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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의 설악산 – 한계령,귀때기청봉,대승령,십이선녀탕계곡
1. 귀때기청봉 오르는 길에 바라본 점봉산, 한계령은 운해에 잠겼다
摩天의 勢로 麟蹄郡界에 聳立하야 山容이 雄壯秀麗한데 瑞霧가 常繞하야 山水를 사랑하는 사람 누구나다 此山을
一望할 때에 探其勝玩其景할 그 무엇을 자어내지 안이하랴 하야도 안이할 수 없다. (…) 萬里長風이 四時不絶하야
樹木이 或彎曲, 或半折, 或蔓然되야 千態萬象으로 變形된 것이며 猿鶴의 吟嘯와 異鳥의 지점버리는 것 頓覺物外
乾坤인 同時에 用力을 讚美치 안을 수 업다.
―― 巡廻探訪, 山明水麗하고 地味가 肥沃<5>-雪嶽山(동아일보, 1927.9.7.자)
▶ 산행일시 : 2025년 5월 25일(일), 무박산행, 맑음
▶ 산행코스 : 한계령,서북주릉 한계령삼거리,귀때기청봉,1,441m봉,큰감투봉,대승령,1,362m봉,십이선녀탕계곡,
남교리
▶ 산행거리 : 도상 19.1km
▶ 산행시간 : 11시간 58분(03 : 00 ~ 14 : 58)
▶ 고 통 편 : 다음매일산악회(28명) 버스 이용
▶ 구간별 시간
00 : 00 – 복정역
01 : 56 – 한계령
03 : 00 – 한계령 철문 개방, 산행시작
04 : 00 - 1,307m봉
04 : 42 – 서북주릉 한계령삼거리(1,353m), 한계령 2.3km, 귀때기청봉 1.6km
05 : 57 – 귀때기청봉(1,578m), 대승령 6.0km, 휴식( ~ 06 : 07)
06 : 54 – 1,441m봉
08 : 23 – 큰감투봉(△1,408m)
09 : 43 – 대승령(大勝嶺, △1,210m), 휴식( ~ 09 : 53)
10 : 36 – 1,362m봉
12 : 35 – 십이선녀탕계곡 주등로
13 : 34 – 복숭아탕
14 : 19 - 응봉폭포
14 : 58 – 남교리탐방지원센터, 산행종료, 뒤풀이( ~ 17 : 40)
18 : 00 – 남교리 황태판매장 앞 출발
20 : 20 – 복정역
2. 여명. 대청봉 위로 뜬 그믐달, 그 오른쪽은 샛별(금성, 계명성 啓明星)
3. 일출. 공룡능선 신선대 너머가 부상(扶桑)이다
▶ 귀때기청봉(1,578m)
산악회 버스를 이용하여 무박으로 설악산을 갈 때는 도중에 휴게소에 들렀다. 설악산 입산개방시간이 한계령은 새
벽 3시이니 이에 맞추려고 휴게소에서 꽤 긴 시간을 보냈다. 그럴 때면 편의점에 들러 요기를 하거나 버스에서 쪽잠
을 자기도 했다. 예전에는 한계삼거리에서 설악휴게소를 들렀고, 근래에는 인제터미널 근처에서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모두 곤히 자고 있는데 느닷없이 버스 내 불이 환히 켜지고 한계령휴게소에 다 왔다고 한다.
산행 출발하기 전에 만달산행대장으로부터 한계령휴게소까지 한 번에 간다는 문자메시지를 받기는 했다. 나는 그
메시지를 한계삼거리에 휴게소가 생겨 거기에 들르는 줄로 잘못 알았다. 한계령휴게소는 한계령 고갯마루에 있다.
새벽 01시 56분이다. 설악산 입산개방은 03시다. 황당했다. 아마 버스기사님이 어서 설악동에 가서 잠을 자려고
이러는 게 아닌가 싶었다. 한계령휴게소는 문을 열지 않았고 1시간 남짓 난데에서 보내야 한다.
