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일기(11) : 역답사 – 영동 -<추풍령역>
1. ‘추풍령역’, 이름부터 무척 매력적인 이 역은 경부선 역 중에서 가장 높은 고도에 위치에 있다고 한다. 충북과 경북 사이에 있는 추풍령은 많은 노래와 시가에도 등장하는 익숙한 장소이다. 추풍령역에 내리자 역 뒷쪽에 이 지역 대표적인 명소인 ‘급수탑’이 보였다. 천안에서 하루 두 번 운행하는 이 역에는 나를 포함하여 불과 3사람의 승객이 내렸다. 싱싱한 공기의 내음과 함께 높은 산지가 호위하면서 반겨준다.
2. 역사를 나와 ‘급수탑’으로 가려했지만 안내가 보이지 않는다. 역 뒤에 있지만 어느 쪽으로 갈지 알 수 없다. 역 앞에는 2차선의 도로가 양쪽으로 길게 나있다. 한쪽 방향에는 ‘추풍령’을 향하는 표지가 보인다. 역 앞은 특별한 모습이 없다. 몇 개의 식당, 그리고 치안센터가 보인다. 조금 이동하자 ‘추풍령 초등학교’가 나타났다. 최근 초등학교는 벽화로 장식한 하나의 문화공간과 같은 분위기로 조성되고 있다. 제법 큰 규모의 초등학교는 한참 공사 중이었다. 그만큼 수요가 있다는 것인가? 약간은 의심스럽지만, 학교가 커지고 있다는 점은 어떤 의미이든 반가운 일이다. 지금 어디서든 학교는 축소되고 있지 않은가?
3. 길가에는 사람도 없고 우연하게 만난 사람도 한참 통화 중이라 말을 건네기 어렵다. 식당가로 이동하여 주인에게 급수탑 가는 방향을 물었다. 식당 옆에 샛길로 가라한다. 추풍령역의 명소인데 왜 안내표시가 없을까, 궁금해하면서 이동했다. 샛길을 지나자 넓은 공원이 보이고 그 중간에 급수탑이 보인다. 시간의 흔적을 품고 있는 물품은 그 자체로 낭만적인 모습이다. 세월의 쇠퇴 속에서 살아남았기에, 오랜 시간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였기에, 그것은 현재의 위치에 남아있는 것이다. ‘강한 것이 남는 것이 아니라, 남는 것이 강하다’라는 말이 떠올랐다. 급수탑은 미학적인 아름다움보다는 시간의 기억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다.
4. 급수탑 공원은 반대쪽 큰 도로에서는 제법 잘 안내되고 있었다. 넓은 출입문이 있고, 주차장도 마련되어 있었다. 이곳은 차를 타고 오는 사람들에게만 개방된 장소라는 것인가? 아무리 이용자가 적더라도 기차 이용 관광객에 대한 배려가 무척 부족하다는 아쉬움이 들었다. 안내판 몇 곳만 설치하면 되는 일이 아닌가? 소수에 대해서는 무관심한 전형적인 행정상의 부주의가 분명하게 드러나는 장면이었다.
5. 급수탑은 제외하고는 특별한 끌림이 없다. 양쪽으로 난 길도 좁고 단순하다. 무언가 신비로운 장소로 이동시키는 매력은 보이지 않는다. <황간역>의 문화적인 모습도 전혀 만들지 않았다. 역에서 바라보는 전경도 풍성한 산의 얼굴과 정면으로 마주하지 않는다. 역 앞에 앉아 주변을 돌아보면서 쉴 수 있는 공간도 없다. 한참 길을 걷다 보면 전혀 예상치 못한 장면과 만날지 모르지만, 추풍령역은 이름이 주는 ‘낭만’과는 달리 그저 보통의 평범한 시골역과 다름없었다.
첫댓글 - 여행자의 기대가 머무는 곳에서 거주민들의 진솔한 생활 현장을 마주치기는 어렵다. 현지인들의 생활 현장에서 발견할 수 있는 약간의 이질적인 모습들에 자연스레 다가가는 발걸음이 더 중요할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