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우리 교회 제 15기 전도폭발훈련 때였다. 당시 나의 훈련생은 송달 집사님과 구훈 집사님이었다. 송달 집사님은 나와 함께 제자 훈련과 사역 훈련을 받은 동창생인데 믿음과 집념이 대단한 분이다. 직장에 다니면서 공인 회계사 시험에 합격한 노력파일뿐 아니라 공인 회계사 일을 하면서 나이 사십이 넘어 대학을 졸업했다. 나의 권유로 전도 폭발 훈련을 받으며, 박사 논문을 준비해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따낸 입지적인 인물이다. 한때 술 좋아하기로 유명한 사람이었는데 주님의 은혜로 180도 변하여 기도의 사람이 되었다. 송 집사님은 훈련을 받으면서 10명의 전도 대상자를 데리고 왔는데 사회적으로나 직장인으로서나 상당한 분들이었다. 그 중에 한 분을 전도하기 위해 두 달 동안 나와 송달 집사, 구훈 집사, 기도후원자들이 함께 기도를 했다. 전도 대상자는 3공화국 당시 중앙 정보 부장의 오른팔이던 한호철(당시 67세)씨였다. 지금은 회사 회장님으로 학식과 경험과 자존심이 대단한 분인데 송 집사님과 친하게 지내는 사이였다.
송 집사님은 인생에 대해 토론하자며 저도 대상자를 모셔 오는데 성공했다. 4월 7일 저녁 6시 교회 당회실이었다. 송 집사님이 나와 구 집사님을 전도 대상자에게 소개했다. “저 이재명입니다. 뵙게 되어 기쁩니다.” 인사를 드리니 곧은 자세로 자신을 소개했다. “나 한호절이오.” 구 집사님과도 인사를 나눴다. 대상자는 상체를 소파에 푹 묻고 다리를 꼬았다. “벌써부터 송 선생이 만나자고 하여 오늘 이끌려 온 여기가 교회인데 나는 교회는 처음입니다.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 수없이 다니며 일류 호텔에 묵었습니다. 서랍에는 불경과 성경이 함께 있어 둘 다 읽어 보았습니다. 불경은 논리가 정연하여 마음이 편안해지는데 성경은 비논리적이고 뒤죽박죽이라 머리가 아픕니다. 기독교 얘기라면 하지 맙시다. 딴 이야기 합시다.” 말씀을 하시고는 중앙 정보부 시절 막강했던 권력에 대한 향수에 젖어 영어, 일어, 독어를 섞어 가며 자신의 논리를 주장했다. 내가 기가 질려 말을 못 붙이게 하려는 의도로 보였다.
그렇게 20분 동안 실컷 말씀하게 한 후 테이블 앞에 성경을 놓았다. ‘하나님 이분이 말을 멈추게 해주십시오.’ 기도하며 뚫어지게 그분의 눈을 쳐다보았다. 그때였다. “내가 말을 많이 했나 미안하오.” 그와 동시에 송달 집사님의 얼른 말을 받았다. “회장님, 우리 이재명 집사님도 대단한 분인데 좋은 말씀 드리려고 하니 들어 주십시오.” 이야기하라며 흔쾌히 승낙하셨다. 나는 감사의 인사를 한 후 서론을 전개하며 종교 배경을 물었다. “회장님, 어떤 종교를 갖고 계십니까?” “나는 무신론자요.” “그렇습니까?” 회장님의 말에 응수하며 사랑의교회를 소개했다. 이어서 교회가 세워진 목적을 설명 드리며 나의 개인 간증을 했다. 지난 2월 23일 장인 어른이 예수님을 영접하셨다는 말씀도 했다. 고개를 끄덕이시며 진지한 반응을 보였다. 두 가지 진단 질문을 드리니 모두 “NO”라고 대답하셨다. 다시 성경을 쓰신 목적에 대해 설명 드리고 영생이란 무엇인가를 설명 드린 후 복음 설명으로 들어갔다. 열심히 설명했다. 그분도 열심히 듣고 계셨다. 결신에 이르러 이해되느냐고 확인 질문을 드리니 된다고 대답을 하셨다. 영생의 선물을 받기 원하느냐고 결신 질문을 드리니 만류했다. “내가 그런 것 받아서 뭣해! 받을 자격도 없고 그만 됐어요.” 화를 낼 수도 없고 기가 막힐 뿐이었다. 시계를 보니 1시간 반이 지났다. 입 안이 마르고 목이 탔다. 송 집사님과 구 집사님을 쳐다보니 실망스런 얼굴이 역력했다.
오기 같은 게 생겼다. 도저히 포기할 수 없었다. 다시 마음속으로 주님 도와 달라고 기도한 후 신중하게 그러나 강도 있게 복음을 설명했다. 재시도한 지 50분 후 한호철 씨는 예수님을 자신의 구주로 영접하셨다. 그리고 겸손하게 인사까지 하셨다. “영생의 선물을 받고 보니 마음이 편합니다. 기분 좋습니다. 이 선생님 감사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나의 제의에 따라 우리 네 사람은 하나님께 감사의 박수를 드렸다. 세 시간에 걸친 힘든 영적 전투였다. 나중에 송 집사님과 구 집사님이 1차 공략 때 거부당하여 안 되는 줄 알았다는 것이다. 한 회장님이 주님을 영접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고 복음이 어떤 것인지 한 번 들어 주기만 해도 고마운데 영접한 것은 기적이라고 송 집사님은 말씀하셨다. 우리는 아홉 시가 넘어 맛있게 저녁 식사를 하고 후속 양육을 하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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