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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해우(海隅)의 백합국어사랑방(신문사설&칼럼) 원문보기 글쓴이: 해우(海隅)
2010년 7월 23일 금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 일러두기 :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편집한 것이며 상업적 목적은 일절 없습니다.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본인의 성향과는 무관함을 알려 드립니다.
*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
[한국일보 사설-20100723금] 무단 방북한 좌파 목사의 해괴한 언행
6월에 무단 방북한 한상렬 한국진보연대 상임고문이 천안함 등과 관련해 이명박 대통령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등 상궤에 벗어난 언행을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지난달 22일 평양 인민문화궁전에서의 기자회견에서 천안함 사건에 대해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원천적인 책임은 이명박에게 있다는 것"이라며 "이명박이야말로 천안함 희생 생명들의 살인 원흉"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명박식 거짓말의 결정판' '미국과 이명박 정부의 사기극' 등의 황당한 용어를 동원하기도 했다.
천안함 침몰은 민관 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 북한의 어뢰공격에 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객관적 사실을 외면하고 편향된 정서에 기초한 그의 뒤틀린 주장에 일일이 반박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다만 어처구니없는 그의 언행은 진보진영 전체에 '친북좌빨'의 이미지를 덧씌우고 일반국민의 거부감을 키우는 망발이라는 점을 분명하게 지적해 두고자 한다.
한 고문은 방북 당일 도착성명을 통해 "민족의 화해와 평화, 통일에 이바지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평양에 왔다"고 밝혔다고 한다. 그러나 평양 군중집회 등에 참석해 '역적 패당' 등 북측의 대남 비방 용어들을 그대로 쓰면서 이명박 정부를 원색적으로 비난하고, 북측의 일방적인 주장을 옹호하는 행위가 남북화해와 평화통일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다. 오히려 북측의 대내ㆍ대남 선전에 이용 당하고, 남한사회 내부에 남남갈등을 부채질하는 소재가 될 뿐이다. 지방에서 목회 활동을 하는 그가 마치 '하나님의 뜻'에 따라 방북한 것처럼 말하는 것도 역겹다.
한 고문은 내달 15일 판문점을 통해 귀환할 예정이며, 진보단체들이 환영행사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가 상임고문 직책을 맡고 있는 한국진보연대는 민주노동당 전국농민회 총연맹 등 다수의 진보단체들이 소속돼 있다. 그들이 무단 방북해 분별없는 언행을 일삼다가 돌아오는 그를 떠들썩하게 환영하는 것이 일반국민의 눈에 어떻게 비칠지는 뻔하다. 실정법을 어긴 그에게 엄정한 법적 책임을 묻는 것은 당연하다.
[한겨레신문 사설-20100723금] 언론의 본분 팽개친 문화방송과 에스비에스
<문화방송>과 <에스비에스>의 인터넷 사이트에 정부 비판 글을 올린 이용자의 신상 정보가 임의로 경찰에 넘겨졌다고 한다. 지난 3월 말부터 한달 동안 두 사이트에 천안함 의혹 등 8건의 의견 글을 올린 한 시민이 경찰 조사를 받게 되면서 확인된 사실이다. 방송사 사이트의 이런 ‘수사 협조’는 그동안 관행처럼 계속됐다고 한다.
방송이 이렇게 쉽게 이용자 신상 정보를 제공했다는 건 충격적이다. 모든 국민의 언론·표현의 자유를 지키는 일에 앞장서야 할 언론이 인터넷 검열이나 표현의 자유 억압에 협조하는 건 기본을 망각한 행태가 아닐 수 없다. 일반적인 명예훼손이나 악성 댓글과 관련된 수사 협조라면 그나마 문제가 덜하겠지만, 정부 비판 글을 쓴 이용자의 경우라면 상황이 전혀 다르다. 제보자나 취재원을 보호하듯 자사 인터넷 사이트 이용자도 철저히 보호해주는 건 언론의 도리이며 언론의 사회적 책임이기도 하다.
