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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대구지방직 7급 합격수기
김광률
∘ 인사말
합격수기를 쓰는 날이 오니 매우 영광입니다. 저는 2016년 대구지방직 7급에 최종 합격한 김광률입니다. 우선 제 소개를 하고 차차 여러 가지 말씀을 해드리고 싶습니다. 내년이면 서른 살이 되고 줄곧 대구에서 살았습니다. 제가 공무원 공부에 발을 담근 것은 2012년 3월입니다. 7급 종합반으로 시작했지만 사실상 1년 반 동안은 9급 다섯 과목 위주로 공부했고 운 좋게 2013년 10월에 대구지방직 9급에 최종 합격했습니다. 당시에 학교가 1년 남은 상태여서 발령유예를 낸 후, 본격적으로 7급도 해보자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소위 말하는 ‘달아놓은’ 게 있으니 절실하게 공부를 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2014년 4월에 부모님과 상의하지 않고 임용포기서 제출을 결심했습니다. 그렇게 순수하게 수험생으로 돌아오니 정말 큰일이다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제야 9급과 7급의 분량 차이나 난이도 차이도 느껴졌고 6개월 정도를 껍데기 수험생활을 했다는 게 드러났습니다. 당연히 그해 시험은 너무나 큰 점수 차이로 떨어졌습니다. 아시겠지만 2014년 지방직 시험이 무지 어려웠는데 그 시험에서 영어를 반타작한 후 실망감은 커지고 자신감을 상실했습니다. 그리고 2015년 국가 서울 지방 7급, 2016년 국가 서울 7급 역시 1문제~3문제 차이로 계속 떨어졌습니다. 오래 한다고 실력이 비례적으로 느는 것이 절대 아닙니다. 직전 1년에 얼마나 집중했는가에 따라 점수가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중간에 국가직 9급으로 선거행정을 치거나 대구 지방직 9급을 치기도 했지만 불합격 혹은 인적성 검사에 불참... 정말 다사다난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남은 대구 지방직 7급에 합격했습니다. 원래 공식 발표일은 오늘(2016년 11월 24일)인데 어제 저녁에 문자가 왔습니다.
∘ 과목별 공부방법
- 저는 대구의 ‘한국공무원학원’을 다녔습니다. (학원 관계자 절대 아닙니다.) 전 과목 문제풀이 강의는 작년까지 웬만하면 들었고 그만큼 비용도 많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올해에는 가끔 테마단과를 듣긴 했지만 자습하는 시간이 훨씬 많았습니다. 과목마다 강사님의 역할도 꽤 크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여기의 강사님과 커리큘럼에 초점을 맞춰, 그리고 7급 위주로 글을 쓰겠습니다.
제 점수는 국어 80, 영어 90, 한국사 85, 헌법 80, 행정법 85, 행정학 85, 지방자치론 95입니다.
1. 국어
- 공부할 소재가 매우 많은 과목입니다. 분량이 많다는 의미도 되지만 생활 자체가 국어공부라는 의미도 됩니다. 통학할 때 자주 보는 시내의 외래어 간판(저희 집이 시내고 학원도 시내), 지하철 열차 안의 영문 표기, 신문 사설에서의 맞춤법 등등 무심코 지나칠 수도 있는 것들을 유심히 보면 잘못된 점이 많이 발견됩니다. 제가 수험기간에 같이 다닌 친구가 있는데 저보고 지나칠 정도로 문법이나 어문규정에 집착한다고 얘기했습니다. 들은 얘기 또 하고 상대방이 그걸 듣기에 지겨울 정도로 꼼꼼하게 알려고 했습니다. 아는 것도 다시 말해보고 제 자신을 가르쳐 보기도 하면 막히는 부분이 있습니다. 분명 헷갈리거나 잘못 알고 있는 부분이니 그런 것을 메모해 두거나 해서 강사님들에게 질문을 드리면서 실력을 쌓았습니다. ‘문어알’이라는 수업이 있는데 어문규정을 아는 데 매우 도움이 되었습니다. 배속으로 녹음해 두고 책을 씹어 먹을 정도로 반복했습니다. 다음에 무슨 농담 나오는지 예상할 정도로요. 그리고 9급과 7급의 차이는 아무래도 ‘한자’라고 생각합니다. 출제될 한자라 하면 딱히 범위가 없는 것 같습니다. 물론 강사님들마다 기본서에 있는 것이라도 철저히 공부하라고 하시지만 양이 적은 것도 아니고 쉽지 않습니다. 그래도 최적의 공부방법이 무엇인가 물어보신다면 “선생님께서 시키는 대로 한자 공부를 하라.” 정도로 하겠습니다...
