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 초 국내 택배기업들은 2011년 택배시장 성장률을 14% 선으로 전망했었다. 한 해의 절반을 보낸 현재, 당초 예상치 보다는 밑돌지만 두 자리 수(11.0%) 성장은 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목되는 것은 물량 증가와 함께 택배 단가가 올랐다는 점이다. 전반적으로 개당 적게는 10원, 많게는 100원 가량이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업계는 금년 하반기에도 물량 증가와 함께 택배 단가 인상을 전망하고 있다. 수익성 위주의 영업을 계속 이어나가겠다는 전략이 반영된 전망이다. 금년 상반기 택배업계의 최대 이슈는 CJ GLS의 대한통운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일 것이다. 이는 금년 하반기, 길게는 내년 상반기까지 업계 지도를 바꾸는 최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택배현장 방문, 이에 이어진 국토해양부의 택배기사들에 대한 환경개선책 제시 역시 향후 실천여부야 어떻든 택배업계에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러나 택배업계의 증차요구와 관련해 정부가 제시한 대안이 업계로부터 ‘현실성 없음’이란 판결을 받음으로써 원점으로 돌아온 것은 아쉬움을 남긴다. 현재 업계는 ‘프리미엄을 포함한 가격에 사라’는 용달업계와 탁상행정의 정수를 보인 정부에 상당히 화가 나있는 상태다. 본지는 주요 택배업체 6개 기업을 대상으로 한 설문을 통해 상반기 택배시장을 평가하고, 하반기 시장을 전망해 본다. 이번 설문에는 대한통운, 한진, 현대로지엠, CJGLS, 로젠택배, KG옐로우캡이 회신했다.
[2011년 상반기 실적 평가] 수익성 위주 영업전략, 저단가 물량 지양
지난 상반기 택배물량은 꽤 늘었다. 설문에 응한 6개 기업은 상반기 중 총 4억4,797만 여 박스를 처리해 전년동기에 비해 11.0% 늘어난 실적을 보였다. 이러한 금년 상반기 실적 증가율은 2009년 상반기의 16%, 2010년 상반기의 16.3%에 비해서는 낮은 수치. 이에 대해 업계는 주요 택배업체 대부분이 수익성 위주의 영업 전략을 구사함으로써 저단가 물량을 지양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지난 상반기 택배기업들은 저단가 물량을 지양하고 규격 외 이형상품 판매 제한 등 수익성 위주의 영업전략을 구사했다. 이와 함께 택배단가 상향 조정 캠페인을 펼치는 등 택배단가 인상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평균단가는 전년동기에 비해 적게는 10원 많게는 100원 가량 인상됐다. 기업물량 위주의 택배사의 경우 단가 인상폭이 낮았으나 C2C 위주 기업의 단가인상폭은 상대적으로 많이 높았다. 물론 물량이 늘고 단가가 올랐다고 해서 택배 업계의 상황이 호전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여전히 운임은 낮은 상태. 택배기업과 택배기사들의 실질 수입은 그다지 나아졌다고는 볼 수 없다는 것이 지배적 평가다. [도표 1] 2010년-2011년 상반기 택배물동량 추이 *설문에 응한 6개사 집계
[상반기/하반기 택배시장 이슈들] 역시 최대 이슈는 대한통운 인수합병
[대한통운 인수합병] 올해 국내 택배업계의 최대 이슈는 대한통운 인수합병이 어떻게 진행되느냐 일 것이다. CJ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어 있는 상태이기는 하지만 뚜껑은 열어봐야 하는 것이기에 단정지을 수 있는 것은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CJ가 대한통운을 인수합병할 경우 특히 국내 택배시장에는 엄청난 변화가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무엇보다 업계의 순위가 바뀐다. 단순 계산으로도 CJ GLS 택배부문과 대한통운 택배부문의 결합은 장기간 부동의 1위를 담보하는 결과가 될 것이다. 몰론 택배조직과 운영시스템상의 차이 때문에 내홍이 없을 수는 없지만 정착단계에 들어섰을 때의 시너지는 큰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새롭게 등장할 거대 택배기업이 운임 안정화와 업계 질서 확립, 對화주 관계 구조 합리화 등에 있어 롤 메이커로서의 역할을 해주었으면 하고 바라고 있다.
[대통령의 현장방문] 금년 상반기 택배시장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의 현장 방문 자체가 이슈일 수밖에 없다. 처음 있는 일인데다, 현장 택배기사들과의 간담회 결과가 국토해양부의 정책으로 바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6월 23일 서울 마포소재 한진택배터미널을 방문, 택배기사들과 대화를 나누고 ‘산재보험 적용을 비롯한 체감도 높은 맞춤형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이에 따라 국토해양부는 6월 28일과 7월 8일 점검회의를 거쳐 택배기사 종사여건 개선대책을 확정, 발표했다. 골자는 택배기사 산재보험 의무가입 적용, 밤샘주차 허용구역 확대, 표준 지입계약사항 법제화를 통한 공정한 위·수탁(지입) 계약환경 조성 등이다.
[탁상행정 택배증차 계획] 택배업계는 올 상반기 이슈로 정부의 택배증차계획을 꼽았다. 정부가 무언가 해보겠다는 뜻은 내 비추었으나 욕만 먹은 사례다. 국토해양부는 지난 4월 5일 택배차량 부족 해소를 위해 용달사업자와 택배기사간의 양도·양수를 통해 용달차량을 택배시장으로 대규모 전환한다는 대책을 내놓았다. 적정 양도·양수가격은 700만원으로 산정됐고, 4월 7일에는 전국용달화물자동차운송사업연합회와 한국통합물류협회간에 업무협약식까지 체결, 양도·양수 신청자 모집에 들어갔다. 그러나 결과는 도로아미타불이었다. 아니, 불신만 더 키웠다. 이번 사업의 창구가 된 한국통합물류협회에 따르면 현재 1,000대 가량의 수요를 접수했으나 용달업계 측에서 프리미엄이 붙은 시장가격(1,000만원대)이 아니면 팔지 않겠다는 입장이어서 이 대책 역시 과거와 같이 실패사례로 남을 전망이다. 탁상에서 이루어진 대책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음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다.
