서 영감받아 ‘네모 안의 네모’에서 유래한 협업을 조직하며, 되돌아옴, 포용, 안과 밖의 상호작용을 떠올리게 합니다. 작가들은 두 가지 환경에 동시에 발 디디고 살아가는 ‘양서류적 존재’가 됩니다.
각 섹션은 일상의 상상화, 끊임없이 변화하는 지도를 사유하는 방식, 양서류적 상호성 등 서로 다른 만남의 방식을 제안합니다. 이 세 가지 제안적 입장은 분리된 범주라기보다는 서로 연결된 하나의 별자리처럼 작동하며, 그 사이로 흐르는 예술가들의 생각은 서로 다른 접근들을 이어주는 경로가 됩니다.]
[섹션 1. 〈회전의 장소〉
아랍어에서 ‘심장’을 뜻하는 단어의 어원은 ‘회전’에서 비롯됩니다. 회전은 방향을 잡아주기도 하고 혼란을 초래하기도 하며, 중심을 세우는 동시에 불안정함을 만들 수도 있는 움직임입니다. 삶과 감정을 움직이는 심장처럼, 집 또한 변화가 자리잡는 안식처입니다. 익숙한 장소 안에서 우리는 바깥 세계와의 관계를 이야기로 풀어내며 위로를 기도하고, 때로는 세계를 다시 바라보는 방식을 새롭게 만들어갑니다. 파라 알 카시미가 제안하는 ‘심장공간’을 중심으로 구성된 이 첫 번째 섹션은 익숙한 것이 뒤틀리며 낯선 긴장감을 띠는 순간들을 탐구합니다.
환대의 분위기로 꾸며진 이 공간은 집처럼 친밀하게 느껴지지만, 그 안에는 일종의 어긋남이 자리합니다. 예술가이자 큐레이터로 활동하는 사진작가 파라 알 카시미는 1990년대와 2000년대 초 걸프 지역 대중문화에서 비롯된 독특한 미적 감수성을 담아내는 작품들을 이곳에 모았습니다. 벽 뒤편에서 펼쳐지는 일상의 삶은 우리가 들여다볼 수 없는 이중적 현실을 만들어냅니다. 이곳은 낯설면서도 익숙한, 기묘한 조우가 일어나는 공간이며, 집은 일상이 놀랍도록 낯선 것으로 변모하는 무대가 됩니다. 이와 같이 어긋난 장면들은 소통하기 어려운 내적 영역이 세계 너머와 맞닿는 방식을 드러냅니다.
이 교차는 양방향으로 이루어집니다. 일상의 외부는 상상적 서사로 확장되고, 내부는 스며들며, 단순한 기록으로는 포착할 수 없는 진실을 드러냅니다. 파라 알 카시미의 선택과 호응하는 이 작품들에는 ‘섬뜩한’ 정서가 흐르는데, 있어서는 안 될 것들이 존재하고, 있어야 할 것들이 사라진 부재의 감각입니다. 급격한 개발과 글로벌 유통망이 빠르게 지형을 변화시키는 맥락에서 이러한 감각은 더욱 뚜렷해집니다. 단 한 세대만으로도 전체의 풍경이 바뀌는 환경에, 집은 이러한 혼란을 소화하는 장소가 됩니다. 벽 너머 집 안에서 작가들은 신화적 서사와 몽상을 활용하고, 비스듬한 시선으로 상상해보며, 직접적으로 말할 수 없는 것을 이해하고 붙잡기 위해 이야기합니다. 이는 도피가 아니라, 변화와 현실을 소화하는 적극적인 이야기 형성의 방식입니다.]
[휴식·명상·내면의 평화를 위한 젠(禪) 두바이 분수의 물소리
인공 조개껍데기 형태의 스피커에서는 음악을 제거한 두바이 분수의 물줄기 소리가 흘러나온다. 인공섬과 해안선 개발로 인해 바다로의 접근이 차단된 아랍에미리트의 급변하는 지형을 배경으로, 〈휴식·명상·내면의 평화를 위한 젠(禪) 두바이 분수의 물소리〉는 자연 해경이 점차 인공 환경으로 대체되는 풍경을 떠올리게 한다. 명상과 안정에 흔히 사용되는 바다 소리를 차용해 두바이 분수를 바다의 대체물로 재구성하며, ‘휴식’이라는 경험조차 소비지향적 인공 공간을 통해 재구성되고 있음을 은밀히 드러낸다.]
