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천국이 노르웨이라고?
가족이 함께 떠나는 휴가만큼 즐거운 일이 있을까? 하지만 그 달콤함 뒷맛으로 쌉쌀함이 남지요. 떠날 때의 즐거움이 부푼 풍선이라면, 짐 싸들고 돌아올 때의 기분은 뭔가 허전합니다. 귀대 날이 된 휴가군인과 같은 느낌이지요.
동해바다에서 꿀맛 같은 닷새를 보내며 싸인 스트레스를
확 날렸다고 생각을했는데, 아닌 모양입니다. 대관령을 넘는 순간부터 내일 출근해 부대낄 일들로 머리가 무거워지기 시작합니다. 서울이 보이자 아이들도 같은 푸념을 합니다.
휴가철 차량이 몰린 고속도로에서 가다 서다를 반복하다가 슬그머니 짜증이 납니다. 그러다 옛 기억을 들추게 되었습니다. ‘만약 우리가 천국에 산다면 행복할 수 있을까’ 꽤 오래된 어느 해 여름휴가 때 읽은 책입니다. 오슬로대학의
에릭센 교수가 쓴 글입니다.
나는 행복한가? 저자는 휴가에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스스로 자문하며 두툼한 글 뭉치를 풀어갑니다. 돈이나 질병으로 고통 받지 않는데도 비행기 유리창에 비친 낯빛이 우울합니다.
구름아래 고층빌딩 숲에 들어가 아침부터 밤까지 롤러코스터처럼 이어질 일상을 생각하니 숨이 막혀옵니다.
금세기 들어 주목 받아온 학문이 ‘행복학’ 입니다. 과거 어느 때 보다 삶은 풍요로워 졌는데, 사람들은 왜 불만을 쏟아낼까? 이를 위해 무수한 인문서와 처세서가 꼬리를 물고 나왔습니다. 긍정심리학이란 열풍도 거세게 불었지요.
인구 80만 명에 국민소득 2천 달러에 불과한 작은 나라 부탄이 행복지수 ’세계1위’ 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인류가 주목했습니다. 행복학 연구에 화두를 안긴 셈이지요. 부탄의 행복지수1위는 어떻게 가능했을까...
세계에서 지상천국을 따지자면 노르웨이 정도가 아닐까요? 나라가 부유하고 안전하며 평등하다고 하니까요. 이 책은 천국 같은 노르웨이에 살면서 스스로 행복하냐고 질문을 던집니다. 답변이 놀랍습니다. ‘행복하지 않다’ 네요.
“풍요롭기만 한 삶이 지루해 못 견디는 사람이 늘고, 우울증과 자살충동은 늘어나고, 물질적인 것에만 관심이 쏠려 허무감이 만연하다.”는 것입니다.
지상천국 노르웨이가 그렇다면 우리가 사는 이곳은 지옥이란 말인가요? 저자의 연구대상이 중산층의 삶을 사는 노르웨이 대다수 국민을 표본으로 했다는데서 고개가 갸우뚱해집니다.
그렇다면 물질만능 사회에서 삶의 만족감을 높이려면? 무엇을 버리고 또 무엇을 가져야 할까요?
어쩌면 영화 ‘시티 오브 조이’ 가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를 보여줍니다. 가난과 폭력에 찌든 도시 콜카타에서 가족부양을 위해 목에 워낭을 단 소처럼 인력거를 끄는 하사리. 수술대에서 한 소녀를 살리지 못하고 콜카타로 날아온 미국인 의사 맥스. 여기에 진료소장 조안이 합세해 빈민굴을 사람 사는 곳으로 만들고자 온갖 역경과 맞서 싸웁니다.
하사리와 맥스가 나눈 말에 귀를 기울이게 됩니다.
“맥스, 사는 게 왜 이리 힘들까요?”
“그래서 기쁨이 더 커지는 게 아닐까?”
그렇습니다. 역경을 이겨낸 만큼 기쁨과 행복감은 커지는 것일 테니까요. 가난하지만 수다를 떨 친구가 많은 소말리아 여자와 부자이지만 매일 혼밥을 먹는 노르웨이 남자. 누가 더 행복할까? 저자는 방대한 작업 끝에 행복에 이르는 길을 찾아냅니다.
‘더 높이, 더 빨리, 더 강하게’ 사느라고 잃어버린 ‘느린 시간’을 되찾자고 제안합니다. 그것이 진짜 행복을 찾는 길이라고 말입니다.
글 이관순
첫댓글 성남님
잘보았습니다
사느라 잃어버린 시간들ᆢ
이제는
자신을 위한 진짜 행복을 찾아야겠어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