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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서야 후기글을 올리네요. 허허허 제 컴퓨터가 고장나 버리는 바람에...
설연휴가 끝나고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와 피로들을 견디지 못해서인지
갑자기 혼자 여행을 떠나고 싶어지더군요.
마침내 저번달 초에 3일 휴무도 넣었겠다 그동안 회사에서 잦은 연장근무와
추위로 통해서 컨디션이 상당히 안좋음에도 불구하고
전라도 고창으로 가자!는 일념 하나로 그냥 묵을 곳만 대충 알아보고 전라도로 향하는 시외버스를 탔지요.
처음부터 휴림을 알아보고 가긴 했지만 가기 하루전날 일끝나고 와서
인터넷으로 부랴부랴 찾아본 것이다보니 자세한 정보는 없이 그냥 혼자 조용히 머물다 올 수 있는 곳이란 것만 판단하고 갔었습니다.
고창 터미널에서 거기로 가는 버스가 없어서 그냥 택시를 타고 택시 기사분에게 주인 아저씨와 전화 연결을 시켜주고
주인 아저씨께서 위치 설명을 해주시고 전 그냥 몸만 택시에 맡기고 갔었습니다.
거의 밤 8시 넘어서야 펜션에 도착할 수 있었지요.
택시가 펜션에 도착하니 연세가 있어보이는 주인 아저씨께서 마중 나와계십니다.
겨울이고 늦은 시간이다보니 주위는 캄캄해서 주변을 잘 둘러볼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건물마다 작은 불이 켜있어서 건물 하나하나는 대충 볼 수가 있었는데
작은 황토집이 무척이나 소박하면서도 친근감있는 모습이더군요.
아저씨께서 제가 오는 사이에 구들장에 불을 지펴놓으시고 방에 이불도 깔아놓고 기다리신 겁니다.
방안내를 해주시길래 방에 들어가서 짐을 풀고
방안 구경을 하기 시작했지요. 워낙 신기한 광경들이 눈앞에 펼쳐진지라...
또 호기심 발동해서 여기저기 둘러보기 시작했지욥.
우선 방에 딱 들어서면 황토와 삼나무와 편백나무들로 만들어진 집이란 걸 확실히 알 수 있는데
들어가자마자 편백나무 향이 진하게 코끝을 자극시키는데 너무나도 기분이 좋아집니다.
참고로 여기 이 모든 건물들을 사람 손으로 직접 만들었답니다.
아직도 이렇게 손으로 직접 건물을 만든다는 게 그저 놀라울 따름입니다.
그리고 모든 문은 다 한옥식 문으로 되어 있구요.
참고로 밖에서 방안으로 들어오는 문이 상당히 뻑뻑해서 여는데 약간의 테크닉이 필요로 하더군요.
힘으로 여는 게 아니라 문 모서리 끝을 살짝만 누르면 그냥 문이 열리더군요.
그거 발견하는데 약간 애를 먹긴 했지만 그걸로 통해서 내 고집대로가 아니라 어느 정도는 상대에게 맞춰줘야 일이 잘 해결될 수 있다는 걸 또다시 일깨워준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방안에는 모든 게 다 고전식입니다. 화장대도 그렇고 탁자도 그렇고 선반도요.
그리고 차 다기와 도자들로 장식을 해놓은 걸 보고 이곳을 찾는 손님들에게 여유를 좀 가져보라고 말씀하시는 것 같습니다.
이곳에 있는 도자기들의 느낌이 뭐라해야될까...상당히 고요하면서도 포근한 느낌을 갖고 있더군요.
천연 염색을 한것처럼 보이는 이불이 이렇게 깔려있습니다. 그리고 선반 위에는 깜찍한 베개들이 있구요.
참고로 저 베개가 살구씨로 만들어진 배게더군요. 그리고 베갯잎은 황토물을 들인 것이구요.
확실히 천연 염색한 것들이 살을 편안하게 해주는 맛이 있습지요. 허허허
그냥 일반 염색약으로 염색을 한 베개나 이불들은 확실히 예민한 사람들한테는 이질감이 느껴지지요.