일행 한 분은 휴게소 편의점에 들러 간식거리도 사려고 했는데 이럴 수가 있느냐 하고 항의했다. 사불여의(事不如
意)다. 나와 덩달이 님은 화장실 한 구석을 선점했다. 덩달이 님과 함께 있어 저간의 여러 산 이야기를 나누느라
시간 보내기에 따분하지 않았다. 이곳은 방금 전까지도 비가 내렸다. 곳곳에 빗물이 고였다. 밤공기가 차디차다.
화장실은 드나드는 사람들이 많아 출입문을 상시 열어놓으니 찬 밤공기도 들락거린다. 덩달이 님은 이럴 줄을 미리
알았는지 가을산행 복장에 귀마개까지 준비해왔다. 나로서는 핫팩을 준비하지 않은 게 실수다.
입산 개방시간이 되자 한계령 너른 광장이 사람들로 꽉 찬다. 어쩌면 어제 토요일에 비가 내렸기에 오늘로 산행을
미뤄서일 것 같다. 나 또한 어제 가려고 했으나 다음매일산악회만 해도 버스가 5대가 가니 포기하고 오늘 간다. 끝
모를 2열종대로 108계단을 오르고, 설악루와 위령비 바로 앞 초소에서부터는 1열로 가야 하니 상당시간 지체한다.
가다 서다를 반복한다. 멀리 이어지는 헤드램프를 보노라면 산불이 난 긴 띠로 착각하겠다. 앞지르려는 사람이 없
다. 당장 앞지르려고 해도 몇 걸음 못가서 새치기를 해야 하니 진상이라는 눈총을 받게 될 것임을 안다.
얼마 전까지 내린 비로 돌길은 미끄럽고, 흙길은 진창이다. 데크계단 난간이나 돌부리는 비에 젖어 잡자마자 장갑도
젖는다. 손이 시리다. 설악산에서 이렇게 줄 이어 오른 적이 있었던가? 없다. 대개 한계령에서 출발할 때 초반에는
줄을 잇다가 5분 정도 지나면 선두와 후미가 갈리어 내 걸음으로 가기 마련이었다. 오늘은 어떠한가? 한계령에서
서북주릉 한계령삼거리까지 2.3km를 내내 줄 이어 간다. 내 여느 때는 그 거리를 1시간 10분 정도 걸리는데 오늘은
1시간 42분이나 걸린다. 도중에 사진 한 장 찍지 않고 휴식 없이 그저 걷기만 했는데 그렇다.
1,307m봉 내림 길 가파른 슬랩은 험로다. 아무리 헤드램프 심지 돋우어도 밤중에는 더욱 미끄럽다. 어둠 속 곳곳에
서 철퍼덕 소리와 비명이 들린다. 뚝 떨어지고 사면 길게 돌아 데크계단 오르고, 다시 내리고 무지개다리 건너고, 또
데크계단 오르고(날이 훤할 때는 이곳에서 뒤돌아 바라보는 경치가 얼마나 장관이었던가!), 산허리 길게 돌아 오르
면 서북주릉 한계령삼거리다. 위쪽으로 올라 발돋움하여 공룡능선과 대청봉 쪽을 바라보다 문득 하늘 우러른다.
그믐달과 샛별을 본다. 참으로 오랜만에 보는 그들이다. 나도향이 그믐달을 몹시 사랑하는 것처럼 나도 그믐달을
사랑한다.
"(…)그는 고요한 꿈나라에서 평화롭게 잠든 세상을 저주하며, 홀로 머리를 풀어뜨리고 우는 청상과 같은 달이다.
(…) 내가 한 있는 사람이 되어서 그러한지는 모르지만, 내가 그 달을 많이 보고 또 보기를 원하지만, 그 달은 한 있
는 사람만 보아 주는 것이 아니라 늦게 돌아가는 술주정꾼과 노름하다 오줌 누러 나온 사람도 보고, 어떤 때는 도둑
놈도 보는 것이다. (…)내가 만일 태어날 수 있다 하면, 그믐달 같은 여자로 태어나고 싶다.”
4. 오늘 산행의 미션 중 하나인 털진달래 친견
<국생정의 일반정보>
형태 : 낙엽활엽성관목, 수형 : 원개형(圓蓋形)
분포 : 설악산, 지리산, 한라산의 정상부근에 분포한다.
