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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1월 10일 살아나서 살리는 교회 주일 설교
제목 : ‘호명되지 않은 영웅’ - 2. 다니엘과 세 친구의 감독관
본문 : 다니엘 1장 16절(11~16절)
감독관은 그들에게 지정된 음식과 마실 포도주를 주지 않고, 채소를 계속 주어서 먹게 하였다. <새번역>
우리가 너무도 잘 아는 다니엘 이야기에서 결코 놓치지 말아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물론 주인공인 다니엘은 너무도 중요한 인물입니다. 그리고 세 친구도 중요합니다. 그래서 우리 최소한 세 친구의 이름정도는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하나냐와 미사엘과 아사랴입니다. 이 세 친구도 정말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우리에게는 그저 다니엘과 세 친구일 뿐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들도 기억해 주어야 합니다.
그런데 다니엘서 초반에는 앞으로 다니엘서를 이어가게 만드는 정말 중요한 ‘호명되지 않은 영웅’이 있습니다. 다니엘과 세 친구가 앞으로 구별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첫 도움으로 조력자가 되어준 이 사람을 우리는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그는 이름조차 없습니다. 단지 그의 직분만이 등장할 따름입니다. 그는 내시부 대신, 즉 환관장이 임명한 감독관입니다.
남유다가 멸망하면서 왕과 귀족의 자손 가운데서 많은 소년들이 바벨론으로 포로가 되어 끌려가게 되었습니다. 그들은 왕궁에서 왕을 모실 수 있도록 바벨론의 언어와 문학을 배우게 됩니다. 그런데 왕은 억지로 배우게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하여 특별한 상을 내려주게 됩니다.
또 왕은 그들에게 날마다 궁중 요리와 술을 주면서 앞으로 어전에서 일볼 수 있도록 삼 년 동안 훈련을 받게 하였다. <다니엘 1장 5절, 공동번역>
아마도 꽤 많은 소년들이 이 궁중요리와 술에 익숙해져 갔을 것입니다. 어떻게 보면 자신에게 출세의 길이 열렸다고 생각하고 재빠르게 유대인의 옷을 벗어버리고 바벨론으로 갈아탄 이들도 등장했을지 모르겠습니다. 이런 특별한 대우를 받게 되면 포로가 아니라 무엇인가 대접 받는 사람처럼 느껴지니 아마 경계심도 꽤 많이 허물어졌을 것입니다.
그런데 언제나 ‘하나님의 사람’은 이런 상황에서도 변함없이 구별된 삶, 하나님의 방법으로 사는 삶을 선택하게 되어 있습니다. 바로, 다니엘과 하나냐와 미사엘과 아사랴는 왕이 내린 음식과 포도주로 자기를 더럽히지 않겠다고 마음을 먹게 된 것입니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입니다. 혹시라도 튀는 행동을 하면 바로 죽을 수도 있는 일입니다. 그러니 아직 어린 소년이었던 그들은 하나님 앞에서 ‘죽음’까지도 각오한 것이라 볼 수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들 중 다니엘은 그저 당장 먹지 않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 안 먹을 수 있도록 환관장을 찾아가 도움을 요청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렇게 하나님의 사람들이 움직일 때 하나님도 함께 움직이시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하나님은 그런 다니엘의 결단에 함께 동행하사 축복하십니다.
하나님은 다니엘이 환관장에게서 호의와 동정을 받도록 해주셨다. <다니엘서 1장 9절, 새번역>
아마도 다니엘과 세 친구는 꽤 성실하게 배움에 임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음식과 술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에서는 그 누구보다도 더 열심히 했기에 환관장이 보기에도 충분히 칭찬할만한 재목들이었을 것입니다. 거기다 하나님의 손길까지 더 해졌으니 다니엘과 세 친구의 결단이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지 않을까요?
하지만 환관장은 결정을 내려 주지 못합니다. 혹시라도 왕이 명령한 음식과 술을 주지 않았다가 다니엘과 세 친구의 건강이 나빠지기라도 한다면 자신에게 피해가 올 것을 두려워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다행인 점은 환관장이 다니엘과 세 친구를 돕고 싶은 마음은 있었는지 슬쩍 한 사람을 소개시켜 준다는 것입니다. 사실은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책임을 그 사람에게 떠민 것입니다.