사이트 운영을 맡고 있는 두 방송의 계열사들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일이라고 하지만, 적법성 여부는 부차적이다. 비록 적법하더라도 언론이 해선 안 되는 일이 있는 법이다. 게다가 영장 제시도 없는 수사에 대해서는 협조할 의무는 없다. 현행 전기통신사업법에 있는 관련 규정은 임의 조항일 뿐이다. 설사 법원에서 영장을 발부했다 해도 고민해야 하는 게 언론이다. 상업적 포털 사이트가 이런 식으로 정보를 내줘도 말썽이 될 판인데, 언론사 사이트라면 더 말할 것도 없다. 두 사이트의 행태는 반언론적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방송사 인터넷 사이트에 대한 마지막 책임은 방송사에 있다. 따라서 이 문제는 문화방송과 에스비에스 본사가 직접 나서서 정리해야 한다. 두 방송은 이런 일이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확고한 조처를 신속히 취해야 한다. 이와 함께 그동안 얼마나 많은 이용자 신상 정보를 경찰에 넘겼는지 그 진상도 낱낱이 공개해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20100723금] 총리실, 여당 중진까지 사찰했다면 뭘 못했겠는가
검찰은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직원이 2008년 한나라당 남경필 의원 부인의 송사(訟事)에 대한 정보를 수집해 상사(上司)에게 보고했다고 밝혔다. 남 의원은 22일 기자회견에서 "민간인 사찰에 이어 국회의원 사찰까지 있었다는 것은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다"면서 "어떤 선에서, 누구의 지시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인지 검찰이 명명백백히 가려주길 바란다"고 했다. 남 의원은 "고분고분하게 정치를 하지 않은 아들과 남편을 둔 어머니와 집사람에게 송구스럽다. 그동안 마음을 졸이고 생활해 왔다"고 말했다.
남 의원의 회견은 과거 70~80년대 군사 정권 시대에 정보기관과 사정기관에 쫓기고 탄압받는 야당 의원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법질서 선진화를 외쳐온 정권 아래서, 다른 사람도 아니고 여당 중진 4선의원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오는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검찰은 누가 어떤 목적으로 그런 조사를 지시했으며, 어떤 정보를 어떻게 파악했으며, 그 정보가 어떤 경로를 통해 최종적으로 누구에게 보고됐는지를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 검찰은 총리실 직원이 단순히 정보를 알아보는 수준이었다면 위법성이 없다고 말하지만, 총리실 직원이 국회의원에 대한 첩보를 수집한 사실만으로도 월권(越權)이고 불법이다. 총리실의 공직윤리업무규정 2조는 공직윤리지원관실이 복무감독이나 비위적발을 할 수 있는 대상 기관을 중앙행정기관이나 그 소속기관 등으로 한정하고 있다. 입법부나 사법부 직원은 그 대상이 아니다.
총리실이 국회의원에 대한 본격적인 사찰 목적으로 이런 일을 저질렀다면 3권분립과 인권존중의 헌법정신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일이다. 검찰은 한나라당 주변에서 나도는 얘기대로 남 의원 부인이 조사 대상에 포함된 이유가 남 의원이 그해 봄 이상득 의원의 총선 불출마를 주장한 일과 관련이 있는지, 당시에 같은 주장을 한 정두언 의원 등 한나라당 소장파들도 비슷한 뒷조사를 당했는지 여부도 명확히 밝혀내야 한다. 검찰은 차제에 국내최대 그룹 계열사의 법인카드로 룸살롱을 출입했다는 의혹을 받아온 조홍희 서울지방국세청장에 대한 참여연대의 고발 사건도 엄정하게 수사해야 한다. 민간인의 뒤를 캐고 여당 중진 의원 부인 주변까지 쫓아다니며 사찰을 벌인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2008년 박연차 세무조사를 맡은 뒤 승승장구해온 조 청장의 의혹을 서둘러 덮어줬다면, 그가 쥐고 있는 무슨 비밀이 새나갈까 두려워서 이런 보호막(保護膜)을 쳐주지 않으면 안 되었는지가 궁금하다.
