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영의 소설 중 한대목 - 희망이란 무엇인가

[공간사랑]

가장 깜깜할때 비로소 아침이 오고 있다고 할 수 있다죠

제가 아는 이야기 중 가장 처절한 이야기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너무도 어눌하고 어두운 이야기이지만

저는 어쩌면 여기서 희망의 셈을 시작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공지영의 글을 좋아하는 이유는 공감때문이었습니다

그녀의 생각의 흐름이 그냥 참 좋습니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란 책을 펴서 처음 몇페이지를 읽어나가다 완전 몰입해 읽어버린 것처럼

분명히 제 이야기가 아니었지만

그 몇줄의 글에 매료되어 후딱 책한권을 읽어내게 하는 그 언어들의 유희가

어쩌면 우리 또래에선 도달할 수 있는 가장 마지막 이성의 끝자락처럼 느껴지기도 하였습니다

저는 그냥 책을 옮겨적을 것입니다

느끼는 건 모두 여러분들의 것이라는데 한치의 의심도 없이 말입니다

한겨레 신문에 연재된 소설로 검색하면 바로 튀어나올것이기에 제목은 쓰지 않겠습니다

p 211

그는 약한 우리의 믿음으로 인한 고통을 이해했고 공감해주었다 나는 그 후로도 가끔 생각했는데, 결국 진정하고 강한 믿음을 가진이만이 약하고 흔들리는 이들을 공감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제가 이 책에서 이 대목을 참 좋아하였습니다

끝까지 읽어보고 저처럼 작은 희망의 미소 한자락 가져내시기를 간절히 바라는 맘으로 조금 길지만 한번 쳐보겠습니다

이제 진짜 시작합니다^^

43.

"독일 뮌헨 인근 오틸리엔 수도원에 입회한 내가 함경남도 원산 근처에 있는 덕원 수도원으로 가라는 발령을 받은 것이 내 나이 스물두살의 일입니다. 세상의 끝에 있는 조선이라는 나라, 일본의 식민지였던 나라로 나는 떠났지요. 그날부터였던 거 같아요. 그날 이휴로 단 하루도 하느님께 '왜?'냐고 묻지 않은 날이 없었어요...... 요한 수사님. 이 늙은이가 거북스럽지 않다면 짧은 이야기를 들어주시기 바랍니다. 혹여 이 늙은 수사의 고통스러운 과거가 당신에게 누를 끼치지 않는다면 말입니다."

 토마스 수사님은 이제 눈물을 그치고 평온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그의 곁에 앉아 그의 손을 잡았다. 생명이 꺼져가는 한 노인의 따스한 손을 잡고 앉아 있노라니 마치 어머니의 자궁 속에 들어온듯 이상하게 평온하기도 했다.

44.

"나는 마을의 유명한 장나꾸러기, 말썽쟁이였어요. 놀기를 좋아햇고 마시는 것도 좋아했어요. 여자 친구도 있었죠. 어머니와 아버지는 맥주를 제조하는 기술자였어요. 나는 이유식을 맥주로 했어. 그 후로도 농담 삼아 말하곤 했답니다.

어린 시절을 생각하면 떵르는 가장 큰 기억은 단 하나, 어미니의 새벽기도였어요. 언제나 눈을 뜨면 어둠 속에서 어머니가 기도하는 것이 보였죠. 어머니는 우리 아홉 남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부르면서 기도했어요. 글씨를 읽을 줄 모르는 어머니가 기도문을 다 외우지도 못했는지, 그때는 라틴어 기도문이었으니까요,어린 내가 뒤에서 들으면 주기도문도 성모송도 틀리곤 했죠. 틀렸어 엄마, 내가 말하면 어머니는 나를 돌아보면서 웃으셨어요.

'걱정마라 토마스. 그래도 하느님은 다 알아들으셔.'

어느 날 무슨 축제일이었던 같은데 나는 여자친구들과 실컷 춤을 추고는 거의 새벽녘이 되어서야 집으로 돌아왔답니다. 어머니는 벌써 일어나 기도하고 계셨죠. 어머니 등 뒤에 앉아 어머니의 기도가 끝나기를 기다린 다음 나는 어머니께 말했어요.

'어머니. 수도원에 들어가 수사가 되겠어요. 전쟁터에 끌려가 사람을 죽이는 병사가 되느니 그게 좋겠어요.'

그래서 나는 수도원으로 떠났죠. 어머니는 내가 수사가 될 때도 내내 기뻐하셨는데, 한국으로 발령을 받고 떠나던 날 기차역에서 무너지면서 우셨어요.

'대체 한국이 어디냐? 아프리카냐? 거기에는 흑인들이 사니? 아니면 식인종이 사는 건 아니겠지?'

어머니는 울면서 물었어요. 나는 세상에 태어나 그렇게 무너지는 어머니의 모습을 처음 보았답니다. 어머니는 어떤 일이 있어도 웃으시는 분이었는데 말이죠. 그게 어머니와의 마지막이었죠. 제가 한국에 도착한 것이 1941년 초, 내가 떠나온 직후 우리 수도원은 나치 게슈타포에 의해 폐쇄당하게 됩니다. 오오 하느님, 내가 그때 독일에 남아 있었다면 어떤 인생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을까요. 제 말이 들을 만합니까, 요한 수사님?"

 가가 나에게 물었다. 반쯤 마비된 입술 때문에 발음이 좀 부정확하기도 했고 속도는 느렸으나 나는 그의 눈에 빛나는 간절함을 읽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일이 좀 고되었습니다 내가 만든 숙제이지만 오체투지같은 형국이 되었네요 배도 고프고 쓰러져 잠이라도 자면 좋겠다 싶지만 한번 써내려 가볼까 하네요 오늘 문득 책꽂이의 책을 보게 됩니다 아주 오래되었죠 스콧니어링 자서전을 읽었던게.... 다시 읽어보고 싶어져서 읽고 있던 중이었어요 문장 하나 하나 참 새롭게 다가왔습니다 아주 좋을거 같아요 다시 다 읽어낸다면.... 항상 느끼는 거지만 지나간 시간은 참 아름답습니다 좋은 시간이 될 것 같습니다 ^^ 그때 함께 읽어주셨던 분들도 계시죠 음... 오늘 이렇게 타자를 쳐서 공유해보자는 생각을 하게된 배경이 되겠네요 잠시 잠을 쫓듯 일상이야기를 .... 또 시작합니다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겁니다. 그냥 이 말을 요한 수사님께 해야겠다고 내내 생각했어요. 이말을 당신에게 하고 죽어야겠다고. 그래서 하느님께 청했죠. 제 생각이 맘에 드신다면 제가 이 말을 다 마친 다음에 죽게 해달라고요. 그러니 참 감사합니다, 하느님 그리고 요한 수사님."

