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연수 보고서- 방명순 간호사]
노인요양시설 선진지 견학 연수를 통한 사회복지 서비스의 효율성 증진을 위하여 화천원광보은의집 직원 4명은 국장님과 함께 독일시설 연수길에 올랐다. 2013년 3월 26일 부터 4월 2일까지 7박8일 동안 독일 퀼른지역에 있는 원불교 퀼른교당에 짐을 풀고 세 군데의 노인복지 요양원 방문과 문화체험 활동을 하였다.
3월26일 새벽 4시30분 춘천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출발하여 07시에 인천공항에 도착하였다. 10시55분 인천에서 영국으로 출발하여 런던의 히드로 공항을 거쳐 저녁 7:30 독일 뒤셀도르프 국제공항에 도착하였다. 영국은 한국보다 9시간 늦은 시간차가 나며 독일은 한국보다 8시간 늦은 시간차가 난다. 영국까지는 10시간 비행을 했음에도, 영국에 도착하니 겨우 오후 2시였다. 영국 공항내에서 다시 국제선으로 환승하여 독일 뒤셀도르프공항에 도착했다.
입국수속을 마치고 나오니 원불교 퀼른교당 이명희 교무님과 이원조 교무님께서 마중을 나오셨다. 뒤셀도르프 국제공항에서 퀼른까지 이동하는 도로에 마침 음력 보름인지라 보름달이 계속 우리를 따라왔다. 한국보다 높은 위도와 관계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보름달이 무척 크게 보였다. 핸드폰에는 신기하게 자동으로 한국시간과 독일시간이 나란히 나타나는데 직항 항공료가 비싼 까닭에 영국 경유하여 독일로 다시 돌아오니 꼬박 24시간이 걸려서 독일 퀼른 교당에 도착하였다.
3월27일 첫 번째 시설 방문으로 적십자사에서 지원하고 개신교 시설에서 운영하는 에판 겔리쉬 노인복지 요양원을 견학했다. 유치원, 청소년시설, 주간보호, 요양병원 등 건물은 달리하여도 통합형으로 한곳에 있는 시설이었다. 시설의 사회복지사로부터 시설의 운영에 관한 설명을 들은 후 시설 라운딩을 했다. 이곳은 우울증과 치매 어르신이 입소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바로 옆 건물에 360병상 정도의 요양병원 운영이 따로 되고 있었으므로 중증정도의 어르신은 병원에서 보살핌을 받는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중증정도의 어르신은 볼 수가 없었다. 요양병원과 요양시설과의 역할정립이 잘되어 보여 어르신들 캐어의 질 향상에 도움이 되며, 질병예방, 치료, 재활 등 요양병원과의 연계는 우리도 배울점 이란 생각이 든다.
이곳은 입소 어르신이 약 200명 정도로 우울증과 치매어르신이 12명 단위로 가족처럼 생활하는 유니트로 되어있다. 방치되지 않게 프로그램 운영하는 것을 중요시하고 있으며, 자원봉사자들과 케이크 만들기, 바느질하기 다리미질하기 등 집과 같은 분위기를 중요시 한다고 한다. 우리시설에서는 자원봉사자의 대부분을 목욕이나 청소 등으로 대체하고 있는데 우리시설에서도 목욕과 청소이외 자원봉사자를 이용한 대체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어르신이나 자원봉사자들로 하여금 또 다른 만족을 얻게 했으면 하는 바람이 들었다.
이 시설에서는 치매로 폭력성이 나오더라도 억제하거나 억압하는 일은 없으며 치매로 옷이 입기 싫어 안 입었을 때에도 그 자체 그대로 수용한다고 한다. 이곳이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건물외벽의 대부분이 유리로 되어 있다는 점이다. 건물외벽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유리벽은 충분한 햇빛을 제공하고 있었으며, 밖의 풍경을 고스란히 보여주어 답답한 일상을 벗어날 수 있게 해주는 듯 했다. 햇빛은 호르몬의 증가나 감소를 유발시켜 인체리듬을 정상화시켜주고 멜라토닌을 생성해 밤에 잠이 잘 오게 만들며 숙면을 취하는 데에도 도움을 준다. 실제로 햇빛을 많이 받으면 평온감이나 위로감을 느끼며 정서 특히 우울감에 도움이 된다. 우리는 흐린 날씨가 지속되다 햇빛이 맑은 날씨가 되면 기분이 저절로 좋아지는 경험들을 했을 것이다. 우리시설에서도 중정을 이용하여 최대한 햇빛 쬐기를 많이 하는 프로그램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세탁물 관리는 외부업체에서 세탁 후 반입하며 영양이나 주거생활 등의 수준이 우리나라의 유료 실버타운정도에 해당되어 보였는데, 이곳에서 한 달 요양시설 입소료는 약 300만원정도로 노후 연금의 대부분을 요양비로 지출하고 있다고 한다. 독일에서는 요양비가 비싸 재가서비스를 적극 권장하는 체계라고 한다.
두 번째 시설로 독일 적십자사에서 운영하는 귀퍼피어트 시설을 견학했다.
입소어르신의 치료와 케어를 위해 월풀, 코지체어등 생활설비가 잘 준비되어 있었다. 월풀이란 치료차원에서 스파를 하는동안 컴퓨터로 음악이 나오고, 천장에는 신비스런 불빛이 나오는 목욕통인데 몸의 근육이완 및 정서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코지체어는 인체공학적으로 생긴 모양에 털로 감싸있는 의자로 앉아 있으면 잠이 스르르 올 것 같은 의자였다. 우리시설에서 추운겨울 외진 나갈 때 휠체어에 앉는 대신 털 의자를 사용하면 따뜻하면서도 편안한 외진에 도움이 될 것 같이 보였다. 이 시설의 가장 큰 장점은 모든 배회로가 스테이션과 통하게 되어있어 치매 어르신들이 배회때 관리가 효율적이라는 점이다. 어르신들이 모여 쉴 수 있는 방이 있었는데 그 방에는 유모차에 인형이 놓여 있었다. 추억을 일깨우는 것은 무엇이든 정신적, 육체적 건강을 유지하는데 도움을 주는 것인것 같다.