2. 영어
- 우선 저는 강호섭 선생님의 단과 문제풀이를 들었고 강호섭 선생님이 하시는 스터디에도 참가했습니다. 제가 2014년에 영어를 망친 이유는 오래 놓았기 때문입니다. 상담을 받거나 수업을 듣거나 해서 영어를 한 달 이상 놓아버리지 않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사실 한 달도 어마어마한 기간이긴 한데 그게 마지노선이었습니다... 시험이 얼마나 남았는가와 상관없이 영어는 무조건 꾸준히 해야 합니다. 사실 대다수의 공무원 수험생들의 고민이 영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개인차 큰 것은 국어와 마찬가지일 것이고요. 그래서 공무원 공부 시작하는 분들에게 “영어 공부 이렇게 하세요.”보다는 “저는 이렇게 해보니 됐네요.”라고 말씀드리는 게 맞는 거라 생각합니다. 일어나서 등원할 때까지, 귀가해서 잘 때까지, 아무 도움 안 되는 인터넷 기사 돌아다니는 시간 등 새는 시간에 단어장을 들고 보려고 했습니다. 하루아침에 습관이 바뀌진 않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버린 시간을 돌이켜보신다면 분명 자신이 얼마나 자투리 시간을 무의미하게 보내왔는지 알게 되실 겁니다. 어휘 좀 자신 있다 하는 분들은 시중의 VOCA교재로 발을 넓히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두꺼운 교재를 마스터한 것은 아니지만 시험에 나오지 않을 것 같은 어려운 어휘를 보고 머리가 터졌다가 적정 난도(?)의 어휘를 마주하면 정말 잘 들어왔던 기억이 납니다. 물론 수험 초반부터 이렇게 하지는 않았습니다. 학원에서 주는 어휘 자료로 시작해서 VOCA교재로 끝냈습니다.
3. 한국사
- 먼저 말씀드릴 게 있는데 저는 한국사를 제로에서 시작했습니다. 5년 전에 중학생에게 영어를 가르친 적이 있는데 그 학생들보다 못하는 정도였습니다. 그렇다고 이제 한국사가 재밌고 자신 있고 강의할 정도로 실력이 쌓였는가 하면 그것도 아닙니다. 올해 시험에 정말 운이 좋았습니다. 세 문제 찍어서 두 문제 맞혔거든요. 확실한 건 한국사는 이제 전략과목이 아닙니다. 한국사가 전략과목이라는 분들은 원래 잘하시는 분인가 봅니다. 작년 국가직 7급 한국사가 엄청 어려웠는데 일단 올해까지 그 여파가 유지되었습니다. 어느 선생님의 강의를 수강하든 간에 이제 선생님께서 읽어보라고만 하고 지나친 기본서의 사료도 읽어보는 등의 노력을 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저는 이영철 선생님의 ‘한국사총론’이라는 교재도 샀는데 사실 읽기가 버거웠습니다. 책을 두 달 놓은 지금은 그 교재 내용이 거의 생각나지 않습니다. 좋은 사료도 많고 7급다운 이론을 다루는 교재인 것은 맞지만 일단 저는 힘들었습니다. 급수와 관계없이 본인이 밀고 나가는 교재를 미친 듯이 반복하여 읽는 수밖에는 없습니다.
4. 헌법
- 채한태 선생님의 이론 강의와 기출문제 강의를 들었습니다. 행정법처럼 평소에는 강의내용을 배속으로 들으며 이론과 기출을 공부했고 시험 직전에는 기출 문제 중에 틀린 것 위주로 빠르게 보고 최신 판례 강의를 들었습니다. 작년 국가직 7급을 시작으로 최신판례의 중요성이 매우 커졌습니다. 7급 시험 사이에는 1년이라는 긴 시간이 있는데 그 동안 나온 중요 판례를 선생님 홈페이지에서 다운받아 보았고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올해 국가직 7급의 제 점수가 좋진 않았지만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최신 판례 강의를 안 들은 사람이라면 문제 풀기가 아주 힘들었을 거라는 점입니다. 그리고 헌법조문이 적힌 부록을 들고 다니며 조문을 꼼꼼하게 보았습니다. 이번 시험에 조문 문제가 많이 나오진 않았지만 기본적으로 헌법 조문은 매우 중요합니다. 헌법, 국회법(특히 국회8급), 헌법재판소법 등의 조문은 언제 나와도 나올 것이기 때문에 기출된 조문 위주로 꼼꼼하게 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그리고 이론 중에도 모순처럼 보이는 부분이 있으면 선생님께 질문을 드리시기 바랍니다. 질문할 내용을 혼자 끙끙 앓거나 질문할 내용을 까먹으면 아무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표시를 해두든지 따로 메모를 하든지 해서 그때그때 해결하는 게 좋습니다.
