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충소기(雕蟲小技)
벌레나 새기는 작은 재주라는 뜻으로, 전서(篆書)를 조각하듯이, 미사여구로 문장을 꾸미는 조그마한 기교로, 학문이나 기술 등을 천하게 여겨 하는 말이다.
雕 : 새길 조(隹/8)
蟲 : 벌레 충(虫/12)
小 : 작을 소(小/0)
技 : 재주 기(扌/4)
출전 : 북사(北史) 外
이 성어는 북사(北史)등 여러 곳에 보이는 데, 삼국연의(三國演義) 第043回에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나온다.
제갈량(諸葛亮)이 오(吳)나라에 가서 손권(孫權)과 동맹을 맺어 조조(曹操)와 대결하고자 했다. 이때 오나라 문신들이 제갈량과 문답을 주고받으며 설전을 벌였다.
이때 한 사람이 큰 소리로 말했다. “공은 큰소리치는 것을 좋아하시는데, 반드시 진실한 실제 학문은 아닌 것 같습니다. 아마 유학자들의 웃음거리가 될 것이오.”
제갈량이 그 사람을 보니 여남(汝南) 사람 정덕주(程德樞)였다.
제갈량이 대답했다. “선비 중에는 군자와 소인의 구별이 있습니다. 군자인 선비는 군주에게 충성하여 나라를 아끼고, 바름을 지키고 사특함을 미워하고,
힘써 은혜를 당대에 퍼지게 하여,
이름을 후세에 남깁니다. 무릇 소인인 선비는 오로지 글귀나 다듬는데 힘을 쏟고, 문장만 전공하여, 청춘에 부(賦)를 짓고, 머리가 백발이 되도록 경전만 추구하여, 붓으로 천 가지 말을 하지만, 가슴속에 실제로는 한 가지 계책도 없습니다. 양웅(揚雄)과 같은 사람은 당대에 문장으로 이름이 높았지만, 몸을 굽혀 왕망(王莽)을 섬기다가 전각(殿閣)에서 투신해 죽으려고 했습니다. 이것이 이른바 소인인 선비입니다. 비록 날마다 부(賦)를 지어 만(萬) 마디를 하지만 이것 또한 어디에 쓰겠습니까?“ 정덕추가 대답을 못했다.
▶️ 雕(독수리 조/새길 조)는 형성문자로 彫(조), 鵰(조), 錭(조)와 동자(同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새 추(隹; 새)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周(주, 조)가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그래서 雕(조)는 ①독수리(수릿과의 새)
②수리(수릿과의 독수리 등의 총칭) ③새기다 ④조각하다 ⑤(옥을)다듬다 ⑥시들다 ⑦쇠(衰)하다 ⑧부화(浮華)하다(실속은 없고 겉만 화려하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독수리 취(鷲)이다. 용례로는 꽃을 조각하여 만든 창문을 조롱(雕櫳), 조각하여 꾸민 용마루를 조맹(雕甍), 조각하여 꾸며 만든 도끼를 조부(雕斧), 새기고 판다는 뜻으로 문장을 아름답게 꾸밈을 이르는 말을 조착(雕鑿), 조잔하고 피폐함을 조폐(雕弊), 금 은 동 붙이 따위로 만든 물건에 무슨 무늬를 새김을 조리(雕螭), 금 은 구리 같은 것으로 만든 물건에 용 무늬를 새기는 일을 조려(雕蠣), 조각한 것이 있는 대들보를 조량(雕粱), 새기어 박음이나 새기어 치장함을 조루(雕鏤), 썩은 나무에 조각한다는 뜻으로 일이 값어치가 없다는 말을 조후(雕朽), 모난 것을 둥글게 하고 복잡한 것을 간단하게 함 또는 가혹한 형벌을 없애고 복잡한 규칙을 고친다는 말을 파고착조(破觚斲雕), 벌레나 새기는 작은 재주라는 뜻으로 전서를 조각하듯이 미사여구로 문장을 꾸미는 조그마한 기교로 학문이나 기술 등을 천하게 여겨 하는 말을 조충소기(雕蟲小技) 등에 쓰인다.