[자서전 (03-07)
〈자서전 (03-07)〉에서 에브티삼 압둘아지즈는 삶의 이야기가 무엇으로 구성되는지 탐구하며, 정체성을 사실과 숫자로 환원하는 방식과 실제로 한 인간의 삶을 이루는 사유, 행동, 관계를 대비해 보여준다. 영상 속에서 작가의 몸은 티셔츠와 광고판에 재생산되는 브랜드로 변모하며, 개인을 소모품으로 전락시키고 물질적 이익만을 가시화하는 소비문화를 비판한다. 이어지는 작업에서 그는 보물찾기 하듯 우연히 발견한 플라스틱, 나무, 금속의 버려진 조각을 수집한다. 이 낡고 쓸모없어 보이는 물건들은 나이듦으로 인해 소외되어가는 인간의 모습을 비추는 동시에, 서로 조합되어 하나의 자서전이자 작품의 구성 요소로 기능하며 새로운 가치를 부여받는다.]
[대화
〈대화〉에서 파라 알 카시미는 편안함 속에 은근한 긴장감이 흐르는 아늑한 가정의 한 장면을 담아냈다. 꽃무늬 원피스를 입은 두 소녀가 대화를 나누는 듯한 자세로 화면을 채운다. 한 소녀는 꽃무늬 소파에 몸을 기대고 주의를 기울인 채 다소 굳어 있고, 다른 한 소녀는 소파에 비스듬히 누워 두 손을 배 위에 포개고 있다. 무대 효과처럼 과감하게 펼쳐진 화려한 꽃무늬 패턴과 비스듬히 누운 소녀의 가려진 정체는 모호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관람객은 두 소녀의 관계와 그 사이의 침묵 안에 놓이게 된다.]
[몽상과 악몽 사이에서
〈몽상과 악몽 사이에서〉는 작가가 청소년기에서 성인기로 넘어가는 복합적 전환의 순간을 담은 사진 연작으로, 변화하는 외모, 사회적 억압, 그리고 형성 중인 정체성이 중첩되는 복잡한 시기를 탐구한다. 작가는 지역 민담과 신화에서 영감을 받아 새와 돼지 같은 동물을 연출된 장면에 등장시키며, 순수와 죄, 성장의 이중성을 상징하는 장치로 삼는다. 연극적이고 환상적이며 의례적 분위기의 이 서사는 욕실과 같은 익숙한 실내 공간에 자리하며, 개인적 꿈과 변화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지점을 구현한다. 파스텔 분홍빛은 키치함, 노스텔지아, 젠더적 층위를 더하고, 강렬한 색채와 역동적 포즈는 이 불안정하고 전환적인 시기를 관람자가 자신과 대면할 수 있게 이끈다.]
[카트라 카트라
비디오와 콜라주 작업으로 구성된 〈카트라 카트라〉는 사십 년의 간격을 두고 심어진 두 그루의 야자수, 서로 다른 관개 시스템, 그리고 평행하게 지속되어 온 두 땅 사이의 거리를 추적한다. 작품은 유산과 기반 시설 사이를 오가며, 뿌리와 물, 그리고 언어의 결 속에 스며드는 것들에 주의를 기울인다.]
[아랍어로, 쉼표
〈아랍어로, 쉼표〉는 진분홍과 자홍색 사이의 색조를 띄는 팬톤 213번 염료로 물들인 모래로 공간을 구성하여, 관람객을 분홍빛 사막 풍경으로 이끈다. 이 사막의 색조는 팝 아이콘이나 바비 인형과 같은 장난감, 유방암 인식 캠페인의 이미지를 연상시킨다. 황량한 모래의 세계로 재현된 이 자홍빛 들판은 현실과 동떨어진, 때로는 종말론적 분위기를 띠며, 결함이 생긴 우주나 다른 존재와의 접촉을 떠올리게 하는 오류 사운드가 함께한다. 관람객은 이 가상 풍경 속 ‘지능적 존재’로 설정되어, 분홍 모래를 밟아 이동할 때마다 전자음의 비명과 으르렁거림을 발생시키게 된다. 시간이 흐르며 축적되는 오류음은 디지털 정보에 압도되는 감각을 만들어내고, 작가의 표현처럼 “가상 세계에 과자극된” 상태를 경험하도록 한다.]
