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을 할 때에도 애매한 것을 정해주는 ‘애정남’이 있었으면 좋겠다. 코팅의 윤기가 사라졌을 뿐 겉보기에는 멀쩡한데 코팅 프라이팬을 그냥 사용해도 될까? 아니면 교체해야 할까? 에디터 정현숙 | 포토그래퍼 신현국
워킹맘이지만 살림은 그럭저럭 남들 하는 만큼은 하고 여자치고는 전자제품에 관심도 많은 편이라 자부했던 에디터에게 생긴 일이다. 구입한 지 1년6개월 정도 된 전기압력밥솥의 취사 버튼을 누르고 다른 일을 보고 있었다. 우연히 발견한 밥솥은 압력추가 아닌 뚜껑과 몸통의 연결 부위에서 김이 새고 있는 것 아닌가.
이후 서비스센터를 찾아 알게 된 원인은 바로 압력패킹. 사용 방법이나 취사 횟수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전기나 일반 압력밥솥 모두 실리콘으로 만든 압력패킹의 교체주기가 1~3년이라는 것이다. 무상 A/S 기간이 지나 압력패킹 가격과 서비스비 포함 2만5천원이나 들었다. 서비스센터 직원이 덧붙여 하는 말, '원래 압력패킹 교체주기는 1년입니다. 제품설명서에도 나와 있는걸요. 앞으로도 정기적으로 교체하는 것이 좋습니다. 온라인 쇼핑몰이나 직영매장에서 압력패킹을 판매하니 교체시기가 되면 압력패킹만 구입해서 직접 교체하면 훨씬 저렴합니다.'
프라이팬은 식힌 후 세척
이후 먹을거리가 아닌 주방용품의 사용기간에 대한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살펴본 것은 코팅 프라이팬. 테팔의 최신 코팅 기술을 적용한 ‘인텐시움 3D’ 코팅 프라이팬의 사용기한은 4년이다. 정상적인 사용 시, 열이나 마모 충격을 테스트한 결과이다. 양념이 많은 한식 요리의 특성을 감안하면 그 이하의 사용기한이 적당하다고 보면 된다. 코팅 프라이팬을 사용할 때는 반드시 나무나 실리콘 재질의 도구를 사용해야 코팅을 해치지 않고 새것처럼 오래 사용할 수 있다.
코팅은 열 충격에도 약한데, 200℃의 열에는 코팅력이 약해지기 마련이니 불 조절에 주의를 해야 한다. 먼저 2분 정도 예열한 후 중간 불이나 약한 불로 조리하는 습관을 가지는 것이 좋다. 또한 방금 사용해 뜨거운 코팅 프라이팬을 갑자기 차가운 물로 식히는 것은 코팅의 수명을 단축시키는 지름길. 팬이 어느 정도 식으면 오염물을 키친타월로 닦은 후 설거지를 한다. 코팅은 염분에도 약하다. 요리하고 남은 음식을 프라이팬에 둔 채 데워 먹길 여러 차례 반복하는 경우가 있는데, 남아 있는 기름기나 소금기, 자극적인 조미료 등은 계속되는 열처리 때문에 굳어지고 팬의 부식을 가속화하는 상황을 만들게 된다. 조리 후 남은 음식은 꼭 다른 용기에 옮겨 담아놓자.
도마는 두 개를 번갈아 사용
모든 식재료를 다듬을 때 사용하는 도마는 위생의 최전선에 있다. 도마는 재질도 다양할뿐더러 재질에 따라 정해진 사용기한은 없지만 특히 나무 도마는 자잘한 칼집이 많이 나 있는 경우엔 과감히 버리자. 칼집의 미세한 틈새는 세척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도마를 오래 사용하려면 두 개를 번갈아 사용하거나 시트를 2개 이상 가지고 과일이나 야채, 육류와 어패류로 구분해 도마와 시트를 구분해 사용한다. 나무 수저나 조리도구도 코팅이 벗겨지거나 색이 바래지기 시작하면 물기가 스며들기 때문에 세균 번식의 우려가 있다. 플라스틱 밀폐용기와 뒤지개 등도 마찬가지. 투명도가 떨어졌거나 흠집이 나 있는 제품 역시 수명이 다한 것이니 아까워하지 말고 버린다. 마른 식재료를 보관할 때 자주 사용하는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나 생수를 담는 페트병도 재활용은 금물. 뜨거운 물을 담지 않아도 일정 기간이 지나면 유해 화학물질이 식품으로 녹아 나온다.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만들기 위해서는 좋은 식재료 선택뿐 아니라 주방용품 선택과 관리에도 신중을 기해야 한다. 바닥이 부식되거나 그을음이 묻어 있는 주방용품을 사용하는 것은 음식에 유해 성분을 고스란히 넣는 것과 다를 바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방용품은 구입만큼 관리가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