그래서 다니엘은 내시부 대신의 지시대로 자기와 하나니야와 미사엘과 아자리야를 맡아 보살피는 감독관에게 청했다. <다니엘 1장 11절, 공동번역>
여기서 처음으로 오늘 만나야 할 호명되지 않은 영웅, 감독관이 등장하게 됩니다. 사실 다니엘과 세 친구에 대해서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 이 감독관이었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이 감독관이 실제적으로 이 네 사람을 맡아 보살피는, 감독이라고는 하지만 사감처럼, 감독이라고는 하지만 보모처럼, 돌보아 주던 사람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감독관 역시 이 네 사람에 대한 충분한 호의를 가지고 있었을 것입니다. 처음에는 돌출 행동을 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음식과 술을 제외한 나머지 일에는 최선을 다한 그들이었기에 감독관은 환관장에게서 소식을 전해 듣고 다니엘의 말을 듣고 있기 때문입니다. 바벨론 포로가 자신을 감독하는 사람에게 이렇게 부탁할 수 있었던 것은 다니엘과 세 친구의 삶이 그래도 감독관 보기에 나쁘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입니다.
"부디 이 종들을 열흘 동안만 시험하여 보시기 바랍니다. 우리에게 채소를 주어 먹게 하고, 물을 주어 마시게 하여 보시기 바랍니다. 그런 다음에, 우리의 얼굴빛과 왕이 내린 음식을 먹는 젊은이들의 얼굴빛을 비교하여 보시고, 이 종들의 요청을 처리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다니엘 1장 12~13절, 새번역>
다니엘과 세 친구는 궁중요리와 술을 거부하고 채소와 물만을 선택합니다. 그리고 10일 후에 자신들의 건강을 요리와 술을 먹은 이들과 비교해 달라는 부탁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탁월한 제안입니다. 당연히 궁중요리와 술을 먹지 않고 채소와 물만을 먹으면 오히려 건강해지는 것이 맞습니다. 지금은 일부러라도 그렇게 먹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그 때는 2024년이 아닙니다. 어떠한 과학적, 의학적 근거를 가지고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들은 믿음으로 왕의 음식과 술을 거절하기 위한 선택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황당한 부탁에 감독관은 어떻게 화답하고 있습니까?
그래서 감독관은 그 말을 따라서, 열흘 동안 시험해 보았다. <다니엘서 1장 14절, 새번역>
그런데 사실 시험해 보았다는 말보다는 공동번역의 이 번역이 조금 더 정확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다니엘의 말대로 열흘 동안 두고 보았다. <다니엘서 1장 14절, 공동번역>
왜 시험해 보았다는 말보다 이 말이 더 정확하다고 생각하는가 하면 감독관도 자신의 목숨을 이 10일이라는 시간에 걸었기 때문입니다. 만약에 10일이 지나 다니엘과 세 친구의 건강이 악화되기라도 한다면 환관장이 걱정했던 것처럼 목숨이 달아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감독관은 하루하루 이 네 사람을 주목할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놀라운 점은 이 10일 동안 감독관은 이 네 사람에게 어떠한 말과 행동도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만약에 네 사람에게 채소와 물만을 주는 것을 도박처럼 생각하고, 도전이라고 생각했다면 매일 매일 그들의 건강을 체크하고 조바심이 났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다니엘과 세 친구의 말을 믿었던지 모르지만 그저 10일 동안 기다려 주었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10일이 지났습니다. 과연 어떤 결과가 펼쳐질까요?
열흘이 지났을 때에 보니, 그들의 얼굴빛이 왕이 내린 음식을 먹은 젊은이들의 얼굴빛보다 좋고 건강하여 보였다. <다니엘서 1장 15절, 새번역>
할렐루야! 하나님께서 일하셨음을 믿습니다. 다니엘과 세 친구의 결단에 하나님의 축복이 임했음을 믿습니다. 감독관이 보기에도 신기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감독관은 아주 중요한 결단을 하게 됩니다. 다니엘이 가장 원하던 것, 앞으로도 왕의 음식과 술을 먹지 않은 것, 그것을 도와주는 조력자가 되어 준 것입니다.