▶️ 蟲(벌레 충, 벌레 훼, 찔 동)은 회의문자로 虫(훼)는 통자(通字), 虫(훼)는 간자(簡字)이다. 벌레 훼(虫; 뱀이 웅크린 모양, 벌레)部를 셋 겹쳐 벌레의 총칭(總稱)으로 한다. 옛 모양은 뱀과 같이 몸이 긴 벌레를 나타낸다. 나중에 벌레 훼(虫)部 하나에, 뱀류 둘, 모든 벌레 셋, 작은 벌레로 나누었으나 지금은 벌레의 총칭(總稱)으로 쓰인다. 그래서 蟲(충, 훼, 동)은 (1)벌레 (2)회충(蛔蟲) 등의 뜻으로 ①벌레, 벌레의 총칭(總稱) ②동물(動物)의 총칭(總稱) ③구더기(파리의 애벌레) ④충해(蟲害: 해충으로 인하여 농작물이 입는 피해) ⑤조충서(鳥蟲書: 서체의 하나) ⑥좀먹다, 벌레 먹다, 그리고 ⓐ벌레(훼) 그리고 ㉠찌다(동) ㉡그을리다(동) ㉢훈제(燻製)하다(동) ㉣찌는 듯이 더운 모양(동)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벌레 먹은 이를 충치(蟲齒), 벌레 우는 소리를 충성(蟲聲), 벌레와 물고기를 충어(蟲魚), 벌레로 인해 입은 농사의 손해를 충해(蟲害), 벌레를 통틀어 이르는 말을 곤충(昆蟲), 사람이나 농작물 따위에 해를 주는 벌레의 총칭을 해충(害蟲), 아직 성충이 되기 전인 애벌레를 유충(幼蟲), 다 자라서 생식 능력이 있는 곤충을 성충(成蟲), 해충들을 없애 버림을 구충(驅蟲), 해로운 벌레를 막음을 방충(防蟲), 벌레나 해충을 죽임을 살충(殺蟲), 직간접으로 사람에게 이로운 벌레를 익충(益蟲), 몸에 털이 있는 벌레를 모충(毛蟲), 농작물을 병들게 하는 벌레를 병충(病蟲), 어떠한 철에만 나왔다가 그 철만 지나면 없어지는 벌레를 후충(候蟲), 겨울에는 벌레이던 것이 여름에는 풀이 된다는 뜻으로 동충하초과의 버섯을 통틀어 이르는 말을 동충하초(冬蟲夏草), 생물이 썩은 뒤에야 벌레가 생긴다는 뜻으로 남을 의심한 뒤에 그를 두고 하는 비방이나 소문을 듣고 믿게 됨을 물부충생(物腐蟲生), 살이 썩어 벌레가 꾄다는 뜻으로 모든 일은 근본이 잘못되면 그 폐해가 계속하여 발생함을 이르는 말을 육부출충(肉腐出蟲), 여름의 벌레는 얼음을 안 믿는다는 뜻으로 견식이 좁음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하충의빙(夏蟲疑氷), 쥐의 간과 벌레의 팔이라는 뜻으로 매우 쓸모없고 하찮은 것을 이르는 말을 서간충비(鼠肝蟲臂), 가죽에 난 좀이 가죽을 먹게 되면 마침내 가죽도 없어지고 좀도 살 수 없게 된다는 뜻으로 형제나 한 집안끼리의 싸움을 이르는 말을 자피생충(自皮生蟲) 등에 쓰인다.
▶️ 小(작을 소)는 ❶회의문자로 한 가운데의 갈고리 궐(亅; 갈고리)部와 나눔을 나타내는 八(팔)을 합(合)하여 물건을 작게 나누다의 뜻을 가진다. 小(소)는 작다와 적다의 두 가지 뜻을 나타냈으나, 나중에 小(소; 작다)와 少(소; 적다)를 구별하여 쓴다. ❷상형문자로 小자는 '작다'나 '어리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小자는 작은 파편이 튀는 모습을 그린 것이기 때문에 '작다'라는 뜻을 갖게 되었다. 고대에는 小자나 少(적을 소)자의 구분이 없었다. 少자도 작은 파편이 튀는 모습을 그린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의 小자는 '작다'로 少자는 '적다'로 뜻이 분리되었다. 그래서 小자가 부수로 쓰일 때도 작은 것과 관련된 뜻을 전달하지만 때로는 모양자 역할만을 하기도 한다. 그래서 小(소)는 크기에 따라 대(大), 중(中), 소(小)로 나눌 경우의 제일(第一) 작은 것의 뜻으로 ①작다 ②적다 ③협소하다, 좁다 ④적다고 여기다, 가볍게 여기다 ⑤삼가다(몸가짐이나 언행을 조심하다), 주의하다 ⑥어리다, 젊다 ⑦시간상으로 짧다 ⑧지위가 낮다 ⑨소인(小人) ⑩첩(妾) ⑪작은 달, 음력(陰曆)에서 그 달이 날수가 30일이 못 되는 달 ⑫겸양(謙讓)의 뜻을 나타내는 접두어 ⑬조금, 적게 ⑭작은, 조그마한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작을 미(微), 가늘 세(細), 가늘 섬(纖),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클 대(大), 클 거(巨)이다. 