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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메기축제를 참가한 뒤 반드시 들르게 되는 호미곶의 일출. |
포항 구룡포의 겨울은 과메기가 익어가는 계절이다. 멀리 시베리아에서 찬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하면 파돗소리 요란한 바닷가 덕장은 과메기를 손질하는 어부의 손길로 바빠진다. 이윽고 야들야들 숙성된 과메기를 마늘, 쪽파 등과 함께 생미역에 얹어 돌돌 말아먹으면 구룡포의 겨울은 어느덧 훈훈한 계절이 된다.
매년 12월 하순에는 구룡포 일대에서 과메기축제가 펼쳐진다. 구룡포에서 정통 과메기를 맛본 뒤엔 호미곶에서 일출을 감상하며 가족의 건강과 행복도 빌어본다. 그러면 포항의 명산인 내연산이 멀리서 손짓하며 그대를 부르리라. 물보라 휘날리며 쏟아지던 폭포수가 밤새 새하얗게 얼어붙은 내연골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기 위해서-.
“역시 겨울엔 과메기에 소주 한 잔이 최고죠!”
“그럼요, 구룡포 출신이라면 겨울밤에 식구들끼리 둘러앉아 과메기를 생미역에 둘둘 말아 초고추장에 찍어먹던 맛을 모르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겁니다.”
드디어 과메기 익어 가는 계절이 왔다. 우리나라 과메기의 주산지요, 최대 생산지로 사랑 받고 있는 구룡포항을 중심으로 포항 해안지역은 찬 바람이 부는 계절이 되면 과메기를 손질하는 어부의 분주한 손길로 활기를 띤다.
구룡포 주민들은 바닷가 덕장에서 말린 과메기라 해서 다 같은 맛을 내는 게 아니라고 말한다. 육지의 북서계절풍과 영일만 바닷바람이 교차해서 ‘바닷바람 같은 산바람’이 불어대는 구룡포라야 제 맛이 난다는 것이다. 이는 구룡포의 지형 때문이다. 백두대간과 낙동정맥을 차례로 넘어온 겨울철의 건조한 북서풍은 영일만을 지나면서 습기를 머금게 된다. 이어 100~200m에 이르는 구룡반도의 나지막한 산줄기를 넘어오면서 다시 건조해지고 차가워지지만, 바닷내음을 어느 정도 간직하고 있다. 이렇듯 산을 넘어온 바닷바람이 비린내를 없애주고 진득한 맛을 불어넣는 것이다.
과메기의 재료는 원래 청어였다. 겨울에 청어 눈을 꿰어 부엌 살창에 매달면 찬 바람이 드나들면서 적당히 얼었다가 불을 땔 때는 녹기를 반복하면서 과메기 특유의 야들야들한 맛이 생긴다. 이렇듯 청어 눈을 꿰어 말리므로 한자로 관목어(貫目魚)라 했는데, 세월이 흐르면서 과메기로 바뀌었다.
이렇게 생산된 구룡포의 청어 과메기는 조선시대엔 궁중 진상품으로까지 명성이 높았으나 1960년대 이후 청어 어획량이 급격히 줄어들게 되면서 꽁치로 대치됐다. 그래도 꽁치의 숙성기간이 청어에 비해 훨씬 짧으면서도 맛도 좋다는 게 구룡포 주민의 귀띔이다.
과메기는 모양에 따라 주민들이 부르는 명칭이 다른데, 배를 따서 뼈만 발라낸 뒤 숙성시킨 것은 ‘배지기’, 통째로 짚으로 엮어 숙성시킨 것은 ‘통마리’라고 한다. 배지기는 35cm 이상의 큰 꽁치를, 통마리는 그보다 작은 꽁치를 사용한다. 숙성기간은 배지기는 3~4일이면 되지만, 통마리는 15일 정도가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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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메기축제에서 솜씨를 겨루는 참가자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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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룡포 과메기 축제는 포항시민 전체의 잔치다. |
그 동안 포항의 과메기 축제는 단독으로 열리기보다는 12월29일에서 1월1일 사이에 호미곶 해맞이행사와 맞물려 날짜가 잡히곤 했다. 그래서 행사장은 과메기 주산지인 구룡포항 뿐만 아니라 일출로 유명한 호미곶 광장 주변이나 대규모 관광객이 모여들 수 있는 북부 해수욕장 등으로 다양했다.
2005년 과메기 축제는 12월 말 무렵에 구룡포항을 중심으로 열릴 예정이다. 축제행사는 해병의장군악대 시가행진에 이어 읍민 노래자랑과 초청가수 무대공연, 읍민 안녕기원 불꽃놀이 등이 펼쳐진다. 과메기 관련행사로는 과메기 시식회, 과메기 벗기기 대회, 과메기 엮기 대회 등이 열리고, 구룡포 과메기의 역사와 유래 등을 한눈에 살필 수 있는 패널 전시도 한다.
