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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내 아이를 지키려면 TV를 꺼라> 저자 고재학씨 “아이의 미래를 위한다면 TV를 끄십시오” “한국인의 평균 TV 시청 시간이 3시간이라고 하더군요. 평일은 하루 2시간 20분, 주말은 4시간이라고 해요. 만약 평생 80살을 산다면 10년을 TV에 쏟아 붓는 셈이에요. 인생의 8분의 1을 쏟아 부을 정도로 가치 있는 일일까요? 이 문제는 우리 아이뿐 아니라 어른들도 생각해봐야 해요. 보다 가치 있고 생산적인 일에 쏟아 부을 시간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늘 흘려보내고 있는 셈이니까요. 온 가족이 TV 시청 문화를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해요.”
우리나라 초등학생 10명 중 3명이 비만인 것도 TV 시청 문화와 무관하지 않다. 어린이 비만의 99%는 고열량 식품의 지나친 섭취와 운동 부족이 직접적인 원인이다. 두 원인 모두 TV 시청 태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비만아들을 보면 앉거나 누워서, 고열량 간식을 섭취하면서 TV를 보는 습관이 몸에 배어 있다.
아이들이 심심하다고 아우성을 쳐도 일단 TV를 끄면 결국 소꿉장난을 하고, 공을 들고 운동장을 찾아가고, 친구 집을 방문할 것이다. 어떻게든 움직이게 된다는 얘기다. 놀면서 간식을 먹는 문화는 TV처럼 혼자 즐기는 놀이일 때 심해진다. 결국 어린이 비만에서 벗어나려면 TV부터 끄라는 얘기가 된다.
“여기에 TV에 대한 부모들의 오해 하나가 더해집니다. TV가 뇌기능을 깨우고 지적인 도움을 준다는 생각이죠. 수많은 시청각 자료, 어릴 때부터 익숙해진 교육용 비디오테이프들이 아이들을 TV와 뗄 수 없게 만들고 있어요. 많은 부모들이 교육을 위해 어쩔 수 없다고 변명하죠. 하지만 정말 그럴까요? 최근 노벨의학상을 받은 뇌과학자 로저 스펠은 좌뇌와 우뇌의 발달시기가 서로 다르다는 것을 증명했습니다. 태어나서 만 7세까지는 창의력과 직관력을 좌우하는 우뇌가 발달하는데, 만 7세 이후에는 언어능력과 분석능력 등 이성적인 능력을 주관하는 좌뇌가 발달하기 시작한다는 겁니다. 그러니 한 살, 두 살 된 아이에게 시청각 자료를 보여주며 좌뇌를 발달시키게 하는 건 자연적인 발전과 어긋나는 겁니다. 자연 속에서 손을 쓰며 놀며 우뇌를 발전시킬 시기를 놓치는 거죠.”
반대로 TV를 많이 보면 지적 발달이 저해된다는 자료가 분명하게 나와 있다. 미국에서 텔레비전을 매일 시청하는 아이와 그렇지 않은 아이의 읽기와 사고력 능력을 측정해보았더니 TV와 비디오를 매일 시청하는 아이는 그렇지 않은 아이의 80% 수준밖에 되지 않았다. TV는 아이의 자기 주도적 학습을 망친다. 아이가 스스로 배운 내용을 소화해서 자기 걸로 만드는 습관을 몸에 들이려면, 모든 걸 소화해서 보여주는 매체인 TV부터 거부해야 한다. 학원이나 과외를 아무리 많이 시켜도 자기 주도적 학습이 몸에 배어 있지 않으면 말짱 헛일 아닌가.
TV, 부모부터 보지 말아야 ‘TV 안 보기 운동’을 시작하려는 부모들은 TV에 죽고 못 사는 아이들이 과연 따라올까 회의하게 마련. 하지만 고재학씨는 “부모가 주관만 뚜렷이 가지고 있다면 아이는 주저하더라도 결국 따라온다”고 확신한다. 저학년 학생들은 부모가 좋지 않다고 말하면 선뜻 믿기 때문에 쉽게 TV에 의지하지 않는 습관을 들일 수 있지만, 고학년 학생은 대화를 통해서 아이를 위해서 금지한다는 것을 이해시켜야 한다.