용례로는 적게 오는 눈을 소설(小雪), 일의 범위가 매우 작음을 소규모(小規模), 작은 수나 얼마 되지 않는 수를 소수(小數), 나이 어린 사람을 소인(小人), 어린 아이를 소아(小兒), 같은 종류의 사물 중에서 작은 규격이나 규모를 소형(小型), 자그마하게 포장한 물건을 소포(小包), 줄여서 작아짐 또는 작게 함을 축소(縮小), 가장 작음을 최소(最小), 공간이 어떤 일을 하기에 좁고 작음을 협소(狹小), 키나 체구가 보통의 경우보다 작음을 왜소(矮小), 아주 매우 작음을 극소(極小), 약하고 작음을 약소(弱小), 너무 작음을 과소(過小), 매우 가볍고 작음을 경소(輕小), 보잘것없이 작음을 비소(卑小), 마음을 조심스럽게 가지어 언행을 삼감을 일컫는 말을 소심근신(小心謹愼), 작은 것을 탐하다가 오히려 큰 것을 잃음을 일컫는 말을 소탐대실(小貪大失), 혈기에서 오는 소인의 용기를 일컫는 말을 소인지용(小人之勇), 작은 나라 적은 백성이라는 뜻으로 노자가 그린 이상 사회 이상 국가를 이르는 말을 소국과민(小國寡民), 큰 차이 없이 거의 같음을 일컫는 말을 소이대동(小異大同), 어진 임금이 나라를 다스리면 소인들은 겉모양만이라도 고쳐 불의한 것을 함부로 하지 못함을 이르는 말을 소인혁면(小人革面), 마음을 조심스럽게 가지어 언행을 삼감을 일컫는 말을 소심근신(小心謹愼), 세심하고 조심성이 많다는 뜻으로 마음이 작고 약하여 작은 일에도 겁을 내는 모양을 일컫는 말을 소심익익(小心翼翼), 조그마한 틈으로 물이 새어들어 배가 가라앉는다는 뜻으로 작은 일을 게을리하면 큰 재앙이 닥치게 됨을 비유하는 말을 소극침주(小隙沈舟), 얼마 안 되는 작은 물 속에 사는 물고기라는 뜻으로 죽음이 눈앞에 닥쳤음을 이르는 말을 소수지어(小水之魚) 등에 쓰인다.
▶️ 技(재주 기)는 형성문자로 伎(기)는 동자(同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재방변(扌=手; 손)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支(지)는 枝(지; 나뭇가지)나 岐(기; 갈림길)와 같이 자잘하게 나누어지는 일, 즉 잔손이 많이 가는 일을 말한다. 그래서 技(기)는 ①재주, 재능(才能), 솜씨 ②재간(才幹) ③능력(能力) ④장인(匠人) ⑤기술(技術) ⑥방술(方術) ⑦짐작하다, 헤아리다 ⑧바르지 못하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재주 량(倆), 재주 재(才), 펼 술(述), 재주 예(藝), 재주 술(術)이다. 용례로는 만들거나 짓거나 하는 재주 또는 솜씨를 기술(技術), 기술적인 능력 또는 재능을 기능(技能), 솜씨가 아주 묘함을 기교(技巧), 전문 기술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을 기사(技師), 기술적인 재간이나 솜씨를 기량(技倆), 기교와 방법을 기법(技法), 기술에 대한 재주를 기예(技藝), 손으로 가공하는 기술을 기공(技工), 아주 능한 재주를 장기(長技), 기술의 낫고 못함을 서로 겨루는 일을 경기(競技), 특별한 기능을 특기(特技), 전문으로 하는 것이 아니고 취미로 하는 기술이나 재간을 여기(餘技), 관객 앞에서 연극이나 영화에서 배우가 베푸는 재주를 연기(演技), 실지로 행하는 기술이나 연기를 실기(實技), 기묘한 기술과 재주를 묘기(妙技), 그 나라 독특한 기예를 국기(國技), 나라와 나라끼리 기업이나 특허나 기술 등을 서로 교환 제휴하는 것을 기술제휴(技術提携), 재주를 다 배우니 눈이 어두움을 기성안혼(技成眼昏), 한 사람이 하나의 기술을 가지는 일을 일인일기(一人一技), 교묘한 기술과 재주가 여러 가지 모양으로 나옴을 묘기백출(妙技百出)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