 나는 토마스 수사님의 주름진 손을 잡았다. 토마스 수사님은 방긋 웃었다. 그러자 비로소 밤새 춤을 추던 젊은이의 모습이, 맥주를 이유식처럼 마셔댔다는 젊은이가, 잘 웃는 그의 어머미니와 자족이 실감났고 비로소 한 인간의 생이 작고 주름지고 병든 몸속에 응축되어 있다가 펼쳐지는 것이 느껴졌다. 기도문을 틀리지만 매일 일어나 아이들의 이름을 부르는 그의 어머니의 뚱뚱한 뒷모습도 언젠가 본 듯이 실감되었다.

45.

"6주간 배를 타고 인천 제물포에 도착해서 기차로 원산까지 갔어요. 먼저 한국에 도착한 수사님들이 한국인들과 함께 힘을 합쳐 덕원에 아름다운 수도원을 지어놓으셨더군요. 인쇄소도 있었고 포도주와 맥주, 치즈와 소시지도 만들었고 젖소에서 우유도 얻었어요. 빵 굽는 냄새도 났지요.

 한국은 아름다운 곳이었어요. 나지막한 산들이 끝나는 듯 이어지고 끝나는 듯 이어지고 골짜기마다 초가집들이 버섯들처럼 옹기종기 모여 있더군요. 덕원에서 바다도 그리 멀지 않았어요. 언젠가 여름에 수사님들과 함께 갔던 원산의 명사십리 바닷가의 아름다움은 아직도 천국의 한 자락처럼 내게 남아 있답니다. 그나 사람들은 가난했어요. 이미 가난했는데 날마다 더 가난해지고 있었지요. 일본은 한국인들에게서 죽지 않을 만큼의 먹을 것만 남기고, 모든 것을 빼앗아 갔어요. 취직자리도 없었지만 취직을 한다 해도 노예처럼 일하더군요. 한국에는 노동자들을 보호할 아무 법도 없었어요.

 무엇보다 먼저 한국말을 배우라는 아빠스님의 지시에 따라 한국말을 열심히 익혔죠. 다행히도 주님께서 제게 언어에 대한 예닌한 감각을 주셨는지 저는 한국말을 금세 익힐 수 있었어요. 저는 주로 아이들과 놀았거든요. 우리 수도원에서 세운 학교에는 아이들이 있었어요. 여학생도 있었고 신학생들도 있었죠. 저는 그중에서 어린아이들을 좋아했어요. 아이들은 단순한 말을 통해 뜻을 전달한답니다. 충분히! 저는 아이들만큼만 한국말을 익히고자 애썼죠. 그러나 솔직히 말하면 한국말.... 오오, 너무 어려운 언어!

 그렇게 한국말을 익혀가고 있는데 일본은 갑자기 모든 사람에게 한국말을 금지시켰고 일본어만 쓰게 했어요. 그때였어요. 내가 진정 한국인들과 친구가 된 것은 말이지요. 저는 갑자기 모국어를 중단해야했던 아이들의 처지를 충분히 이해했답니다. 아이들도 내가 겨우 배운 한국말을 사용하지 못하고 일본말을 전혀 모르는 채 어리둥절해 하는 것을 동정했어요. 그래도 우리는 재미있게 놀았어요. 교리를 가르칠 수는 없었지만 놀 수는 있었죠. 우리는 벙어리 놀이를 하기도 했답니다. 어떤 언어도 어떤 폭력도 웃음을 막을 수는 없었죠. 그래서 우리는 뜻이 통하지 않는 언어로 힘들 때는 웃었어요. 신기하게도 그러면 모든 것이 해결되곤 했죠.

 2차 세계대전 동안 일본과 독일은 같은 동맹국이었지만 일본인들은 우리를 아주 싫어했어요. 그것은 우리가 그들이 천황이라는 인간을 신으로 모시는 것을 싫어하고 반대했기 때문이었지요.

 석유가 바닥나 난방이 끊기고 호독한 겨울이 계속되었어요. 하루는 영하 30도쯤 되던 아주 추운 날이었어요. 수도원의 지붕이 날아갈 듯 바람이 불고 며칠째 내린 눈이 80센티미터나 쌓였지요. 그날은 주일이었어요. 우리는 아침 식사를 하면서 독일에서는 이런 날 아무도 움직일 수 없을 거라고, 오늘 미사는 일반 신자 없이 우리끼리 드릴 거라 예상했지요. 한국인들이 우리 수도원까지 오려면 걸어서 한 시간에서 두 시간, 그런데 막상 미사 시간이 다가오자 사람들이 모여들었어요. 변변한 옷도 없이, 변변한 방한복도 없이 말이지요. 볼이 얼어 빨갛게 터질 듯한 아이들을 데리고 사람들은 성당으로 왔어요. 미사는 여느 때처럼 빈자리 없이 신자들로 채워져 진행되었어요. 미사가 끝나면 이 사람들은 저 눈보라 속을 어린것들을 데리고 또 걸어가야 하겠지요. 따뜻한 국물 한 그릇 먹여 보내지 못하는 수도원의 처지가 얼마나 서글프던지요.

 저는 그때 이 나라 사람들이 하느님의 사람들이라는 생각을 했던거 같아요. 선교사들에 의해 포교를 당하기도 전에, 깨어난 지식인들에 의해 천주교를 배우고자 중국에 사신을 파견했던 지구상의 유일한 나라 조선. 전교를 당한것이 아니라 선교사를 초청했던 나라 조선. 이 나라의 신앙은 평신도에게서 지각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지요. 저는 바로 그 평신도들의 위대함을 보았다고나 할까요. 어쩌면 이 나라 사람들이 대대로 가지고 있던 하느님이라는 개념 - 이들은 이미 하느님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었지요. 아시다시피 하늘에 계시는 분이라는 뜻의 하느님은 정의와 공평과 자애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기에 - 은 사실 우리 기독교의 하느님과 충분히 부합되는 분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겠지요. 오스카 와일드 식으로 말하면 그리스도 이전에도 그리스도인은 있을 테니까요.

46.

그렇게 어려운 시간들이 가고 조선은 해방되었습니다. 그러나 시련은 이제 겨우 시작이었죠. 원산 지역으로 소련군들이 들어왔고 우리가 성당을 세웠던 연길 지역은 중국 공산당의 손에 들어갔습니다. 시련은 훈춘에서 내려온 한 신학생의 증언으로 시작되엇습니다. 신학생은 겁에 질려 몇 날 며칠을 걸어 우리 수도원으로 와서는 

졸립네요 우리 음악 하나 듣고 갈까요

제가 참 좋아라 하는 노래입니다

백기완 선생이란 사람을 처음 만나게 해준 노래이기도 하구요

옛날에 백기완 선생님이 대선 후보였던 적이 있어요

그때 음.... 백기완 선생님 만큼이나 좋아했더 노래랍니다

신디사이저에서 이 노래 전주가 흐르면 세상을 다 가진듯한 느낌의 벅차오름이 있었었지요 민중의 노래입니다

그렇게 노무현이 정권을 잡던날

세상이 바뀔것처럼 기뻐했던 기억이 나네요

어제가 그분의 여섯번째 기일이었지요 다시 시작합니다

남한으로 보내달라 애원했어요. 그에게서 들은 바에 따르면 소련군이 성당을 점령하고 주임 신부님 방에 들어갔다 나온 후, 주임 신부님은 얼굴이 부어올라 아마도 강력한 따귀에 맞은 듯 쓰러져 계시다고 했지요. 손목시계를 빼앗겼고 며칠 후 밤에 다시 소련군들이 들이 닥쳤다고 했습니다. 그들은 그 밤 신부님을 트럭에 태웠고 신부님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고 말이지요.

