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정동진
멍에자 소개
강원도 강릉시 강동면에 위치한 정동진(正東津). 광화문에서 정확히 동쪽으로 내달으면 닿게 되는 바닷가라 하여 붙여진 이름이란다. 이 동네 모르시는 분들은 거의 없을 거이다. 이젠 뭐 동해안 해돋이의 대명사처럼 되었잖어.
왜 글케 되었는가도 아마 다들 잘 아시리라 생각한다. 기차역 바로 옆에 바다가 있다는 것. 기네스 북에까지 올랐다잖어. 세계에서 가장 바다와 가까운 기차역으로 말이다. 새벽을 뚫고 달려온 기차가 바닷가에 긴 숨을 멈추고 해를 기다리는 풍경. 기차에서 내려 역사 옆에 바로 붙어있는 백사장으로 내려가면 동해가 깊게 넘실 거리고 그 위로 붉은 해가 떠오른다. 이것이 사람들이 기대하는 정동진의 맛이다.
굳이 일출이 아니라도 좋다. 작은 기차역사 옆으로 호젓하게 펼쳐진 백사장과 바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정동진은 매력적인 여행지다. 기억들 나시지? 드라마 '모래시계'의 그 장면 말이다. 여주인공 고현정(혜린)이 경찰에게 쫓기며 초조하게 기다리던 그 기차역. 그리고 결국 경찰에게 체포되는 순간 화면에 비춰지던 겨울바다와 기찻길. 역사에 덩그러니 서 있던 소나무 한 그루. 그 호젓하고도 아련한 이미지에 반한 사람들은 하나 둘 정동진을 찾기 시작했다.
그 후 10년 세월이 흘렀다. 그동안 정동진은 1년에도 몇백 만의 사람들이 찾는, 명실상부한 국민 해돋이 관광지로 부상하였다. 사실 이곳 해돋이는 그다지 뛰어난 품질이 아니다. 역사 바로 앞 해변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해가 딱 눈 앞에서 뜨는게 아니라 오른쪽에서 비스듬히 떠오르거든. 눈앞에서 일출을 보고 싶으면 조금 걸어야 한다. 그래도 기차에서 바로 내려 해돋이를 본다는 메리트는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니 사람들은 이곳으로 꾸역꾸역 찾아온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많은 이들의 눈에 비친 정동진의 모습은 '영 아니올시다'가 되었다. 이것은 정동진을 찾는 관광객들이 눈에 띄게 부쩍 줄고 있는 것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왜 그럴까. 지금부터 이곳이 왜 멍에에 선정되었는지, 누가 이 작고 한적한 시골역에 멍에를 뒤집어 씌웠는지 하나하나 차근차근 살펴보기로 한다.

정동진 역사
멍에 등극 추천의 배경
첫째. 모래시계

고현정 소나무
모래시계는 정동진을 국민 관광지로 만들었다. 그리고 이제는 정동진을 망가뜨리는 가장 큰 요인중 하나가 되었다.
많은 분들이 위의 문장에 동감하실 것이다. 저 사진 속의 소나무 말이다. 저기다 철조망을 둘러치고 모래시계에 나왔었다는 안내판을 만들 필요가 있을까? 왜 굳이 그런 경악스러운 짓을 하는 거냐. 그것 말고도 많다. 역사 주변에 늘어선 모래시계 기념품이며, 도대체 정체성을 알 수 없는 모래시계 공원이며, 그 안에 우뚝 서있는 대형 모래시계. 누가 뭐래도 최강은 '고현정 핫바'나 '최민수 오뎅'일 게다.
근데 말이지, '모래시계가 언제적 드라마야!!'라는 비난에는 조금 이견이 있다. '로마의 휴일'은 언제적 영화라 아직까지 로마에서는 그 이미지를 간직하고 있겠냐구. '모래시계' 정도면 충분히 한 관광지에 깃드는 스토리가 될 만한 웰메이드 드라마였다.

