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 STOCK / 박종원 코리안리 사장(2)◆
`자산 2배, 당기순이익 3배, 수입보험료 2.3배 각각 증가.`
박종원 코리안리 사장이 98년 취임 이후 6년 동안 거둬낸 성적표다.
박 사장이 취임하기 전 코리안리(옛 대한재보험) 모습은 한 마디로 `한심했다`
고 할 수 있다.
국영기업인 재보험공사로 설립된 68년 이후 97년까지 코리안리는 매년 적자를
내는 그야말로 `꼴찌` 회사였다.
고유 업무인 보험 영업을 통한 누적손실이 35년 동안 4775억원이나 쌓여 있었
다.
35년 동안 거둔 당기순이익을 다 합쳐 봐야 고작 790억원에 불과했다.
직원들은 가만히 있어도 보험사들이 알아서 물어다주는 `비스킷` 수준의 보험
료에 만족, `적자만 나지 않으면 된다`는 패배의식에 젖어 있었다.
그러나 이 같은 상황은 재경부 공무원 출신의 `낙하산 사장` 한 명이 나타나면
서 완전히 변해버렸다.
중견 간부를 중심으로 한 구조조정이 단행되고 남은 직원들에게 `할 수 있다`
는 자신감을 불어넣기 시작했다.
좀처럼 해보지 않던 신상품 개발이 이뤄지고 꿈조차 꾸지 못했던 해외시장 개
척이 시작됐다.
국내 영업 사각지대로 활동무대가 넓어졌다.
신입 직원들에게
는 스포츠를 통한 강인한 체력 테스트까지 이루어졌다.
임원배상책임보험(98년) 금융기관종합보험(2000년) 등 보험업계에서 히트했쳤
던 상품들이 코리안리 작품이었다.
농협 수협 새마을금고 등 과거에는 꺼렸던 유사보험시장으로 영업이 확대되면
서 97년 79억원에 불과하던 이 분야의 보험료가 지난해 말에는 1167억원으로
늘었다.
또 성장전략인 해외시장 개척은 업계 최고의 화젯거리다.
선진국 유수 재보험사들이 `알맹이는 빼먹고 껍데기만 남긴` 미국ㆍ유럽 시장
을 과감히 줄이고 아시아ㆍ중동, 나아가 아프리카까지 두드렸다.
그 결과 98년
496억원이었던 해외 보험료가 지난해 말 1583억원으로 2배 이상 늘었다.
2001년 9ㆍ11테러, 유럽의 겨울폭풍, 미국 회계부정 등으로 미국 등 유수 재보
험사들의 합산비율(손해률+비용)은 120~130%.
그러나 이 시기 코리안리는 매년 합산비율을 95% 선에 맞춰냈다.
합산비율 95%
란 지급된 보험금과 영업에 필요한 비용을 제외하더라도 5%의 이익이 남는다는
의미다.
미국과 유럽에서의 계약을 과감히 줄인 박 사장의 전략이 주효했음을
증명한 대목이다.
수익 드라이브 뒤에는 비용 축소정책도 있었다.
보험금을 지급해야 하는 단일 사건당 보험금 지급 총액을 150억원으로 한정하
는 리스크관리시스템(XOL커버)을 도입한 것도 그의 아이디어였다.
그 바람에
지난해 태풍 `매미`가 닥쳤을 때 전 보험사가 6000억원의 막대한 피해를 보았
지만 코리안리는 100억원 손실로 막아냈다.
당시 국내 보험사들이 코리안리에 청구한 800억원의 재보험금 중 코리안리는 1
00억원만 지급하고 나머지 700억원은 외국의 또다른 재보험사가 지급케 했던
것이다.
그의 `구조조정-수익발생-수익원 다변화` 전략은 취임 후 2~3년이 지나면서 열
매가 맺혔다.
보험영업이익은 취임 후 2000년부터 흑자로 돌아서 취임 6년 동안 모두 941억
원을 거뒀다.
당기순이익은 6년 간 2500억원을 올려 지난 35년 동안 올렸던 이
익의 3배에 달한다.
장사 밑천이 되는 수입보험료가 97년 1조541억원에서 지난해 2조3874억원으로
2.3배 늘었다.
총자산은 1조2034억원에서 2조3582억원으로 커졌다.
이 바람에 2000년 이후 3
년 간 직원 1인당 평균 당기순이익이 2억9000만원에 달해 국내 금융기관 최고
수준을 달성하기도 했다.
취임 직전 6000원이던 주가는 지금 4만4500원대까지 올라와 있다.
올해 예상되는 자기자본이익률(ROE)은 15.5%. 삼성화재 등 대형 5개사 평균 12
.6%보다 3% 정도 높다.
그러나 6월 15일 종가 기준 주가순자산배율(PBR)은 0.7
배에 불과하다.
대형 5개사 평균 0.7배와 같다.
높은 ROE에 비해 PBR가 낮다는 것은 그만큼 코리안리 주가가 저평가됐다는 것
이다.
외국인들이 코리안리 주식을 열심히 사모으는 것도 이 때문이다.
2002년 8월 한 자릿수(9%)에 불과하던 외국인 지분율은 1년 후 25%로 늘었고
이는 최근 44%로 껑충 뛰었다.
조병문 LG투자증권 금융팀장은 "보험업계에서 최고경영자(CEO) 효과가 나타나
는 주식은 코리안리밖에 없다고 단언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 사장이 없었으면
오늘날의 코리안리는 없었을 것"이라고 격찬했다.
익명을 요구한 외국계 애널리스트는 "외환위기 이후 금융기관 구조조정 모델로
는 이만큼 좋은 사례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3연임에 성공했다.
연임까지만으로만 돼 있던 금융계 관행을 깬 그
야말로 `기록`을 세웠다.
국내 경영자 4명 중 1명은 임기를 채 1년도 채우지 못하는 한국의 척박한 CEO
토양에서 일어난 자신의 3연임에 대해 그는 "경영이란 욕을 먹어가면서 밀어붙
여야 하는 것인데 1~3년 단위로 이뤄지면 누가 맡겠나"면서 "정부도 실적이 뒤
따르는 CEO에 대해 인정해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장광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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