저도 예민한 편이다보니 일반 베개는 못써서 천연염색을 한 베개를 집에서 따로 쓰고 있다보니
그런 저한테 딱 맞지요. 느허허허허
취사가 안되고 식사는 다 제공해주는 곳이다보니 물을 데워서 먹을 수 있게 커피 포트와 도자기로 만들어진 컵이 있습니다.
그리고 아무리봐도 저 화장대 너무 이쁘단 말이지요.
그리고 클래식씨디와 가야금 씨디들이 서랍안에 있고 오디오가 있네염.
이럴 줄 알았으면 씨디를 가져올 걸...이런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래도 저 서랍 안에 있는 씨디들로 충분히 음악 실컷 들었다는 전설이...크하하하하
그래도 담에는 여기 또 갈때 임동창 씨디를 죄다 가져가서 들으면 아주 분위기가 딱일 거 같습니다.
그리고 전 가부좌틀고 앉아서 좌선을...으허허허허
(원래 제가 글에서는 상당히 상큼한 이미지입니다. 므흐~)
아주 고요하면서도 포근한 느낌의 달 항아리...정말 고요한 기운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오랜 세월 사용한 듯한 다기입니다. 이것 역시 누가 사용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심상치 않습니다.
화장대 옆에 이렇게 문이 있길래 창문인가 싶어서 열어봤더니
이렇게 도자기와 지압봉이 나오네염. 정말 고운 도자기입니다. 요깜찍한 것들 거기에 숨어있었다니!!
참고로 화장실 사진은 올리지 않았지만 화장실은 현대식이구요. 화장실 안에도 편백나무 향이 얼마나 강하게 나던지...흐흐흐흐
(몰랐는데 까페에선 사진 첨부가 50장까지 밖에 안되네요. 이건 좀 다음이 고쳤음 하는 소망이...
26장이나 되는 사진을 지워야 된다 말입니다!!)
근데 또 화장실에서도 이렇게 도자기가 있습니다. 정말이지 빈틈없는 곳...
차 다기는 손님들이 차를 우려 먹을 수 있게 대나무 수저까지 있네염.
근데 대나무 수저 옆에 있는 건 뭔지 모르겠지만요...
많은 애정을 받은 다기인 것 같습니다.
방에서 나오면 저기 불이 켜진 곳이 바로 주인 아저씨가 지내시는 방이 나옵니다.
근데 전 아무것도 모르고 갔었는데 저기가 바로 미술관이더군요!
여기 마루에서도 항아리가 있습니다. 포근한 항아리가요. 밖에서도 즐겁고 안에서도 즐겁게...
제가 지내는 방 옆에는 이렇게 재밌는 석상의 수도꼭지가 있구요. 왠지 손빨래하기 좋아보입니다.
각 건물마다 옆에는 이렇게 장작이 쌓아있는데 아주 질서 정연하게 잘 쌓아놓으셨습니다.
이런저런 구경들을 하고 있는데 주인 아저씨께서 저녁 먹으라고 부르시네요.
솔직히 그때는 그리 밥 생각이 없었습니다. 차를 타고 몇 시간을 왔다보니 속이 영...
아무래도 몸상태가 좋지 않은 상태에서 차를 타서 더 그런 거 같습니다.
그런데 왠일? 그냥 평범한 반찬에 국에 밥이었는데 먹고 나니 속이 진정되더군요!
모든 음식이 조미료 일절 넣지 않은 다 무공해라고...거기다가 국이며 반찬이며 밥이며 얼마나 맛있는지!
상당히 깊이가 있으면서 깔끔한 맛이더군요. 거기다가 차타고 오면서 뒤틀렸던 속이 편해지니 더 놀랍지요.
그리고 반찬중에 굴비 살을 아저씨 손으로 발라주신 것이 있던데
아저씨 밥이고 반찬이고 다 먹어야 된다믄서 그 좋은 음식 남기면 안된다고 하시는데
먹고 나서야 왜 그런 말씀을 하시는지 알겠더군요.
어쨌든 그 굴비!! 오오!! 그렇게 맛있는 굴비는 처음 먹어봤습니다.