우리는 겁에 질린 그를 사람을 딸려 삼팔선 이남으로 도피시켰습니다. 아직 삼팔선으로 어느 정도의 내왕이 있었기에 가능했지요. 실제로 그는 서울 출신이었고 그것이 발각되면 좋을 일이 없었겠지요. 독일로부터의 원조도 교신도 끊긴 지 오래되었습니다. 그때 우리는 전쟁의 피해로 우편물이 끊긴 독일 대신 미국 뉴튼의 우리 수도원으로부터 세상에 대한 소식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나치가 미웠지만 패전한 독일의 비참함과 분단도 서글펐습니다.

 우리는 우리가 파견한 죽국의 형제들 소식도 들었습니다. 중국의 사정은 소련과 또 달랐습니다. 날마다 소년병으로 보이는 아이들이 신자였던 사람들을 사냥하듯 몰아세우고 몰매를 때리고 있다고, 신부와 수녀님 그리고 수사님 들은 나마다 인민재판에 나가 자신이 임민들을 기만하고 괴롭혔던 죄를 고백하여야 하는데 그때마다 마을 사람들의 의해 돌아가면서 따귀를 맞는 벌을 받고 있다고 말이지요. 옷에는 '저는 인민을 기만하는 가짜 귀신 예수를 선전했습니다'라는 뜻의 명찰을 붙이고 말이지요. 우리는 그 소식을 듣고 모두 울었습니다. 예수가 가시관을 쓰고 '유다인의 왕 예수'라는 팻말을 붙인 채 십자가형당했던 그것을 떠올렸지요.

 그러나 하직 희망은 있었습니다. 북의 공화국은 적어도 '신앙의 자유'를 선포한 상태였고 덕원 수도원을 찾아온 소련 장교들은 거칠었으나 개중에는 신자들도 몇 있었기에 커다란 봉변은 면했던 거지요. 그러나 우리는 젖소와 우유, 미사용 포도주 등을 있는 대로 빼앗겼고, 그들이 원하는 대로 빵과 버터 등을 생산해 바쳐야 했습니다. 그때 내게는 한 젊은 친구 신부님이 있었습니다. 그의 이름은 요한이었죠."

47.

토마스 수사님은 나를 바라보았다. 요한 루드비히 신부. 나는 토마스 수사님의 눈에서 그가 내 모습에서 같은 이름의 요한 신부님을 더듬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수도원에 입회한 이후에 한국 현대사와 함께한 우리 수도원의 역사 이야기를 들은 적은 있었다. 몇 십 명이 희생되었고 끔찍한 고초를 겼었다. 라는 것도 물론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 장면에 독일에서 온 청년, 잘 웃고 맥주를 좋아하고 춤추기를 좋아했던 이 사람을 그때 그들의 대열에 끼워 넣자 이야기는 전혀 달라졌다. 박제된 문서 속에서 현실로 다가오기 시작한 것이었다.

"젊은 요한 신부는 일본이 패퇴하기 전부터 원산 지역의 노동자들과 긴밀한 연락을 취하고 있었던 것 같았습니다. 원산, 홍남 등은 이미 일본이 공업화한 지역으로, 말하자면 근대화된 도시들이었습니다. 요한 신부는 가끔 제 방에 들러 제가 아껴두었던 맥주를 함께 마시면서 말했습니다.

'이번 총파업에서 노동자들이 졌어. 타격이 아주 크네. 여기 몇 사람을 숨겨두긴 했는데 곧 훈춘 쪽으로 도피시킬 예정이네. 아빠스님께도 이 이야기를 하지 않았는데 내가 자네한테 밝혀두는 것은 만일 내가 어디에 있었는지 누구를 만났는지 추궁당할 때 자네의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이야.'현재 원산과 함경남도는 이미 융성한 개신교가 그 권위를 잃고 있어. 그들은 너무도 권력과 가진 자들의 편에 서기 때문이야. 그 틈으로 공산주의는 엄청난 위세를 가지고 맹위를 떨치고 있어. 실제로 현재 조선 땅에서 일제에 실질적으로 대항하는 세력은 공산당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야. 그들은 정확한 정세 판단을 하고 있고 그들으 핍박받는 인민들의 아픔을 정확히 헤아리고 있어.

 우리 신자들 중에서도 몇몇이 공산당에 입당했네. 마르크스와 그리스도교는 물과 불입니다,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네. 현실은 이미 그 차원을 넘어서고 있어. 제국주의 파시스트와 싸우는데 지금은 아이러니하게도 그리스도교와 공산당이 하나가 될 수밖에 없으니까 말이야. 독일 내부에서도 나치와 조직적으로 싸우고 있느 ㄴ것은 공산당 조직뿐이네. 그러나 어쩌면 좋을지. 이 전쟁이 끝나면 공산당고 우리는 갈라져 싸우게 될 거야. 나는 그게 참으로 걱정스럽네. 유물론이란 근본적으로 그리스도교와 대적하고 있지 않은가."

48.

"그가 예언한 그날이 오고야 말았습니다. 그날을 어찌 잊을 수 있겠습니까. 1949년 5월 9일 자정, 우리는 수도원에서 울리는 요란한 종소리에 모두 깨어났습니다. 복도로 나가니 인민 군복 차림의 군인들이 아빠스님을 끌어내고 있었습니다. 다른 쪽에서 원장 신부님과 부원장 신부님이 끌려 나왔습니다. 죄목은 포도주 밀주 제조, 반정부 유인물 인쇄, 반정부 활동을 위한 바티칸과의 비밀 교신. 이 모든 것은 어위임이 나중에 입증되었으나 처음부터 그런 것은 아무런 상관이 없었겠지요. 그리고 그분들은 끌려가셨습니다.; 그분들은 다시는 못 돌아올 길로 떠난다는 것을 아셨던 것 같습니다

이번 광주에 갔을때 내내 흥얼거렸던 노래입니다

구묘역 행사때 들렸던 음악이었는데

두레박 일정이 다 끝나고 저와 막내를 위해 조각님과의 미니 데이트가 메타세콰이어길에서 있었는데요

조각님이 흥얼거리시더군요 구묘역 행사때 누가 부르더라 그랬더니 알고 있다고 하더라구요

구묘역에서 전 손을 번쩍 번쩍 들어올리며 막내에게 불러주었었더랬지요 ㅋㅋ

제가 들려드리려는 이 글의 삼분의 일쯤 왔네요 이제부터가 제대로이겠네요

화이팅외쳐주실래요 타자가 그리 빠른편은 아니라서 쬐금 힘들어지고 있습니다

다음 날 우리도 모든 것을 빼앗긴 채로 평양 감옥으로 이송되었습니다. 우리는 가축처럼 끌려가던 기차 안에서 함께 탄 원산의 수녀님들을 만났습니다. 그녀들도 모든 것을 빼앗긴 채로 끌려온 상태였습니다. 심지어 베일도 벗겨지고 행색은 차마 말로 형언하기 힘들었지요. 그러나 이 모든 것은 그저 시작에 불과했습니다. 날은 찌는 듯 더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아시지요, 한국의 이 고온 다습한 날씨?"

