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미쉬와 세이비어-두 공동체를 통해서 어머니 감리교회를 새롭게 보고 싶었다
첫 번째 글-내리막으로 치닫는 어머니 감리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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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재영 목사 | 오늘 한국교회를 바라보는 주님의 마음은 어떨까? 아버지로부터 한 재산을 챙겨서 가출한 둘째 아들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심정이 아닐까? 아버지의 많은 재산을 가지고 세상의 방식으로 흥청망청 쓰다 다 탕진하고 마침내 돌아온 둘째 아들처럼-언젠가는 반드시 돌아서야 할 그 길을 지금 한국교회가 가고 있다. 이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그 수중에 남은 것이 있는 동안은 깨닫지 못했던 둘째아들처럼-갈 때까지 가서 끝장을 보고 나서 후회하고 돌아선 둘째아들처럼 그렇게 돌아서는 불행이 없기를 기도하는 마음으로 진행 중에 있는 감리교사태를 주시해서 지켜보며 기도할 뿐이다.
아버지의 재산을 챙겨나간 둘째 아들이긴 하지만 아직도 한국교회가 다 망한 것은 아니다. 가능성이 많은 한국교회가 세상의 풍조를 따라 가던 길에서 자신을 깨닫고 제대로 회개하고 성찰하며 돌아서면 순결한 영성을 회복할 수 있다는 것이 내 생각이지만, 오늘 감리교회의 현실은 여전히 바닥을 향해 추락하고 있는 중이다. 감리교사태는 법과 제도의 문제였다기보다는 한국감리교회 더 나아가 한국교회의 영성의 문제였다. 그리스도의 몸 된 교회가 교회답지 못하고, 그리스도의 지체가 지체답지 못하다는 것은 영성의 문제이다.
그 결과 오늘과 같은 비참한 지경에 내몰리게 되었다. 감리교사태는 교회가 세상의 풍조에 오염된 그릇된 믿음과 영성을 가지면 어떻게 되는 지 현실로 보여주신 하나님의 심판이다. 이런 점에서 이미 돌아서야할 기회를 얻었으나 돌아서지 못하게 만드는 것은 결국 사심을 가진 인간들의 탐욕에 여전히 교회가 휘둘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우리의 일그러진 모습을 어디에서 제대로 보고 우리를 성찰할 것인가. 이것이 아미쉬와 세이비어를 찾아가게 만든 동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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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른 아침 니얼시빌의 말 경매장을 찾은 아미쉬들(사진-남재영목사) |
아미쉬아 세이비어로 떠나면서(폐북에 올린 글)
재물이 근본이 된 자본주의 세상 한가운데에서 한국교회는 자본에 완전하게 포로가 되었습니다. 교회가 대형화되면서 나타난 한국교회의 은행부채가 4조5천억원이나 된다 합니다(박삼종의 교회생각47쪽). 4조5천억원이면 은행금리4.5%라고 하면 그 이자가 2천5백억원이 됩니다. 한국교회 교인들의 헌금 가운데 엄청난 금액이 자본을 살찌우는데 사용되고 있습니다. 대책 없이 거대교회를 지어놓은 다음 은행이자 감당이 안 되어 다른 길로 탈출을 모색하는 현실을 보면서 참 우울합니다. 이것도 탐욕의 결과입니다.
벌써 몇 년째 표류중인 감리교사태는 감독회장선거문제가 핵심인 것 같으나 그 본질은 맘몬우상숭배가 가져온 필연적인 사고였습니다. 감리교사태는 한국교회의 영적인 순결성이 얼마나 훼손되고 오염되어 있는지를 종합적으로 보여준 사태였습니다. 아직도 오리무중인 가운데 미궁을 헤매고 있는 이즈음 과연 한국교회가 자정능력이 있는가를 스스로 질문할 때 <그렇다>고 말하기가 어렵습니다. 교회 안에서도 돈의 위력은 가히 하나님보다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불행하게도 돈에 오지게 목줄이 움켜잡힌 한국교회입니다.
이런 현실에서 제가 주목한 곳이 아미쉬공동체와 세이비어공동체였습니다. 그래서 하나님의 인도하심으로 기회를 얻어서 미국을 가게 됩니다. 위스콘신의 아미쉬공동체와 워싱턴의 세이비어공동체를 둘러보고 올 계획입니다. 위스콘신은 지금 아미쉬공동체의 추수기라 합니다. 2주 동안 체류하면서 아미쉬농장에서 추수일도 거들고-아미쉬교회 지도자들과 대화를 나누는 시간도 있습니다. 2주간의 아미쉬체험으로 뭔 대단한 걸 얻겠습니까만, 저는 아미쉬가 오늘 맘몬우상숭배가 그 뼛속까지 물든 한국교회가 영적으로 자신을 성찰하는 거울이 될 거로 믿습니다. 세이비어와의 만남에서도 어떤 영감을 얻게 되기를 기대합니다.