[서울신문 사설-20100723금] 방만운영 지자체들 채무 ‘0’ 함양郡서 배워라
경기 성남시가 판교특별회계 전입금 5200억원에 대해 지급유예(모라토리엄)를 선언한 것을 계기로 지방자치단체들의 방만 경영이 국가적 현안이 됐다. 지자체 재정부실의 원인은 복합적인데 가장 큰 이유는 자치 단체장들이 재정 능력을 감안하지 않고 전시성 사업이나 치적쌓기용 대형 사업을 마구잡이로 벌인 결과다. 하지만 경남 함양군의 경우는 다르다. 지난 수년 동안 알뜰살뜰하게 군 살림을 해온 결과 3년째 빚이 단 한푼도 없다고 한다. 비법은 따로 없다. 빚을 내야 하는 무리한 사업은 처음부터 계획도 하지 않고 예산 범위에서 각종 사업을 계획하고 추진했다. 군 예산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대형 사업은 국·군비를 확보했다. 예산을 들이기 어려운 사업의 경우 민간자본을 적극적으로 유치했다. 인구 4만명 정도에 불과한 작은 지역이라고 폄하할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성남시의 재정위기는 모두 3222억원짜리 호화청사를 건립한 것이 화근이었다. 건립비용을 일반회계에서 끌어다 쓰고 이를 메우느라 추경을 편성해 판교특별회계를 일반회계로 전용한 결과다. 신임 이재명 시장이라고 전임 시장과 별반 달라보이지 않는다. 이미 주거·상업지역으로 개발계획 승인이 난 지역에 공약이행을 위해 3730억원짜리 공원을 만들겠다고 한다. 2670억원의 빚이 있는 고양시는 호화청사 계획에 대해 비판여론이 일자 복합행정타운을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재정자립도는 형편없으면서도 선심성·전시성 정책에 재정을 펑펑 집행하고, 지자체 수준에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엄청난 사업을 계획하고 있는 지자체들이 여전히 많다. 방만운영 지자체들은 능력 범위 내에서 군민들의 행복한 삶을 일궈나가는 함양군의 살림살이법을 보고 배워야 한다.
지난해 말 지방채 발행 잔액 기준으로 지자체들의 전체 채무액은 25조 5531억원에 달한다. 각종 개발사업을 겁 없이 벌이느라 채권을 마구 발행한 지방공기업들의 부채는 132개 지방공기업 기준 42조 6819억원이나 된다. 지자체의 빚은 국가재정을 위협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행정안전부가 내년부터 재정위기가 우려되는 지자체에 대해 지방채 발행과 신규사업을 제한하겠다고 나선 것은 당연한 조치다. 그러나 이런 제도보다 시급한 것은 도덕적 해이에 빠진 지자체들의 각성이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100723금] 정부 R&D 평가 국가과학기술위로 일원화해야
기획재정부가 어제 부품 · 소재산업 경쟁력 향상, 차세대 핵심 환경기술개발 등 6개 대규모 국가 연구개발(R&D)사업에 대한 특정평가 결과를 내놨다. 장기간 ·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거나 사업간 중복조정 · 연계가 필요한 R&D 사업을 대상으로 한 특정평가는 기획재정부가 직접 실시하는 것으로 일부 사업에 대해서는 구조조정 등의 권고가 내려졌다. 기재부는 이번 평가결과를 향후 예산배정 등에 적극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R&D 투자 성과 제고를 위해 엄격한 평가를 실시하고, 결과를 반영하는 것 자체는 당연한 일이다. 국민의 소중한 세금이 투입된 것이라면 R&D 사업도 예외가 될 수 없다. 문제는 R&D를 수행하는 현장에서는 평가의 전문성 등에 대해 불만이나 의문을 제기하는 의견도 적지 않다는 점이다.