아니 굴비가 그렇게 맛나는 것인지 몰랐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보니 그 굴비가 아저씨 친구분께서 보내주신 건데
50만원정도 하는 굴비라고...ㅎㄷㄷㄷㄷㄷ
더 비싼 굴비도 많다고...그런 굴비들에 비해서는 좋은 굴비는 아니지만 그래도 어떻게 그렇게 맛있을 수가 있는지...사람들이 영광굴비 영광굴비 이런 말들을 하는데 진짜 왜 그런 말을 하는지 이해가 되더군요.
아무리 손님이라도 그 고가의 음식을 덥썩 주시는 아저씨의 마음씨가 너무 고마웠습니다.
어쨌든 구들장에 데워진 바닥에 몸을 맡기고 잠들고 나서 아침...
아침해는 분명 아까부터 떴는데 그냥 마냥 누워있고 싶어요. 일어나기 싫어요.
구들장이 절 부르는 거 같아요. 놓지 않네요. 이불이요...
그래도 일어나서 바깥 구경을 시작했습니다.
건물에서 나와서 오르막길을 오르니 전라남도 전라북도의 경계점이 바로 나오더군요.
여기는 남도입니다. 흐흐흐 근데 어느새 눈이 왔었네요. 허헐
여기가 경계점입니다. 전봇대 사이로 해가 보입니다.
여기가 북도입니다. 흐흐흐 그리고 저기 보이는 건물이 바로 휴림이구요. 저렇게 굴뚝에서 연기가 나는 것이 정겹습니다. 그저...건물 옆에는 장작으로 쓰일 나무들도 있고 말이지요.
사방이 다 산입니다. 흐흐흐 너무나도 좋습니다. 그냥 새소리 바람소리 밖에 안들립니다. 그러다 밤이 되면 아무 소리도 안들리는데, 침묵이 그렇게 좋은 것인줄 몰랐습니다. 자연이 다 잠든 시간이다보니 아주 정직한 정적만이 있을 뿐이더군요. 그 정적을 느껴보면 자연스럽게 기분이 좋아지더군요. 이번에는 몸 상태가 아주 좋지 않은 상태에서 갔었다보니 자연에 쌓인 곳에서 수련(뭐 태극권이나 팔괘장 등등)도 좀 하고 했음 더 좋았을 건데 피로가 많이 쌓인 탓인지 마냥 구들장에서 지지고 싶은 욕구가 강해서 태극권이고 팔괘장이고 나발이고 거의 잠만 퍼질러 잤다 왔는데 담에는 좀 정신줄이 제대로 아랫배에 박혀 있는 상태에 가서 좀 이런 저런 것들도 하면서 그 침묵의 재미를 좀 더 진하게 느끼고 오고 싶네염.
낮게 깔려진 담장...기와들로 쌓아놓은 담장이 재밌습니다. 주인 아저씨께서 이런 거 하나하나에도 다 이야기가 있다는데 아직은 그 이야기가 안들리네염. 흐흐흐 그리고 입소문이 많이 퍼진 곳이다보니 앞으로 새롭게 올 사람들을 위해서 저런 문구를 넣으신 거 같습니다.
그리고 건물 앞에는 이렇게 장작들이 쌓여있구요. 정말 부지런 하십니다. 제가 집으로 오고 난 뒤에도 저기 장작들이 더 올라갔더라구요. 허허허
주인 아저씨가 지내시는 건물 창문...
건물 밖에서도 사람들이 심심하지 않게 구경 거리를 만들어놓으셨습니다.
그런데 저기 항아리에 꾲혀진 꽃을 밖에서 새가 보고는 저 꽃을 따먹을 거라고
창밖에서 푸드득 거렸다는 전설이...크하하하하하
그런데 또 저 곳이 그냥 지내고 밥만 먹는 장소가 아니라 미술관이더군요.
수많은 작품들이 걸려있는데 작품들이 다 기운들이 범상치가 않습니다.
시선을 그곳에 두고 있지 않아도 기운이 느껴질 정도입니다.
그렇다고 강한 기운만 실린 작품들만 있는 것이 아니라 어떤 것은 잔잔하고 어떤 것은 부드럽고...