세이비어공동체 ‘그리스도의 집’ 앞에 있는 예수님 상 1986년 <조미루 메이슨>이라는 작가가 기증한 ‘섬기는 예수님’ 상-예수님이 세족을 하시는 형상이다.(사진 남재영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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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이비어공동체 ‘그리스도의 집’ 앞에 있는 예수님 상 1986년 <조미루 메이슨>이라는 작가가 기증한 ‘섬기는 예수님’ 상-예수님이 세족을 하시는 형상이다.(사진 남재영 목사) |
새로운 체제도 감리교공동체에 희망을 보여주지 못했다
아미쉬공동체와 세이비어공동체를 방문할 계획을 하고 미국을 떠나기 전에 나는 페이스북 친구들에게 이 글을 남겼다. 그리고 18일간의 일정으로 미국을 행하던 날-30시간이 걸려 아미쉬공동체의 일정을 마련해준 이동수목사가 있는 위스콘신의 네얼시빌에 도착했다. 위스콘신에서 아미쉬공동체의 일정은 약 2주간을 보냈다. 아미쉬공동체 방문을 마치고 위싱턴 세이비어공동체 게스트하우스에서 인터넷을 열었을 때, 총특재가 전용제감독회장을 끌어내렸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 새로운 풍파는 또 얼마나 크고 긴 후폭풍을 남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날 워싱턴의 밤은 깊고 아주 길었다.
「한국교회의 미래지도」라는 책은 꽤 신뢰할 근거를 제시하면서 향후 10여년, 한국교회는 교인수가 반토막이 나는 400만으로 줄어들 것이고, 그 때 예배시간에는 대부분 은퇴한 노인들이 자리를 지키게 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을 제시하고 있다. 부정하고 싶지만 감리교사태는 이미 한국교회가 내리막 급물살을 타고 있음을 확실하게 증명해 보이고 있다.
감리교사태 이후 5년, 감리교회의 내리막 현상은 전혀 바뀌지 않았다. 이유가 뭘까? 그 기가 막힌 사태를 겪고도 전혀 반성적인 성찰이 없다. 가장 큰 비극은 바로 이점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감독선거 이후 <어느 분>이 감독회장으로 당선되었지만 이후 그는 감리교공동체에 전혀 희망을 위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다. 그 모진 아픔을 겪고 난 다음 새롭게 들어선 지도자가 제일 먼저 감리교공동체를 위해서 했어야 할 일은 구성원들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새로운 감리교회의 비전을 내어 놓았어야 했었다. 지난 5년의 아픔은 대형경기장에서 어설픈 회개이벤트로 치유될 수 있는 상처가 아니었다. 감리교회를 전혀 새롭게 하는 개혁의 길만이 아픔을 치유할 수 있는 처방이었다.
그러나 감독회장 본인도 감리교회공동체가 공감하는 개혁에 관한 청사진을 제시하지 못했고, 입법의회를 염두에 두고 제시한 장개위의 장정개정안도 지난 감리교사태에 대한 성찰이 전혀 없었다. 장개위 공청회를 통해서 공개된 개정안은 대중의 불만이 본부로 집중되고 있는 점을 활용하여 본부를 희생 제물로 삼아 개혁의 흉내를 내고, 그 나머지는 현상을 그냥 유지/보수하는 선에서 적당하게 버무려 놓은 정치적인 꼼수의 산물이었다. 감리교 정치판에서 닳고 닳은 이들이 수적 절대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이 장개위 위원들의 면면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당연한 결과라고 이해를 못하는 바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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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주 토요일 니얼시빌의 공원에서 오전9시부터 오후1시까지 열리는 아미쉬시장(사진 남재영 목사) |
그래서 그 판에서는 처음부터 개혁을 기대할 수 없는 그들이었다. 지난 5년의 그 모진 홍역을 치루고 제대로 입법의회를 여는데 감리교공동체 앞에서 예의(?)상 시늉이라도 낼 거라고 봤으나 역시 아니었다. 지난 선거에서 아바타를 감독회장으로 뽑았던 것이 아니었다. 장개위 개정안에 대한 감리교공동체의 비판여론이 비등했던 그 즈음 감독회장이라도 팔을 걸어 붙이고 장개위에 제동을 걸었어야 했다. 그러나 그럴 깜냥이 아니었다는 것이 불행한 감리교회의 현실이다.