49.

"우리 열여덟 명은 가로 4미터 세로 2미터의 방에 수용되었습니다. 상상할 수 있나요, 요한 수사님? 장장 열여덟 명의 청년들이 폭 4미터의 방에서 꼼짝 않고 앉아 있었습니다. 간수는 작은 구멍으로 우리를 들여다보다가 조금이라도 이야기를 나누는 기색이 발견되면 욕설을 퍼부었습니다. 아, 한국어를 왜 배웠던가요? 그 욕설과 모욕을 알아들어야 하다니요......

 우리는 방이 되면 간수의 구령에 따라 누워 잠들어야 했습니다. 또개어 잔 탓에 옆 사람의 발이 제 코 앞에 닿아 있었고 제 발 또한 상대뱡의 얼굴을 겨냥하고 있었겠지요. 빈대와 벼룩, 이가 극성을 부렸지만 긁기 위해 몸을 움직일 수조차 없었습니다. 감방 구석에 조그만 배수구 하나가 있었는데 그게 우리 모두의 화장실이었습니다만, 뚜껑을 덮고 그 위에까지 누워서 잤습니다.

 악취는 고를 찌르다 못해 머리를 지끈거리게 했고 잡곡으로 가득찬 하루 세 번의 식사는 구정물 같은 소금물과 함께였지요. 처음에는 모두 먹지 못했습니다. 다같이 설사를 심하게 하기 시작했지요. 그러나 나중에는 그 식은 밥덩이를 애타게 기다리면서 하루를 보냈습니다. 신선한 공기 한 줌을 마실 수 있다면, 아아 물이라도 마음껏 마실 수 있다면, 아니 중노동을 해도 좋으니 움직일 수만 있다면..... 그들은 가끔 선심 쓰듯 우리에게 물 몇 바가지를 뿌려주었습니다. 우리는 입을 내밀고 그것이라도 받아 마셔 목마름을 채우려고 아우성치면서 입을 내밀었습니다.

우리는 하느님의 뜻을 따라 독일 수도원에서 이곳에 파견된 사람들이었습니다. 최소한 고등학교 졸업 이상의 학력을 가지고 있었고 최소한 세상을 어떻게든 선하게 살려고 애써온 사람들이었습니다. 학교를 세워 아이들을 가르쳤고 인쇄소를 세워 책을 찍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죄명이 무엇인지도 제대로 모른 채 좁디좁고 환기 안되는 감방에 앉아 서로의 체온을 못 견뎌하면서 절망에 사로잡혀 있는 것입니다. 더로운 배추가 둥둥 떠 있는 소금 국물에 손으로 밥덩이를 받아 우적우적 씹으면서 간수가 장난치듯 뿌려주는 몇바가지의 물에 이리 일어서고 저리 일어서면서 약한 형제들을 짓밟기까지 하는 제 모습을 보며 저는 그때 처음으로 물었습니다. 주님, 왜? 대체 왜? 왜입니까!"

50.

"폭 4미터 정도의 공간에 스무 명을 몰아넣은 방의 수녀님들에게도 사정은 마찬가지였지요. 라루 종일 꼼짝없이 다리를 구부리고 바당에 앉아 오물 내가 진동하는 감방에서 땀을 줄줄 흘리는 것, 그것이 우리 모두의 일과였습니다.

'이 돼지들은 예전에 맛있는 먹이를 너무 잘 처먹어서 이제 좀 굶을 필요가 있어. 너희들은 마땅히 고통받아야 해.'

 이 욕설은 기실 아주 중요한 것이었습니다. 나치가 유대인들을 돼지라고 부르고 숫자로만 부르려고 했다는 사실 기억하시지요? 저는 나중에야 이것이 커다란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았답니다. 그 이야기는 조금 더 이따 하기로 하고요.

 우리는 거기서 몇 달은 지내다가 다시 끌려 나왔습니다. 그날 우리는 한국인 성직자들과 수도자들과도 생이별을 해야 했습니다. 우리는 서로 말을 나눌 수 없었지만 이 지상에서 다시 만날 일을 포기했습니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에 따르면 그들은 한국전쟁이 발발하고 한국군과 유엔군이 다시 평양 쪽으로 밀고 들어오자 어느 날 밤 모두 사라졌답니다. 그들은 대동강변에서 스스로 들어갈 모래 구덩이를 판 후 그속에 들어가 생매장당했다고 합니다. 그러니 아직은 살아 있는 우리 독일 신부 수도자들이 차라리 행복했던가요? 아니요, 우리는 사실 죽은 자들을 부러워했습니다."

51.

"우리는 지금의 북한 자강도에 있는 옥사덕 수용소로 끌려갔습니다. 금모래 언덕이라는 아름다운 이름의 옥사덕. 우리는 그곳을 옥사독이라고 불렀습니다. 감옥에서 죽어버릴 정도로 독기 어린 곳이라고 말이지요. 말이 수용소지 쓰러져가는 농가와 축사가 한채 있었을 뿐이었습니다. 뒤는 원시림이고 앞은 깎아지른 급격한 계곡이었습니다. 천혜의 수용소 터였지요. 겨울이 7개월이 넘게 계속되는 그곳. 우리는 벌써 영하로 내려가는 언 땅을 장갑도 양말도 없이 변변한 도구도 없이 거의 맨손으로 일구어 우리가 살 집을 지어야 했습니다.

 그곳의 생활을 어떻게 묘사할까요. 나중에 잔쟁이 끝난 후 아우슈비츠를 묘사한 영화나 다큐멘터리를 보았는데 그곳이 아마 우리가 지냈던 그곳과 가장 유사했을 것입니다. 아침 5시부터 밤 8~9시까지 노동은 계속되었습니다.

자중에는 우리와 함께 밭을 갈던 황소가 주저앉아버리는 일도 생겼습니다. 황소는 다시는 일어나지 못했지요. 그러나 우리는 일어나 노동을 하러 나가야 햇습니다. 욕설과 구타는 계속되엇고 우리는 죽거나 노동하거나 둘 중 하나 외에는 택할 수 없었습니다. 하루 200~400그램 정도 배급되는, 기름기라고는 전혀 없는 형편없는 식량, 살을 에는 추위, 신발도 없이 질펵한 곳에서 일을 할 때 얼어버린 발이 전하는 찌르는 듯한 고통, 동상, '빨리빨리!'라는 욕설들. 돼지로 불리던 우리....."

52.