그동안 R&D 사업의 경우 일반재정사업과 달리 특수성이 있고 그런 이유로 정부는 1999년부터 일반재정사업과 구분해 별도의 성과평가를 실시해 왔다. 그러나 현 정부 들어 정부조직이 개편되면서 R&D 사업의 성과평가 기능이 국가과학기술위원회에서 기재부로 이관됐다. 기재부는 해당분야의 전문가들로 평가를 한다고 하지만 현장에서는 평가의 전문성과 중립성 등에 대한 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고, 소관부처 평가나 기재부 평가 등으로 세월을 다 보낸다는 볼멘소리도 적지 않다. 심지어 정부출연연구소의 경우 연구회 평가까지 더해져 평가 때문에 정작 연구를 못할 지경이라고 하소연한다.
장기간 ·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거나 사업간 중복조정 · 연계가 필요한 R&D 사업은 처음부터 기획을 제대로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R&D 사업은 그 특성상 단기간에 성과를 낼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보면 더욱 그렇다. 지금처럼 잦은 평가를 통해 예산에 반영하겠다고 하면 말이 장기간 사업이지 사업 수행자들로서는 단기적 성과 내기에 치중할 수밖에 없어 결국 혁신적 연구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은 불 보듯 뻔하다. R&D 사업의 일관성을 보장하면서 평가의 전문성, 중립성을 제고할 수 있는 대안을 찾아야 한다. 차제에 국가과학기술위원회가 이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개편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해 볼 만하다.
[서울경제신문 사설-20100723금]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이 시급한 이유
한미 외교ㆍ국방장관(2+2) 회의에서 양국 간 원자력협정을 개정하기로 의견을 모음에 따라 '원자력 주권'을 되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2+2 회의는 공동성명에서 '미래 기후변화와 에너지 안보의 도전에 대처하기 위해 호혜적으로 새로운 한미 원자력협정 체결을 위해 노력한다'고 명시했다. 오는 2014년에 만료되는 원자력협정 개정 방향까지 공동 문서에 명문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점에서 향후 논의과정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미 원자력협정은 지난 1956년 체결 이후 반세기 동안 불평등 논란을 빚어왔다. 1973년 한차례 개정됐지만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한미 원자력협정에 따라 한국은 핵 농축 및 재처리를 할 수 없는 것은 물론 한국표준형 원전 수출 등 평화적 이용까지 미국의 허락을 받아야 할 정도로 제약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오래전부터 원자력 주권 확보의 필요성 제기돼왔다. 원전 사용 후 연료처리가 시급한데다 우리나라가 원전 수출국이 되기 위해서도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되고 있다.
특히 국내에 저장 중인 사용후 핵연료는 2016년에 포화상태가 되기 때문에 핵연료 재가공을 통해 줄이거나 저장시설을 마련하지 않을 수 없는 실정이다.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문제가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논의의 핵심 이슈가 돼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문제는 미국이 개정의 핵심인 핵 농축 및 재처리 기술이 핵무기 제조의 첫 단계라는 점을 들어 재처리 허용을 꺼리고 있어 결과를 낙관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미국을 얼마나 설득하느냐가 개정협상의 관건이나 다름없다. 미국은 몇 년 전 인도의 재처리를 허용한 바 있다는 점에서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원자력 주권 회복'이 지닌 마이너스적 측면도 가볍지 않다. 한국이 원전 수출국으로 부상할 정도로 원전 기술이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한미 협정에 따라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 준칙을 엄수한 결과라 할 수 있다. 또한 재처리가 허용될 경우 한반도 비핵화 협상 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도 심각히 고려해야 한다. 핵 주권에는 그만큼 '핵 책임'이 따른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핵 책임 의지와 능력을 얼마나 미국과 국제사회에 설명할 수 있느냐에 재처리 문제의 향방이 걸려 있다.