그렇게 다양한 기운을 가진 작품들이 있는데 그 작품들을 구경할때는 사진 찍을 생각이 안들어서
왜냐하면 구경하기 바쁘므로...크하하하하 작품들 사진은 없습니다.
그리고 아저씨께서 일반 사람들한테는 보여주지 않는 그림도 보여주셨는데
사람들이 쉽게 볼 수 없는 위치에 걸려있는 작은 그림인데
보는 순간 약간의 소름이 끼치는 그림이더군요. 아저씨께서는 그러십니다.
그 그림의 눈물은 화가가 그린 게 아니라 그림이 그린 거라고요.
그렇기 때문에 그렇게 강한 기운을 내뿜는 것 같습니다.
정말이지 이곳은 한마디로 보물 창고더군요. 크하하하하
그리고 개구리 여섯 분이 그려진 그림은 아저씨께서 자신에게 언제나 화두를 던져준다고 하는데
그렇게 화두를 찾으시는 그 부지런함이 대단한 거 같습니다.
저도 그런 눈을 갖고 싶어지더군요. 너무나도 좋아보여서 말입니다.
주차장에서 건물로 올라가는 계단 옆에는 나무들이 잔뜩 심어져 있는데 그 중에서 재밌는 거 발견했습니다.
누구를 마중나왔을까요?
그리고 계단 옆에 큰 바위에는 휴림이라고 깜찍한 글씨체로 새겨져 있습니다.
여기가 봄과 여름이 되면 얼마나 활발해질지...
지금은 이 나무들이 에너지를 열심히 비축해두고 있겠지만 말이지요.
이렇게 계단 사이에도 작은 생명들이 나와있습니다. 큰 힘을 가진 녀석들...
형체를 유지한채로 말라버린 꽃...
붉은 잎이 아름다워서 찍었습니다. 나중에 봄이 되고 나서 잎이 다 자라면 여기가 어떤 모습을 변해있을지 궁금하네염.
이건 낮에 찍은 겁니다. 햇살이 참 좋습니다. 햇살은 모든 생명들에게 활기를 불어넣어줘서 고맙습니다.
그저 받기만 하면 됩니다. 감사히...근데 그 받는 것도 못 받으면 안되는 거지요.
공기 좋고 바람 좋으니 이렇게 생선도 말리십니다. 얼마나 맛있을지...
달 항아리와 작은 병이 붙었습니다. 구울때 터지면서 붙어버렸나 봅니다.
이게 실패작이지만 저 둘에게는 새로운 만남이 되어버리는 순간입니다.
지금 무슨 대화를 하고 있을지...그저 세상 구경하고 있을 수도 있는 겁니다.
둘이 붙어있는 것만으로도 좋아서...물건끼리도 궁합이 있는 것이다보니 저 둘은 찰떡궁합인가 봅니다.
찰떡궁합인 저 둘과 뒤쪽에 있는 옹기도 나란히 잘 붙어있습니다.
어우러짐의 미를 보여주는 작품인 거 같습니다.
쟤들이 혼자 였다면 빛을 발하지 못했을 건데 같이 붙어있기 때문에 빛을 발하는 것 같습니다.
얘가 대구려나요? 사진을 안찍었는데 미술관쪽에는 대구알이 걸려있더라구요.
대구알이 그렇게 큰 줄은 몰랐습니다. 허허허
메주도 이렇게 쌓아놓으시고...많이도 빚어놓으셨습니다. 그런데 음식에 간장을 많이 쓰시니...흐흐흐
메주가 많이 필요하실 거 같습니다.
이렇게 장독대들도 있구요. 저도 이렇게 해놓을 수 있는 집에서 살고 싶네염.
메주와 빗자루와 통나무에다가 장작패는 도끼도 보입니다.
여기 갔다온 얘기 하니까 요가원에서는 저더러 담에는 한 일주일 있다가 오라고...