그러나 겨울에 구룡포에 왔다면 축제가 언제 열리든 크게 관여할 필요는 없다. 매년 늦가을부터 이듬해 봄까지 바닷가 덕장에서 밤새 얼었다 한낮에 녹는 과정을 며칠씩 반복하며 익어 가는 과메기는 겨우내 구룡포를 뒤덮고 있기 때문이다. 겨울 바닷바람 맞으며 익어 가는 과메기를 감상하는 일은 그야말로 그 자체로 하나의 관광상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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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과메기축제에서 큰 인기를 얻었던 둘레 10m에 이르는 대형 가마솥. |
어찌 먹거리뿐이겠는가. 이전에 열리던 포항 과메기 축제가 12월 말쯤에 열리고, 1월1일 일출 해맞이행사로 연계하는 데서 알 수 있듯이 구룡포 과메기 축제와 호미곶 해맞이는 하나의 겨울 여행 코스로 엮인다. 대한민국이 이루어낸 세계적인 철강 신화를 상징하는 듯 한밤에도 불야성을 이루는 영일만의 푸른 파도를 안고 도는 구룡반도. 그 핵심은 한반도를 호랑이 형국으로 보았을 때, 꼬리에 해당하는 호미곶이다.
지난해 호미곶 광장에서 열린 2005 한민족 해맞이 축전 행사엔 무려 5만여 명의 해맞이 인파가 몰려 대성황을 이뤘다. 특히 호미곶 광장의 둘레 10m짜리 대형 가마솥에는 1만여 명분의 떡국을 끓여 관광객을 받기도 했다. 당시 과메기축제는 해맞이광장 옆 공터에서 함께 열렸다. 올해도 12월31일을 맞이해 난타 공연, 청사초롱 전통무용, 국악공연, 불꽃놀이, 인기가수 축하공연, 외국인 장기자랑 등 다채로운 행사가 펼쳐질 예정인데, 일출보다 크고 중요한 행사가 어디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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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호미곶 광장에서 열린 2005 한민족 해맞이 축전 행사엔 무려 5만여 명의 해맞이 인파가 몰려 대성황을 이뤘다. |
파도 너머 망망대해에 떠있는 고기잡이배의 집어등 불빛이 희미해질 무렵이면 발그스름하게 타오르던 수평선에서 붉은 햇덩이가 불쑥 솟아오른다. 이 땅이 잠에서 깨어나는 순간, 사람들은 누구라도 숨을 깊이 들이쉬며 가슴속으로 소박한 소망 하나 풀어낸다. 이 호랑이 꼬리는 남한 해안에서 가장 먼저 해가 떠오르는 곳일 뿐만 아니라, 동해에서도 깨끗하고 아름다운 일출을 자랑한다. 해맞이광장 앞바다의 ‘상생의 손’ 조형물이 인기 있는 일출 포인트다. 그러나 이곳에 인파가 많을 땐 가까운 등대나 방파제 등으로 옮기면 비교적 호젓이 즐길 수 있다.
2005년 12월1일의 포항의 일출시간은 오전 7시14분. 이후 매일 조금씩 늦어져 2006년 1월1일엔 7시33분에 해가 떠오른다. 시시각각 변하는 일출 직전의 여명을 감상하는 즐거움이 있으니 늦어도 오전 7시 이전엔 호미곶광장에 도착하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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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미곶 일출을 기다리는 사람들. |
호미곶은 볼거리도 많다. 1903년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건립된 장기곶 등대와 1985년 우리나라 최초로 세워진 등대박물관이 여기에 있다. 철근 없이 벽돌로만 지은 등대는 팔각형 연와조양식으로, 높이 26.4m, 하부둘레 24m, 밝기 30만 촉광으로 22마일(35.2km)까지 불빛이 나간다. 건축미도 뛰어나 국내에서 가장 아름다운 등대로 꼽힌다. 6층으로 된 등대 내부의 각 층 천장에는 조선왕조의 상징인 배꽃 문양이 새겨져 있다.
등대박물관에는 빛을 비추는 등명기, 등명기를 돌리는 회전기 등 등대에 사용된 구식 시설물과 등대 발전의 역사 등을 알 수 있는 총 700여 점의 소장품이 있다. 우리나라 등대 100년사를 다양한 시청각 자료를 통해 선보이고 있어 특히 어린이들에게 인기 있다. 요금은 일반(18~65세)만 700원 받으며 중고생까지 무료다. 주차장 역시 무료. 등대박물관 전화 054-284-48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