거대한 모래시계
'모래시계'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만약 '모래시계'라는 드라마가 존재하지 않았다면, 지금 정동진에서 모래시계 갖고 장사해 먹는 게 이렇게 까지 추해 보이지는 않았을 거이다. '천안 호두과자'하듯 자연스럽게 붙을 수도 있는 이미지라고 본다
그러나 이미 정동진에서 써먹고 있는 '모래시계'의 이미지는 드라마의 그것이다. 여행지에 스토리가 녹아있는 것은 충분히 바람직한 일이나 그것을 이렇게 노골적으로 이리저리 늘어놓는 것은 낯뜨겁고 촌스러운 일이다. 로마 스페인 계단에 '로마의 휴일'이 녹아있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이다. 그러나 그 앞에서 '오드리 헵번 아이스크림' 이런 거 안판다. 정동진에 좋은 기대를 갖고 온 여행객들이 고현정 핫바 앞에 얼굴 붉어져 민망해하며 돌아간다. 이런 기억들이 쌓여 바로 정동진을 멍에로 만드는 것이다.

다양한 모래시계 상품
셋째. 맛은 없다. 바가지만 있다.

해변을 따라 늘어서 있는 포장마차
이 동네에 멍에를 씌운 가장 큰 죄인집단 중 하나는 바로 이 동네 사람들이다. 정확히 말하면 정동진의 유명세를 이용해 먹겠다는 동네 사람들의 바가지 상혼이다. 이 바가지는 다른 무엇보다 먹거리에서 절정을 달한다.
예를 들면 이런 거다. 정동진에 해돋이를 보러 간다. 해 뜨는 거 보고 나면 밥을 먹어야 겠지? 아무 밥집이나 들어간다. 메뉴판을 받고 오천원짜리 된장찌개를 골라 주문을 한다. 그러나 아줌마는 고개를 가로젓고는 지금 시간에는 이쪽 메뉴만 된다며 손가락으로 메뉴판의 한 지점을 가리킨다. 그곳에는 이만원짜리 찌개류들이 죽 적혀있다. 욕은 나오지만 배가 고프다. 매운탕 하나를 주문한다. 오랜 시간이 걸려 음식이 나왔다. 한 숟갈 입에 넣는 순간 오만상이 찌부러진다. 이 국물 맛, 필경 라면스프의 그것이다.
여름에는 해변을 따라 늘어선 포장마차가 여행객들의 가슴에 빵꾸를 낸다. 지지리 맛도 없는 우동이나 라면을 꽤 비싼 돈 주고 먹어야 한다. 막말로 생생우동만 끓여서 팔아도 그 동네서 짱먹는 건 시간 문제일 듯 싶을 정도다.
반듯한 맛집 하나 없는 것도 아쉽다. 초당 두부집이 유명하긴 하지만 원조집의 그것에는 훨씬 못미친다. 차라리 서울 시내 맛있는 두부집이 더 낫다고 본다. 이 동네가 국민 관광지가 된 게 벌써 십년 세월이다. 내공이 쌓일 시간으로는 충분하다. 그러나 이 동네 밥집들은 그 동안 뭘한 건지 기본적인 프로 의식조차 찾아보기 힘들다.
이곳에서 장사하시는 분들이시여. 먹고 살겠다는 걸 말릴 생각은 없다. 그러나, 좀 오래 장사할 생각 하시라. 요즘 사람들 입맛 까다롭다. 지금처럼 장사하면 시간이 흐른 후 힘들어 지는 것은 바로 여러분들이다.
셋째. 뜬금없는 개발
정동진의 난개발은 심각한 수준이다. 정동진의 특성을 살려 체계적으로 개발.... 이런 거 바라는게 욕심일까? 어쩜 그렇게 돈 좀 만져보겠다는 상혼들만 지들 멋대로 비집고 올라와 자랐을거나. 그런 것들이 이 호젓한 동네를 참으로 보기 싫게 만들어 놓았다.
정동진으로 들어서면 모텔, 리조텔, 여관 등의 이름을 내건 100여 개의 숙박 업소가 한눈에 들어온다. 짜증이 와락 밀려온다. 정동진의 소박한 아름다움을 떨이로 팔아먹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이런 난개발은 단지 미관을 해치는 것 뿐 아니다. 정동진 하구 일대는 심한 악취가 코를 찌른다. 숙박 업소에서 배출한 폐수로 인해 수질 오염의 수준이 심각하다는 거다.

정동진 앞의 숙박업소들. 정동진에는 100여 개의 숙박업소가 있다.
이런 자잘한 난개발들을 한큐에 꺾어 주시는 것이 있다. 이것은 난'개발'조차 아니다. 개악이다 개악. 뭐냐고? 바로 썬크루즈다.