장작도 패주고 나무도 해주고 하면서 있으라고...크하하하하
참고로 거기선 절 여자로 안봅니다. 크크크크크 무슨 변강쇠 취급을 하더군요. 크크크크
하루만 지내다 오기로 했는데 집에 가기가 싫어부려서 하루 더 있는다 하고
하루 더 있으니까 아저씨께서 편백나무 숲 길 한번 가보라고 하시길래
편백나무 숲 길을 가기 위해 아저씨 차를 타고 길을 나서서 아저씨께서 내려주시는데서
가르쳐주신 데로 슬슬 올라가기 시작했습니다.
쟤들은 저렇게 자랐는데 전 키도 안크고 뭐했을까요? 냐하하하하
울집에도 편백나무가 있어서 하는 말인데 당최 얘네들은 크는 속도가 무진장 느리단 말이지요.
그런 애들이 저렇게 크기 까지 얼마나 긴 시간이 걸렸을지...
나중에 걔들도 많이 자라면 자연에다가 풀어줘야겠어요.
그냥 저곳 어디다가 심을까요? 냐하하하하 더군다나 전라도는 땅이 좋아서 아주 잘 자랄 거 같단 말이지요.
그리고 바람에 나뭇잎 날리는 소리가 너무 아름답더군요.
저렇게 바위와 바위 사이에서 물이 나와서 그대로 얼어버렸네요.
저대로 바위를 타고 흘러간 물은 그대로 바위 밑에 흙에 전달되고...
걸림이 없다면 나와 너가 서로 좋을 건데 말입지요.
제 내면 속에는 뭐가 그리도 걸리는게 많은지...허헐
바람도 제법 많이 불고 날씨도 추운데 바지를 얇은 걸 입어버린 바람에 궁둥이가 시리지만
시린만큼 열심히 올라가야지요. 허허허허
몸에서 열을 내기 위해 걸음을 재촉하는데도 그래도 중간중간 경치들이 발걸음을 잡는 바람에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지요.
날씨탓인지 지나가는 사람 한명도 없는 산길...거센 바람에 나무들도 이리 흔들 저리 흔들합니다.
그 나무들 사이로 보이는 경치가 좋아서 사진도 찍고요.
계속 가다보니 이렇게 양지 바른 곳에 명상 쉼터가 나옵니다.
버섯 모양이 아주 귀엽습니다. 허허허
친한 사람과 조촐하게 와서 여기에 걸터 앉아 조용히 담소를 나누는 것도 괜찮을 거 같습니다.
눈이 쌓였다 녹은 자리의 흙이 제법 질퍽거려 발도 미끄러지고 하면서 오다보니 전망대가 나오네요. 전망대 사진은 밑에 더 내려가면 있구요. 우선 전망대 위로 올라가 경치를 보는데 와~~~ 소리가 저절로 나옵니다. 도시 가운데 산에서 보는 것과 완전히 다른...저 고요하면서도 멋진 풍경에 그냥 입이 벌어집니다.
전라도가 정치적 이유로 발전이 안되어 전라도 사람들에겐 그에 따른 한이 있지만
만약 발전이 되고 그랬다면 이러한 아름다운 풍경을 잃게 된다는 거지요.
이런 아름다움은 한번 잃어버리면 다시는 되찾기 아주 어려운 보물과 같은 것이기때문에
도시쪽에 사는 저로써는 여기 이 좋은 지역에 사는 이 사람들이 그저 부러울 뿐이지요.
밑에서 전망대를 보면 이런 모습으로 있습니다.
저렇게 멋있는 전망대가 있을 줄이야...
실컷 경치 구경하고 거름도 한번 주고 다시 왔던 길을 다시 올라옵니다.
그라믄서 전망대 한번 더 보고...그러다 진흙에 발 미끄러지고요. 크하하하하
그렇게 다시 쉼터로 와서 (금곡마을로 내려가기 위해) 아저씨께서 챙겨주신 군고구마를 꺼내서 먹습니다.
겁나게 맛나부려요~ 허허허허 잠바 주머니에 넣어놔서 김도 모락모락 나는 것이...
요넘을 다 묵으니 목이 말라 주인아저씨께서 챙겨주신 귤도 먹고요. 허허허
그동안 걸으면서 계속 발을 미끄러지게 만들었던 흙을 봅니다.
