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화 신은 고양이의 원본]
1697년에 샤를 페로가 발표한 ‘장화 신은 고양이’는 인간을 도와주는 동물의 이야기로는 가장 잘 알려진 것이다.
그러나 이 이야기보다 전에 또는 이후에 나온 판에서 고양이 푸스는 진짜 사기꾼 역할을 하는 모델이다.
궁핍한 주인을 위해 돈을 벌려고 약삭빠른 고양이는 번쩍거리는 장화를 신고 거짓말, 사기, 협작, 도둑질한다. 이야기가 끝날 때쯤에는 그의 모든 계략이 멋지게 성공하고 독자는 화려하게 차려입은 푸스가 왕실의 사교 모임에 참가하는 것을 보면서 책을 덮는다.
범죄로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을 이 이야기는 보여준다.
이 동화 역시 바실레의 ‘펜타메로네’에 처음 실렸다. 나폴리의 거지가 죽으면서 아들에게 고양이를 남긴다.
아들은 유산이 보잘 것 없다고 투덜대지만, 고양이는 ‘마음만 먹으면 내가 너를 부자로 만들어줄 수 있어’라고 말한다.
페로의 이야기에서처럼 이탈리아 고양이 ‘일 가토 Il Gatto’는 거짓말을 통해 부를 쌓는다.
그는 왕을 속여 공주를 자기 주인과 결혼시키도록 한다.
그는 자기 주인이 엄청난 땅을 살 수 있을 만큼 지참금을 왕이 내놓도록 부추긴다. 페로의 이야기는 여기서 끝난다.
그러나 바실레의 이야기는 그렇지 않다.
고양이 주인은 보답으로 고양이가 죽으면 금으로 된 관에 시체를 보존하겠다고 약속한다.
시험 삼아 고양이 일 가토는 죽은 척한다. 그러나 일 가토의 주인은 자기의 우스꽝스러운 복장과 부도덕한 행위를 비웃는다.
이 외에도 자기 시체를 창밖으로 던져버리려는 주인의 속셈까지 알게 된다. 분노한 일 가토는 벌떡 일어나 집을 뛰쳐나간 후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
이탈리아 이야기와 페로의 동화는 여러 가지 점에서 유사하다. 일 가토가 장화를 신지 않는다는 점과 주인의 땅을 지참금으로 산다는 점만이 다르다.
그러나 민속학자들은 페로가 바실레의 책에 대해 잘 몰랐을 것으로 확신한다.
페로와 바실레의 이야기에 영향을 미쳤을지도 모르는 더 먼저 나온 이탈리아 동화가 있다. 1553년 베네치아에서는 밀라노 근처의 카라바조 출신의 이야기꾼 조반니 프란체스코 스트라파롤라가 ‘즐거운 밤’이라는 책에서 재미있는 고양이 이야기를 발표했다.
두 권짜리 책에 들어 있는 다른 이야기들처럼 ‘열 명의 소녀 입에서’ 나오는 대로 이야기를 적었다고 그는 주장했는데, 세부사항을 제외하고는 페로의 이야기와 매우 비슷하다.
그리고 스트라파롤라의 책은 바실레의 책과 달리 페로가 살던 시대에 프랑스에서 출판되었다.
몇 세기에 걸쳐 여러 나라에서 이 이야기는 어린이들의 책에서 약간 완화된 형태로 나왔다. 악한 고양이는 부자에게 재산을 빼앗아 가난한 이들에게 나눠주는 로빈 훅 같은 장난꾼으로 변화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