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풍회(지랄이 풍년인 모임)를 마치고/안성환/241229
67년 지기 5인방 부부 모임이 지난 9월 영남의 알프스산맥 기슭에 이어 이번에는 부산 황령산중턱에서 갑진년을 마무리했다. 초기 계획은 수영만에서 요트 선상 파티를 즐기며 야경 드론쇼를 감상하기로 하였다. 하지만 날씨는 만만찮았다. 영하의 날씨에 파도까지 우리를 거부했다. 신께서 나이에 어울리게 유희를 즐기라는 명령으로 보고 모두 숙소로 모였다. 평생 처음 해보는 마니토 게임, 12월생을 위한 생일파티, 아름다운 친구상 수여, 모두가 그랜드모먼트유스호텔의 잊지 못할 추억이었다.
육십하고 칠을 더한 나이 동안 함께 마음을 공유해 왔으니 우리는 그냥 사이가 아니고 영혼의 메아리를 주고받을 수 있는 사이다. 눈빛으로 서로를 읽는 사이, 그래서 자주 보다 가끔 만난다. 너무 자주 만나게 되면 서로 간에 그 무게를 축적할 시간적인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멀리 떨어져 있으면서도 영혼은 함께 공감하고 있다. 그래서 늘 만날 때마다 기다려지는 그리움과 설렘이 그림자처럼 따른다.
좋은 친구를 만나는 데는 반드시 한 가지 조건이 있다. 그것은 먼저 나 자신이 좋은 친구감이 되어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인간은 성향이 닮은 사람끼리 어울려 놀기 때문에 준비되어 있지 않으면 나 스스로 다가갈 용기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옛사람들은 그 사람을 보려면 그 친구들을 보라고 하지 않았던가. 우리는 이름 석 자 존재만으로 그 가치를 모두 가지고 있었다.
숙소에서 상용이 친구의 기타 소리에 가사를 놓쳐가면서도 흥겹게 부르는 노래는 서로에게 정을 주기 위해 정을 다듬고 만드는 과정이었다. 그리워하고 잊지 못하는 것은 내가 그 사람에게 정을 주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이란 야무지게 들면 버리려 해도 쉽게 버려지지 않는다. 백발이 성성하고 맑은 눈이 침침해지고 밝은 귀가 어두워지더라도 우리의 정신만은 늙지 말고 우아하고 곱게 나이 들었으면 좋겠다.
친구들아~ 새해에도 마음먹은 만큼 행복해지고 기대한 만큼 이루어지길 바란다. 그리고 사랑과 정이 넘치는 우리들의 이야기로 오래오래 남길 간절히 바란다.
이번 행사에 기획과 연출은 정말 일품이다. 모두 센스쟁이 오영애여사의 깔끔하고 참신한 아이디에 깜짝 놀라고 많이 배웠다. 진심으로 수고하셨고 고맙다.
2024년 12월 30일 늦은 밤에 성아니 쓴다.
※ 지풍회(祉豊會)란?
발췌: 한동대교수 김두식의 ‘지랄 총량의 법칙’에서 착안
뜻: 지랄이 풍년인 모임
의미: 그동안 열심히 살아 왔으니 이제는 가끔씩 속세를 떠나 아무 속박 없이 마구 법석을 떨며 분별없이 살아 보자는 뜻. 공자의 윤리를 따르는 삶도 좋지만 인간의 본심으로 돌아가 마구 지랄을 떨며 사는 인생도 진정한 삶의 참맛이 있다는 의미.
한자어로 풀이: ‘하늘에서 내려주는 복이 풍성한 모임’이란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