"그곳에 도착한 첫날 우리는 겨우 미사를 드렸습니다. 그리고(성모여, 이 비탄의 골짜기에서 우리를 구하소서)라는 노래로 기도를 마쳤지요. 그날 수용소 소장은 우리에게 연설을 했습니다. 우리는 분명 그의 연설에서 에덴이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는 말했던 것 같습니다. 같다고 말하는 것은 우리 모두가 귀를 의심했기 때문입니다. 그는 말했지요.

'당신들의 신성한 노동으로 이 동산을 에덴으로 만드시오!'

 에덴, 에덴이라고 그는 말했습니다. 나중에 아우슈비츠의 입구에 '노동이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라고 하는 구호가 적혀 있었다는 것을 들었습니다. 아아, 이 모든 언어에 대한 왜곡과 모독, 이것이 바로 악의 본질 중의 하나입니다."

53.

"수용소의 소장은 아래 부하들을 누가 우리를 더 괴롭히는가로 경쟁시켰고 실제로 부하들은 그것을 가지고 소장 앞에서 경쟁했습니다. 그는 정말로 우리를 돼지라고 부르면서 우리가 영양실조로 퉁퉁 부은 발이 아파 쓰러지거나 더운 햇살 아래서 더는 견디지 못해 쓰러지는 것을 즐겼습니다.

 가장 이해 못할 것은 바로 그것이었죠. 중노동도, 수용소도, 우리를 감금하는 것도 이해할 수 있다 칩시다. 정치적으로 이데올로기적으로 역사적으로 사회적으로 백 번 천 번 양보해 이해할 수 있다고 치지만 그 비웃음, 그들이 우리의 고통을 즐김, 나는 도저히 이것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인간에 대한 환멸이 육체의 지침이 나를 죽음의 유혹으로 이끌고 갔습니다. 실제로 하나둘씩 영양실조와 과로, 추위로 쓰러져갔고 사망자가 나오기 시작했죠.

 더욱 끔찍했던 것은 모든 사람의 귀와 코에서 쏟아져 나오는 기생충들이었습니다. 대보분의 사람들에게서ㅡ 수녀님들에게서까지 고와 입으로 100~180마리의 기생충이 나왔습니다. 젊고 아름다운 수녀님의 코에서 쏟아져 나오는 기생충을 처음 본 순간 나는 다시 한 번 절규했습니다. 주여! 왜? 왜! 왜입니까?"

54.

"우리는 오래오래 간청한 끝에 산토닌이라는 약을 겨우 받아냈지요.

우리는 죽은 자들을 부러워했습니다. 정녕 그랬습니다. 그런데 요한 수사님, 인간은요, 인간은 참으로 이상합니다. 인간은 알고 보면 기생충 하나에도 비틀거리는 인간일 뿐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단지 그렇기만 한 것도 아닙니다.

 우리는 환소가 넘어져 일어나지 못하는 혹독한 고난 속에서도 우리의 움막을 지어 거기에 성 플라치도관이라 이름 지었습니다. 우리의 숙소와 성당을 짓고 그곳을 성 마오로관이라 불렀고 수녀님들을 위해 숙소를 짓고 그것을 성녀 젤트루드관이라 이름 지었습니다. 병실도 경당도 지었습니다.

 이름을 지어준다는 것, 그것을 아십니까? 그 끔찍한 누더기 같은 움막에 성 마오로니, 성 플라치도니, 성녀 젤트루드라는 이름이 붙자 그것은 신비하게 빛났습니다. 아아, 이름의 신비를 아십니까? 저는 왜 하느님이 아담에게 동물들의 이름을 손수 붙이라고 했는지 그때 알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이제 어떤 의미로 서로 맺어진다는 것을 뜻하지요. 인형에게 애완견에게 혹은 고양이에게 이름을 붙이는 순간 그것들이 나와 관계를 맵게 되고 모든 관계를 맺은 것들은 추억이라는 것을 공유하게 되듯이 말이지요. 저는 요한이라는 이름을 좋아했기에 아마도 수사님이 우리 수도원에 오시는 걸 본 첫날 특별한 기쁨으로 셀레었던 것 같습니다."

 그는 힘이 드는지 잠시 눈을 감았다.

55.

그가 쏟아낸 말들은 정말로 금빛 모래언덕에서 흘러내린 고운 모래처럼 내 앞에 쌓였고 그리고 조용히 흘러냈다. 그가 이야기를 하는동안 병실 수사님이 몇 번 들어와 링거의 수액을 조절했고 멀리서 높은 소리로 우는 새소리가 들렸다.

 처음 수도원을 찾아오던 날 그를 만난 것이 진정 하느님의 뜻이었을까. 나는 그의 입에 따뜻한 차를 흘려 넣어주면서 생각했다. 성스러운 물고기처럼 대걸레를 끌고 천천히 수도원 복도를 청소하던 그가 나를 보고 던지던 미소. 아아, 정녕 황소도 쓰러지는 노동이란 어떤 것일까. 돼지로 불리며 학대당하고 감금당하는 것은 어떤 일인가. 왜 그런일이 이들에게 일어났을까. 젊은 수녀님의 입과 코로 쏟아져 나오는 기생충이란.....

 토마스 수사님은 눈을 뜨고 다시 빙긋 웃었다

"차가 참 맛있어요. 달콤하네요. 어릴 때 어머니가 그러셨죠. 토마스는 단것을 너무 좋아해. 이가 썩을까 걱정이구나.... 하지만 난 단것이 좋아요, 요한 수사님. 달콤한 것을 먹고 있으면 그게 어디든 집으로 온 것 같아서."

 그는 다시 웃었다.

"아직도 거기서 맞았던 첫 번째 크리스마스를 잊지 못합니다. 우리는 간수들에게 애원해서 겨울 캐럴을 조금 부를 것을 허락받았어요.

그중 한 간수는 참 좋은 사람이었어요. 우리가 크리스마스 미사를 하는 동안 누가 오나 망도 봐었지요. 그는 지금 어떻게 되었을까요. 어느 집단이든 나쁜 사람이나 좋은 사람만 있는 것은 아니겠지요. 암도 모르게 미사가 시작되었답니다. 미사가 끝나고 주방에서 일하던 수녀님들이 누룽지를 가져왔답니다. 아아, 그토록 맛있었던 크리스마스 쿠키란!

 그렇게 그해 겨울이 지나가고 있었답니다. 우리를 살린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수녀님들은 언 무와 썩은 감자로 어떻게 하든 우리에게 조금이라도 더 입에 맞는 음식을 해주려 피나는 노력을 하셨습니다. 매일의 식단이란 이런 것이었죠. 하루는 길쭉하게 썬 언 뭇국, 다음 날은 네모로 썬 언 무 무침, 다음 날은 채를 썬 언 무 조림, 이런식으로요.

