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4일 대선이후로 이곳 페북에 글을 쓰지 않았으니 3개월 만입니다. 정말 참담하고 안타까운 마음으로 씁니다. 희망을 버리지 않기위해 씁니다.
저는 원래 조국원장(이하 호칭생략)이 정치를 하기 바랬습니다. 그건 단지 그의 명예회복을 위해서나 혹은 윤석열 세력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서가 아니고 조국이라면 새로운 정치를 해서 그동안 제가 꿈꾸어왔던 나라를 만들어 줄 것이라고 믿었기때문입니다. 따라서 2년여전 조국이 저에게 정치를 할 결심을 했으니 도와달라고 할때 저는 1초도 망설이지 않고 돕겠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리셋코리아행동>이라는 모임을 만들어 조국이 나설 수 있는 디딤돌을 만드는데 힘을 보태었습니다. 그리고 신속하게 조국혁신당을 창당하게되었습니다.
창당 후 저는 애써 당과 거리를 두었습니다. 원래부터 저는 정치를 할 생각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제 역할은 이것으로 충분했다고 생각했기때문입니다. 그 후에는 그냥 평당원으로서 당을 응원을 하며 국회의원 선거에 무려 12명이란 국회의원이 당선되는 것을 보며 기뻐하기만 했습니다. 이후 소위 '스타트업 정당'으로 12명의 국회의원들이 선도적으로 윤석열을 끌어내리는 투쟁을 해나가는 모습을 보며 그리고 결국 광화문 광장에서 그들과 함께하며 끝내 윤석열을 끌어내리면서 나도 무언가를 기여했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뿌듯해했을 뿐입니다. 그리고 6월초 이재명 대통령이 당선이 된 후 저는 더이상 정치에는 관심을 가지지 않으려 페이스북을 떠나 있었습니다.
그런데 6월 중순부터 저에게 여러 경로로 우려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4월달부터 들리던 믿지 못할 소문이 설마했지만 점점 더 구체적이고 심각해져가고 있었습니다. 박원순시장님의 죽음을 경험했던 저로서는 이러한 문제는 선도적으로 또한 과할 정도로 피해자 중심적으로 풀어가야한다고 여러 경로를 통해 당 지도부에다가 전달했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안이했고 권위적이었으며 실망스러웠습니다. 결국 제가 조국에게 면회가서 직접 이야기해야겠다고 해서 당을 통해 면회 신청을 여러번 했으나 끝내 거절을 당했습니다. 해서 저는 지난 7월10일 제 생일날 탈당계를 냈습니다. 탈당의 사유에는 '불미스러운 사건의 처리과정에서 당이 더이상 민주적이고 혁신적이지 않아서'라고 썼습니다. 탈당계는 반려되었고 그로부터 일주일 후 7월17일 조국을 면회했습니다. 몇 달만에 유리벽 건너편에 마주 앉은 조국은 제가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지 안다는 듯이 '알고 있다. 당에 대한 장대표의 기대수준이 높다. 내가 나가야 해결이 되고 나가서 해결하겠다.'라는 말만 듣고 돌아 나왔습니다. 그리고 저는 믿고 기다렸습니다.
조국은 출소 후 우선 자신의 사면을 위해 노력해주신 어르신들에 대한 인사를 드리러 지방을 다녀야한다는 이야기에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면서 없었던 기간동안의 여러 이야기를 듣는 것은 중요한 일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출소 후에도 피해자들과 일절 소통이 없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저는 놀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어쩌면 올해 초 그 사건이 생겼을때 당 지도부에서 피해자들에게 진심어린 몇마디 위로의 말이라도 있었다면 이렇게까지 상황이 악화되지 않았을텐데, 조국이 출소를 한지 2주가 넘었음에도 왜 피해자들과 만남이나 전화통화조차 한번 하지 안했다는 것이 저로서도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조국혁신당의 현재의 위기는 '서둘러 당을 만들려고 하다보니' 어쩔 수 없이 '믿을 수 있는 소수의 사람들'과 만든 '스타트업 정당'이라는 태생적 한계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더구나 그 '믿을 수 있는 소수의 사람들'이란 문재인 정부때 조국과 함께 있었던 '민정수석실 사람들'이었고 대체로 변호사나 청와대 행정관 출신이다보니 '법은 알지만 그 밖에는 잘 모르는' 사람들로 구성되어 당의 밑바닥부터 올라오는 민주적인 요구를 받아들이기엔 준비와 자심감이 부족한 사람들로 당이 운영되고 있었기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조국혁신당의 홈페이지에 당원 게시판조차 허용하지 않은 것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사실 창당을 준비하면서 오랜 토론끝에 결정한 당이름은 '시민행동당'이었습니다. '조국의 사당'이라는 불필요한 오해를 피하고 외연을 키우기위해서는 당이름에 '조국'이라는 단어는 사용하지 말자는 의견에 조국도 동의했었기때문입니다. 그런데 그 결정이 어느날 순식간에 바뀌었습니다. 창당을 논의하는 회의에 아이러니하게도 창당에 반대했던 민정수석실 구성원들이 참여하면서 그들은 국회의원 비례의석 표를 얻기 위해서는 당의 이름에 조국이라는 이름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력하게 주장했기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지금도 당의 이름에 조국이란 이름이 없었어도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결국 저는 조국혁신당이라는 이름에 찬성하지 않았지만 앞으로 당을 적극적으로 끌고 갈 그들의 의견대로 이름이 결정되었고 일사천리로 창당과정이 이루어졌습니다.