[자다엘 (타래)
〈자다엘 (타래)〉는 길이 6미터에 이르는 대형 면 밧줄 조각 설치로, 오랜 역사를 지닌 동시에 급격한 현대화를 겪어온 아랍에미리트에서의 성장 경험을 바탕으로 한다. 작가는 혼합 매체, 조각, 드로잉, 회화, 설치, 사진, 판화 등 다양한 형식을 넘나들며 아랍에미리트의 변화의 속도부터 전통이 지속되는 시간까지, 시간의 여러 결을 탐구해 왔다. 머리카락을 시간과 기억을 품은 그릇으로 바라보는 그는, 머리카락을 “형태와 상태를 통해 드러나는 하나의 언어”로 상상하며 조형화한다.]
[학교
알라아 에드라스는〈학교〉를 통해 1995년 어린 시절 조회 전에 학교 뒤뜰로 몰래 나가 호기심에 차 형광등을 하나씩 벽에 부수던 기억을 소환한다. 20여 년이 지난 후, 작가는 1990년대 학교 뒤뜰에서 이 파괴 행위를 재연하고 이를 사진과 영상으로 기록한다. 산산조각 난 전구와 이미지들은 재연된 순간의 흔적이자, 결코 완전히 회복되지 않는 기억을 겹쳐진 조각으로 드러낸다. 이는 기억이 서로 반향하면서도 완전한 전체를 이루지 못하는 중첩된 파편임을 보여준다.]
[카라리프 : 휴전 오만 시대의 고전 우화
〈카라리프 : 휴전 오만 시대의 고전 우화〉는 무성의 단채널 흑백 영상 작업으로, 아랍에미리트 건국 이전에 이 지역이 영국 보호령의 조약 국가로 ‘휴전 오만’이라 불리던 시기를 기록한 여러 영국 다큐멘터리 영상과 작가의 개인 기록 영상을 조합해 구성된다. 연상적이고 몽환적인 전개를 통해 쉽게 해석되지 않는 과거의 기억을 더듬어가며, 개인적 신화에 기반한 서사를 구축한다. 영상은 논리보다 권력에 중점을 둔 모계사회 이론과의 연관성을 암시하며, 공포와 표현주의 영화와 공명하는 시각적 언어를 차용한다.]
[기억 속에 남기를
〈기억 속에 남기를〉은 땅과 기억 사이의 순환적이고 층위적인 관계를 추적해 드러내는 작업이다. 작가는 ‘태양신의 도시’로 불리는 이라크 고대 유적 하트라를 방문했을 때 촬영한 가족 동영상에, 흙·소금·태양이라는 세 존재가 주고받는 대화를 교차해 엮는다. 이 세 요소는 역사의 증인이자 행위자로 등장하며, 그들의 목소리는 작가가 작성하고 쿠웨이트 출신 동료 예술가 디마 알구나임(Deema Alghunaim)이 번역한 문장을 통해 펼쳐진다. 설치와 영상 속에 등장하는 조각들은 이러한 서사를 붙드는 매개로서, 땅과의 물질적 교감에 응답한다.]
[섹션 2. 〈지형이 아닌 거리를 기록하기〉
나침반, 좌표, 지도는 길을 찾기 위한 도구이지만, 공간적 만남의 복잡성을 오히려 제한하기도 합니다. 자유로운 이동을 전제하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통제의 체계를 암묵적으로 담고 있습니다. 국경과 이주가 일상화된 세계에서 장소는 하나의 지위이며, 길은 단순히 이곳과 저곳을 잇는 것이 아니라, 이전과 이후 사이를 통과하는 움직임이 됩니다.