 조금이라도 우리에게 다른 음식을 먹게 해주려는 그분들의 정성 때문에 음식은 정말 맛있었어요. 우리는 정신이 나간 것처럼 말하기도 했답니다. 우리 나중에 자유의 몸이 되어서 다시 세상에 나가더라도 이 음식을 꼭 다시 먹자, 뭐 이렇게 말이지요. 서로 죽어가고 있었지만 우리에겐, 그래요, 우리는 서로에 대한 우정과 연민, 연대감이 있었습니다 사랑 말입니다."

 토마스 수사님은 말을 마치고 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다시 빙그레 웃었다. 

"늙은이의 말이 너무 길어지고 있군요. 죄송합니다. 이제 조금만 하면 다 끝납니다. 그렇게 첫 번째 겨울이 갔지만 우리에게는 아무런 희망이 없었어요. 영문도 모르는 폭력과 감금, 오늘과 다를 가능성이 아무것도 없이 오직 고통뿐인 내일이 우리를 점점 더 병들어가게 했어요. 영양실조로 쓰러져 죽는 사람들이 속출하기 시작했죠 모두가 퉁퉁 부어 있었어요. 우리는 실제로 가축들이 먹는 밀기울,탕아도 먹지 않았던 돼지죽을 후회도 분멸도 없이 주워 먹었죠

 어느 날 우리가 덕원 수도원부터 늘 존경해오던 신부님 한분이 사라지셨어요. 난리가 났지요. 모두가 흩어져 그분을 찾으라는 명령이 내려졌어요. 온 숲과 들을 헤매면서 찾아다니다가 우리는 그분을 발견했어요. 그분은 이미 죽은 사람의 무덤 앞에서 어린아이처럼 어엉 울고 있는 채로 발견되었어요. 한눈에도 그분의 상태가 정상일 수는 없었겠지요. 우리는 이미 죽은 사람들, 총살당했던 사람들, 감옥에서 이미 죽은 사람들을 부러워하고 있었죠. 그때 나는 알았습니다. 침묵과 경악 속에서 깨달았죠. 아아, 모든 것은 끝났어. 신은 우리를 버렸어. 이제 희망이란 없구나. 그리고 그 신부님마저 돌아가셨습니다. 우리에게는 장례의 시간조차 허락되지 않았어요."

56.

"요한 신부, 그래요. 더 늦기 전에 요한 루드비히 신부 이야기를 해야겠지요. 그는 키가 아주 컸어요. 팔과 다리가 길었고 - 실제로 우리같이 키가 작은 사람들이 영양실조나 극한 상황에서 살아남는 것이 훨씬 유리할지도 몰라요. 실제로 그의 몸은 훨씬 더 많은 열량을 필요로 할 테니까요 - 참으로 아름다운 눈을 가진 사람이었습니다."

이제 마지막 삼분의 일 분량이네요 같이 힘내자구요

젊은 요한 신부의 상황도 심각했어요. 그는 발이 퉁퉁 부어올라 잘 걷지 못했고, 차오르는 복수 때문이었던 것 같은데 배가 늑골 아래로 심하게 부풀어 올라 숨을 제대로 쉬지 못했어요. 악독한 소장은 왜 그랬는진 모르겠지만 요한 신부를 특별히 미워했지요. 해가 지고 노동이 끝나도 요한 신부는 돌아오지 못할 때가 많았어요. 온갖 트집을 잡아 소장은 그에게 일을 더 시키곤 했죠.

 그의 친구라는 저는 그런 요한을 위해 고작 화살기도 한 문장 다 바치기도 전에 잠이 들어버렸답니다. 아침에 깨어보면 그는 죽은 듯 누워 있었어요. 그가 아침에 눈을 뜨기 전에 나는 실은 시체와 함께 밤새 잠을 자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가슴이 철렁했답니다.

 어느날 그와 개울가에서 잠시 쉬고 있었어요.

'토마스, 요즘 깨닫게 된 것이 하나 있네, 모든 죄는 결국 에덴에서 아담과 하와가 했던 그 생각, 즉 나도 하느님처럼 되고 싶다, 의 변주라는 걸. 여기서 우리에게 군림하는 저 소장도 저 감시원도 독일을 초토화시켜버린 히틀러와 그 일당도, 모든 독재자와 고문하는 이들, 자기보다 약한자들을 학대하는 모든 이는 결국 같아. 그들은 그들이 학대하는 그 사람들에게 하느님이 되고 싶은 거야.'

 하루 종일 머릿속이 먹을 것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차 있던 제게 그것은 참으로 난데없는 이야기였습니다. 요한 신부는 이상하게도 평화로운 목소리로 다시 말을 이어갔지요.

'그리하여 학대를 받는 모든 사람은 하와가 뱀에게 질문을 받을 때 느꼈던 그 혼돈, 그 딜레마에 빠지게 되지. 즉 하느님이 우리를 속였을지도 모른다, 라는 혼돈일세. 신이 우리를 사랑하지 않고 돌보아주지 않고 소풍을 가버렸을지도 모른다는 의심 말일세. 토마스, 그렇지 않나? 생각해봐. 그러므로 저들이 혹은 악이 우리에게 원하는 것은 뱀이 하와에게 원했던 그것, 즉 하느님이 우리에게 이미 에덴을 주었고 우리를 사랑한다는 사실을 기억하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야. 사랑을 의심하여 배신하게 만들려는 수작이란 말이지. 그 수작이란 어렵지 않아. 바로 우리가 우리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네. 우리가 스스로를 존엄하게 생각하지 못하게 말이야. 하느님이 손수 주신 우리의 세례명을 박탈하고 우리를 돼지로 부르는 것이나 숫자로 부르는 일 모두가 같네. 우리가 우리를 사랑하지 못하게 하려던 거야, 그건.

나도 처음엔 의아했지. 그들은 왜 우리에게 이런 노동을 시킬까, 그들은 왜 우리를 거센 바람이 부는 혹한의 밤에 불러내어서 손을 들고 벌을 세울까, 이 우스꽝스럽기까지 한 고통은 정말 신이 우리에게 원하는 것일까. 그들은 우리를 죽도록 일 시키고 있네. 정말 노동력이 필요해서? 아니지. 나는 저들의 행위를 이해하려 애썼네. 우리는 죄인도 아니고 우리는 저들에게 기실 아무 나쁜 짓도 하지 않지 않았나 말일세. 그러나 이곳 소장의 눈빛은 실제로 우리에 대한 증오로 빛나고 있어. 왜일까? 저들은 왜 우리를 미워하고 괴롭힐까?'

 요한 신부가 가진 의문은 실제로 제가 가징 의문이었기에 저도 대답할 수 없었습니다.

'토마스, 저들과 우리가 왜 여기서 만나 이러 있는 것일까?  저들의 짧은 인생과 우리의 짧은 인생을 더듬어 아무리 그 이유를 찾아내려 한들 우리는 아무 답도 찾을 수가 없다는 것을 나는 이제 알게 된 것일세. 이것은 신비야. 악의 신비라구!

