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쓸 만한 것이 있다기에 내 거하는 여수에서 쓰려고 부산에 가기위해 차를 몰았다.
비는 좀 빡세게 내리지만 전날 11시 47분 28초에 에 만나기로 전화로 약조를 하였기에 나는 가야 했다.
나는 좀 특이한 구석이 있어서 보통은 10시 아니면 10시 반 이렇게 약속시간을 정하지만, 나는 10시12분25초 아니면 10시 48분 59초 이렇게 시간약속을 한다, 뭐 다른 뜻이 있어서는 아니고 그냥 재미있어서 이다.
가기로 한 부산시청까지는 진주서 한 시간 반이면 충분하기에 느긋하게 나선 것인데 이는 나의 아주 잘못된 착각이었다.
고속도로에 들어서서 문산 터널을 지나자 고양이 오줌처럼 찔끔 거리던 비는 갑작스레 폭우로 변했다.
뿌연 앞은 제대로 보이지도 않고 80킬로로 속도를 낮추어도 낡은 내 차는 미친 지랄병 환자처럼 마구 춤을 추며 갔다.
양옆으로 또는 앞뒤로 껄떡거리며 제 멋대로 나아갔다.
부리나케 제동을 걸어 보지만 제동 또한 들을 턱이 없다.
겁쟁이인 나와는 달리 그래도 남들은 잘도 나아갔다.
내가 100킬로로 달려도 씽씽 대며 추월을 하니 저들은 무슨 빗길 특수면허라도 있나 보았다.
남강휴게소를 지나며 비는 양동이로 퍼붓듯 더 세게 쏟아졌다.
앞이 안 보일 정도여서 일반도로 같으면 어디 피안이라도 했을 탠데 고속도로는 어쩔 수 없어 가고 또 가야 했다.
속도를 확 낮추어 60킬로로 달리자. 뒤에 바싹 달라붙던 대형화물차가 벌건 불을 껐다 켰다 하며 기차화통 삶아먹은 소리를 냈다.
그 뒤를 줄줄이 포진하고 있는 버스며 트럭들이 응원사격을 보내듯 호랑이 불을 비쳐댔다.
저리 겁이 나면 집에나 있지 왜 도로엔 나와 체증을 불러일으키나 고 내게 욕을 해대는 건 안 봐도 뻔하였다.
그러나 2차선이라 내차는 더 이상 비킬 곳이 없다.
“에이 나라고 못 갈까?”
홧김에 뭐 한다고 앞차의 꽁무니만 보고 나는 가속페달에 힘을 주었다.
그러고 한참을 달리던 내 눈에 앞차의 제동 등이 마구 춤을 추는 게 들어왔다.
어떤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제동을 걸었지만 빗길이라 차가 미끄러지고 있는 것이 분명 했다.
당황하여 비상등도 켜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냥 따라온 내 차와의 거리는 약 50미터.
받치지 않으려면 나도 같이 제동을 걸어야 했다.
당연히 브레이크 페달을 힘껏 밟았다.
이런,
차는 주행할 때보다 더 빨리 앞으로 나아갔다.
그런데 물위에 붕 떠서 배처럼 나아갔다.
앞머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앞차 쪽으로 자꾸 자꾸 나아갔다.
“쿠쿵, 찍.”
세차게 퍼붓는 빗소리 속에서도 내 앞차가 또 다른 앞차를 추돌하는,
그래서 생긴 파열음이 생생하게 내 귀에 들려왔다.
그래도 내차는 멈추지 아니했다.
이미 앞 범퍼와 보닛이 찌그러진 채 대각선으로 길을 막고 있는,
내 앞차의 사람이 타고 있는 옆 문짝을 향하여 내차는 돌진을 하고 있었다.
머리털이 곤두서고 얼굴에 핏기가 싹 가셔졌다.
그러며 내 힘으론 정지 할 수 없는 일이기에,
“오 하나님 차 좀 세워 주세요.”
아주 짧은 순간에 나는 핸들에 머리를 처박고 기도를 드렸다.
찻길에 물이 고이면 제동을 걸어도 타이어가 물위에 뜨기 때문에 미끌림 현상이 생겨 원하는 대로 차가 서주지 않는다. 우리는 이런 현상을 잘도 알면서도 비오면 감속을 하지 않고 그냥 평소처럼 운전을 해댄다.
나 역시 안전운전 요령을 지키지 않아 큰 대가를 치를 기막힌 순간이었다.
내차가 미끄러지며 오는 걸 본 앞차의 탑승자들이 문을 열고 탈출을 시도하고 있었다.
그대로 나아가면 그 사람들 내차에 다 받힐 건 불을 보듯 뻔했다.
“에라 안 되겠다.”
이미 건 목숨, 나는 브레이크 페달에서 발을 떼며 가속페달을 힘껏 밟았다.
차는 움찔 움찔 두어 번 하더니 방개 춤추듯 꼬리를 세차게 흔들며 왼쪽으로 감아쥔 핸들을 따라 휙, 방향이 1차선으로 바뀌어 졌다.
중앙분리대를 받을 듯 대어들던 내 차는 다시 우측으로 감아쥔 핸들을 따라 휘청 이더니 가까스로 제 길로 들어섰다.
그러며 사고차량을 종이 한 장 사이로 비껴나갔다.
“휴우.”
가슴을 쓸어내리며 룸미러를 보니, 내 뒤를 따르던 고급세단이 역시나 횡으로 돌진하며 앞차를 들이받았다.
다행이 그때는 사람들은 차에서 내려 갓길로 피신한 상태였다.
혹시나 다친 사람이 있어 내가 필요로 하지 않을까 싶었지만,
비는 줄기차게 내리고, 또 내 차는 5중 추돌 사고가난 현장을 한참이나 떨어져 나왔고,
뒤에 꼬리를 문 차량은 수도 없이 많아 그냥 내 갈 길로만 나는 나아갔다.
오후 내 보도방송을 들었지만 그 사고 방송은 나오지 않았다.
아마 사람이 다치진 않았나 보다.
아니면 날마다 발생하는 수많은 교통사고의 조그만 부분에 지나지 않아 방송에 잡히지 않았는지 모른다.
여러분 빗길 감속운전 합시다.
고물 컴퓨터 하나 얻으려다 까딱하면 진짜 까딱할 번했습니다.
첫댓글 큰일 날뻔 하셨내요 . 저도 사고나 봤지만 에고 ~~ 생각만 해도 머리에 쥐나요 . 안전운전 하세요 ^^*~
아이구 무서바라 안전운전 합시다 .
가슴 조마조마 하면 서 읽었어요.........처음 읽을덴 낄낄대고 읽다가........다행임니다 안다쳐서..
빗길운전은 정말 조심해야 합니다 가슴을 조이면서 읽었네요 ...ㅎㅎ
큰일 날뻔 하셨는데 다행이네여...그런데 컴터는 받아 오셨나여?.^^*
많이 놀랐겠습니다~~ 다치지 않아 다행이네요~~~ 오늘도 곧 비가내릴것 같은데~~ 안전운전하시길 바랍니다~~
아이구 읽으면서두 숨막혔습니다 ㅎㅎ 중계방송 하시듯 사고 현장을 이리 표현하시다니...컴퓨터는 잘 가져오신거죠?
에구~ 컴터를 택배로 보내주라고 하시지않구....증말 큰일날뻔하셨습니다.글을 읽으며 제가 간이 조마조마~ 심장이 콩닥콩닥~ 기도를 들어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려요~^^
십년감수 하셨네요. 비오는 날은 안 움직이는 게 상책입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