역시 전라도 흙입니다. 저 거름진 땅...너무 부들해보여서 한번 만져볼까 하믄서 흙을 만져보니 정말 보들보들 합니다.
잠깐 흙가지고 놀다가 쭉 길을 타고 내려오다보니 어느 순간부터 보이지 않았던 편백나무들이 다시 나오더군요.
그렇게 편백나무 길로 쭉 내려오다보니 뭔가 좋은 것이 보입니다요.
손도 한번 씻고 싶었고 목도 살짝 말랐는데 잘됐다 싶었고
게다가 우째 물이 흐르는 주변이 뭔가 신기해보여서 가까이 가보는데
물 주변에 이렇게 고드름이 이쁘게 생겨나 있더군요. 얘네들은 밑에서 위로 올라와 있습니다.
요렇게요. 고드름 밑에 자라난 이끼들도 제법 이쁩니다. 고드름과 이끼의 조화가 상당하더군요.
같이 있으니까 아주 더 이뻐요. 흐흐흐
근데 우째 이끼가 미역같은 생각이...으하하하하
거기다 물 맛도 을매나 좋은지...아흐~
나중에 보니 휴림지기 아저씨께서 여기 주변에서 여기 물이 제일 좋다고 하시더라구요.
아저씨께서 이 물을 떠서 막걸리도 담그고 간장도 담그신다고...
진짜 이 물을 얼마나 먹었는지 몰라요. 계속 들어가는데...오우~
흙에 매달려있는 이 이끼를 찍기가 참 어려웠던 것이 바람에 자꾸 흔들려서 말입지요. 그렇게 찍히는 것이 부끄러운 건가염? 느흐흐흐흐 수줍음 많은 것 같으니라고. 쿄쿄쿄쿄 이끼가 아니라 무슨 그냥 풀 같아요. 아마도 좋은 환경에서 자라서 이렇게 예쁜 거겠지요?
계속 길을 타고 내려오다보니 마을이 보이기 시작하는데 예쁜 건물들이 많아요. 여기는요.
저기 가장 크게 보이는 저 집은 난로를 펴서 그런지 굴뚝에서 연기도 나구요. 허허허허
그렇게 이 길로 오다보니 우째 휴림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길래 주변 구경도 할 겸해서 천천히 구경하면서
결국은 휴림까지 걸어갔지요. 원래는 아저씨께서 차로 마중 나오시려고 했는데 말입니다.
오는 길에 세심원도 보고 아저씨의 막걸리 창고도 보고...허허허허
잠깐의 등산이라도 피곤했는지 졸려서 구들장에 또 몸을 맡기고 한숨 잤지요. 허헐
그간 어지간히 피곤했었나 봅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휴림에서 거의 한 일이 잠잔 겁니다. 크하하하하하
이날이 입춘이었나요? 어쨌든 휴림 계단 옆에 핀 영춘화... 얘네들이 봄을 알리는 전령이라고 하시더군요. 얘네들은 자연스럽게 때가 되면 때를 알립니다. 우리는 그저 자연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되구요. 근데 얘가 예민한 존재여서 그런가요?
왜냐하면 봄을 가장 먼저 느껴야 되니 그만큼 예민해져야만 봄을 더 잘 느낄 수 있기 때문이지요.
예민한만큼 꽃은 상당히 작습니다.
덩치가 크면 큰대로...작으면 작은대로...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법입니다.
야! 봄이야! 라고 속삭이는 거 같습니다. 흐흐흐흐
제가 곧 휴림을 떠나는 것과 상관없이 얜 무조건 봄이라는 소리만 하는 거 같아요. 흐흐흐흐
뭐 그런 거지요.
이날 아침에는 석화와 매생이를 넣은 떡국을 아주 맛나게 먹고
가는 길 아저씨께서 군고구마와 사과를 챙겨주시더군요.
차안에서 배 고프면 먹으라고...
그리고 이 아저씨...어제 저녁쯤에 화장실 실리콘 고친다고 제가 샤워를 못한 게 마음에 걸리셨는지
사과를 하시는데 악수까지 청하십니다. 근데 이 사과가 진짜 제대로 마음에서 우러나서 하는 사과이더군요.
