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병사 올렉산드르 부드코(26)는 주변의 폭탄이 터졌을 때 파묻혀 있었다가 구조됐는데 끔찍한 통증을 일으킨 두 다리를 결국 절단해야 했다. 지난 2022년 8월 우크라이나 북동부 하르키우 지역을 방어하는 임무를 수행하다 벌어진 일이었다.
2년이 흐른 지금, 그는 리얼리티 예능 쇼의 스타가 돼 복수의 여성들이 그의 공감을 얻기 위해 싸움을 벌이고 있다고 영국 BBC가 24일(현지시간) 전했다. 미국 시리즈물 '디 바첼러'(미혼남)의 우크라이나 버전 광고를 보면 말끔하게 차려 입은 올렉산드르가 꽃들을 흐뭇하게 쳐다본다. 나중에 그는 군에서 겪은 피로에 대한 질문들에 답한 뒤 피트니스센터에서 웨이트 훈련을 하는 모습이 나온다.
그는 BBC 여기자 디아나 쿠리슈코와 장미 정원에서 얘기를 나누는데 군 전역자에서 하루 아침에 유명인으로 탈바꿈해 가장 바쁜 한 주를 보내 지칠 정도였다고 털어놓았다.
올렉산드르는 지난 1월 여자친구와 결별했다며 이 쇼를 통해 짝을 찾길 바란다고 말한다. 하지만 "수백만이 쳐다보는" 앞에서 짝을 고르는 것이 어려운 일일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가 쇼 출연을 결심한 것은 결코 낭만적이지 않은 이유 때문이다. 그는 우크라이나 장애인들이 직면하는 어려움을 사람들이 깨닫게 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그의 말이다. “이 쇼는 수백만 명이 시청한다. 그래서 그들의 전망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엄청난 기회를 제공한다.”
나아가 그는 다친 전역자는 “아웃사이더가 아니라 좋은 삶을 누리는 완벽한 사회 구성원"이라며 “내 사례는 전쟁 전보다 더 나아졌고, 다치기 전보다 더 나은 삶"이라고 말했다.
올렉산드르는 전날 밤에도 뮤직비디오를 찍었다고 했다. 자신의 삶이 항상 이렇지는 않았다고 했다. 러시아가 전면 침공하기 몇 년 전 그는 그래픽 디자인을 공부하며 키이우의 레스토랑에서 바리스타로 일하고 있었다.
그의 삶은 2년 전에 송두리째 바뀌었다. 이 나라의 수많은 남자들이 그런 것처럼 군에 입대한 것이었다. 그는 러시아군이 진격하는 최전선, 러시아군에 점령된 이지움 근처에서 주둔하고 있었다. 그 도시는 러시아군이 동쪽에서 오는 병사들을 공급하는 주요 허브로 이용하고 있었다. 올렉산드르가 중상을 입은 한 달 뒤쯤 우크라이나군에 그 도시는 해방됐다.
"지구가 날 덮치는 느낌을 받았다. 다리들에 극심한 통증을 느꼈고 곧 다리들을 절단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끔찍한 통증 때문에 비명을 질러댔고 사람들이 자신의 소리를 들으라고 악다구니를 썼다."
전우들이 살아 있었고, 그들이 흙을 파헤쳐 자신을 끄집어내려 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들은 응급 처치를 했다. "난 부상 순간에 다리들을 잃었구나 하는 것을 이해했다. 내가 통증을 느낀 뒤 2~3초가 지났을 때였다.”
올렉산드르는 목숨을 건졌지만 이지움의 많은 것들은 폐허 속에 남겨졌다. 당시 당국은 이 도시 근처 무덤에서 400구 이상의 시신을 찾아냈다고 밝혔다.
지난한 회복 과정을 겪은 뒤 올렉산드르는 6개월 안에 의족을 차고 걸을 수 있었다. “의족이 없었을 때는 휠체어로 주변을 돌아다녀야 했다. 난 키이우가 수도인데도 휠체어 이용자들에게 얼마나 접근하기 어렵고 적당하지 않은지 알게 됐다. 역사 지구에서는 어디로든 갈 수가 없다. 스스로는 도로도 건널 수 없으며 도처에 계단이라 어떤 건물 안에도 들어갈 수 없다.”
전쟁 부상자들을 점점 더 흔히 볼 수 있었다. 전쟁 통에 부상 당한 이들의 숫자를 공식 집계하는 곳은 없지만 대략 무릎 아래를 잃는 사람은 수만 명으로 추산된다.
해서 리얼리티 쇼 'Legs Off'가 기획돼 올렉산드르도 초대 받았는데 우크라이나 도시들을 돌며 장애인들이 어려움을 겪는 모습들을 담았다. 그는 책도 썼고, 인빅투스 게임에 나가 메달들도 땄다. 미국에서 발레 즉흥 공연도 했다. 이 모든 일이 부상 악몽을 털어내고 회복하는 과정에 도움이 됐다.
그는 이제 우크라이나에서 너무 유명해져 '더 바첼러'의 새 시즌에 그가 캐스팅 돼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는 소식에 응모 포탈이 다운되는 소동까지 벌어졌다. 제작진은 희망의 상징으로 그를 캐스팅했다고 설명했다. 올 하반기에 방송을 내보낼 예정인 STB 스튜디오의 나탈리아 프란축은 "절단 장애인인도 올렉산드르는 자전거를 타고 차를 몰며 산을 오른다. 그는 인생을 모든 것을 다해 살고 있다"면서 "만약 텔레비전이 리얼리티를 담는 것이라면, 어느 누가 지금 '더 바첼러'의 스타 노릇을 더 잘할 수 있겠는가? 그 말고 어느 누가 전쟁 중인 이 나라에서 더 맞춤이겠는가?” 되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