유다역(役)과 대형교회 현상
나는 신기식목사와 함께 도모한 그 일단 인물들이 총특재를 통해서 감독회장을 낚아 올린 그 수고가 감리교회를 바르게 하자는 개혁의 충정에서 나왔다고 보지 않는다. 그들은 이미 지난 감리교사태에서 자신들의 속내를 다 까뒤집어 보였던 인물들이다. 수십억으로 선거판을 분탕질하고, 감리교사태를 유발시킨 자칭 감독회장 김모 목사를 위해 그들은 충성된 동원꾼들이었다. 아무리 개나 소나 다 개혁을 이야기하는 상황이 되었다 하지만 그들이 이번 총특재를 지렛대로 삼아 보인 작태가 온당한 개혁의 길을 가고 있다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감리교사태에서 그들의 역할이 있다면, 예수께서 그리스도의 길을 가시는 데는 유다의 역할도 있었다는 그런 점에서 그들의 역할을 인정할 수 있다. 유다의 발길질은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한 감리교회에 온전한 개혁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킨 경종이었다. 이런 점에서 낙상한 그 분은 자업자득이었다. 더 이상 억울해하는 몸짓으로 살고자 추한 몸부림치지 말았으면 한다. 감리교사태를 겪고 난 다음 제대로 개혁에 대한 의지가 없는 이는 더 이상 감독회장이 되려고 해서는 안 된다는 그런 하늘의 뜻을 그가 혹은 그 측근들이 읽을 수 있었으면 한다.
말이 나왔으니 이미 감독회장선거 이전부터 대형교회를 담임하던 이들이 탐욕을 주체하지 못해서 교회를 더 크게 짓고 난 다음 은행 빚을 감당하지 못해서 감독회장 선거를 탈출구로 삼았다는 이야기는 쉬쉬하고 지나갔지만 사실이 아니었나. 누구를 탓하기보다 그 지경인 걸 알면서도 그들을 후보로 감독회장 선거를 치룬 우리 죄가 더 크다 할 수 밖에. 이것이 불행한 우리 감리교회의 초상이고 또 현실이다.
처음 감리교사태가 있고난 다음 나는 한동안 미친 듯이 여러 가지 근거를 제시하면서 사태의 근본원인이 맘몬우상숭배에 있음을 밝혔다. 나는 여전히 감리교회는 맘몬우상숭배에서 돌아와 공교회제도와 공교회의 영성을 회복해야 한다고 굳게 믿고 있다. 오늘 한국교회의 신앙과 영성의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대형교회는 하나님의 이름을 부르면서 하나님을 믿지 않는다는 극단적인 표현까지 했었다. 대형교회는 단순하게 교회의 크기만을 가지고 시비를 거는 것이 아니다. 나를 목회의 길로 이끈 존경하고 사랑하는 선배님은 지금 대형교회에서 목회를 하고 있다. 나는 대형교회의 목회자인 그 선배님을 지금도 마음으로부터 깊이 존경하고 있다. 따라서 모든 대형교회가 다 문제라고 보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내가 지금까지 대형교회를 문제 삼는 것은 목회를 교인들의 숫자로 승부하는 한국 대형교회 매카니즘을 문제 삼은 것이고, 그 매카니즘의 떠받치고 있었던 것은 생명의 말씀이 아닌 맘몬우상에 있었다는 점을 확신하기 때문이다. 그 바탕위에서 대형교회 현상에 젖은 일부 목회자들은 예외 없이 돈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는 천박한 현금만능주의에 빠져있었다. 이런 내 믿음이 제발 틀리기를 바란다. 그러나 신기식목사와 그 부류들이 총특재의 손을 빌어 감독회장을 끌어내린 최근 사태 이후 드러나고 있는 금권선거의 실상은 사실 새로운 일은 아니었다. 이미 오래전부터 쉬쉬하고 오던 일들이 드러났을 뿐이었다.
지난 5년을 절통한 감리교사태 겪으면서도 여전히 우리가 얼마나 제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지를 다시 한 번 구체적으로 확인하게 되었다는 점이 안타까울 뿐이다. 입으로는 하나님을 부르지만 실상 그들이 믿는 것은 현금이었다는 사실은 전혀 새로울 것이 없다. 내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한국교회의 이 기이한 현상을 나는 <대형교회 현상>이라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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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이비어공동체의 게스트 하우스-앤드류 하우스 전경(사진 남재영 목사) |
진심으로, 나는 한국교회의 미래지도의 저자가 예언한 대로 감리교회가 그 길을 가지 않기를 바란다. 내가 아미쉬와 세이비어를 찾았던 가장 큰 이유는-목사로 부름 받은 내 삶의 자긍심이자 자랑인 어머니 감리교회가 하루 속히 대형교회 현상을 극복하고 그리스도의 신부된 순결한 영성을 다시 회복하기를 바라는 충정이었다. 비록 큰 과오가 있었고 문제가 있었지만-감리교사태를 통해서 다시 거듭나게 하시는 하나님의 섭리가 있을 것이라는 내 믿음의 끈을 놓아버리고 싶지 않다. 그 믿음의 끈을 붙잡고 나는 아미쉬와 세이비어를 통과하여 어머니 감리교회를 새롭게 보고 싶었다. 이것이 내가 아미쉬와 세이비어를 둘러보고 온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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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하나님과의 멀어짐에 의한 탐심에서 벗어나 겸허의 마음으로 돌아서야...
읫물이나 아랫물이나 어찌 이리 똑같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