산 위에 올라간 모습을 하고 있는 썬크루즈
이것을 멍에로 부르는 것에는 이견이 분분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썬크루즈 자체는 분명히 쓸만한 리조트이다. 배 모양이라는 것도 특이하고, 시설도 좋은 편이다. 이곳을 정동진의 명물이라고 부르는 사람들도 분명히 있다.
그러나 본 감시단은 당당히 멍에라고 주장한다. 정동진은 썬크루즈같은 호텔이 들어 설 입지가 아니다. 이렇게 호젓하고 작고 아담한 해안에 거대한 배가 산 위에 있는 풍경이 어울릴 리 없다. 감히 폭력이라고 칭하고 싶을 만치 썬크루즈는 정동진의 경관에 부조화하다.
단 하나. 썬크루즈의 전망대에서 바라보이는 바다는 훌륭하다. 그러나 하조대 애국가 소나무 정자 경치도 이만큼은 훌륭하다. 사실 저정도의 높이에서 바라보면 모든 바다가 다 아름답다. 오천원이나 되는 입장료를 지불하고 볼 만큼 썬크루즈의 경치가 훌륭한 것은 아니다. 게다가 조각공원에 늘어선 그 열대나무들 사이에서 호텔에서 간헐적으로 울려나오는 인공적 뱃고동과 갈매기 소리를 들으며 보는 바다는 민망할 따름이다.
추천인 기소의 변
동순이라는 아이가 있다. 평범한 외모지만 나름대로의 매력이 있고, 무엇보다 연기력이 탁월하다. 그녀가 어느날 눈썰미 있는 PD에게 발탁되어 드라마에 출연했다. 그녀는 빼어난 연기력과 묘한 매력으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다. CF에도 나오고 쇼프로그램에도 나온다. 얼마쯤 지나자 그녀가 변하기 시작한다. 어울리지 않는 짙은 화장을 덕지덕지 바르고 온갖 예쁜척을 한다. 얼마 후 사람들은 고유의 매력은 상실한 채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변해버린 그녀를 욕하고는 이내 잊어버린다.
정동진이 이 짝이다. 정동진은 역에서 내리면 바로 아담하고 호젓한 해변이 있다는 특수성과 시골마을 특유의 호젓한 운치가 있는 곳이다. 단지 그것일 뿐이다. 그곳에 사람들이 '모래시계'라는 이미지를 촌스럽게 덧입히고, 아귀같은 상혼으로 달려들어 이미지를 흐려놓은 것이다. 정동진 자체에 죄를 묻는 것은 온당치 않으나, 그 정동진을 둘러싼 사람들의 어지러운 마음씨는 멍에의 전당 최상위에 올려도 부족함이 없으리라고 판단하는 바이다.
대안 제시
정동진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보다 체계적인 개발이다. 이 지역의 특성을 가장 잘 살릴 수 있으며 관광객들의 편의를 도모하는 개발 말이다. 이 부분은 어느 정도 조금씩 되어 가는 모습이 보이기도 한다. 모래시계 공원도 사실 '모래시계'라는 조형물만 아니라면 충분히 훌륭하다. 어울리지도 않는 모래시계 조형물을 철거하여 모래시계가 있는 공원이 아닌 '모래시계'를 추억하며 쉴 수 있는 공원으로 만들 것을 제안하는 바이다.
역부터 해안 끝 절벽까지의 포장 산책로도 좋다. 이런 식으로 정동진 자체의 운치와 분위기를 흐트리지 않으면서 '티나지 않는 배려'가 돋보이는 관광지 개발이 요구된다.
정동진을 가장 정동진 답게 만들기 위해 정동진 전체를 그림으로 그려 지울 것은 과감하게 지우고 색깔을 칠할 곳은 어울리는 색을 골라 칠하는 것. 이것이 지금 병으로 죽어가고 있는 정동진에게 필요한 처방이라 하겠다.
하지만 이것은 시간이 드는 일. 개발을 통해 정동진이 좋아지려면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동안은 어떻게 하느냐. 관광객들 스스로가 정동진에 대한 기대치를 줄이는 수 밖에 없다. 이곳을 여행의 목적지로 생각하지 말고 강릉이나 동해 등 다른 동해안 여행지를 들리는 길에 잠시 들리는 곳으로 생각하시라. 들려서 작을 시골역 앞 바닷가의 이미지만 잠시 즐기고 떠나시라. 밥 먹을 필요도 잠 잘 필요도 없다. 나중에 이곳이 그런 자격을 갖춘 후, 지금의 멍에를 벗어던진 후 그 때 그렇게 여행하시길 바란다.
배심원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나... 귀하의 판결을 내려주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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