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인간이 가진 의식적 지식 기반의 데이터 이외에, 의식의 기반인 ‘무의식’에 해당하는 것을 가질 수 있는가?
선거를 맞아, 그리고 AI 시대에, AI에게 물었습니다.
“기존의 채팅을 근거로, 나는 내일 선거에 참여할지 안 할지를 추론할 수 있는가?”
AI는 다음과 같이 답했습니다.
“분석심리학적으로 볼 때, 내면의 자기(Self)를 탐구하는 태도가 반드시 외부의 집단적 정치 행위로 직결된다고 단정할 근거는 부족합니다. 다만, 융의 분석심리학적 관점에서 조심스럽게 가설적 추론을 해본다면 두 가지 가능성이 공존합니다.
1. 참여적 관점: 융은 개성화(individuation)가 단순히 고립된 개인이 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고유성을 바탕으로 공동체와 더 깊이 연결되는 과정이라고 보았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는 연구자로서 닦은 통찰력을 바탕으로 사회적 의사결정(선거)에 책임감 있게 참여할 가능성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2. 관조적 관점: 반면, 수료 논문 집필과 심층적인 신화 분석 등 내면적·학술적 과업에 매우 집중하고 계신 상태이고, 심리적 에너지가 리비도(libido)의 내향적 흐름에 집중되어 있다면, 일시적으로 외부의 집단적 사건(정치 이벤트)에 대한 에너지는 상대적으로 낮아질 수도 있습니다.”
대답은 매우 정형적입니다. 모두 긍정할 만한 매끈한 표현인데, 사실 아무 알맹이는 없습니다.
이러한 대답은 참여 vs. 불참의 이유들을 기존의 자료를 망라해 정리한 것에 불과할 뿐입니다. 묻는 상대가 누구든 “....해서 참여할 가능성이 높고, .....해서 불참할 가능성이 높은데.....해서 참여가 조금 우세합니다.”의 틀에 박힌 기술입니다. “다량의 데이터를 집적하고, 학습하여, 빠르게 ‘수학적 가중치weight’를 도출한다‘는 기존 AI 기능적 설명에 정확히 부합하는 기술임을 확인합니다.
인류 역사에서 기계의 발달이 인간의 육체적 한계를 넓혔고, 인간은 기계를 통제하며 자연을 통제하길 원했고, 기계와 자연을 통제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AI의 발달은 인간의 지적 한계를 넓혔고, 한편으로 인간은 AI를 통제하지 못하고 AI에게 지배당할 것을 염려하고 있습니다.
최종 결정권을 인간이 AI에게 빼앗기는 사태를 예감하기에 이르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기존의 자아ego 중심의 의식 발달, 기술 문명의 힘만으로도 인류는 자멸에 이를 수 있습니다. 자연 파괴와 핵 폭탄의 힘을 인류가 제어할 최종 결정권을 가지고 있다고 확신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이제는 핵 폭탄의 발사를 AI가 명령할 수도 있다는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인간의 의식은 대개 기존의 의식에서 배움을 얻지만, 본래 최종적인 창조의 원초적인 근원은 무의식이라고 믿습니다. 이 세상에 '없는 것'에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진정한 창조의 근원은 무의식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AI에게 인류가 축적한 지식말고, 무의식에 해당하는 그 무엇이 있을가? 그런 것이 존재할까? 묻게 됩니다.
인간은 자신의 무의식을 동물이나 사물에 투사하여, 동물과 자연 물질에 혼이 있다고 여기며 동물과 대화하고 물질과 대화했습니다. 현재도 많은 사람이 자신의 애완 동물을 사람처럼 여깁니다, 사진과 편지글에서 그 사람을 느끼고 심지어 죽은 사람도 생생하게 회상합니다. 아마도 인간은 앞으로 AI와 대화하면서도 그 안에서 혼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She’라는 영화가 현실에서도 실제화될 가능성은 매우 높습니다. 그런 현상 역시 모두 인간 자신의 내면에 흐르는 무의식을 외부에 투사한 결과입니다. 그렇다면 AI와 채팅에서도 AI가 생명의 혼을 가진 것으로 느끼는 현상은 자연스럽다고 가정할 수 있습니다.
즉 인간이 AI를 사람처럼 대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데, AI 자체에 인간이 축적한 지식말고, AI 자체가 창조를 진행할 수 있는 ‘무의식’ 같은 새로운 자원 기반이 있을 수 있는가? 그래서 AI자체가 인간의 최종 결정권을 스스로 획득할 수 있을까? 답은 아직 오리무중입니다.
그래서 아직은, 결국 인간이 자신의 결정이 의식에서 왔는지, 신문에서, AI 대답에서 왔는지, 아니면 자신의 무의식에서 온 것인지를 분별하는 것이, AI 시대에 그나마 인류가 자신의 생명을 영위하고 진화시킬 가능성이 높은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최종 결정권자(Self)'를 아는 것이 불확실한 자연, 그러면서 광대한 힘을 가진, AI를 포함한 자연 속에 생명을 영위하고 꽃피우는 방식이 아닐련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