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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감] 엄마의 약손이 필요한 배탈
서울 방배동에 살던 38세 주부 최모 씨가 한의원 문을 두드린 이유는 배탈 설사 때문이었다. 물만 먹어도 물설사를 좍좍 하고, 하루에도 열 차례씩 화장실을 들락거리다 보니 기진맥진한 상태였다. 진찰 결과 최모 씨의 증상은 '습설증(濕泄症)', 요즘 말로는 급성장염에 해당되는 병이었다.
최씨는 특별히 이상한 것을 먹은 것도 없는데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 의아해했다. 그러나 여름철에는 날씨가 더워 잠시라도 실온에서 음식을 방치했다간 이내 세균이 번식하기 쉽다는 사실을 간과했던 것이다. 음식은 항상 익혀 먹고, 도마나 칼, 행주 같은 주방도구들은 수시로 소독해야 한다.
여름철 식중독으로 인해 배탈설사가 날 때 무조건 지사제를 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때 설사는 세균과 독소를 내보내는 일종의 방어기전이기 때문이다. 덮어 놓고 지사제를 쓰면 세균과 독소가 장내에 머물러 병을 더 오래 끌 수 있다.
급성적인 설사를 할 때는 기름기나 자극성 있는 음식, 커피나 찬 음료, 우유, 과일 같은 것은 피하고, 죽을 먹는 것이 좋다. 까치콩이나 율무를 죽에 넣어 끓여 먹으면 회복이 빠르다. 율무를 프라이팬에 노랗게 볶은 뒤 분말로 만들어 미숫가루 타 먹듯이 따듯한 물에 풀어 먹어도 좋다. 또 열이 없다면 생강을 말린 건강(乾薑)과 마늘을 함께 보글보글 끓여서 차로 마셔도 좋다.
그리고 핫팩 같은 것을 준비해 배에다 대고 따듯하게 해 주면 증세가 한결 좋아진다. 배탈이 나면 따듯한 손으로 '엄마 손은 약손'이라고 하면서 문질러 주던 어머니들이 많았다. 따듯한 정(情)과 사랑의 기(氣)가 통하기 때문에 효과가 있다.
평상시 건강하던 성인들은 설사를 며칠 하더라도 앞서 말한 지침을 잘 따르면 자연적인 치유능력이 발휘되어 대개는 좋아진다. 하지만 어린아이들은 다르다. 만약 아이가 물설사를 좍좍 하면서 완전히 기운이 빠져 축 늘어지고, 입이 마르고, 울어도 눈물이 나지 않고, 소변색깔이 진해지고 양이 확 줄었다면 이것은 탈수가 된 것이다. 설사와 함께 몸 속의 전해질이 빠져 나갔기 때문에 생겨나는 위급한 증상이다. 일단 집에서는 오렌지주스를 먹이거나, 보리차에 설탕과 소금을 조금씩 타서 먹이는 수밖에 없다. 빨리 병원으로 데리고 가야 한다.
필자 : 이재성님 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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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엄마의 지극한 정성이 의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