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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문화관 김영주 아동영어학과 20090071
T.S. 엘리어트는 그의 저서 「종교와 문학」에서 이른바 종교 문학을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했다. 첫째는 광의의 문학이란 입장에서 문자로 기록된 기독교 문헌을 말한다. 두 번째는 신앙시와 같은 것으로 시의 모든 주제를 종교적 정신으로 다루는 것이 아니라 제한된 부분만을 취급하는 작품을 말한다. 마지막 세 번째는 그가 지목하는 가장 바람직한 종교와 문학의 관계로, 종교의 대의를 전파하는데 성심껏 노력하고자 원하는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행하는 문학이다. 이런 유형의 작품으로 엘리어트는 체스터튼의 「목요일의 남자」와 「브라우닝 신부」를 예로 들었다. 이 두 작품은 전혀 기독교적이지 않은 세계를 나타낸다. 즉 엘리어트는 계획적이거나 도전적이지 않은, 무의식적으로 기독교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문학을 가장 바람직한 기독교 문학이라고 보았던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엘리어트가 말하는 무의식적인 기독교 문학을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 현대 문학이 성립된 이후,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이 문학을 해왔으나 기독교를 소재로 다룬 작품은 의외로 그 수가 많지 않은 편이다. 시에서는 어느 정도 많은 양의 기독교 문학을 발견할 수 있으나 소설에서는 그렇지가 못했다. 왜냐하면 시가 절대적인 감성을 표현하는 문학 장르라면, 소설의 경우에는 구체적인 세계를 제시하는 문학 장르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정서가 기독교를 감성으로 받아들일 수는 있었으나, 세계관과 가치관으로 재구성하는 데에는 오랜 시간 동안 유전 되어온 우리 고유의 역사성에 영향으로 그것이 원활하게 이루어 질 수가 없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기독교의 수요는 점점 늘어만 갔으며, 그에 따라서 기독교를 소재로 다루는 문학 작품의 수 또한 점점 증가했다.
안타깝게도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는 기독교 문학이 무엇인가에 대한 명확한 개념 정립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이다. 여러 사람들이 기독교 문학의 개념을 정의 내리고 있으나, 저마다의 입장 차이에 따라 그 개념의 정의가 전혀 다르게 대비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여러 가지 개념들이 많은 사람들을 통해 주장되고 있으나 그 내용을 면밀히 살펴보면 크게 아래의 두 가지로 분류하는 것이 가능하다.
a) 기독교에 있어서의 문학
기독교 문학은 현대인의 영적 각성을 자극하는 미적 서술이어야 한다. 급진적 세계성 위에서 절대적 신앙을 증거하며 표현하기 위해 성경의 하나님 말씀됨을 뒷받침해 주어야 한다. 그리고, 사도 요한과 바울 이후 논의 되어온 기독교 신학에 관해서 무어라 표현할 수 없는 기독교 정신을 독자들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현대인의 사랑과 신앙은 기독교 문학의 이런 노력에 달려 있다. 세속적인 세계관의 중심에 문학적 아름다움으로 옷 입은 성경적 신앙을 감동 있게 뿌리내리는 곳에 기독교 문학의 참된 본질이 있는 것이다. - 「기독교 문학과 삶의 변화」, 김경환, 이레서원
기독교 문학은 성경에 근거를 둘 때, 진정한 결실을 거둘 수 있다. 성경에 기초하지 않은 문학적 미사려구는 기독교 문학에 있어 공허한 메아리에 지나지 않는다. 신․구약 성경 66권은 기독교 문학의 상상과 기법의 모태가 된다. - 「한국 소설의 기독교 의식 연구」, 김봉군, 민지사
b) 문학에 있어서의 기독교
기독교 문학이란, 문학으로 육화된 기독교 정신이 깃든 문학작품이라고 하겠다. 성서적 사실에만 집착하지 않고 자신의 종교체험이 문학적으로 승화된 작품, 고정관념화 된 기독교를 빌어 문학의 형식으로 진술하는 작품이 아닌, 기독교 신앙과의 대결을 통하여 암묵적으로 존재하는 진정한 신앙을 추구하는 경우의 작품을 말한다. - 「不在하는 神과 소설」, 송상일
성서적 사실만을 다룬다고 해서 기독교 문학은 아니다. 기독교 문학이 되기 위해선 기독교 정신이 작가의 삶과 작품에 진실하게 투영되어 있어야만 하는 것이다. 기독교 문학은 크리스챤인 작가가 자신의 신앙을 바탕으로 외부적 상황을 문학적으로 승화시킨 것, 즉 객체와 주체의 통일을 신앙으로 구현하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기독교 문학은 문학의 순수성과 예술성에 벗어나지 않아야 하며 다른 한편으로는 작가의 내적체험이 바탕되어야 하는 것이기에, 작가의 생에 대한 순수성과 신앙이 요구된다. - 「한국 기독교 문인 연구」, 최미정, 크리스챤서적
위의 두 부류는 서로 다른 모습으로 기독교 문학을 정의하고 있다. a의 경우에는 문학을 기독교의 호교 활동을 위한 하나의 도구로 이해하고 있다. 호교 활동을 위한 도구로 전락한 문학은, 문학의 본질이라 할 수 있는 소재와 구성 및 표현의 범위가 크게 축소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문학이 가진 차별화 된 다양성이 사라지고 획일적인 모습의 비문학적인 요소만이 남게 된다. 이데올로기를 선전하는 문구를 문학으로 인정할 수 없듯이 기독교의 호교 활동을 위한 수단으로만 이용된 문학은 진정한 의미에서의 문학이라고는 볼 수 없을 것이다.
본래 문학과 종교는 서로 상충되는 요소가 매우 많다. 종교의 신앙이 부각되면 문학적인 부분은 상대적으로 축소되기 마련이다. 반대로, 문학적인 부분이 부각되면 상대적으로 종교적인 요소는 줄어들게 된다. 때문에 종교와 문학이 하나로 합쳐졌을 때에는 서로가 서로를 상쇄하지 않는 일정한 비율에서 균형 있게 섞여야만 한다. b가 말하는 기독교 문학은 바로 종교와 문학이 균형 있게 잘 섞인 경우를 말하고 있는 것이다.
아직까지는 우리나라에서 ‘기독교 문학은 바로 이것이다’라고 객관적인 개념이 정의 내려 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기독교 신앙에 대한 믿음의 척도에 따라 기독교 문학에 대한 개념의 정의 또한 달라지기 때문이다. 또한,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기독교 문학에 대한 연구나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객관적인 자세로 기독교 문학에 대한 이론 연구를 담은 저술이 출판된 예가 상당히 드물며, 해외의 저술 또한 조악한 수준의 번역서 몇 권 외에는 기독교 문학에 대한 제대로 된 이론서를 찾아보기가 힘든 실정이다. 때문에 기독교 문학에 대한 정확한 개념은 우리가 공부를 하면서 스스로 내려야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