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꽃도 꽃이냐?
그 말을 들은 날 이후, 좋아하게 된 꽃
가까이 들여다보면 볼수록
꽃 중의 꽃이란 생각이 든다
보아주는 이 없어도 스스름없이 피는 꽃
더 높은 곳에 꽃 피우려고
덩굴손을 뻗어 허공의 매듭을 찾는다
깜깜한 밤마다 별들 가까이 가고파
솜털 보송한 팔을 저어서 별을 부르다
꽃잎은 별모양을 닮아간다
어두운 하늘에 금빛 구멍이 뚫리는 보름밤
빛가루를 꽃잎에 받아 새긴다
그래서 꽃중에 명도가 가장 높다
꽃잎을 활짝 펴 샛노란 종소리로
꿀 찾아 헤매다 지친 벌들을 불러들인다
치마폭 같은 초록 잎사귀 사이사이
보름달 닮은 호박을 키워내려고
호박꽃, 한여름밤에도 잠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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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원 시 문학방
호박꽃 / 권은중
이희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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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17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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