감독관은 그들에게 지정된 음식과 마실 포도주를 주지 않고, 채소를 계속 주어서 먹게 하였다. <다니엘서 1장 16절, 새번역>
그리고 이런 고민이 끝이 나자 하나님은 네 젊은이를 마음껏 축복하여 주시기 시작하십니다. 구별된 삶을 선택한 이들에게 구별된 은혜를 허락하십니다. 그러고보니 잊고 있었습니다. 바벨론으로 포로로 끌려왔지만 하나님은 그 곳에서도 여전히 함께 하고 계십니다. 할렐루야! 역시 장소와 상황이 문제가 아닙니다. 하나님이 함께 하시기에 그 어느 곳에서든지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 사실도 결코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바벨론에 있어도 하나님은 함께 하셨습니다.
하나님은 이 네 젊은이들이 지식을 얻게 하시고, 문학과 학문에 능통하게 하셨다. 그 밖에도 다니엘에게는 환상과 온갖 꿈을 해석하는 능력까지 주셨다. 왕이 정하여 놓은 삼 년 동안의 교육이 끝나는 날, 환관장은 교육을 받은 젊은이들을 모두 느부갓네살 앞으로 데리고 갔다. 왕이 그들과 말하여 보니, 그들 가운데서 다니엘과 하나냐와 미사엘과 아사랴가 가장 뛰어났으므로, 그들로 왕을 모시게 하였다. <다니엘서 1장 17~19절, 새번역>
사랑하고 존경하고 축복하는 동역자 여러분, 만약 이 감독관도 환관장처럼 자신의 목숨이 두려워 다니엘의 부탁을 거절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요? 생각하고 싶지 않은 끔찍한 일이 다니엘과 세 친구에게 닥쳤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면 다니엘과 세 친구도 그저 포기하고 다른 이들과 똑같은 궁중요리와 술을 선택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습니다. 도우시는 하나님과 같은 감독관의 도움으로 다니엘과 세 친구는 이제 앞으로 펼쳐질 다니엘서의 모든 이야기를 써내려갈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그 첫 단추를 끼워 준 사람, 그 호명되지 않은 영웅이 바로 이 ‘감독관’입니다. 저는 확신합니다. 하나님은 분명히 이 감독관도 어떠한 방법으로든 도우셨을 것입니다. 그리고 앞으로 이 네 친구가 승승장구 출세하면서 이 감독관에게 분명히 은혜를 갚았을 것입니다. 그리고 좋은 동역자가 되었을 것입니다. 기록되어 있진 않지만 분명하게 확신합니다.
그런데 저에게 이 호명되지 않은 영웅인 감독관을 묵상하다보니 신기한 일이 생겼는데, 바로 자연스럽게 ‘부모’라는 자리로 눈을 돌리게 하시는 하나님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머나먼 타국 땅에 포로로 끌려온 네 소년을 부모처럼 보살펴 주었던 감독관을 보면서 다시 한 번 부모의 역할에 대해서 묵상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러고 보니 대단한 영웅들 뒤에는 언제나 호명되지 않은 영웅, 그 영웅의 부모가 있었음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다니엘과 세 친구라는 대단한 영웅 뒤에 호명되지는 않았지만 영웅인 부모와 같은 감독관이 있던 것처럼 말입니다.
이미 부모가 된 이들도 있고, 앞으로 부모가 될 이들도 있습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모든 부모들의 마음은 한 가지인 거 같습니다. 자신들의 이름은 호명되지 않아도 좋으니 자녀들은 호명되는, 알려지는, 유명한 영웅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 말입니다. 자녀를 위하여 자신의 이름마저 버리고 그저 부모란 이름으로 남아도 좋으니 그 자녀만은 잘 되기를 바라는 그 마음 말입니다. 부모의 마음까지는 아닐지 몰라도 어찌 부모뿐이겠습니까? 양육하는 교사도 마찬가지입니다. 교회에서 다음 세대를 바라보는 어른 세대의 마음도 동일한 것입니다. 이 호명되지 않은 영웅들의 소원은 자신의 섬김과 조력을 통하여 누군가가 호명되는 영웅이 되기를 원하는 것입니다. 이 얼마나 놀라운 삶입니까?
