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카타르서 6조 수출 계약… “중동 빅3에 106조 시장 만들어”
[중동 세일즈 외교]
韓-카타르 정상회담
카타르를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5일(현지 시간) 카타르 수도 도하의 아미리 디완 왕궁에서 양해각서(MOU) 서명식을 마친 뒤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 카타르 국왕과 대화하고 있다. 양 정상은 이날 정상회담에서 양국 관계를 기존 ‘포괄적 동반자 관계’에서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 격상키로 했다. 도하=뉴시스
카타르를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5일(한국 시간)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 카타르 국왕과의 정상회담에서 양국 관계를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 격상했다. 이와 함께 HD현대중공업과 카타르 국영기업이 총 39억 달러(약 5조2570억 원) 규모의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17척의 건조 계약을 체결하는 등 카타르 국빈 방문을 계기로 양국 간에 46억 달러(약 6조2000억 원) 규모의 계약과 양해각서(MOU) 총 17건(민간 12건)이 체결됐다. LNG 운반선 건조 계약은 단일 계약으로는 한국 조선업계 역대 최대 규모다. 156억 달러 규모의 수출 양해각서를 체결한 이번 사우디 순방 성과까지 포함하면 총 202억 달러(약 27조2200억 원)대의 사업 기회가 새로 열린 것이다.
최상목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은 “지난해 말 사우디아라비아(290억 달러), 올해 아랍에미리트(UAE)의 300억 달러 투자 약속 등을 포함하면 중동 ‘빅3’(사우디, UAE, 카타르)에 진출하려는 기업들에 792억 달러(약 106조8000억 원) 규모의 거대한 운동장이 만들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최 수석은 “기존의 건설, 에너지 중심의 중동 협력이 에너지, 인프라, 수소, 안보 등 복합 다층적 협력으로 진화하는 이른바 ‘중동 2.0’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고 말했다.
● 한-카타르 ‘방산 군수 협력 MOU’ 체결
윤 대통령은 25일 아미리 디완 궁에서 공식 환영식-정상회담, 양해각서 서명식, 국빈 오찬을 했다. 윤 대통령이 탑승한 차량이 입구로 들어서자 기마부대와 낙타부대가 호위하며 차량을 안내했다. 윤 대통령은 타밈 국왕의 영접을 받으며 레드카펫을 따라 의장대를 사열한 후 정상회담장으로 입장했다. 이날 양 정상은 양국의 외교안보 소통 채널을 확충하기로 하고 ‘방산 군수 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에너지, 인프라 사업에도 함께 협력하는 가운데 국방, 방산 협력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는 평가다.
이와 별도로 양국 정상이 자리한 가운데 정부 간 양해각서 5건이 체결됐다. 방문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한-카타르 무역, 투자 촉진 프레임워크’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스마트 건설 인프라 협력을 위한 ‘건설·건축 분야 첨단기술’, 공간 정보 신기술 활용을 위한 ‘국가 공간정보 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카타르가 높은 에너지 의존도에서 벗어나 지식 기반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전환하기 위해 ‘카타르 국가비전 2030’을 2008년 발표한 상황에서 협력 범위가 에너지 안보, 신산업과 인프라 협력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이날 HD현대중공업이 카타르에너지와 39억 달러 규모의 LNG 운반선 17척을 건조하는 계약을 체결한 것도 협력 심화의 상징적 장면으로 평가됐다. HD현대중공업 기준 반년 치 일감이 확보된 셈이다. 최 수석은 “세계 LNG 운반선 수주에서 우리 기업의 점유율도 74%에서 81%로 증가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한국이 전체 LNG 수입량의 21%(973만 t)를 카타르에서 수입하고 있는 가운데 양국은 LNG 운반선 건조, 운영, 유지 보수를 포함한 전후방 산업 전체로 협력 범위를 확대하기로 했다.
한화오션과 삼성중공업도 카타르 측과 약 30척의 가격 협상을 진행 중이라 가시적인 성과가 조만간 추가될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한국 해운업체들이 참여 중인 LNG 운반선 40척의 운영 계약 입찰에도 카타르 국왕의 관심과 지원을 요청했다.
● 대통령실 “중동 2.0 시대, 106조 시장 열려”
대통령실은 사우디와 UAE, 카타르 등 이른바 중동 ‘빅3’로 불리는 주요 국가들에 진출하려는 한국 기업들에 792억 달러 규모의 거대 시장이 열렸다며 한국과 중동의 협력 범위가 다층적으로 확대되는 ‘중동 2.0’ 시대를 강조했다.
‘포스트 오일’ 시대를 준비하는 중동이 한국이 가진 첨단 기술력과 신뢰성에 매력을 느끼고 있는 데다, 한국 역시 변화의 흐름을 읽고 한발 앞서 다가가 새로운 사업 기회를 잡으려는 유인이 맞아떨어지고 있다는 게 대통령실의 평가다.
최 수석은 “한국과 중동 국가가 전기차와 배를 같이 만들며 새로운 산업 지도를 함께 그리는 협력은 과거에는 상상하기조차 어려웠던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순방이 곧 민생 행보”라면서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이 정상 순방 경제사절단에 참여하면 비교가 어려울 정도로 큰 신뢰와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했다.
도하=장관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