솔직히 그게 그리 큰 잘못도 아니고 뭐 어쩔 수 없는 것이고 저도 여기를 예약을 해두고 간 게 아니라
가는 중간에 군산에서 전화 해서 혼자 잘 방 있냐고 물어보고 간 것이다보니 어쩔 수 없는 것인데 말이지요.
그리고 뭐 샤워 하루 안한다고 큰일 나는 것도 아닌데 말이지요.
그래도 뭐 자기 전에 머리는 감고 발은 씻었으므로...허헐
별로 개의치 않아 하고 있었는데 놀랬습니다.
이 아저씨 가는 길까지 신경 쓰이시는지 고창 터미널까지 직접 차로 바래다 주시네요.
정말 고마우신 분입니다. 이것저것 좋은 얘기도 많이 해주시고...
그리고 이분이 절대 오는 사람 한명이라도 그냥 놓치는 법이 없어요.
제가 오기 전날밤 화장실 실리콘 고치러 오는 사람들한테도 저녁 같이 먹고 가라고 하시고는
먹을 거를 이것저것 얼마나 챙겨주시는지...
정말 사람의 정이란 게 어떤 건지 알겠습니다.
이분은 진짜 얼마나 많은 사람들한테 많은 걸 받으셨으면 이런 게 가능한 것인지...
돈으로 주고 살 수 없는 수많은 걸 많이 받아가지고 왔습니다.
부드러움으로 강함을 누르는 게 진정한 고수인데 여기 휴림에 진정한 고수가 계실 줄이야...허허허허
정말 사람의 정과 자연이 그립고 잘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면 휴림에 한번씩 찾아가면 충분히 답이 될 거라 생각이 듭니다.
여기 이분께 정말 많은 걸 배워야 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렇게 큰 어른이 계실 줄은 몰랐습니다.
이런 어른이 계신 곳이다보니 휴림의 전체적인 기운도 상당히 고요하고 포근하더군요.
사람을 포용해주는 곳입니다. 삭막한 도시 생활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꼭 필요한 곳인듯 합니다.
얼마나 감동을 받았으면 고창에서 고속버스를 타고 오는데 갑자기 눈물이 확 나더군요.
평소에 잘 우는 성격도 아닌데...아무래도 너무 감동 받아서 그런 거 같습니다.
생전 그렇게 기분 좋아서 감동 받아서 운적은 처음이네요.
휴림에 갔다오고 나서 감동 받은 만큼 아쉬움이 너무 컸던지라...
그 아쉬움때문에 휴율증이 상당해서 고생을 좀 했었지만...
그래도 지금은 다시 정신줄 챙겨서 현실과 마주치려고 하고 있지요.
그 아쉬움은 제 개인적인 정신력과의 문제다보니 그것과 마주 하는 게 큰 과제였는데
그 과제야 스스로가 풀어내면 되는 것이고 그걸 풀어내다보면 생활에 큰 변화가 일어나지 않을까 하고 있습니다. 한번씩 사람이 변화를 겪으려면 충격이 가장 큰 방법이지요.
그런 의미에서 휴림은 아주 신선하고도 맑은 충격을 주는 곳인 거 같습니다.
세상에 하도 좋은 것이 없다보니 어쩌다 마주하게 된 그 좋은 곳을 놓지 않으려는 자신과의 싸움도 제법 보람있는 거 같습니다. 허허허허
휴율증은 휴율증이고... ...담에 또 가고 싶사와요~~~~~
첫댓글 과찬임니다
책임이크네요
여행작가로 나서도되것네요
ㅎ ㅎ
너무 잘해주신 건 좀 숨길 걸 그랬나요? 흐흐흐
작가되려면 무진장 다듬어야 될건디요?
감사드림니다
와우~~ 너무 멋진 후기예요.
발걸음마다 사진과 글로 생생하게 표현했습니다. ㅉㅉㅉ (박수)
그런가요? 다른 건 잘 잊어먹는데 희한하게 휴림에서 있었던 건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네요. 흐흐흐
보통 전날 잊었던 일도 한참 뒤에야 떠올리는데 말이지요. 흐흐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