그런데 이 호명되지 않은 영웅들이 오히려 모든 영광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바로 호명된 영웅이 호명되지 않은 영웅을 진짜 영웅이라고 소개할 때입니다. 많은 이야기들이 있지만 저에게는 특별했던 이야기가 있어서 잠시 지난여름 파리 올림픽 배트민턴장으로 시간을 돌려 보겠습니다. 모두 안세영이라고 하는 영웅의 등장에 박수를 칠 때 배드민턴계에서 또 다른 축제가 있었는데 바로 2008년 베이징올림픽 이후 16년 만에 결승에 진출한 혼합복식 김원호-정나은조의 은메달 소식이었습니다. 이 두 선수 중 정나은 선수의 이야기를 잠시 전해 드리겠습니다.
배드민턴 혼합 복식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우리나라 정나은(화순군청)은 돌아가신 어머니에 대한 사연을 전하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정나은은 "엄마 핸드폰에 저장된 내 이름이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정나은'이었다"며 "엄마와 약속한 금메달을 따지 못했지만 그래도 지금 엄마가 자랑스럽게 생각하실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정나은선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한참일 때 모친상을 당했습니다.
정나은선수가 메달을 따기 전까지 정나은 선수의 어머니는 호명되지 않은 영웅이었습니다. 그저 딸이 금메달리스트가 될 수 있도록 돕고 보살피고 섬기고 뒷바라지 하던 부모였습니다. 솔직히 선수도 선수지만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되기까지 부모가 얼마나 많은 고생을 했겠습니까? 그리고 20살 초반의 딸을 두고 먼저 세상을 떠나야만 어머니의 심정은 얼마나 괴로웠을까요? 이 은메달이란 영광의 순간을 보시고 함께 즐겼으면 좋으련만 너무도 안타까운 사연이었습니다. 그래서 정나은 선수는 메달을 딴 소감으로 호명되지 않은 영웅이었던 어머니를 세상 그 누구보다 뛰어난 영웅이라고 우리에게 소개시켜 준 것을 보며 마음에 큰 감동을 받았었습니다.
우리는 그 감독관의 이름을 알지 못합니다. 앞으로도 그저 감독관으로만 호명할 것입니다. 하지만 달라진 것은 이제 그 감독관은 더 이상 호명되지 않은 영웅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다니엘과 세 친구를 우리에게 소개시켜 준, 우리에게 이어준, 오늘로부터 호명된 영웅으로 감독관입니다.
우리 역시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이 감독관과 같은 삶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우선은 부모로, 교회에서는 교사로, 모범이 되는 어른 세대로, 자녀를, 학생들을, 다음 세대를 이 시대의 빛과 소금으로 만들어 줄 수 있도록 뒷바라지 했으면 좋겠습니다. 비록 호명되지 못하더라도, 이름도 없고 빛도 없이 섬겨야 하는 자리이고, 때로는 목숨이 위태할 수도 있는 선택을 해야 하고, 때론 억울한 누명도 써야 할 자리일지도 모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름 한 자 말하지 못하더라도, 하나님이 우리의 이름을 불러주고, 자녀가, 학생들이, 다음 세대들이 우리의 이름을 불러주게 될 그 날까지 묵묵히 이 믿음의 길을 걷기를 소망합니다.
마지막으로 이 자리를 빌려 다니엘과 세 친구의 감독관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또한 이 땅에 모든 호명되지 않은 영웅인 부모님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그리고 그 호명되지 않은 영웅들을 잊지 않고 기억해 주사 성경에 기록하신, 앞으로도 기록하실 하나님의 놀라운 사랑과 은혜와 깊음에 모든 찬양과 존귀와 영광을 돌립니다.
결단 찬양 - 가장 귀한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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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정나은 선수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