모하메드 카짐과 크리스티아나 데 마르키는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까지, 국가의 급격한 도시 성장과 함께 아랍에미리트 예술계가 가장 역동적으로 성장하던 시기를 형성한 핵심 인물들입니다. 이들이 구성한 섹션에서 공간은 결코 중립적이지 않으며, 언제나 관계와 권력 속에서 만들어집니다. 벽은 무너지고, 경계는 이동하며, 좌표는 지워집니다. 고정되어 보이던 것들은 전복되고, 새로운 가능성으로 변환됩니다. 이는 곧 “누가 어떤 방식으로 영토를 지도화하고 명명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집니다. 예술가이자 큐레이터인 두 사람은 〈지형이 아닌, 거리를 기록하기〉를 제안하며, 장소 그 자체보다 사람 사이의 정서적·정치적 간극을 지도화합니다. 위치를 기록하기보다 관계를 기록하는 이 작업들은 분리와 이주를 만들어내는 구조를 조금씩 전복하는 집단적·협업적 실천이 됩니다.
예술가가 기획한 이 섹션의 작품들은 지리적 윤곽을 따라가며 (재)정의하는 지도 제작 방식을 확장하며, 눈에 보이지 않던 구조를 땅 너머로 드러냅니다. 이러한 제반 구조는 노동과 이동의 흔적과 건설 현장에 새겨진 소유주와 관리자, 도시의 구석구석을 가장 잘 알지만 정작 그곳에 계속 머무를 수 없는 이주 노동자 간의 사회적 위계를 세밀한 관찰을 통해 가시화됩니다.
언어 또한 지도를 만들어가는 새로운 체계로서 작동합니다. 번역은 개념적이거나 물질적인 과정으로, 복잡한 사상은 다언어적 참조와 상호 보완적 독해를 통해 언어적 장벽을 넘어 은밀하게 반입됩니다. 실제 혹은 허구의 이주 서사는 비공식적인 경로이자 재구성된 유통망을 통해 순환하며 연대의 기반을 형성합니다. 이처럼 공간은 고정된 좌표에서 벗어나 관계적 과정 속에서 끊임없이 재구성되고, 늘 변화하며, 공간에 새겨진 권력 관계에 저항하며 ‘누가, 어떤 방식으로, 누구를 위해 역사를 기록하느냐’고 묻습니다.]
[경로 (병합)
모하메드 카짐은 〈경로 (병합)〉에서 영상과 사운드를 통해 정체가 흐릿한 해안 풍경 속 새벽의 장면을 시각화한다. 모래 위 좌표는 밀려오는 파도에 서서히 지워지며, 단단히 새겨진 숫자들을 천천히 침식시키고 형태를 흐트러뜨린다. 그러나 이 단순하고 반복적인 장면 속 ‘지워짐’이라는 부정적 제스처는 또 다른 가능성으로 전환된다. 즉, 모래에 남겨졌던 좌표들은 파도와 뒤섞이며 새로운 방향으로 이동할 여지가 생긴다. 이 영상에는 무한성과 불확정성의 감각 또한 배어 있다. 파도가 부딪히는 경계, 즉 밀물과 썰물이 교차하는 지점은 미지로 열린 공간으로 존재하며, 또 다른 경로와 지향점을 상상하게 한다.]
[불가능의 아틀라스
〈불가능의 아틀라스〉는 사람과 장소가 멀어질 때 생기는 감정과 시간의 변화를 탐구합니다. 영상 속 반복과 움직임은 개인의 삶, 이주, 상실 같은 주제를 드러내며, 새로운 관계와 시작의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영상은 옛 시장, 공공 정원, 전통 가옥 등을 배경으로 장소의 물질적 맥락에 따라 구성됩니다. 동시에 이러한 이미지들은 지형이 아닌 ‘거리’를 기록하며, 이동하는 몸과 기억의 흔적을 시각적으로 드러냅니다. 안무의 움직임은 안무가가 위치한 장소의 역사와 분위기에 따라 달라지며, 사운드는 호흡과 정지, 고요의 리듬에 반응해 변화합니다. 이로써 관람객은 몸이 얼마나 멀리, 어떤 방식으로 이동했는지를 감각하게 됩니다. 궁극적으로 이 작품은 제한된 경계가 아닌 이동의 흐름으로 이루어진 ‘경로의 지도’를 제시하며, 이주와 변화 속에서 인간이 경험하는 소속감과 새로운 시작의 가능성을 함께 환기합니다.]
