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군에서 사망한 사고로 말들이 많더군요.
군이란 존재...
대한민국에서는 참 애증의 대상이지요.
전시상태인 우리나라의 특성상 군대가 존재하지 않을 수도 없고...
군이란 집단에서 개인의 자유나 권리가 어느 정도 제한되는 것 또한 사실이죠.
위암...
어디서 검사가 이루어졌는 지 모르겠는데...
사단의무대 정도라면 위암을 발견했을 리는 없다고 봐도 될 거 같고...
아마 국군병원급으로 후송을 갔었나보지요.
위내시경을 해야 확진을 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과연 우리 군에서 사병들에 대해 내시경 검사까지 가능할 지는 저도 솔직히 의문입니다.
외진시간이 정해진 군대의 특성상 하루 환자가 몇 시간에 몰리고...
그 와중에 내과군의관이 얼마나 정성을 다해 병사를 치료할 수 있을런지도 모르겠네요.
군대라는 데가 젊은이들만 오다 보니...
설마 암일 거라는 생각은 거의 안하게 되는 탓도 있겠지요.
기본적으로 오진에 관한 문제인데...
사실 군이 아닌 일반 사회의 병원에서도 오진은 늘상 일어나는 일이고...
그 확률 또한 생각보다는 높은 걸로 압니다.
암튼 이번 사건은 정말 유감입니다.
그리고 제발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군 의무시설에 대해 투자를 해주시기를 정책당국에 바랍니다.
애꿎은 군의관들 좀 다른 일에 닥달하지 말고...
정말 무엇이 우선이고 중요한 일인 지 재고해주기를 희망합니다.
다음부터 쓰게 될 이야기는 군의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물론 저도 군의관으로 생활했고...
육군의 장교로서 나름대로 도움이 되려고 노력했기에...
제 경험에 빗대어 글을 써보려고 합니다.
군의 의무시설에 대해 잘 모르시는 일반인들이 많고...
또 그에 따라 억측만이 난무할 뿐이라...
지난 추억을 회상해볼 겸...
예전 기억을 더듬어보겠습니다.
저도 과거에 군의 장교로서...
전역후에도 군에 관련한 기밀사항에 대해서는 발설하지 않기로 서약한 몸이고...
혹시 이게 군법에 어긋나거나 보안에 위배되는 일이라면 더 이상 쓰지 않을 것이니...
필요하다면 언제라도 제제를 해주십시오.
군의관...
물론 장교로 군의 기간이지만...
"군인이기 이전에 의사"입니다.
그들을 군인으로 보기 시작하면 그들은 군인으로 살게 됩니다.
의사가 군인이 되면 생각이 바뀌죠.
획일성이 강조되는 군에서 개인적 소신과 양심에 따른 진료는 사실상 어려워집니다.
사회에서의 이러한 시각과는 달리...
군대 내에서 이들의 위치는 애매합니다.
하지만 분명히 그들은 군인입니다.
군 지휘관들은 군의관은 "의사이기 이전에 군인"이라고 말하죠.
물론 의사인 이들이 군인으로 생활하는 게 쉽지는 않습니다.
사사건건 군문화와 충돌이 일어나죠.
지휘관은 치료 잘하는 의사보다는 일처리 잘하는 휘하 장교를 더 좋아합니다.
진료에 열성적인 의사보다는 의무병 잘 다스리는 의무중대장을 더 선호하죠.
그러면서...
처음에 입대해서 훈련받으면서 가졌던 그런 사명감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시간이 지나면서 군 조직에 적응해버리는 나를 발견한답니다.
그러면서...
차츰 군인이 되어갑니다.
군의관은 엄청 편하다고들 합니다.
물론 특정 지역에서나 일반적인 기준으로 본다면 편한 자리입니다.
하지만 대대군의관들 중에서는 고생 많이 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군인이 되어버린 군의관은 제법 편하게 세상을 삽니다.
군대 문화에서 장교가 가지는 특권들이 있으니...
짬밥 좀 먹어서 이런 걸 잘 이용해먹으면 군생활 편해집니다.
근데 의사로서의 마음가짐을 가진 군의관은 살기 어렵습니다.
난 의사니까 이래서는 안되는데...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이 전투부대에서는 사치죠.
저도 전방 전투사단에서의 2년 동안 무슨 생각으로 살았는 지 모르겠습니다.
처음 1년 동안은 너무 한심해서 그저 빨리 나와야겠다는 생각 뿐이었던 거 같습니다.
뭐가 있어야 말이죠...
아니.. 교정전문의사인 내가 군에서 할 게 있어야 말이죠.
저도 군이 그 정도일 거라고는 몰랐거든요.
나름대로는 내 기술로 뭔가 군에 도움이 되려고 하는 거였는데...
내가 배치된 곳은 사단의무대였고...
여기서 필요한 건 그냥 치과의사지 교정의사는 아니었으니까요...
그 때부터 나는 다시 일반치과의사가 되었습니다.
대학병원 인턴 레지던트 시절에는 손에 잡지도 않았던 고속절삭용 핸드피스에...
근관치료용 파일...
수술용 메스...
봉합사와 니들홀더...
아말감...
사실 그런 치료들은 대학시절에나 했지...
병원수련할 때는 전공이 아니기 때문에 전혀 하지 않는 거거든요. ^^;
그리고 매일 반복되는 군대 회의들...
사단 치과반장의 보직을 맡은 나였지만...
일상적인 부대회의에서 내가 전문적으로 발언할 내용이나 기회는 별로 없었습니다.
사단의무대에서 치과반장이란 별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죠.
원칙적으로 사단 치과반장이면 사단장에게 사단 병력의 구강관리에 대해 보고할 수 있어야 하는 참모직이지만...
사단장(소장) 휘하 부사단장(대령) 휘하 인사참모(중령) 휘하 의무근무대장(소령) 휘하 의무중대장(대위) 휘하 치과반장...
이런 편제로는 어짜피 의견이 올라가지도 못할 거였죠.
아무도 사단 병력의 구강관리에 관심을 가져주는 이는 없었던 것 같고...
나중에는 사단장이 나를 알기는 아나 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첫댓글 젊은 사람들은 암세포가 더 빨리 퍼진다고 하던데..고인이 되신 노모씨 외에도 제대후 위암 말기로 고생하시는 분들이 제법 많더라구요..어찌나 마음이 아프던지요...정말 군의관의 위치와 군병원의 상태가 이렇게 열악한겁니까?! 다음 글 엄청 기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