생육환경 : 햇빛이 잘 들고 배수성이 좋은 사질토양이나 바위틈에서 자란다. 성질은 강건하나 내공해성은 약하다.
크기 : 높이 2-3m.
5. 멀리 오른쪽은 한석산 연릉
6. 털진달래
털진달래(Rhododendron mucronulatum Turcz. var. ciliatum Nakai)의 영어명은 Hairy Korean
rhododendron이고, 일본명은 겐카이츠츠지(ゲンカイツツジ, 玄海躑躅)이다. ‘겐카이나다(玄海灘·玄界灘)
진달래(躑躅)’라는 뜻이다.
7. 가리봉
8. 귀때기청봉
9. 비에 젖은 털진달래, 간밤에 비가 내렸다
10. 점봉산과 망대암산
11. 오른쪽 멀리는 안산, 앞은 귀때기청봉 사면의 털진달래
12. 멀리 흐릿한 산은 안산, 앞은 털진달래
13. 공룡능선, 그 앞은 용아장성
14. 앞은 큰귀때기골
대부분의 사람들은 귀때기청봉을 향한다. 그러나 등로는 여태의 연장이 아니라 평소의 수준을 회복했다. 어둑하지
만 나뭇가지 사이로 가리봉이 운해 한가운데 고도인 것을 보았다. 발걸음이 급해진다. 너덜은 숲속에서부터 시작된
다. 암릉 같은 너덜이다. 헤드램프는 빛을 잃기 시작했고 낮은 자세하여 더듬거리며 지난다. 숲속 벗어나 하늘 트인
너덜에 올라선다.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한계령은 운해에 진작 잠겼고 점봉산과 망대암산이 위태하다.
운해가 새하얗다. 부드러운 솜이불 같다. 할 수만 있다면 내 몸을 저기에 내던지고 싶다.
눈을 돌려 공룡능선을 바라보면 금방 해가 튕겨오를 것 같다. 잠시 딴 데 보다 보니 신선대 위로 둥두렷이 떠오른다.
부상(扶桑)이 가깝게 느껴진다. 이내 눈부시게 되자 눈 돌린다. 너덜 틈새 비집은 털진달래다. 간밤 비에 함빡 젖었
다. 꽃잎에 맺힌 빗방울이 영롱하다. 미국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에서 마리아(줄리 앤드류스 분)가 천둥번개
치던 어느 날 밤에 무서워하는 아이들을 위해 불러주던 노래, ‘내가 좋아하는 것들(My Favorate Things)’ 중에 맨
처음의 소절 ‘장미 꽃잎에 맺힌 빗방울(Raindrops on roses)’을 떠오르게 한다.
너덜마다 경점이다. 열 걸음에 아홉 걸음은 털진달래 들여다보고 뒤돌아 운해의 장관을 바라본다. 그러다 숲속에
들면 잰걸음 한다. 너덜지대에서는 야광 폴(Pole)이 등로를 안내한다. 너른 너덜 아무데나 누벼서는 무척 애먹는다.
폴이 그중 가장 나은 너널을 가리킨다. 설악산의 험난한 너덜 중 황철봉과 이곳 귀때기청봉이 쌍벽을 이룬다. 황철
봉 너덜은 풀 한포기 드물게 황량하지만 이곳은 털진달래와 매발톱나무(아직 꽃이 피지 않았다)의 명소이기도 하다.
점입가경이다. 고도를 높일수록 풍경은 달라 보인다. 어느새 귀때기청봉 정상이다. 잠시 서성이다 내린다. 덩달이
님은 앞서 갔다. 나는 귀때기청봉을 삼보일배하며 오르느라 지체하였다. 멀리 능선 끄트머리에 안산이 보이고 그
왼쪽 아래 인제는 운해에 잠긴 그런 광경이 보이는 반반한 너덜을 골라 자리 펴고 아침 요기한다. 이러니 탁주 반주
또한 맛 난다. 미수 허목(眉叟 許穆, 1595~1682)의 「강릉에 가는 도중에 설악산을 바라보고 감회가 일어 짓다(江
陵途中望雪嶽感懷作)」 그대로다.
