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지막이 일어나 브런치 먹으러 가자 했는데 평소처럼 잠이 깨었다
눈이 얼마나 왔을까 내려다보니 밤새 꽤 내렸는지 아직 바퀴자국이 선명하지 않다
어제 읽던 책 덮어두고 들어간 그대로 있기에 조금 읽다 보니 남편도 짠딸도 일어나 거실로 나온다
어젯밤 서치해둔 브런치카페 세 곳 중 월랑에 있는 '파보네' 로 정하고 폴폴 내리는 눈을 맞으며 찾아 나섰다
늘 새로운 곳에 가 보고 싶은 건 어쩔 수 없다
시내를 벗어나니 제법 쌓인 눈의 정취가 포근하다
어제 글에서 언급했 듯 눈은 시골에 잘 어울린다
이 카페 파보네 입구가 아주 멋지다
열대식물로 가득한 입구
마치 태국의 어딘가를 뚝 떼어다 놓은 듯
열대과일이 주렁주렁 열려있다
파파야와 바나나 그리고 자몽 오렌지까지 열려있어 남국의 정취를 느끼게 해 준다
자몽이 조명등과 구분이 잘 안 되네
열대과일을 이렇게 길러 열매를 맺게 하려면 얼마나 정성을 들여야 가능할까
아보카도가 듬뿍 들어간 샐러드가 아주 푸짐하다
맛보다 멋이다
갈레트는 파리의 튈르리 정원 테라스음식점에서 먹어보고 단번에 반했던 음식이다
짠딸이 메밀이 들어간 음식이라며 주문해 줬는데 친근한 맛에 만족감이 높았던 추억의 음식이다
루꼴라를 얹은 갈레트 얼른 먹어봐야지
재미로 깨뜨려 먹는 포춘쿠기도 준비해 준 센스
하나씩 가져다 톡하고 깨뜨리기
새해 덕담을 포춘쿠키로 확인하니 기분이 좋네요
월랑 저수지가 보이는 테라스가 어주 멋져요
테라스 테이블엔 대형 백설기가 놓여있고
의자엔 폭신한 방석이 깔려있다
밤새 눈이 많이 내리긴 했다
오늘도 하루종일 내렸다
여긴 날씨 좋을 때 꼭 다시 와 보고 싶은 카페로 정했다
아니 자주 오게 될 것 같다
브런치가 좀 과했는지 배가 많이 부르다
그냥 들어가기 뭔가 아쉬워 신발을 갈아 신고 모자 달린 패딩으로 중 무장하고 아파트 뒷산길을 걸어보기로 한다
눈 내린 산길 걸어보긴 정말 오랜만이야
제법 뽀드득뽀드득 소리가 정겹다
봄의 전령사 매화꽃이 벌써 이렇게 탐스럽게 피었나?
이 나무는 실제 매화나무다
봄 산책길에 이제나 저제나 봉오리 터뜨리는 순간을 애타게 기다리게 하는 매화나무
눈을 붙이고 서 있는 나무들이 참 재미있다
거대한 붓으로 하얀 물감을 듬뿍 묻혀 덧칠해 놓은 풍경화 같다
집에서 나올 때 짠딸이 오리 만드는 기구를 가지고 나오길래
창피하니까 너 나 모른 척하거라 했는데
짠! 하고 만들어 놓으니
올려놓고 기념촬영을 해주는 나는 또 뭐지?
귀여우니까 봐줘야지
오랜만에 눈길을 걸어보는 기쁨
설 명절을 이렇게 보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