[물량 증가 대비 시설·네트워크 보강] 택배물량 증가에 따른 물류시설 보완 증측과 전국 네트워크형 취급점 확대 추진도 볼만 했다. 지난 3월 택배·항공·3PL 서비스를 아우르는 제주도 최대 물류센터를 개장한 현대로지엠은 이미 6월 1일 경기도 일산에 수도권 서북부 최대 규모의 물류센터를 개장해 하루 7만 박스의 물량을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했다. 이를 통해 ‘소형 대리점 통합에 따른 규모의 경제 실현과 통합 물류서비스 제공으로 서비스와 수익성이 크게 향상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로젠택배는 지난 5월 나들가게와 택배 취급점 업무 제휴를 체결하는 등 고객 편의를 위한 취급점 늘리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로젠택배는 전국적으로 널리 퍼져 있는 나들가게의 거점을 적극 활용하여 고객 접근성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CJ GLS 역시 지난 5월 CJ오쇼핑과 함께 서울, 일산, 분당지역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던 홈쇼핑 당일택배 서비스 지역을 인천, 부천, 용인, 수원, 안양, 안산 등 경기도 대부분 지역으로 넓혔다.
[해외택배시장 진출] 올 상반기 택배업체들의 해외 택배시장 진출도 눈에 띈다. 특히 CJ GLS가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다. CJ GLS는 지난 4월 28일 CJ오쇼핑과 함께 인도에서 택배사업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인도 현지에 물류센터와 배송차량, IT 시스템 등 관련 인프라를 구축하고 7월부터 본격적인 사업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어 5월에는 영국 런던에 국제택배 대리점을 개설하고 영국에서 국제택배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밝혔으며 이달 초에는 국내 물류업체 최초로 베트남에서 택배사업을 시작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역시 지난 7월 1일 방송을 시작한 CJ오쇼핑의 홈쇼핑 물량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사업이다.
[제6 홈쇼핑 개국] 제6 홈쇼핑의 개국과 오픈마켓 확대는 택배업체간의 치열한 경쟁을 유발하면서 하반기 택배시장을 달굴 것으로 전망된다. (관련기사 20페이지) 업계는 또 하반기 역시 무엇보다 고유가의 원가 반영에 따른 수지악화를 가장 우려되는 변수로 보고 있다.
[2011년 하반기 전망] 수익성 제고 전략 하반기에도 이어져
올 하반기 택배물량은 상반기에 비해 11.9%(대한통운을 제외한 5개사 전망 기준)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대한통운은 인수합병 절차를 앞두고 있는 상태라 하반기를 전망하기가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택배단가 역시 상반기 수준의 인상은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공격적인 기업은 개당 200원의 인상을 예상하고 있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택배업체들이 하반기에 물동량 증가와 단가 상승을 전망했으나 시황자체에 대한 평가는 ‘조금 나아질 것’이란 전망과 ‘조금 나빠질 것’이란 전망이 팽팽히 맞섰다. 긍정적 변수로는 하반기 제6홈쇼핑과 신규 오픈마켓의 등장, 지역 특산물 출하량의 증가 등이 꼽혔고, 부정적 변수로는 지속되는 고유가가 여전히 수위에 올라와 있다. 하반기 시황이 좋아질 것이라고 보는 택배사들은 제6홈쇼핑과 신규 오픈마켓 등장이 물량 증가를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 또한 상반기에는 폭설, 일본 지진 등 외부적 여파로 농산물과 생필품 중심의 택배물량이 줄었으나 하반기 들어서면 지역 특산물 출하량 증가로 전반적인 택배 물량은 상반기에 비해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다만 택배물량의 성장세는 유지되겠지만 저단가, 부피상품의 판매 제한 등 수익성을 고려한 판매 정책의 영향으로 물동량 증가는 기대에 못 미칠 것으로 보는 택배기업도 많다. 종합적으로 보면 금년 하반기 택배물량은 상반기에 비해 늘어나고 택배단가 역시 상당폭 올라 갈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따라 택배업계는 물량 증가에 대비한 공급능력 확보와 조직 안정화에 신경을 많이 쓰는 분위기다. 올 하반기 택배업계는 원활한 물량 처리와 서비스 경쟁력 제고를 위해 터미널 시설 증축 등 집배송 운영체제를 강화하는 한편 영업소 수지개선에도 중점을 둔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운영프로세스 개선을 통해 간선 적재율 향상과 터미널별 처리 생산성을 높힘으로써 저원가 운영체제를 구축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짜나갈 것으로 보인다. 반면 우려되는 변수도 만만치 않다. 택배업체들은 고유가에 따른 택배 영업점 수지악화와 구인난 심화에 따른 배송지연 등 서비스 수준 저하를 우려하고 있다. 특히 차량증차 제한에 따라 서비스 품질 유지를 위한 공급능력 확보가 금년 하반기의 주요 이슈로 작용할 전망이다. 금년 하반기 국내 택배업계의 최대 이슈는 대한통운 인수합병에 따른 택배시장 판도 변화일 것이다. [도표 2] 2011년 상-하반기 택배물동량 추이 *대한통운을 제외한 5개사 설문결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