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박 판매가 활기를 띠고 있다. 경남 함안과 의령 등 남부권 산지를 중심으로 수박 출하가 2~3주일 빨라진 데다 때 아닌 초여름 날씨가 계속되면서 수박을 찾는 수요가 늘고 있어서다. 수박은 4~8월까지가 주 출하시기인데, 이 기간 동안 남부권에서 충남 부여를 거쳐 충북 음성·진천 등지로 산지가 북상하는 흐름을 보인다. 수박 유통에서 매년 문제로 지적되는 공급물량 집중에 따른 값 하락이 올해엔 어느 시기에 나타날지가 산지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 하지만 올해엔 지역별로 출하시기를 조절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작황 및 출하동향=1일 오전 11시, 경남 함안 대산농협의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 수박을 무게별로 선별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한쪽에서는 비파괴 당도선별기를 가동시켜 수박 한통당 당도를 실시간으로 점검하고 있었다. 한통당 무게가 3~5㎏대가 주력이긴 하지만 9~10㎏이 넘는 큰 수박도 적지 않았다.
손문규 대산농협 상무는 “예년보다 보름 이상 빠른 3월17일부터 수박 판매사업을 개시했고 3월 말 현재 10억원어치를 취급했다”면서 “겨울철 날씨가 양호했고 최근 들어서도 고온이 계속되면서 상품성은 전반적으로 양호한 편”이라고 밝혔다. 이곳 APC에서 취급하는 수박 중 이른바 ‘기박(내부가 쩍쩍 갈라진 수박)’으로 불리는 등외품 발생률은 5~10% 정도로 추산된다. 품위가 예년 수준은 된다는 얘기다.
수박 재배농가 정대진씨(55·함안군 대산면 평림리)는 “시설하우스 17동(한동당 200평·660㎡)에 재배하고 있는데 3월 말 현재 일부 하우스에서 수확을 끝냈을 정도로 숙기가 빨라졌다”고 말했다. 정씨는 그러나 “수박의 크기가 예상만큼 크지 않은 게 조금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예년과 비교해 볼 때 같은 시점 기준으로 한통당 무게가 0.5~1㎏ 정도 적게 나간다는 것이 정씨의 설명.
조기 출하 흐름은 주요 주산지에서도 마찬가지. 이재승 부여 규암농협 과장은 “지난해엔 5월10일께가 성출하기였지만 올해는 본격적인 출하기가 5월5일께로 전망된다”고 했고, 최대영 음성농협 APC사업소장도 “작년엔 공동선별 작업을 6월10일께 처음 실시했지만 올해는 1주일에서 열흘 정도 앞당겨진 6월 초에 돌입할 것 같다”고 말했다.
◆가격 전망=기온이 큰폭으로 오르면서 가격에 대한 기대감은 높은 편이다. 2일 현재 함안지역의 밭떼기거래 시세는 시설하우스 한동(200평)당 450만~500만원선. 초반 과열 양상을 보였던 지난해 이맘때(600만원선)보다는 20% 정도 하락한 것이지만 많이 나쁘지 않다는 것이 대체적인 반응이다. 일부 수집상은 500만~600만원대의 호가를 제시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런 호가는 말 그대로 호가일 뿐 가격만 올려 불러놓고 실제론 품질 등을 문제 삼으며 실거래가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여기에다 5월15일을 전후해 충남과 충북 산지가 겹치면서 일시적으로 가격이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또 6월15~20일을 전후해 한 차례 더 가격이 크게 출렁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변수는 고온 지속에 따른 소비 활성화가 얼마나 될 것인가 하는 것. ㈜농협유통 등 대형 농협 판매장을 비롯해 이마트와 홈플러스·롯데마트도 4월 하순께 과일 판매장을 수박 중심으로 전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수박 시장은 1조원 정도로 추산된다. 하지만 몇년째 수박 시장이 커지지 않고 있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설명이다. 특히 올해는 수박 소비에 대한 호재와 악재가 겹쳐 있어 전망이 더더욱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6·4 지방선거로 각종 모임들이 줄어들면서 후식용 소비가 많은 수박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우려가 우선 꼽힌다. 국민 1인당 수박 소비량이 몇년 새 계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현실과 장마철이 일찍 도래할 것이란 예보도 부정적인 전망의 근거로 작용하고 있다. 전상곤 함안군조합공동사업법인 팀장은 “내년 3월 전국 동시 조합장 선거를 앞두고 비주산지 농협들까지 수박 판촉활동에 너도나도 나서면서 판매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고, 이는 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도 했다.
하지만 6월13일 개막하는 브라질월드컵은 소비에 도움이 될 것이란 기대를 낳고 있다. 고영직 농협 농산물도매분사 청과사업단 팀장은 “지난해 주요 주산지 농협 10곳이 주축이 돼 지역별로 출하시기를 조절한 결과 전체적인 시장 가격이 다른 과실에 비해 비교적 괜찮았다는 평가가 있었던 만큼 올해도 적절한 분산 출하로 시장 가격을 지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첫댓글 고맙습니다..
함안 대산수박은 크기와 무게가 상당하드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