* 오늘의 주요 칼럼 읽기
[동아일보 칼럼-횡설수설/정성희(논설위원)-20100723금] ‘행복한 나라’
떠돌이 노동자로 생활하며 독특한 철학세계를 구축했던 독일계 미국인 사회철학자 에릭 호퍼(1902∼1983)는 “행복 탐색이야말로 불행의 중요 원인 중 하나”라고 말했다. 행복하다는 느낌조차 잊어버릴 때가 가장 행복한 순간이라는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미국 클레어몬트대 교수의 진단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열심히 노력해 원하는 바를 얻는다 해도 만족감은 일시적일뿐 영원한 행복은 없는 듯 하다.
▷여론조사 기관인 갤럽이 155개국을 상대로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 순위를 조사한 결과 덴마크가 1위였다. 핀란드 2위, 노르웨이 3위, 스웨덴과 네덜란드가 공동 4위로 북유럽 국가들이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한국의 행복순위는 56위였다. 아주 행복한 편도, 불행한 편도 아니었다. 미국은 14위에 올라 비교적 행복한 나라에 꼽혔지만 일본(81위)과 중국(125위)은 우리보다 낮았다.
▷국가의 행복지수는 구성원들의 주관적 요소가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부정적 인생관을 갖고 있는 국민이 다수인 나라에서는 행복지수가 낮게 나타날 것이다. 그래도 큰 흐름은 존재한다. 전쟁 중이라면 국민이 행복하지 않을 게 분명하다. 소득수준과도 상관관계가 있다. 소득이 많으면 행복지수도 올라가는 비례관계는 소득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민주주의와 행복의 관계를 연구해온 론 잉글하트 미국 미시간대 교수는 민주주의가 행복을 증진시키는 것은 아니라고 분석한다. 경직된 체제였던 구소련과 민주화된 현재의 러시아를 비교할 때 현 러시아 국민이 느끼는 행복감이 확실히 낮게 나타나는 사실이 그런 예이다. 하지만 국민이 행복한 나라는 민주적 나라로 변모할 가능성은 높아진다고 그는 말한다.
▷소득수준이 각각 다른 한국 중국 일본의 행복순위가 낮은 것은 아시아 국가의 문화적 특성과 관계가 있는 것 같다. 동아시아 문화권은 개인적 만족보다는 사회적 의무 수행과 집단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개인에 대한 사회적 압력이 큰 나라에서 행복은 후순위로 밀리게 된다. 그나마 동북아 3개국 가운데 우리 순위가 상대적으로 높은 것은 한국인이 건강 다이어트 등 개인적 행복 추구에 보다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기 시작했다는 의미일 수 있다.
[중앙일보 칼럼-분수대/고대훈(논설위원)-20100723금] 여성 대법관
우리나라에서 ‘대법관’은 1945년 광복 직후 미군정(美軍政)이 들어서면서 생겼다. 군정은 일제시대의 법원 명칭을 ‘대법원-공소원-지방법원’으로 변경하면서 미국식 대법원장(Chief Justice)·대법관(Justice)이라는 직명(職名)을 도입했다. 우리 사법부는 제헌 헌법 이후 구성된 대법원에서 그 정통성을 찾는다. 48년 8월 이승만 정부가 임명한 가인(街人) 김병로 초대 대법원장을 포함한 대법관 6명이 그 시발점이었다.
당시만 해도 여성 법관은 단 한 명도 존재하지 않았다. 이태영 변호사가 51년 한국 최초의 여성 법조인이 됐지만 판사는 아니었다. 최초의 여성 법관은 54년 황윤석 판사(작고)의 임관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그 후 명맥이 끊기다시피 한 여성 법관은 70년대 들어 서서히 두각을 나타냈다. 마침내 대한민국 수립 이후 56년 만인 2004년 사법 사상 여성으론 처음으로 김영란 대법관이, 2년 후엔 두 번째로 전수안 대법관이 탄생했다.