 우리는 그저 하느님과 예수라는 사랑의 편에 서려고 했기 때문에 그것을 반대하는 저들의 먹이가 되었네. 우리는 우주의 커다란 두 세력이 충돌할 때 하필이면 그 변방에서 그 충격을 몸소 받으면서 서 있게 된 걸세. 저들도 자기들이 왜 여기에서 우리를 미워하고 있는지 모르겠지. 우리와 저들의 대치는 어쩌면 처음부터 말도 안 되는 싸움이고 일방적인 저들의 승리인 싸움인 듯도 보이네. 그러나 예수가 처음부터 우리에게 요구한 것은 기실 이제까지 인류 역사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싸우라는, 즉 사랑 안에서 패배하라는 명령이었네. 우리가 한국에 파견될 때 받았던 선교의 사명은 이곳에서도 계속되고 있는 것이네. 아니 어쩌면 이곳에서 가장 크게 요구되는 것인지 모르지. 우리는 기필코 패배해야 하네.'"

57.

"내가 그 말뜻을 생각하기 위해 입을 다물고 있는 동안 요한 신부는 잠시 후 노래를 흥얼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사랑의 송가, 고린도 전서 13장에 곡을 붙인 그노래 말이지요.)

'내가 인간의 여러 언어와 천사의 언어로 말한다 해도 나에게 사랑이 없다면 나는 오란한 꽹과리나 징에 지나지 않네. 내게 예언하는 능력이 있고 모든 신비와 모든 지식을 깨닫고 산을 옮길 만한 믿음이 있다 해도 사랑이 없으면 아무것도 아니네. 내가 모든 재산을 나누어주고 내 몸까지 자랑스레 넘겨준다 하여도 사랑 없으면 그 무슨 소용없네. 사랑 없으면 소용이 없네. 아무것도 아니라네.'

 노래를 마친 그가 저를 바라보았어요.

'도마스, 바오로 사도의 이 말씀이 사실이라면 말이야. 우리가 천사의 말을 하지 않아도, 우리가 예언하지도 못하고 지식도 없고 심오한 진리를 깨닫지 못해도, 심지어 하느님 말씀을 전하지 못한다 해도, 우리가 우리의 몸을 다 바치고 있지 못한다 해도, 사랑만 있다면 우리는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아니라는 거겠지.'"

 "한 번도 그 구절을 거꾸로 해석해본 적이 없기에 저는 조금 놀랐습니다. 요한 신부는 누더기를 입은 두 팔을 올려 하늘을 향했어요 아직도 그 장면을 기억하는데 나는 그에게서 어떤 빛 같은 것이 쏟아져 나오는 것을 보았어요. 그가 다시 말했죠.

'우리가 이 시련을 다 이긴다 해도, 우리가 심지어 여기서 하느님을 위해 순교한다 해도, 아니 자네와 내가 여기서 이 모든 사람을 무찌르고 탈출한다 해도 우리가 이 시련을 사랑이 아니라 악으로 참아내는거라면 우리 아무것도 아닌 게 되는거라네.

어제 저녁 경당에서 졸면서 경배드릴 때 나는 하느님에 대한 사랑, 예수에 대한 사랑, 진리에 대한 사랑으로 이 시련을 수락했네. 하느님께 예, 하고 말씀드렸어. 나는 알았네. 저들이 우리에게 빼앗을 수 없는 단 한가지는 그들이 억지로 우리에게 준 이 고통을 우리가 기꺼이 받아 사랑에게 봉헌한다는 것이네. 그건 저들이 우리를 죽인다 해도 어쩔 수 없겠지. 우리는 참으로 존귀하며 우리는 이 모든 우주의 주인인분이 특별히 지어내신 귀염둥이들이 아닌가 말일세. 이 짧은 세상이 끝나고 설사 죽어보니 모든 게 무로 돌아간다 해도, 나는 저들과 나 둘 중 어떤 역을 맡겠느냐고 묻는 신에게 저들처럼 학대하는 역을 맡지는 않겠다고 분명히 말씀드릴 걸세. 그러자 모든 고통의 의미가 내게로 다가왔네. 나는 적어도 무의미의 고통에서는 벗어났네......'

 그는 웃었습니다. 아주 활짝 웃었어요. 그리고 다시 두팔을 하늘을 향해 들었지요.

'모든 것을 가르쳐주신 하느님, 감사합니다. 넘치는 햇살, 맑은 개울물, 신선한 공기를 주신 하느님, 찬미 받으소서'"

(심장약한 분은 58은 건너뛰셔도 좋습니다)

58. 

"나는 그가 미쳐가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니 실제로 그랬을지도 모릅니다. 찬미라니요? 찬미라니요? 우리는 겨우 존재하고 있을 뿐인데. 설사 그의 말대로 이 의미 없는 죽음의 행진에 그런 의미가 있다 해도 나는 붇고 싶었거든요.

'하느님, 꼭 이 방법을 쓰셔야 했습니까?'

 그날 석양이 질 무렵 뜨거운 땅의 열기가 복사열을 다시 쏟아낼 때 나무를 하던 제가 숲에서 나와 보니 그가 거름 더미에 앉아 있었습니다. 무얼 하고 있느냐고 물으니 거름 더미를 두드리라는 명령을 받았다고 하더군요. 아마 발과 배가 부어오를 대로 부어오른 그거 움직이지 못하니 그런 일이라도 시킨 것 같았습니다.

 건초와 인분이 한국의 여름 열기에 발효되어 독한 메탄가스가 올라오고 있었습니다. 근처에 있는 저도 똑바로 서서 숨쉬기 힘들었습니다. 가까이 가 보니 거름 더미 위는 허연 구더기의 덩어리들로 덮여 있었고 파리들이 그의 온몸을 잡아먹을 듯이 맹렬하게 그의 얼굴과 머리 심지어 귀까지 뒤덮고 있었습니다. 구더기는 그의 종아리까지 꼬물거리고 있었고 파리들이 미친 듯이 윙윙거리는 소리가 들렸지요. 그의 모습은 지옥의 한가운데에 서 있는 가련한 먹이 같았습니다. 그런데 나와 문득 눈이 마주쳤을 때 그는 어쩌면 웃는 것 같았습니다. 조금이라도 입을 벌리면 파리가 그 입속으로 들어갈 지 모르기에 그는 입을 다물고 있었지만 저는 그의 눈이 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토마스, 아까 말했지 않나? 나는 예, 하고 대답했네. 이제 나는 저들이 나에게 강제로 시키는 모든 고통은 기꺼이 내 것으로 받아 하느님께 바치는 봉헌물이 되었네. 이로써 무의미는 의미로 변하고 악의는 사랑의 열매로 변할 수 있다네.'"

59.

"끔찍했습니다. 그는 드디어 미친 것 같았습니다. 나는 그를 지나쳐 일단 숙소 옆으로 갔습니다. 무감각할 수 있었던 또 하나의 이유는 그런 노동도 기실 그 당시 우리에게는 그리 낲선 풍경은 아니었기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저녁 식사 시간에 그가 들어오지 않아 나는 그에게로 갔습니다. 발이 불편해 거름 더미 위에서 내려올 수 없을것 같아서 도와주려고 말이지요. 그는 거름 더미에 엎어져 있었습니다. 내가 달려가 그를 안았을 때 그는 이미 숨을 거둔 지 좀 된것 같앗습니다.

