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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크마의 부활은 가능한가
● 그리스 1년물 국채 81% 기록 : 드라크마 체제 복귀 논란 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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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1년물 국채 81% 기록 : 드라크마 체제 복귀 논란 가중
“어떤 여자가 열 드라크마가 있는데 하나를 잃으면 등불을 켜고 집을 쓸며 찾아내기까지 부지런히 찾지 아니하겠느냐. 또 찾아낸즉 벗과 이웃을 불러 모으고 말하되 나와 함께 즐기자 잃은 드라크마를 찾아내었노라 하리라(누가복음 15:8-10)”
기독교 신자들에게 잃어버린 드라크마 비유는 상당히 유명하다.
어두운 세상에서 괴로워하는 죄인들을 구원키 위해 예수님이 늘 그들을 찾아 헤메고 있다는 의미로 설교 말씀에 자주 등장하는 소재다.
드라크마(Drachma)는 기원전 5세기에 주조된 그리스 은화로 역사상 최초의 기축통화이기도 하다.
한 드라크마는 노동자의 하루 품삯이었고 유대인들은 결혼할 때 남자가 여자에게 드라크마 10개를 꿰어 머리에 둘러주는 풍습이 있었다.
BC 1세기 로마제국의 등장으로 사라졌다 그리스가 터키에서 독립한 후 1833년에 재도입됐다.
최근 그리스의 부채상환 능력에 대한 의구심이 점증, 유로존 탈퇴와 드라크마 체제 복귀 가능성이 다시금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리스 국채 금리는 9월 5일 오후 11시 현재 1년물 81.1%, 2년물은 49.8%, 10년물은 18.8%를 기록중이다.
드라크마 체제 복귀는 가능한가 : 리스본 조약과 현실적 장애물들
그리스가 드라크마 체제로 복귀해야 한다는 주장은 수 차례 제기되었다.
유로화의 가치 붕괴를 막고, 그리스는 통화가치 평가절하로 수출과 관광산업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논리다.
일부 외신에 따르면 그리스가 비공개로 유로존 수뇌부에 탈퇴 의사를 밝혔고 일부 로펌에 유로존 탈퇴의 법적 타당성을 문의했다는 루머까지 돌았다.
“그리스는 기존 통화인 드라크마를 채택하고 유로존은 그리스를 빼고 가는 편이 나을 것. 다른 회원국과의 생산성 격차가 너무 커서 통화절하 없이 자립적으로 경제 회복을 도모하기 힘들어”
- 2011년 6월 23일, 독일 기독교사회당(CSU) 경제정책 담당 대변인 게오르그 뉘슬라인
영국과 그린랜드가 1975년, 1985년에 EEC(European Economic Community)에서 탈퇴한 전적이 있긴 하지만 아직까지 EU 체제 하에서 탈퇴한 국가는 없었다.
그러나 유로존 탈퇴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유로존 탈퇴에 관한 명확한 규정은 없으나 EU 헌법인 리스본 조약(Treaty of Lisbon)은 탈퇴가 모든 EU 회원국의 권리이며 유로존 탈퇴를 원하는 회원국은 유럽 이사회에 취지를 알린 뒤 관련 협정을 체결해 탈퇴할 수 있다고 명기하고 있다.
1. 모든 회원국들은 각 회원국의 헌법 규정에 따라 EU에서 탈퇴를 결정할 수 있다
(Any Member State may decide to withdraw from the Union in accordance with its own constitutional requirements).
2. 탈퇴를 결정한 회원국은 유럽이사회에 알려야 하며 가이드라인에 따라 향후 절차 등을 의논한다
(A Member State which decides to withdraw shall notify the European Council of its intention. In the light of the guidelines provided by the European Council, the Union shall negotiate and conclude an agreement with that State, setting out the arrangements for its withdrawal, taking account of the framework for its future relationship with the Union. That agreement shall be negotiated in accordance with Article 218(3) of the Treaty on the Functioning of the European Union. It shall be concluded on behalf of the Union by the Council, acting by a qualified majority, after obtaining the consent of the European Parliament).
그러나 유로존 탈퇴에는 몇 가지 심각한 장애물이 존재한다.
첫째, 뱅크런(Bank-run) 가능성이다.
그리스가 드라크마 체제로 복귀한다는 것은 그리스 내 모든 자산의 가치가 일시에 50% 정도 절하된다는 의미다.
민간인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예금을 인출하여 해외로 돌리고 싶어할 것이다. 때문에 은행 파산을 막기위해 자산 동결 조치 등이 필수적으로 따라간다.
실제로 지난 6월 테오도로스 판갈로스 그리스 부총리는 그리스가 유로화를 포기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주장했다.
그는 “드라크마화로 돌아가는 것은 그 다음 날 은행들이 겁에 질려 돈을 찾으려는 사람들에 둘러싸인다는 것이다. 경찰로는 부족해 군대가 탱크로 이들을 에워싸야 할 것이다. 도처에서 폭동이 일어날 것이며, 이는 유럽 경제 전체에도 재앙”이라고 강조했다.
둘째, 그리스의 국채는 대부분 유로화로 발행됐기 때문에 드라크마화로 복귀하는 동시에 국가 부채 규모는 두 배가 된다.
지금도 빚 갚는데 허덕이는데 부채가 2배로 늘어난다고 하면 말할 것도 없다.