[통로
〈통로〉는 현대 아랍 시에 대한 작가의 지속적인 실험을 영화 매체로 확장한 작업이다. 2009년 발표된 시 「달빛을 거두는 행인」을 바탕으로, 전시 공간을 가로지르는 벽 크기의 스크린 양면에는 서로 마주 보도록 투사된 ‘현실’과 ‘허구’ 두 개의 서사가 얽혀 전개된다. ‘현실’ 서사는 아랍에미리트에 거주하는 시리아 출신 배우 아말(Amal)과 작가가 베니스비엔날레 아랍에미리트 국가관을 위한 영화를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을 기록한다. ‘허구’ 서사는 팔락(Falak)이라는 이름의 난민을 상징적으로 묘사하며, 아말이 연기하는 이 인물이 고된 여정을 떠나는 모습을 보여준다. 서사의 정점에서 팔락이 베니스비엔날레 아랍에미리트 국가관에 도착하면서 두 서사는 하나로 맞물리며, 이 장면은 정치적·예술적 이주와 여행이라는 행위 자체가 필연적으로 얽혀 있음을 환기한다.]
[섹션 3. 〈그것, 양서류〉
“이 세상에서 어떤 것도 다른 것 바깥에 존재하지 않는다. 사막의 석유, 은하 안의 사막, 몸 속의 기억과 같이, 모든 것은 그릇이자 내용물이다. 한계란 연결과 분리를 동시에 이루는 막이며, 모든 변화가 일어나는 지점이다.”
이 섹션은 라민 하에리자데, 로크니 하에리자데, 헤삼 라흐마니안으로 구성된 트리오 ‘RRH’의 작업실이자 생활하는 집 공간에서 비롯됩니다. 이 공간은 영화 세트장이자 도서관, 박물관이자 퍼포먼스 공간이며, 끊임없이 변모하는 하나의 작품으로 존재합니다. 즉, 서로 뒤얽힌 관점으로 구성된 집단적 구성체가 어떻게 공동 저작의 세계를 이루는지를 보여주는 총체적 표현입니다.
라민, 로크니, 헤삼은 다음과 같이 밝힙니다. “〈그것, 양서류〉는 아랍에미리트 건국 50주년 국경일 이후의 상황을 탐구합니다. 이는 에미리트인 예술가들이 제도적 맥락 안에서 활동하면서도 독립적인 실천을 유지해온 과정 속에서, 예술과 도시 구조 사이의 중첩이 어떻게 형성적 역할을 했는지를 보여줍니다.”
예술과 지배 구조, 상상력과 도시의 삶이 교환과 상호 형성을 통해 펼쳐지는 이 독특한 순간으로부터, 작가들은 함께 집단적 정체성을 표현하기 시작했습니다.
〈그것, 양서류〉는 동시대적 큐레이토리얼 역사 서술을 발전시키는 작업입니다. 이는 현재의 위치에서 미래를 향해 뒤돌아봄으로써 역사를 쓰는 하나의 방식입니다.
연구 과정에서 우리는 넬슨 굿맨이 던진 “언제 무엇이 예술이 되는가?”라는 질문을 따랐습니다. 이 질문을 통해 안과 밖, 손님과 주인, 형식과 삶이 만나는 경계에서 예술과 작업, 전체 작업의 세계가 어떻게 호기심과 즐거운 탐구의 방법으로 살아 움직이게 되는지를 고찰합니다.
[개혁, 사막, 보이지 않는 것, 한계, 현존, 언어]를 통해, 라민·로크니·헤삼은 하산 샤리프, 누줌 알가넴, 나자트 마키, 압둘 카데르 알 라이즈, 리드 알 무타와와 같은 선구자들을 젊은 ‘양서류적’ 세대와 잇는 계보를 추적합니다. 이들은 공존을 형태로 번역하고, 다시 형태를 공존으로 번역합니다.]