대법원은 개별 사건에 대해 최종 판결권을 가지며, 법률에 대한 최종 해석권을 갖는다. 대법관이 누구냐에 따라 판결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이념이나 성향이 한쪽으로 치우쳐선 안 되고, 지연·학연·종교에서 자유로워야 한다. 각계각층의 이해와 요구를 담아낼 수 있어야 한다. 다음 달 6년의 임기를 마치고 퇴임하는 김 대법관은 여성 특유의 섬세함으로 ‘여성 종중원 인정’(2005년) 판결 등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목소리를 대변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요즘 미국에서도 여성 대법관 문제로 미묘한 파장이 일고 있다. 화제의 인물로 떠오른 엘리나 케이건(50)은 미 역사상 네 번째 여성 대법관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는 대법관 9명 중 3명이 여성으로 채워지는 셈이다. 하버드대 로스쿨 학장 출신으로 법관 경력도 없는 여성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밀어붙였다. 성(性)이 미 대법관 인선에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현재 우리 대법원에는 대법관 14명(대법원장 포함) 중 여성은 2명(14%)에 불과하다. 그나마 한 명으로 줄어들 판이다. 김 대법관의 후임 후보군에 여성이 없기 때문이다. 여성들이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는 현실에서 대법원 구성도 인구 비율을 감안하는 게 원칙적으로 옳다고 본다. 하지만 요즘의 판사 여초(女超) 추세가 지속된다면 10~20년 후 남성 대법관 후보를 구하지 못하는 또 다른 역설이 벌어질지도 모를 일이다.
[경향신문 칼럼-여적/김택근(논설위원)-20100723금] 죽은 프로복싱
무명 복서가 세상을 떴다. 23살의 복서 배기석은 슈퍼플라이급 챔피언결정전에서 상대의 주먹을 맞고 쓰러진 후 끝내 일어나지 못했다.
낮에는 금형 조립공으로 일하고 밤에는 샌드백을 두드렸다. 권투선수들이 흔히 그러했고 그러하듯 그도 부모 없이 할머니 손에서 자랐다. 설움을 잊으려 주먹을 쥐었다. 언론의 ‘생계형 복서’라는 표현이 슬프다.
그의 최근 4년간 성적은 1승3패다. 그나마 1승은 42세 ‘할아버지 선수’에게 거둔 것이니 싸울 때마다 졌던 셈이다. 상대 선수의 전적도 2년간 5패1무였다. 링에 오르면 지는 게 더 익숙한 선수끼리 챔피언결정전을 치렀으니 우리나라 프로복싱계는 선수층이 얇다기보다 선수가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배 선수가 애처롭고 프로복싱의 현실 또한 안쓰럽다.
선수도 관중도 모두 이종격투기로 떠난 복싱 링 주변은 고요하다. 애써 흥행 카드를 만들어보지만 몇 안되는 관중은 하품을 하고 선수들만 숨이 가쁘다. TV가 권투를 외면한 지는 오래다. 역시 링 위에서 쓰러져 사망한 챔피언 최요삼 이후 프로복싱은 한번도 스타를 배출하지 못했다. 프로복싱 자체가 프로다운 면모를 보인 적이 없다. 프로스포츠는 대중의 인기를 먹고 살아간다. 철저히 흥행을 위해 고안된 이종격투기가 프로복싱의 모든 것을 빨아들였다.
한때 프로복싱은 꿈의 스포츠였다. 돈 없고 배경이 없으면 샌드백을 두드렸다. 두드리면 돈이 나오고 명예도 생겼다. 세계 챔피언이 되어 귀국하면 카퍼레이드를 벌일 정도였다. 김기수, 홍수환, 유제두, 유명우, 장정구… 그들은 한 시대의 영웅이었다.