 파리가 뒤덮은 그의 얼굴에서 나는 미친 듯이 파리 떼들을 몰아내고 그의 얼굴을 보앗습니다. 그의 얼굴은 미소 띤 채였습니다. 내가 이제껏 보아왔던 어떤 모습보다 그의 얼굴은 평화로웠고 아름다웠습니다. 믿을 수 있으신지요? 믿을 수 없으시겠죠? 저도 제 눈으로 보아놓고도 오래도록 믿을 수 없었으니까요. 소장이 말했죠.

'잘됐군, 어차피 일도 못하고 밥만 축내는 돼지 한 마리.'"

60.

" 그의 죽음은 우리 중 가장 젊은 죽음이었습니다. 수녀님들은 소장과 싸워 그의 장례식 미사를 허락받아냈지요. 조팝나무 하얀 꽃으로 화관도 만들었습니다. 하얀 꽃으로 장식된 그의 아름다운 얼굴 앞에서 수녀님들은 눈물도 흘리지 못하고 노래를 불렀습니다. 장례미사가 시작되었지만 나는 기도할 수 없었습니다. 나는 미사를 드리고 싶지 않았습니다. 나는 기도하고 싶지도 않았고 신이 더 이상 우리를 사랑한다는 생각도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아니, 나는 오히려 그를 증오하고 싶은 마음이었습니다. 아니, 나는 오히려 그를 증오하고 싶은 마음이었습니다. 미사가 끝나고 그의 몸이 흙 속으로 들어가려할 때 나는 모두를 제치고 다가가 그를 안았습니다. 그리고 소리쳤습니다.

'왜! 대체 왜!'

 모든 것이 무의했습니다. 무의미.... 그것은 참으로 무서운 것이었습니다. 그것은 나를 부정했고 나의 생명을 부정했고 내 곁에서 오로지 생존을 위해 애쓰는 모든 사람을 부정했습니다. 나 또한 죽음을 향해 한 발걸음씩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아아, 죽음이 그토록 아름답게 내게 다가오다니요. 그것은 달콤한 휴식 같았고 그것은 이 모든 것의 영웅적 귀결처럼도 보였습니다. 삶은 구차했고 내 주변의 모든 이가 갑자기 그저 생존을 위해 하루하루 살아가는 짐승 혹은 벌레들 같았습니다. 그리하여 모든 것이 혼돈으로 소용돌이쳤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얼마간의 시간이 지났을까요. 아마도 어느 날 우리는 잠깐 쉬고 있었습니다. 독일에서와 같이 한 잔의 커피도 한 조각의 달콤한 과자도 없이 맥주나 소시지는 더더욱 없이, 우리는 그저 앉아 지친 몸을 쉬고 있었죠. 그때 우리를 조롱하는 그들의 말이 제 귀에 들려왔습니다. 그들은 우리를 돼지라고 부르며 시시덕거리면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습니다. 순간 제 가슴속에서 주먹만 한 불덩이 같은 것이 솟구치는 것 같았습니다. 저도 모르게 저는 중얼거렸습니다.

'미안하지만 너희를 조금도 부러워하지 않아. 너희는 모르지. 정신의 기쁨을 위해 희생되는 육체의 어떤 뿌듯함을. 힘듦을 참으며 양보하는 손길의 따스함을. 죽음 너머의 삶을 생각하는 우리의 존엄을. 죽음 후에도 계속되는 우정과 그리움을. 그래 설사 죽고 난 후에 이 모든것이 무의미함을 발견하고 내가 내 삶을 돌아본다 해도 나는 너와 나 중에서 학대하는 자의 역할은 맡지 않을 거야. 그러니 나는 너희를 조금도 부러워할 생각이 없어. 또한 너희가 우리를 두고 하는 이 조롱에 조금도 동의할 생각이 없어.'

그랬죠. 설사 모든 것이 혼돈이고 무의미라 해도 그들의 역할을 거부할 것은 확실했습니다. 그러자 모든 것이 다 제자리를 찾아갔습니다. 그때 나는 알았습니다. 내가 요한 신부의 말을 누구보다 가슴 깊이 간직하고 있었고 그의 말에 깊이 영향받고 있었다는 것을 말이지요.

 우리는 그 후로도 그렇게 네번의 겨울을 더 버텼고 드디어 서독 정부의 손길에 의해 독일로 송환될 수 있었습니다. 우리 수도원에서는 그 겨울 동안 한국인을 포함해 그렇게 서른여덟 명을 잃었습니다."

61.

나는 나도 모르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까 토마스 수사님이 거름 더미에서 죽은 요한 신부의 시신을 안고 '왜 하느님, 애체 왜? 하고 물었을 때부터 그러고 싶었다. 창가에서 잠시 마음을 추스르고 돌아보니 토마스 수사님은 오랜 이야기가 힘에 겨운 듯 잠시 눈을 감고 있다가 나와 눈이 마주치자 조그맣고 파란 눈을 아이처럼 찡그리면서 또 웃었다.

"그 후로도 나는 가끔 옥사덕을 만났어요. 박정희가 해방신학에 대한 책을 인쇄한다고 우리 인쇄소를 압수했을 때, 그때 우리 독일 사람들은 차마 못 건드리고 한국 수사님들, 직원들 데려갔을 때, 가난한 사람들의 자주 찍는다는 이유로 최민식 자가의 사진집을 압수했을 때, 나는 옥사덕을 보았지요. 남미의 로메로 주교의 학살에서 옥사덕을 보았고, 80년 5월 도륙당하던 광주... 에서 다시 옥사덕을 만납니다. 한국적 미주주의.... 이런 말들, 잘 살아보세 이런 언어의 왜곡에서 다시 옥사덕을 만납니다.

 요한 수사님, 악은 수많은 얼굴로 다가옵니다. 사실 사람인 우리가 그것을 식별하는 것은 은총에 의지할 뿐입니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도 있어요. 우리가 사랑하려고 할 때 그 모든 사랑을 무의미하게 느껴지게 만드는 모든 폭력, 모든 설득, 모든 수사는 악입니다. 너 한사람이 무슨 소용이야, 네가 좀 애쓴다고 누가 바뀌겠어, 네가 사랑한들 아는 사람 하나도 없어.... 속삭이는 모든 것을 경계해야 합니다.

어쩌면 옥사덕이나 남미 로메로의 피살이나 유식 혹은 광주 학살 같은것은 아직 난이도가 높은 것은 아닐지도 모르죠. 이제 악은 다른 얼굴로 우리에게 달려듭니다. 소리 없는 풀 모기처럼 우리를 각개격파하러 옵니다. 그들이 우리에게 원하는 것은 단 한가지 입니다. 그것은 무의미입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좋은 하루~ 약속!^^

[하늘비]

고생했네,, 잘 읽었음,,나도 책 전체를 읽어보고 싶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