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탁구계에 15일 반가운 소식이 날아들었다. 올해 만 15세의 양하은(군포 흥진고 입학 예정)이 이날 끝난 도하 주니어오픈 탁구대회 3관왕(여자 단식·복식·단체)에 올랐다. 양하은은 이달 초 바레인 주니어오픈에서도 2관왕을 차지했다.
대한탁구협회 민병일 과장은 “월반한 학생이 전교 1등을 한 셈”이라며 기뻐했다. 양하은이 카데트(15세 이하)가 아닌 주니어(18세 이하) 부문에서 다관왕에 오른 게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탁구계에서는 양하은의 기세가 과거 현정화(여자대표팀 감독)를 보는 듯하다며 그를 차세대 에이스로 꼽고 있다.
코치이자 어머니 김인순씨(左)가 딸 양하은에게 수비 요령을 설명하고 있다. 김씨는 자신이 이루지 못한 태극마크의 꿈을 딸이 실현해 주길 바라고 있다. [군포=이호형 기자]
양하은이 성장하기까지는 어머니 김인순(43 ·흥진고 코치)씨의 몫이 컸다. 김 코치는 양하은이 여섯 살 때 처음으로 탁구 라켓을 쥐어주고 지금까지 직접 가르치고 있다. 피겨 여왕 김연아(19·고려대 입학 예정)를 키워낸 어머니 박미희씨 못지않게 열성적인 ‘핑퐁맘’이다.
17일 경기도 군포 시민체육광장에서 훈련 중인 이들 모녀를 만났다. 환하게 웃으며 나란히 서 있는 두 사람의 얼굴은 모녀 아니랄까봐 똑같이 닮아 있었다.
◆엄마의 태극마크 꿈=김 코치는 선수 시절 대우증권에서 활약했지만 성인 대표선수가 되지는 못했다. 그는 “현정화·양영자·홍차옥 등 쟁쟁한 선수들에게 밀렸다. 시대를 잘못 타고 났다”고 웃으면서 “내가 이루지 못한 태극마크 꿈을 딸이 이뤘으면 하는 생각에 탁구를 시켰다”고 말했다.
김 코치는 어린 하은이에게 모든 전형을 상대하는 법을 가르치기 위해 직접 훈련 상대로 나섰다. 자신의 전형인 오른손 펜홀더 부터 셰이크핸드,왼손잡이까지 자청해 하루 5시간의 강훈을 시켰다. 그는 “어린 선수는 왼손잡이에게 약하기 때문에 직접 왼손으로 서브를 넣어주고, 탁구대 측면에 서서 왼손잡이처럼 공을 보내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딸에게 수비전형 선수를 상대하는 법을 가르치기 위해 함께 천안의 남자 중학교로 전지훈련을 갔고, ‘독한’ 표정까지 가르쳤다. “극성이 심하다”며 욕도 많이 먹었지만 실력으로 인정받았다. 양하은은 지난해 국가대표 상비군에 뽑혔다.
◆‘탁구의 김연아’가 꿈=양하은은 아직 중국 선수들과 맞붙어 보지 못했다. 세계 최강 중국은 주니어 선수들이 성인 대회에 나가기 때문이다. 오른손 셰이크핸드인 양하은은 한 박자 빠른 백핸드와 노련한 플레이, 큰 키(1m71㎝)를 앞세운 타점 높은 공격으로 국제대회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벽을 넘어서려면 성인이 되기 전까지 한 차원 높은 훈련이 필요하다. 양하은은 “처음 보는 외국 선수를 만나도, 언니들을 상대해도 떨리지 않는데 중국 선수를 만나면 발이 안 움직일 때도 있다”면서 “내년 8월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유스올림픽에서 중국을 넘어 우승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군포 출신인 김연아 이야기가 나오자 눈을 반짝 빛내면서 “군포시 주최 시상식에서 김연아 언니를 본 적이 있다. 나 역시 그렇게 세계 정상에 서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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