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메이 디셈버>
1. ‘메이(5월) 디셈버(12월)’은 나이 차이가 심한 커플을 비유적으로 부르는 말이다. 계절의 차이를 통해 사람들에게 존재할 수 있는 간격을 나타내는 표현일 것이다. 영화 <메이 디셈버>는 과거 36세의 여교사가 13세 중학생과의 불륜을 통해 감옥에 가고, 그곳에서 출산한 사건의 후일담을 추적한다. 두 사람은 여성의 출옥 후 결혼하였고 세 아이를 자녀로 두게 된다. 20년이 훨씬 지난 시점, 이 사건은 영화로 제작되기로 결정되었고 여교사 역을 맡게 된 여배우는 부부의 삶을 이해하고 그것을 영화 속에 투영할 목적으로 그들을 방문하면서 영화는 시작된다.
2. 영화 초반 부부의 삶은 안정되고 평화롭게 보인다. 두 사람의 관계는 좋고 한 아이는 대학에 진학했고 두 아이 모두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있다. 주변 이웃과도 잘 어울리며 평범하지만 안정된 모습을 연출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여배우가 과거 사건과 관련된 사람들과 만나고 남성에 대한 질문을 던지면서 두 사람의 관계와 관련된 자연스럽지 못한 모습이 발견되기 시작한다. 특히 어린 시절 결혼하면서 청춘을 빼앗긴 남성의 관점에 혼란이 나타난 것이다. 여배우와 만난 남성은 여성과의 결혼이 자신의 선택이었고 그 여성을 사랑했기때문이라고 말한다. 여성 또한 남성이 어렸지만 오히려 자신보다도 이성관계가 많았고 자신을 리드했다고 상황을 설명한다. 그런 상황에서 두 아이의 고등학교 졸업이 다가온다.
3. 무언가 아슬아슬하게 진행되던 사람들과의 관계는 영화 후반 극적인 형식으로 밝혀진다. 남성은 20년이 훨씬 지난 시점에서 아내에게 그들의 사랑의 의미를 다시금 질문한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차가운 반응이었으며 그에 대한 질책이었다. 그것은 결코 자신의 유혹 때문에 일어난 일이 아니라는 것을 정당화하기 위한 행동이었다. 그렇지만 하나둘 벌어지는 일들은 그것이 여성의 압도적인 지배에 의해 벌어졌다는 점을 보여준다. 여성의 지배욕은 남성 뿐 아니라 다른 아이들에게도 여전히 강력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여배우는 그녀의 성격과 이 사건의 성격을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영화 마지막 사건을 재현하는 장면에서 그것은 명확하게 표현된다. 아이를 안심시키면서 강력하게 자신의 유혹 속으로 끌어들이는 장면인 것이다.
4. 영화는 오래된 사건에 대해 각자가 가지고 있는 기억의 문제이기도 하며, 인간의 관계를 지배하는 권력의 문제이기도 하다. 여성은 과거의 불륜사건에서 자신의 잘못이라는 프레임을 철저하게 제거하려고 시도한다. 그것은 결코 유혹이 아니라 두 사람의 로맨스에 따른 결과라는 점을 끊임없이 강조하고 증명하려고 하는 것이다. 남성 또한 그러한 관계를 인정하고 있었지만 진행되는 과정 속에서 그것은 두 사람 사이에 작동하는 권력작용의 결과였음이 드러나는 것이다. 여성은 남성을 지배했고 남성을 종속시켰으며 자신의 뜻대로 조정하였던 것이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남성은 폐쇄된 세계 속에서 외부에 대한 어떤 자유도 포기한채 청춘의 아름다움을 빼앗겼던 것이다. 영화 후반 남성은 오랫동안 기르던 ‘나비’를 멀리 자연 속으로 보내준다. 두 아이의 졸업식 장면과 집에서 떠나 사회 속으로 독립되어 나가는 모습을 아련하게 바라보기도 한다. 그것은 표면적으로는 안정되고 좋아보였지만 내면적으로는 파괴된 한 사람의 이야기일 수도 있다. 남성은 ‘이야기’라고 말하는 여배우의 발언에 화를 낸다. 오랫동안 외부의 시선에 의해 농락되고 흥미꺼리로 다루어지던 자신의 인생에 대한 분노때문이었을 것이다.
5. 영화 <메이 디셈버>는 36세의 여성과 13세의 남성의 불륜적 사랑 속에 담겨있는 문제를 제기한다. 그들 사이의 관계를 추적하며 그 속에 담겨있는 여성의 강렬한 욕망과 그 욕망을 실현하기 위한 집요한 권력의 표현을 찾아낸다. 결국 두 사람의 관계는 표면적인 안정에도 불구하고 누군가의 삶을 철저하게 박제화시킨 후에 만들어진 위선적인 사랑이자 평화였음이 드러나는 것이다. 실제로도 한동안 지속하던 두 사람의 관계는 결국 이혼으로 끝이 났다고 한다.
첫댓글 - 순간의 감정, 그것이 사랑이라는데....... 도덕과 책임 그리고 새로운 감정 앞에선 다시 낯선 낱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