세 번째 시설로 엔가기에르테 플라게 리베볼레 베르조르공 (사랑이 충만한 보살핌)이란 시설을 견학했다. 96명 입소정원에 48명이 1인실이며 나머지는 2인실이다. 독일의 요양원은 거의 1인실로 되어있으며 정부방침으로 2인실에서 1인실로 점차 바뀌고 있다고 한다.
이곳은 96명 정원에 20명이 타민족이며 이중 10명이 터어키 이주민으로 다민족, 다문화 시설이다. 다문화시설에서는 입소자를 위해 언어, 문화, 종교, 음식 등 많은 점들을 배려하고 있었다. 독어를 못하는 입소자를 위해 여러 언어 사용자가 근무하고 있었으며, 터키의 이슬람교도를 위해 1주일에 1회 이슬람 성직자가 와서 시설에 마련된 이슬람사원에서 목회를 보는일 등이다. 앞으로 20~30년 후에 한국의 다문화 가정의 시설입소자를 위해 특히 우리나라 노인복지 관계자들이 배워야 할 점이 많은 시설이라는 생각이 든다.
특이한 점은 손톱관리를 위해 관리사가 따로 있었는데, 손톱에 드리는 정성이 우리의 정서와 다르기는 하지만 우리시설에도 손톱담당자가 따로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설에 계시는 어르신중 뇌졸중 어르신은 대부분 혈액순환을 원활히 하는 약물복용을 한다. 손발톱을 잘못 깍아 살점이 뜯기면 약물복용의 부작용으로 피가 안멈춰 응고되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리며 또한 당뇨 어르신의 발톱은 당뇨발등 더 많은 부작용을 동반하기 때문이다.
1층에는 카페테리아가 있어 유료로 간단한 다과와 음료를 즐길수 있는 공간이 있다. 3층에는 지역사회 모임을 위해 다용도실을 개방한다고 한다. 마침 부활절주간이라 자원봉사자들이 시설 입소자를 위해 선물을 준비하여 게임을 즐기고 있었다. 입소자, 직원, 봉사자(지역사회주민)가 삼위일체가 되는 것이 독일 노인복지의 핵심인듯 싶었다.
연수를 마치고 돌아보니 독일은 요양시설의 전문적인 서비스를 위해 노력하며, 입소자의 선택이 존중되는 케어시스템 등 사회복지 선두주자의 산실 역활을 제대로 하는듯 보인다. 우리나라도 2011년 시설평가 결과를 일반에 공개하여 급여의 질 향상을 하는 등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예전에는 대가족이 함께 살며 노인과 아이를 돌봤지만 지금은 사회가 그 역할을 나눠서 하고 있다. 노부모를 둔 나같은 여성이 마음 편하게 일할 수 있도록 노인복지가 지금보다 더 좋아지게 사회가 모두 노력해야 겠다.
우리가 독일에 도착한 3월26일은 3월의 마지막주 일요일에 시작되는 썸머타임 시작 주간과 3월29~4월1일 부활절연휴가 겹치는, 유럽에서는 노동자의 휴식이 철저히 보장되는 휴가기간 이었다. 3월 마지막주 일요일 새벽 2시를 3시로 앞당기면서 한국과 독일의 시차가 8시간에서 7시간으로 준다. 썸머타임 해제는 10월 마지막주 일요일 새벽 3시를 2시로 시계를 되돌리면서 되돌아온다. 우리나라에서도 88 올림픽 때 2년 정도 썸머 타임제를 시행한 적이 있었다. 독일 여행에서 피곤과 추위에 쩔어 매일 밤 골아 떨어지기 일쑤 였는데 이날은 이제 여행에 어느정도 단련이 되었었고 그래서 이날밤 여행의 끝자락에서 한밤중에 맥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던 시간이라, 우리나라에서 썸머타임제를 실시하던 20대이던 그때의 기억이 떠오르며 아련한 추억 빠지기도 했었다.
라인강변을 따라 하이델베르크를 향해 세 시간 정도의 기차여행을 했다. 기차나 지하철에서 독일 애들은 부모가 동행함에도 하나같이 본인보다 큰 짐 가방을 메거나 끌고 다녔다. 독일 국민성의 한 부분을 볼 수 있었으며, 오냐오냐 키우는 나의 자녀 양육방식에도 반성의 계기가 되었다.
요즘은 힐링이 대세다.
숲과 동네가 시작되는 입구에 있는 퀼른 교당에서의 7박8일은 힐링 그 자체였다. 선요가 프로그램에 참여했고, 독일인과 함께하는 선 프로그램은 내가 이방인인지, 원불교 교당에서 선요가를 하는 독일인이 이방인인지, 본질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해주었다. 언젠가 왔었던거 같은 착각, 했었던가 같은 착각, 데자뷰를 느긋이 즐기며 윤회도 다시 생각해보았다.
퀼른 대성당의 화려한 스테인드글라스와 끝없던 첨탑, 하이델베르크성에서 내려다보던 네카강, 중세도시와 철학자의길, 라인강변을 따라 건너편 능선에 펼쳐졌던 포도밭과 고성들을 뒤로하며, 많은 것들을 보고 느끼게 해준 원장님, 국장님, 이명희 교무님. 이원조 교무님, 마리타님 모두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