ㅅ할머니는(94세) 전혀 말씀을 하시지 않았다. 귀가 많이 어두워져서 말문이 막혀서일까? 그래서 우리는 몸짓으로, 때로는 조그만 칠판에 크게 글씨를 써 보이면서 할머니를 보살펴 드렸다. 그런 가운데서도 할머니가 윷쪽던지기 놀이를 비롯한 여러 가지 프로그램에 흥미를 가지고 의욕적으로 참여하시니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지!
그리고 할머니는 참으로 정이 많은 것 같다. 아침 일찍 인사를 드리고 다닐 때 할머니에게 다가가면 본인 식탁에 놓인 요구르트를 주고 싶어 안달이다. 처음에는 “감사합니다만, 할머니 드셔요.” 머리를 숙이며 사양하곤 했다. 그러나 무척 서운해 하시는 할머니의 표정을 보는 순간 그럴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다음부터는 고개를 숙이며 “감사합니다. 잘 먹겠습니다.”하고 기쁜 마음으로 받아서 주머니에 넣었다. 그랬더니 할머니의 표정이 확실히 밝아졌다. 그리고나서 할머니 안보이는 곳에 요구르트를 살짝 갖다놓고 잠시 후 직원이 할머니에게 도로 가져다 드리도록 하였다.
어느 날 오후 ㅅ할머니가 계시는 천혜관쪽 현장직원과 얘기를 나누어보았다.
“ㅅ할머니는 처음 오셨을 때보다 지금은 어떠셔요?”
“많이 좋아지셨지요. 지금은 웃으시면서 과자를 줄 듯 말 듯 하면서 장난도 치셔요. 지난번엔 가족들이 면회왔을 때 ‘할머니, 이분들은 누구세요?’ 그랬더니 ‘우리 두째아들, 막내아들’ 그러셨어요. 그러니까 저희들도 할머니 식구들도 깜짝 놀랬지요. 모두들 너무 좋아하셨어요.”
직원의 이야기는 실타래 풀리듯이 신나게 이어졌다.
“지금은 말씀도 잘 하셔요. 진지 드시다가 국그릇 들고서 ‘나 국물 좀 더 줘’ 그러시기도 해요.”
“ㅅ할머니를 돌봐드리면서 어려운 점은 없으셔요?”
“안 잡수시면 진지를 떠먹여드려야 하는데 할머니는 아주 천천히 잡수셔도 혼자 스스로 떠 잡수시니까 너무나 감사하지요.”
착하고 애정 어린 직원의 그 따뜻한 마음이 너무 고마울 뿐이다.
첫댓글 날이면 날마다 깜짝 놀라게해 주시는 어머니가 너무 사랑스럽고 예뻐요.
의사표현도 많이 좋아지시니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