부분적 디폴트(selective default) 선언과 채무재조정(restructuring)이 불가피하다.
그리스 국채를 보유한 은행권의 대손 상각액은 2배가 되고 반드시 증자(recapitalization) 이슈가 따라온다.
셋째, 제도적 준비가 선행되어야 한다.
새로운 화폐 발행 및 유통을 위한 제도 마련이 필요하고 지금까지 ECB가 도맡았던 금리정책과 환율정책도 다시 그리스 중앙은행이 도맡아야 한다.
넷째, 자금조달 루트가 차단될 가능성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지금까지는 재정불량국이긴 했지만 유로 회원국이라는 대전제 아래 국채가 원활히 소화됐다.
그러나 유로존에서 탈퇴한다면 사정이 다르다.
현재 그리스 국가신용등급(CC)으로는 국채 소화가 어려울 수 있다. 이 경우 IMF 등의 구제금융 지원이 필수적으로 뒤따라야 한다.
이러한 장애물들로 인해 그리스의 유로화 탈퇴는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결정이다.
때문에 ECB와 EU, IMF는 어떻게든 그리스를 탈퇴시키지 않는 선에서 해결 방법을 모색하려고 노력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리스를 탈퇴시키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어려워
그러나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
그리스를 탈퇴시키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더더욱 어려운 상황이 되고 있다.
첫째, 그리스 은행의 국내 예금잔고는 이미 2010년 이후 20%나 감소했다.
은행과 정부를 믿지 못하는 민간인들은 예금을 빼서 해외로 돌리거나 현찰 혹은 현물로 보유하기 시작한 것이다. 완만한 속도지만 분명 뱅크런은 발생하고 있다.
둘째, 최종적인 해결책으로 여겨졌던 유로본드(Eurobond) 발행도 난관에 봉착했다.
국제 신용평가사 S&P가 유로본드 발행시 유로존에서 가장 취약한 국가(즉, 그리스)와 똑같은 신용등급을 부여할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기 때문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크래머 S&P 이사는 지난 3일 오스트리아의 한 포럼에서 ‘유로본드는 연방 주정부들이 협력해 각자의 몫만큼 보증하는 독일의 점보본드와 비슷한 구조’라면서
‘만약 이같은 구조라면 그 답은 간단하다. 독일이 27%를 보증하고 프랑스와 그리스가 각각 20%, 2%를 보증하면 그 신용등급은 그리스와 같은 'CC'가 될 것’ 이라고 말했다.
또한 ‘유로본드 구조가 달라질 가능성도 있지만 EU와 논의하지 않아 아직 아는 게 없다’면서 ‘구조 설계를 돕거나 자문하는 것은 우리의 업무가 아니며 이해관계 충돌을 막기 위해 이런 일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셋째, 이런 와중에 유럽 은행들의 자금 조달 루트는 매우 빠르게 경색되고 있다.
유로를 보유한 주체들의 달러 차입 비용을 나타내는 유로-달러 베이시스 스왑은 08년 이후 최대로 벌어졌고 EUR libor-OIS 스프레드는 재차 확대되고 있다.
이런 분위기라면 시장은 오는 8일 ECB 통화정책회의에 대한 기대감을 가질 수 밖에 없으나 역시 한계는 있다.
이탈리아도 긴축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일면서 ECB의 국채 매입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트리셰 총재는 “ECB는 정부를 대신할 수 없다”면서 매우 소극적인 입장이다.
지난 4일 독일 메클렌부르크 주의회 선거에서 메르켈이 이끄는 기독교민주당(CDU)이 또 한 번 참패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EU 내 최대 지분을 행사하는 독일의 국민이 그리스를 돕는 것을 원치 않고 있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9월 29일 EFSF 기능 확대 승인도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선택을 강요하는 시장 : 가장 중요한 것은 은행 시스템 구하기
시장은 모종의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
그리스를 내보내던지, 적극적으로 껴안던지 둘 중 하나를 빨리 선택하라고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8월의 아수라장에서도 꿋꿋하게 버티던 유로/달러가 최근 1.41달러 수준까지 급격하게 하락한 것은 이 때문으로 판단한다.
은행권 자금경색 상황이 심각해지고 있어 지체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은행 시스템을 구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물론 시간을 벌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14일에 그리스와 ECB, EU, IMF 실사단의 협상이 재개되는지 여부가 중요하다.
그러나 이 난관은 종국적으로 그리스를 내보내던지, 적극적으로 껴안던지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해야 해결이 나는 문제다.
은행 시스템을 구하려면 금융시장 내 신뢰가 회복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신뢰가 회복되는 것은 간단하다.
‘내 돈을 갚을 수 있는 좋은 놈(good agent)’과 ‘내 돈을 떼어먹을 가능성이 높은 나쁜 놈(bad agent)’을 구분할 수 있는 기준을 명확하게 만들어주면 된다.
9월 중 시장 상황이 급박하게 전개되면 전개될 수록 유럽은 둘 중 하나의 선택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시장의 변동성이 낮아지고 트레이딩(trading)을 할 수 있는 구간이 만들어지는 것은 그 이후라고 본다.
자료출처 : 한국투자증권/맥파워의 황금DNA탐색기
첫댓글 음........
안좋은 소식만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