“TV 시청은 요즘 아이들에게 가장 중요하고 보편적인 오락 활동이에요. 단순히 보지 말라고 윽박질러서는 통하지 않죠. 때문에 TV를 대체할 수 있는 오락 활동을 자꾸 만들어내는 부모의 노력이 필요해요. 그게 아주 힘든 일이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포기하는 부모들이 많아요. 애들 데리고 영화관 가랴, 공연과 전시회 가랴, 또 놀이공원을 다니다 보면 몸이 남아나질 않으니 TV를 보는 게 낫다나요. 시간도 시간이지만, 돈이 많이 들거든요. 하지만 돈이 많이 드는 건 TV처럼 가만히 앉아서 즐기려고 하기 때문이에요. 수동적으로 정해진 유흥을 즐기려고만 하면 TV 보는 게 제일 경제적이겠지요. 하지만 이제 주말에 아이를 데리고 동네 도서관에 가보세요. 캐치볼이나 원반던지기를 할 수도 있어요. 수화나 바둑, 체스 등 책을 보고 간단히 배울 수 있는 취미활동에 빠질 수도 있고요. 가족과 함께 요리를 하며 보내기만 해도 대화가 풍부하고, 경제적인 주말을 보낼 수 있어요.”
TV를 보지 않으려면 시간뿐 아니라 공간에 대해서도 정성을 기울여야 한다. 우선 TV를 거실에 놓는다는 통념부터 깨야 한다. 모든 가족 구성원이 편하게 이용하는 거실에서 부모의 개인적인 공간인 안방으로 TV를 옮겨놓기만 해도 아이들의 접근성이 확실히 떨어진다. 대신 거실을 독서실처럼 꾸미는 게 좋다. 고재학씨 집에 들어서면 거실의 정중앙에 놓인 소파의 맞은편 벽에 TV가 아닌 책장이 늘어서 있다. TV가 거실에서 사라진 이후 고씨의 거실 테이블은 늘 분주하다. 같이 모여서 책을 읽거나 카드놀이를 하고 간식을 먹는 장소가 되었기 때문이다. 여가문화가 다양해지려면, 여가를 잡아먹는 주범인 TV부터 잡아야 한다.
“TV 안 보기 운동을 시작하기 전에 부모가 각오를 해야 해요. 엄마가 일상적으로 드라마를 보고, 아빠도 퇴근해 들어오면 스포츠 채널 앞에서 떠나질 않는데 아이들에게만 공부해야 한다고 TV 보지 말라고 하면 말 듣는 아이가 어디 있겠습니까? 부모가 TV 안 보기 운동의 롤 모델이 되어주어야 아이가 따라옵니다.”
TV 끄기를 실천하는 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우선 가족간의 복잡한 이해관계를 조정하지 않고 무작정 보지 말자고 하면 서로 감정만 상한다. 수험생 자녀는 교육방송을 봐야 한다고 주장할 것이고, 초등학생 자녀는 어린이용 프로그램만 보는 것은 괜찮다며 저항하고, 할머니나 할아버지는 TV 없이 무슨 낙으로 사냐고 고집을 피운다. 이런 상황에서는 TV 안 보기를 밀어붙이는 것을 시도하지 않느니만 못하다. 온 가족이 ‘왜 TV를 보지 말아야 하는지’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모두가 지켜야 할 구체적인 규칙을 정하는 게 TV 안 보기 운동을 시작하기 전 필수 과정이다.
“TV 안 보기 운동은 가족 중 한 사람이라도 안 지키면 나머지는 ‘억울’해서라도 지키지 않습니다. 그래서 온 가족이 합의한 명시적인 선언문이 필요합니다. 저희 집 TV 옆에는 TV 사용 규칙이 붙어 있습니다. 두 아이는 하루 1시간 범위 내에서 만화영화를 볼 수 있고, 엄마와 아빠는 각각 하루 1시간씩 뉴스와 드라마를 볼 수 있다는 내용이지요. 마지막으로 규칙을 어긴 사람은 누구나 벌금 3000원을 내게 되어 있습니다. 가족 구성원 모두 엄격히 규칙을 지키며 서로를 감시해주어야 합니다.”
출처 - 우먼센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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