과거 프로복싱은 가난한 젊은이들의 스포츠였지만 지금은 권투 자체가 가난한 스포츠가 되어 버렸다. 김연아, 박태환, 이청용, 추신수 같은, 때리거나 맞지 않는 스포츠 스타들의 해맑은 웃음만이 눈부실 뿐이다. 아직도 샌드백을 두드리는 젊은이가 있는지 기억조차 아득해진 요즘이다.
새삼 최요삼 선수의 ‘맞는 게 두렵다, 피 냄새가 싫다’는 마지막 일기가 생각난다. 배 선수도 할머니에게 “이번이 마지막”이라며 집을 나섰다. 프로모터가 수익금 일부를 받고 진행을 지역 프로모터에게 넘긴 ‘하도급’ 대회였다. 그리고 그는 환호도 박수도 없는 링 위에서 쓰러졌다.
시대의 흐름은 어쩔 수 없는 것, 아무리 봐도 한국 프로복싱은 죽었다. 죽은 프로복싱이 젊은이를 죽이는 비극은 여기서 끝내야 한다.
[매일경제신문 칼럼-매경춘추/김현철(프로듀서ㆍ가수)-20100723금] 자전거 타는 마음
`자전거, 정말 좋은데…. 남녀노소 모두에게 정말 좋은데…. 뭐라 설명할 방법이 없네. 직접 말로 하기도 그렇고….`
지난 주말 자전거 축전에 참가했다. 5000여 명에 섞여 도로를 자전거로 씽씽 달리는 게, 마치 내가 사이클 선수가 되어 `투르 드 프랑스` 경기에라도 나간 양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다. 자전거 축전이 5000명만이 아닌, 국민 모두가 참여하는 범국가적 행사가 되었으면 하는 당돌한 바람도 가져본다.
그런데 그러기에는 문제가 적잖아 보인다. 자전거 축전 참가자들은 대부분 자전거에 익숙한 마니아들이다. 헬멧과 복장, 장비를 보면 알 수 있다. 문제는 자전거를 타지 못하거나, 어릴 적 타고 한동안 멀리했거나, 자전거를 타고 어딘가로 이동하는 엄두를 내지 못하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다는 사실이다. 녹색환경ㆍ녹색에너지ㆍ녹색성장이 빛바랜 구호에 그치지 않으려면 이런 사람들이 자전거를 타게 만들어야 한다.
A라는 회사원이 자전거를 타고 자신의 일터로 가는 것을 상상해 보자. 전날 양복 한 벌을 사무실에 가져다 놓은 A는 아침 일찍 자전거 복장, 헬멧, 장갑을 갖추고 힘차게 페달을 밟는다. 그런데 달리는 길부터 만만치 않다. 자전거를 타라고 만들어 놓은 전용도로는 자동차로 뒤덮였다. 삐뚤빼뚤 곡예하듯 어렵사리 회사에 도착해서도 경비아저씨의 따가운 눈총을 받는다.(나는 빌딩 로비에서 "택배 물건은 경비 데스크에 맡기고 가라"는 말을 자주 듣고 있다)
자전거 보관도 쉽지 않다. 안장이 뜯기고, 핸들이 사라지고, 바퀴까지 도난당하기 일쑤다. 미리 준비한 양복으로 갈아입기 전 가볍게 샤워를 하면 좋겠는데, 마땅히 그럴 곳도 없다. 하루종일 찜찜할 수밖에…. 그 다음은 물어보나 마나다. "자전거, 몸에 좋은 건 알겠는데, 나 하곤 안 맞아. 아쉽지만 바이 바이…."
자전거 타기는 문화다. 네덜란드 일본 등 자전거 선진국에선 소수의 애호가가 아닌, 국민 모두의 자전거 타기가 생활화돼 있다.
자전거 타기가 일상적인 문화로 뿌리내리려면 정부 정책도 뒷받침돼야 하지만 우리의 의식도 바뀌어야 한다. 그래서 하루빨리 돌아선 A의 마음을 되돌렸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