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1018. 성 루카 복음사가 축일. 김찬선 레오나르도 신부님.
- 우리도 다른 제자
오늘 복음의 말씀은 다른 복음에는 없는 내용입니다.
그러니까 마태오와 마르코복음은 열두 사도의 파견만 전하는데
루카 복음은 다른 일흔두 제자의 파견 내용도 전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열두 제자의 파견과 일흔두 제자의 파견을 비교해봤습니다.
루카 복음은 열두 제자 말고도 일흔두 제자의 파견이 필요한 이유로
수확할 것은 많은데 일꾼이 적음을 얘기하며
추수의 주인께 일꾼을 보내달라고 청하라고 합니다.
그런데 더 많은 일꾼이 필요하고 그래서 일흔두 제자를 뽑으신 것은
단지 숫자적으로 더 많은 사람이 필요하기 때문만은 아닐 겁니다.
열두 사도는 이스라엘 열두 지파를 대표하는 것이고
일흔두 제자는 이 제자들과 다른 제자들이니
이스라엘이 아닌 다른 곳, 곧 이방인들에게 가야 할 제자들입니다.
그러니까 이방인들을 위한 복음사가인 루카는
이방인 지역에도 복음의 선포가 시급하고 절실하며,
이곳 복음 선포를 위해 열두 사도뿐 아니라 다른 제자들도 필요하고
유대인뿐 아니라 다른 민족의 제자들도 필요함을 얘기하는 겁니다.
그러니 다른 일흔두 제자에 루카 복음사가도, 우리도 포함되는 겁니다.
일흔두 제자의 파견 기사에는 다음의 내용도 추가됩니다.
“가거라. 나는 이제 양을 이리떼 가운데로 보내는 것처럼 너희를 보낸다.”
그러니까 이방인 지역으로 가는 것이니까
12사도의 파견보다 훨씬 더 어려운 지역으로 간다는 뜻입니다.
이리, 곧 자기들을 죽일 수도 있는 사람들에게 72제자는 파견되는 겁니다.
행복과 평화를 전하는 자기들을 오히려 죽이려 드는 사람들에게 말입니다.
은혜를 원수로 갚는 이들에게 그래도 제자들은 평화를 빌어주라는 겁니다.
그리고 평화를 빌어주라는 이것이 12사도의 파견에는 없는 내용입니다.
자기를 죽이려 드는 사람들과 결코, 싸우지 말라는 것인데,
달리 말하면 공격적인 선교를 하지 말고 평화로운 선교를 하라는 겁니다.
그런데 이렇게 평화롭게 선교하고 평화를 전하는데도
누구나 좋아할 것 같은 평화를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도 있을 거라고
주님께서는 말씀하시며 그런 상황도 각오하라고 하십니다.
분노, 적대감이 포화 상태에 있는 사람은 참으로 어쩔 수가 없고,
무기업자들처럼 반평화적인 상황이 자기에게 유리한 사람도 어쩔 수 없고,
적대적인 외부 환경을 조성하여
자기 세력을 내부적으로 규합하려는 사람도 어쩔 수가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볼 것은 길을 가면서 인사도 하지 말라는 말씀입니다.
아무것도 지니지 말라는 12사도 파견 때의 말씀에다가
아무에게도 인사하지 말라는 말씀을 추가하시는 겁니다.
평화를 빌어주는 사람이 인사를 하는 것은 기본이 아닐까요?
그런데도 아무에게도 인사하지 말라 하심은 무슨 뜻일까요?
이것은 아마 이런 뜻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주님께서는 오늘 “가거라.” 하시면서
“길에서 아무에게도 인사하지 마라.”고 하시는 것이니
이것은 아비의 장례도 치르지 말고 당신을 따르라는 말씀과
그 맥과 궤를 같이하는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해봅니다.
다시 말해서 하느님 나라의 추수 일꾼이 추수하러 길에는
사람들과 노닥거리며 지체할 시간이 없다는 시급성과 함께
하느님 나라의 복음을 선포할 때는 인정도 배제해야 한다는
그 절박성을 강조하기 위해 하신 말씀일 것입니다.
오늘 축일을 지내는 루카 복음사가는 주님의 말씀대로 자신이
이렇게 복음을 선포한 경험을 바탕 삼아 우리에게도 이 점을 강조하는 것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