그런데 창당과정에서 저는 걱정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아무리 스타트업 정당이라하더라도 왜 의사결정을 이런 식으로 하지? 왜 이렇게 관료적이고 권위적이지? 의사결정이 된 사안이 왜 납득할만 설명도 없이 번복되지? 당내에도 전문가들이 많은데 왜 굳이 돈을 주고 외부 도움을 받으려고 하지? 왜 당원들이 온라인에서 토론하는 것을 무서워하지? 등등 저로서는 이해가 안되는 일이 많이 벌어졌고 회사 일에 해외출장이 잦아지면서 당과는 점점 거리를 두게 되었습니다. 그리고나서 생긴 일이 '홈페이지 사건'이었습니다. 제가 관여하지 않았던 일이지만 그래도 개발업체의 대표가 잘 아는 후배라 그냥 모른 척을 할 수 는 없어서 당과 개발업체 중간에서 분쟁을 중재해보려고 했으나 결국 중재할 수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선당후사' 당은 잘못하지 않았다며 당의 편에 섰고 후배 회사로 인해 당에게 피해를 주느니 차라리 제가 대신 비난을 받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결국 그 과정에서 저는 그 후배와 많은 사람들을 잃었습니다. 어리석었지만 그렇게라도해서 소중하게 지키고 키우려고 했던 당입니다.
그런데 그런 저에게 지난 4월 믿기지 않은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저는 '가짜뉴스아냐?' 몇번이나 거듭 물었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당이 잘 해결하리라 믿었습니다. 그런데 계속 들리는 소문은 '당이 은폐하려고 한다.','피해자가 알고보니 2명이 아니다 더 있다.','사건이 노래방에서 벌어졌다.','심야에 술집에서 채용인터뷰를 하다 벌어졌다.'심지어 그후 '2차가해가 조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등 믿지 못할 이야기들이었습니다. 더구나 더욱 경악스러운 소식은 당지도부에서 피해자 혹은 대리인에게 '당은 법적으로 매뉴얼대로 잘 처리했으니 문제가 없다'라는 말을 했다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당의 대표가 추운 겨울에 교도소에 구속되어있는데 술 한잔 먹고 우루루 노래방에 간 것이나 당무가 너무 바빠 시간이 없어서 심야에 술집에서 당직자 채용인터뷰한 것이 법적으로 문제가 있는 일은 아닙니다. 다만 조국혁신이란 이름을 가지고 윤석열을 끌어내리고 검찰개혁을 완수해야할 중차대한 사명을 가진 당에서 보일 수 있는 모습은 절대 아닌 것은 분명합니다.
현재 조국혁신당은 절대절명의 위기입니다. 어쩌면 조국을 포함하여 우리가 그동안 노력해서 만든 소중한 자산을 잃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도 당을 위해서 무언가 해야겠다는 생각에서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
조국이 이 글을 읽게될지 모르겠지만 부탁합니다.
힘들겠지만 용기를 가지십시요. 2년여년 겨울, 정치를 하겠다는 어려운 결심하고 아무 것도 없이 창당을 논의할때처럼 초심으로 돌아가 재창당을 하겠다는 용기를 가지십시요. 지금은 조국혁신당에는 뜻을 함께 하는 17만명의 당원들과 이들의 노력으로 배출한 12명의 소중한 국회의원들이 있습니다.
따라서 우선,
- 현재 당을 위기상황으로 만든 황현선 사무총장과 모든 정무직 당직자는 이러한 상황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하길 바랍니다.
- 최고위원들도 지금의 상황에 대한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합니다. 따라서 최고위원들도 사퇴하고 비상대책위를 꾸리길 바랍니다.
- 전당대회나 내년 지방선거가 급한 것이 아닙니다. 전당대회는 비대위를 통해서 당의 위기가 수습이 되고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한 후 해도 늦지 않습니다. 내년 지방선거는 그 후에 고민합시다.
- 그리고 앞으로 당분간 조국은 미디어에 노출되는 것보다 잠시 쉬면서 시간을 가지시기 바랍니다. 무엇보다 건강을 해칠까 걱정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