[오, 그대들이여
전시 공간 바닥 전체에 설치된〈오, 그대들이여〉는 관람객이 끊임없이 변화하는 지형이 담긴 생동하는 지도의 내부와 외부를 동시에 경험하도록 발걸음을 이끈다. 작품은 물질, 몸짓, 연구가 하나의 살아 있는 사유의 장으로 결합된 거대한 바닥 회화로 펼쳐진다. 망명, 이주, 석유 채굴, 사막 생태의 역사를 바탕으로 조성된 연구 공간 ‘이상한 방’에서 시작한 이 작품은 ‘보관’의 개념을 투과적 교류로 전환시킨다. 겹겹으로 쌓인 표면은 에너지와 색채, 기억이 흐르는 하나의 막으로 기능한다. 천·금속·안료로 만든 ‘속 빈 피부’라는 도구들은 인간과 환경의 접촉을 따라가며, 장치와 음악적 모드가 결합하는 페르시아어 개념 ‘다스트가’를 떠올리게 해 회화를 사고의 연속체로 전환한다. 이 바닥 회화는 이러한 역사들을 단순히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내며, 유전·사막·몸짓의 흔적을 존재의 재료로 품는다.]
[한숨
〈한숨〉에서 사막의 공허함과 깊은 정적은 위성 안테나, 욕조, 임시로 만든 계단, 상징이 새겨진 무거운 금속문 등 주변에서 발견한 사물들을 활용한 일련의 의식적 행위를 촉발한다. 이러한 탐구적 의식은 역할극과 마임, 신비적 실험을 거쳐 사막에서 도시로 이어지며, 꿈이 중간에 잘려나간 듯한 장면으로 포착된다. 세이카 알 케트비는 이 단편적 행위를 통해 초기 기억 속 잠재적 이미지를 발굴하고, 이를 보다 넓은 자기 인식에 관한 성찰로 확장한다.]
[케이블 No. 2
〈케이블 No. 2〉는 검은 케이블 타이를 촘촘히 묶어 만든 작품으로, 단순한 산업용 재료에 뜻밖의 물성과 시적 무게를 부여한다. 전선을 묶고 정리하는 데 사용되던 케이블 타이는 그 기능을 벗어나 묶기와 비틀기의 반복적 손동작을 통해 직조된 표면이자 단단한 구조로 재탄생한다. 하산 샤리프는 이러한 ‘묶기’를 동시대적 직조 행위로 이해하며, 값싼 대량생산 플라스틱을 오늘날 도시와 일상을 형성하는 물질문화의 대리물로 삼는다. 〈케이블 No. 2〉는 변화에 대한 직접적 비판이나 찬양 없이 익숙한 사물을 낯설게 만들어 주변 사물과 그 이면의 현실을 다시 바라보도록 유도한다.]
[에필로그
전시의 마지막 작품이자 출구로 향하는 길목에 자리한 아이만 제다니의 〈사막의 수호자들〉의 중심에는 기생식물인 사막고사리가 있습니다. 이 식물은 다양한 숙주에 침투해 그 안에 통합됨으로써 살아남습니다. 식물의 삶은 필요와 관점, 이야기라는 상호 의존으로 이어지는 사슬입니다. 한 생명체가 이 식물을 품고, 식물은 복잡한 유전 지도를 담아내며 역사, 체계, 질서, 관계를 담은 사막의 생물다양성을 기록합니다. 이 전시에 참여하는 작가들과 마찬가지로, 사막고사리는 과거와 미래, 가까운 곳과 먼 곳, 익숙함과 변화 사이를 오가는 관계 속에 존재합니다. 세계도, 예술가도 온전히 독립되어 있지도, 완전히 흡수되어 있지도 않습니다. 모든 것은 연결과 적응의 역동 속에 존재합니다.
“우리는 모든 장소의 모든 기억을 간직한다… 중심을 잡고 공기를 살피며, 영원히 창조하기 위해 빠르게 열심히 일하기 시작한다”라는 식물·기생체·주인공의 목소리는 예술가이자 큐레이터인 이들의 질문을 떠올리게 합니다. 변화 속에서 어떻게 존재하고, 기억하며, 지속할 것인가?”
변화의 흐름을 소화하기 위한 상상화(化), 지형적 한계를 넘어 관계를 기록하는 지도 제작, 국가적·사회적 질서 안에서 살되 완전히 동화되지 않는 삶 등, 각각의 섹션은 저마다 다른 방향으로 ‘세계를 만나기 위한 세계’를 제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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