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타운의 대반전 4억 빌려도 이자는 8700만원이다.
한국경제, 오세성 기자, 2022. 11. 7.
폐지 수순을 밟는 신혼희망타운이 경기도 성남시 주요 택지지구에서 마지막 입주자를 모집한다. 그동안 신혼 희망타운은 주택 크기가 전용 60㎡이하로 좁은 편이고, 수익을 공유해야 한다는 점 때문에 수요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정부가 내달부터 신혼희망타운을 청년 공공분양 주택으로 흡수한다고 밝힌 것도 미달의 이유였다. 하지만 최근 금리가 상승하면서 1.3% 고정금리를 내세운 신혼희망타운이 마지막에는 수요자들의 호응을 얻을지 관심이 쏠린다.
11월 7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따르면 성남판교대장 신혼희망타운 청약 접수가 이날 시작된다. 성남판교대장 신혼희망타운은 전용 55㎡ 두 가지 타입으로 총 749가구가 공급된다. 분양가는 전용 55.98㎡가 평균 5억6445만원, 전용 55.97㎡가 평균 5968만원이다. 입주는 2024년 9월로 예정됐다.
LH는 이달 판교 대장에 이어 이달 중 성남 복정1지구 A2 블록 258가구와 A3 블록 210가구 입주자 모집공고를 낼 예정이다. 내달 중으로는 성남 위례 A2-7 블록 440가구 모집 공고가 계획되어 있다. 이들 1657가구는 본청약이 아직 이뤄지지 않은 사전청약 물량을 제외하면 마지막으로 공급되는 신혼희망타운이 될 전망이다.
1. 수요자 외면받던 신희타, 금리 상승에 경쟁력 생겼다.
신혼희망타운은 혼인 7년 이내 또는 6세 이하의 자녀를 둔 신혼부부에게 공급하는 주택이다. 분양가가 3억700만원이 넘으면 '수익 공유형 모기지' 가입 의무가 있다. 이 상품은 연 1.3% 고정금리로 집값의 70%(4억원)까지 대출해주는 대신 매각할 때 대출 기간과 자녀 수에 따라 시세차익의 최대 50%까지 주택도시기금으로 환수한다.
전용 46㎡와 전용 55㎡를 주력으로 공급돼 자녀와 함께 살기엔 면적이 다소 좁다는 점과 함께 수익공유형 모기지는 그간 신혼희망타운 청약을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로 작용해왔다. 자녀가 어릴 때는 좁은 집을 감수하고 살더라도, 자녀가 성장해 큰 집으로 옮기려면 수익공유로 인해 새집을 구하기 어려워진다는 우려였다.
하지만 최근 금리가 오르면서 신혼희망타운의 수익 공유형 모기지에 대한 평가도 바뀌고 있다. 수익 공유형 모기지로 4억원을 대출받고 30년간 원리금 균등 방식으로 상환할 때 발생하는 이자는 약 8327만원에 그친다. 매달 상환액은 134만원에 그친다. 대출 상환이 끝나면 수익 환수가 이뤄지는데, 자녀 둘을 낳고 19년을 보유했다면 환수 비율은 10%까지 줄어든다.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미국 중앙은행(Fed)이 기준금리를 거듭 인상하면서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지난 2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기존 3.00~3.25%에서 3.75~4.00%로 0.75%포인트 인상했다. 미국 기준금리 상단이 연 4%까지 오르면서 국내 주담대 최고금리도 조만간 연 8%를 넘어 9% 선까지 위협받을 전망이다.
2. 4억원 빌려도 이자는 8700만원, 성남서 마지막 공급이다.
연 8% 금리로 4억원을 대출받아 30년간 원리금 균등 방식으로 상환하는 경우 이자는 약 6억5662만원에 달한다. 월 상환액은 290만원을 넘어선다. 동일한 금액을 빌리는 상황에서 신혼희망타운의 수익 공유형 모기지와 비교해 5억7000만원 넘는 이자를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셈이다. 미래 금리 변동에 따라 셈법이 달라질 수 있지만, 현시점에서는 수익 환수를 감안해도 신혼희망타운 모기지가 수요자에게 더 유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한편 신혼희망타운은 폐지 수순을 밟고 있다. 신혼희망타운으로 예정됐던 서울 동작구 본동 수방사 부지 등이 청년원가주택으로 전용됐고, 올해 신규 사업 승인도 나오지 않았다. 새로 추진되는 사업이 없는 만큼 올해 물량이 마지막 신혼희망타운이 되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준금리가 1.0%였던 올해 초만 하더라도 시세차익에 대해 환수까지 하는 신혼희망타운의 매력은 크지 않았다"며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단이 7%를 넘어서면서 환수를 감안하더라도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고 평가했다. 다만 "남은 물량들이 성남시에 2년 이상 거주해야 분양받을 수 있다는 점이나 자녀를 둘 이상 키우기에는 여전히 좁다는 점은 한계"라고 지적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기사 내용을 정리하여 게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