설악산은 높이가 만 장이나 되니
하늘에 닿은 푸른 산들이 봉래와 영주에 이어졌네
천 봉우리에 눈 빛나고 바다의 해는 청명하니
아스라한 옥경에 신선들 모였구나
雪嶽之山高萬丈
懸空積翠連蓬瀛
千峯映雪海日晴
縹緲群帝集玉京
15. 귀때기청봉 서쪽 사면의 털진달래
19. 왼쪽 멀리가 점봉산
20. 귀때기청봉
21. 인제도 운해에 잠겼다
22. 나도옥잠화, 산림청 지정 희귀식물로 취약종(VU)이다
23. 왼쪽 뒤가 상투바위(?)
▶ 큰감투봉(△1,408m), 대승령(大勝嶺, △1,210m)
한 무리의 젊은 등산객들과 마주친다. 가벼운 산행차림이다. 설태하시느냐고 물었더니 아니라며 마등령에서 내릴
거라고 한다. 전날 23시에 남교리에서 출발하였다고 한다. 거기서 여기까지 불과 6시간에 오다니 대단한 준족들이
다. 안부 지나 잔봉우리 오르고 내린다. 안부마다 발걸음 멈추고 참기생꽃을 살핀다. 아무데도 보이지 않는다. 작년
에는 5월 27일에 보았다. 확실히 올해는 시절이 늦다. 백작약은 꽃봉오리 맺혔다.
그러나 나도옥잠화, 큰앵초, 연영초는 한창이다. 이들을 보려고 굳이 발품을 들여 비에 젖은 풀숲을 헤칠 필요가
없다. 등로 주변에 심심찮게 보인다. 데크계단 오른 1,441m봉은 일대 경점이다. 특히 귀때기청봉의 미끈하고 너른
서쪽 사면이 가경이다. 1,441m봉 내리고 가파른 내리막이 주춤한 바위지대에서 언제인가 솜다리를 보았다. 안광
(眼光)이 지배(地背)를 철(徹)하도록 살펴도 보이지 않는다. 이 역시 때가 이른가 보다.
봉마다 경점이다. 숲속을 지날 때면 풀꽃이 발걸음을 붙들고, 봉에 오르면 전후좌우 가경이 발걸음을 붙드니 대승령
가기가 천연된다. 큰감투봉(△1,408m, 지도에 따라서는 주릉 벗어난 북쪽 0.5km 지점의 1,350m봉을 큰감투봉이
라 하고, 거기서 1.2km 떨어진 971.9m봉을 작은감투봉이라 한다)을 오르기가 상당히 되다. 두 차례 길고 곧추선
협곡의 데크계단을 올라야 한다. 예전에는 밧줄 붙잡고 이곳 대슬랩을 올랐었다.
큰감투봉 지나고 능선은 1.4km에 이르도록 오르내릴 수 없는 암릉 암봉이라 오른쪽 사면을 길게 돌아간다. 야생화
만발한 산상화원의 원로이다. 한 차례 너덜사면 지나면 부드러운 능선이 이어진다. 1,284m봉 넘고 왼쪽(서쪽)으로
직각 방향 튼다. 이제는 하늘 가린 숲속길이다. 대승령이 한산하다. 정상 공터는 땡볕이 가득하여 그늘에 들어 휴식
한다. 그 10분이 지루하다. 안산 갈림길 가는 1,360m봉 오르막 0.9km가 나에게는 오늘 산행의 하이라이트이다.
저 봉우리만 오르면 더 오를 데가 없고 십이선녀탕계곡 내림 길이 이어진다는 섣부른 안도감에 더하여 어느 정도
지치기도 했다. 막판 스퍼트 낸다. 오전에는 산 공기가 차가웠으나 지금은 덥다. 땀난다. 나만 힘든 게 아니다. 곳곳
에 일행들이 오르다말고 멈춰서 거친 숨 몰아쉰다. 안산 갈림길 1,360m봉. 서슴없이 북쪽으로 방향 튼다. 짙푸른
초원길 0.2km 가면 ┫자 십이선녀탕계곡 갈림길이다.
