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는 경남 합천 출신이고 일찍 돌아가신 그의 아버지는 그곳에서 교편을 잡았으니 촉견폐일(蜀犬吠日)의 깡촌이었지만 그래도 꽤나 개화된 가족이었음은 분명할 터...내가 젊었을 적 그의 집을 찾은 적이 있었는데 친구가 반가이 맞아 뛰어나오며 대뜸 정줏간(부엌의 함경도 버전)에다 대고 "형수! 친구 왔으니 밥 차려줘."라고 소리치는 게 아닌가? 그러자 행주치마에 손을 닦으며 나온 그의 형수가 "대린님, 조금만 기다리서요." 하며 다시 정줏간으로 들어갔다.
친구와 난 같은 갱상도 출신이지만 지역에 따라 예의범절이나 문화양식이 더러 차이가 있긴 하다더만, 나의 경우 형수에게 반말을 하는 건 생전 듣도 보도 못한 일이라 일순 당황할 수밖에 없었으니...우리의 경우 어릴 적부터 형의 아내인 형수에 대한 대접은 오히려 형을 대할 때보다 더 어려웠던 게 사실이었다. 뭐 긴 세월 한 이불 속에서 살아온 형제야 늘 너, 나 하면서 스스럼없이 대하며 지내왔지만, 어느 날 갑자기 우리와 함께 살게 된 형수는 어려운 존재일 수밖에 없었을 터...게다가 형이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무조건 동생들도 존경하고 따라야 하는 게 당연한 일이었다.
경북 지방은 옛 전통이 상대적으로 오래 지속되어 온 터라 내가 어렸을 적 저잣거리에 나가보면 갓 쓰고 하얀 도폿자락 휘저으며 활보하던 태반이었다. 더욱이 유향(儒鄕)의 본산이라 일컬어지는 안동지방의 고리타분한 전통은 아직까지도 그 잔재가 희미하게나마 남아있을 정도인데...경북 지방에서 직계 존속에 해당하는 형수에게 반말을 한다는 건 상상할 수 없는 일인 건 그게 인륜을 저버린 패륜(悖倫) 그 자체라는 의미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이재명 부부는 합세하여 형수에게 갖은 악담에 더하여 저잣거리 건달들도 입에 담지 못하는 'ㅂㅉ'이란 용어를 스스럼없이 내뱉었다는 것이다. 뭐 이 사례 뿐만 아니라 그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나 하는 짓 가운데 진실된 건 눈을 씻고 찾아 봐도 없는 패륜(悖倫)의 전형임은 주지의 사실인데, 저 왕관 비스므레한 의관을 갖춰 입고 무게 잡는 사진을 보면 기가 차고 요절복통할 일이 아닌가?
우스갯소린진 모르겠지만, 상황에 맞춰 아버지를 달리 설명하다 보니 종국에는 이재명의 아버지가 열 한 명이나 된다는 이야기도 있던데...생전 듣도 보도 못한 뭐 성관계사(性關係史) 전공자로 자처하면서 '이황은 성관계 지존'이라 단언한 김준혁은 굳이 먼 데서 사례 찾지 말고 이황 선생과 같은 지역 출신인 잡범 이재명을 먼저 연구해 봄이 어떠할른지...
안동의 유림(儒林)도 웃기는 게, 뭐 대통령 출마에 즈음한 신고 의식이라고는 하나 천하의 패륜아(悖倫兒)의 몸뚱이에다 화려한 의관을 차려 입히고 설레발치는 꼬라지를 보이다니... 말이야 삼강오륜을 들먹이며 젠 체하지만 하는 짓은 저 따위 코미디극에나 조연(助演)으로 출연하였다네. 하긴 뭐 생쥐를 빼다 박은 듯 닮은 유citizen이란 자도 안동 출신의 거물 유학자 서애 유성룡의 직계 13대손이라던데, 믿거나 말거나...뿐인가? 우리나라의 근대 민중사를 손금 훑듯 훤하게 꿰뚫어 낸 서사적(敍事的) 소설『혼불)』(매안, 2009.)의 작가 최명희 선생은 가짜 서류 만들어 범죄자 딱지 이마에 처억 갖다 붙인 최강욱의 당고모라니, 이 역시 믿거나 말거나...
에공! 오늘 또 이야그가 어쩌다 길을 잃고 이데올로기 쪽으로 빠져 버렸구만 그랴. 우리의 포청천 병일군이 "언능 그 요사스런 글 내리지 못할까!" 하는 벽력같은 야단 들을까 심히 저어스럽긴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