오늘 산행의 마지막 미션이다. 직진한다. 응봉 쪽을 향한다. 등로는 아연 달라진다. 울창한 잡목 숲이다. 흐릿한
인적은 출몰을 반복한다. ‘행운은 용감한 자를 돕는다.’고 했다. 미국영화 「존 윅-리로드(JOHN WICK:
CHAPTER 2)」(2017)에서 존 윅(키아누 리브스 분) 등에 ‘FORTIS FORTUNA ADIUVAT’라고 새긴 라틴어 문신
(타투)이 보인다. 한글자막은 ‘행운은 용감한 자를 돕는다’이다. 어원은 로마시대 극작가 테렌티우스(Terencec,
기원전 195~185)의 희극에서 나오는 말이라고 한다. 그럴 것 같다. 믿는다. 산행마감시간(18시)은 넉넉하게 남았
다. 1,362m봉을 넘고 야트막한 안부 지나 응봉 갈림길인 1,336m봉을 향한다. 응봉 가는 길 또는 1,336m봉 북쪽
넙데데한 사면이 퍽 궁금해서다.
그러나 오르다 보니 잘못 생각했다. 어차피 1,362m봉 사면을 내릴 것인데 가급적 가벼운 배낭으로 가는 편이 낫지
않겠는가. 1,336m봉 정상 100m 직전에서 그래도 아쉬워 수렴 걷어 귀때기청봉과 대청봉 바라보고 나서 뒤돌아간
다. 1,362m봉 오르기 전 푹신한 이끼 덮은 넙적 바위에 자리 잡고 잠시 휴식한다. 덩굴 숲 뚫는다. 기화이초를 만날
지도 몰라 어깨에 둘러멘 카메라가 한 짐이다. 뒷덜미 붙들고 배낭 잡아끄는 잡목 숲을 뚫기가 버겁다. 내가 용감한
건지 무모한 건지 모르겠다.
용감한 것이 맞다. 드넓은 박새 숲에 들어선다. 눈이 시원하다. 두 해 전에 등로주의자 캐이 님이 한 말이 생각난다.
여러 발걸음 할 것 없이 한 자리에 앉아서 동남서북 한 바퀴 돌면 한 봉지 가득하더라고. 나는 이보다 더 아름답고
적절한 표현을 알지 못한다. 서너 차례 동남서북 한 바퀴씩 도니 배낭이 무겁다. 하산 길이 조심스럽다. 절대 좌고우
면하지 않는다. 일로 직진하여 내린다. 함부로 눈을 돌렸다가 그 한들거리는 유혹에 넘어가는 것을 경계해서다.
24. 큰앵초
26. 가리봉
27. 멀리 가운데가 점봉산
28. 가리봉
29. 멀리 가운데는 점봉산
30. 천마괭이눈
31. 연영초. 산림청 지정 희귀식물로 약관심종(LC)이다
32. 나도옥잠화
33. 부러진 나뭇가지 파인 곳에 터 잡은 산괴불주머니
34. 금강애기나리. 산림청 지정 희귀식물로 약관심종(LC)이다
35. 개별꽃
▶ 십이선녀탕계곡
잡목 사이로 십이선녀탕계곡 주등로가 보이고 옷매무새를 단정히 한다. 짐짓 아무 일이 없었던 것처럼 등로에 내려
선다. 길의 고마움을 아는 자는 길이 없는 데를 걸어본 자뿐이다. 오오시마 료오끼치의 말이다. 그렇다. 자투리 미션
이 남았다. 애기괭이밥을 보는 것이다. 이때쯤에서 그들을 만나곤 했다. 목교 건너고 길섶 언덕진 곳에서 그들을 본
다. 비에 젖어서인가 아니면 내 오기를 기다리다 지쳐서일까 꽃잎을 오므린 채 수그리고 있다. 어르느라 땅바닥에
납작 엎드려 올려다보며 눈맞춤 하자 방긋 웃는다.
계류는 점점 불어나고 폭포들이 아우성친다. 두문폭포 위쪽 폭포도 두문폭포 못지않게 볼만하다. 두문폭포는 어찌
보면 물줄기가 비룡 용틀임하는 모습이다. 십이선녀탕계곡 팔폭팔탕의 압권은 단연 복숭아탕이다. 그 생김새가
영락없는 천도(天桃)이려니와 그 탕 안으로 떨어지는 물줄기는 긴 한 폭 비단 걸침이다. 이다음은 응봉폭포다. 그에
이르는 계류는 곳곳에서 저마다 경염하듯 기기묘묘한 폭포를 선보인다. 사실 응봉폭포보다는 그 위쪽의 이름 없는
폭포가 더 당차다.
데크로드에서 응봉폭포 바라보고 그 아래쪽 계류에 들러 세면한다. 물이 엄청 차갑다. 알탕은 감히 엄두를 내지
못하겠다. 남교리가 가까워지고 계류 암반에는 세면탁족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윽고 남교리탐방지원센터다. 방금
도착했다는 덩달이 님이 그새 반갑다. 산행마감시간은 3시간이 남았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그 긴 시간이 오히려 짧
다. 파전에 1.5리터짜리 생더덕동동주 주문하고, 그 동동주 떨어지니 한 병 더 주문하고, 파전 떨어지니 감자전 주문
하고, 또 동동주 떨어지니 한 병 더 주문한다. 대작하는 잔마다 산정이 가득하다.
버스 타러 가는 길. 북천 십이선녀교 건너며 뒤돌아서 넘어온 산릉을 바라본다. 오늘 산행이 박두진(朴斗鎭,
1916~1998)의 「청산도(靑山道)」다.
“산아, 우뚝 솟은 푸른 산아, 철철철 흐르듯 짙푸른 산아. 숱한 나무들, 무성히 무성히 우거진 산마루에, 금빛 기름진
햇살은 내려오고, 둥둥 산을 넘어, 흰구름 건넌 자리 씻기는 하늘. 사슴도 안 오고 바람도 안 불고, 넘엇골 골짜기서
울어오는 뻐꾸기.
(…)
푸른 산 한나절 구름은 가고, 골 넘어, 골 넘어, 뻐꾸기는 우는데, 눈에 어려 흘러가는 물결 같은 사람 속, 아우성쳐
흘러가는 물결 같은 사람 속에, 난 그리노라. 너만 그리노라. 혼자서 철도 없이 난 너만 그리노라.”
36. 가운데 흰 꽃이 금강애기나리
37. 애기괭이밥
39. 천남성
40. 십이선녀탕 계곡 주변의 신록
42. 복숭아탕
43. 응봉폭포 위쪽 무명폭

첫댓글 역시 설악입니다. 이후에 기나긴 뒤풀이가 왜이리 궁금한 걸까요. 악수님 덕분에 봄 날 끝자락의 다른 설악을 보는군요.
운이 없지 않았지만 설악산은 갈 때마다 안복을 누립니다.^^
어느해던가 귀청 오르며 이 길을 생전에 다시 오를 일이 있을까 생각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 험난한 길을 털진달래 핑계로 다시 찾아갈 수 있기를 기도해봅니다. 참 대단하신 악수님!
털진달래 피는 시기를 특정하기 어렵습니다.
입산통제기간인 5월 15일 이전일 것 같기도 하고요.
내년에는 꼭 찾아가시기를 희망합니다.^^
운해와 어우러진 털진달래가 장관입니다.
비에 젖어 영롱하네요...
6월 중순에는 매발톱나무를 볼 지 모르겠습니다.
귀때기청봉에 6월 중순쯤에는 매발톱나무가 한창 꽃 피울 것 같습니다.
물론 설악산은 갈 때마다 볼거리가 많지만.
운해와 선명한 능선이 날카로운 첨봉 가리봉이 압권입니다. 몇해전 가리봉 정상에서 박하며 본 털진달래가 생각납니다.
가리봉 정상에서 박하며 여명과 일출을 바라보는 광경을 얼추 짐작은 합니다만 궁금합니다.^^
오월말의 서락 산행기 악수님 덕분이 즐감하고 갑니다.
밤새 내리던 비가 멎었습니다.
행운이 아닐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