5. 행정법
- 이형찬 선생님의 거의 모든 강의를 들었습니다. 학원과 관계없이 강사와 관계없이 행정법 공부 방법은 ‘알아들을 때까지 계속 듣기’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4년 전에 행정법 기본반을 들은 시절이 아직 생각납니다. 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고 이거를 진짜 해야 하나 싶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직렬 불문 공무원이 알아야 하는 지식을 습득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마지막에는 전략과목이 되었습니다. 이론 강의 3번, 판례 강의 2번, 법령 강의 2번 이렇게 듣고 나면 공부할 범위가 어느 정도다 이거 다음 무슨 파트가 나온다 하는 목차가 머릿속에 들어옵니다. 강의 중인 목소리 없이 혼자서 행정법을 공부한 적이 거의 없습니다. 항상 강의를 들으며 선생님의 말도 따라해 보고 판서 내용을 이미지화해서 기억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각론도 마찬가지로 범위를 넓히기보다 강의 중 강조하시는 것을 교재에서 참고하고 기출문제를 계속 풀었습니다. 각론 예상문제 본 적 없습니다. 행정법의 기출 비중은 어마어마하고 기출문제 암기(?)는 무조건 중요합니다. 이 판례는 ‘있다’를 ‘없다’고 바꾸는 구나, ‘합헌’을 ‘위헌’으로 바꾸는 구나 등등 기출 문제를 공부하면서 지문을 읽자마자 답을 찾을 수 있도록 반복적으로 보시기를 추천해 드립니다.
6. 행정학/지방자치론
- 단연코 책을 펼치기가 가장 싫은 과목입니다. 분량이 많고 초심자들은 용어도 모르는 게 많이 들리고 해서 어렵게 느껴집니다. 저라고 이제 행정학이 쉽게 느껴지냐 하면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일단 기출이 중요한 것은 행정법과 마찬가지인데 공부방법이 조금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단과강의를 두세 번을 듣고 나면 자습하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사실 초반에는 책을 던져버리고 싶을 정도로 따분했고 느리기도 하고 뒤에 얼마나 남았는지 계속 확인했습니다. 그렇게 한 바퀴 돌고 두 바퀴 돌고 하니 필기 내용도 눈에 들어오고 글 읽는 속도가 느는 게 느껴졌습니다. 저는 김기식 선생님의 교재를 봤는데 가끔 틀린 문장을 고치거나 법령 개정사항을 파악해서 선생님께 알려드리면서 공부했습니다. 김기식 선생님의 교재가 내용이 꽤 많은 편인데 정말 꼼꼼하게 봤습니다. 그만큼 오래 걸렸고 좋은 의미로는 많은 지식을 알 수 있었습니다. 특히 지방자치 부분은 교재에 반영 안 된 법령 개정 사항이 많아서 국가법령정보 어플을 통해 찾아보고 그러면서 자동으로 공부가 되었습니다. 제 얘기만 계속 했는데 결론은 인내심과 시간이 필요한 과목이라고 정리하겠습니다. 그리고 지방자치론 출제진이 바뀌었는지 모르겠지만 지방자치론은 더 이상 경제학의 대안이 아닌 것 같습니다. 올해 법령 문제가 12문제 이상 나왔습니다. 단순히 이론 위주로 공부한 분들은 큰 타격을 받으셨을 듯합니다. 저는 평소에 지방자치법을 필요 이상으로 꼼꼼하게 봤습니다. 정족수, 주체 객체, 일수, 날짜 등등 찌르면 바로 말할 정도로 미친 듯이 보았습니다. 내년에도 이렇게 나온다고 확신할 수 없지만 확실한 건 올해 저의 공부스타일이 문제 푸는 데 매우 도움이 되었습니다...
∘ 면접 준비
10월 1일 시험치고 그날 바로 채점을 했습니다. 국가직 7급 필기 발표가 아직 안 난 상태였고 제 위치가 어느 정도인지 몰라서 면접을 바로 준비하기에도 애매했습니다. 그래서 마음을 약간 놓고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며 3주를 보냈습니다. 그리고 막상 필기 합격했다는 문자를 받고 나니 면접을 같이 준비할 사람을 찾기가 힘들었습니다. 저는 온라인상의 공무원 카페 같은 데 가입하지 않아서 정보도 없었고 학원에서 개설된 7급 면접 강의도 지나간 상태였습니다. 실질적 준비는 인적성 검사를 받는 날 한 분(만나고 보니 일반행정은 아니었습니다.)에게 말을 걸어 면접 전까지 세 번 만난 것, 그리고 혼자 대구시 9급용 면접교재를 사서 대구에 대한 공부를 한 정도입니다. 그리고 면접 1주일 전에 채한태 선생님과 통화를 했는데 그때 개별 발표하는 요령이나 토론 시 주의할 점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 전날에 이메일로 도움을 주실 수 없는지 여쭈어보고 통화로라도 도움을 주시겠다고 하여 이런저런 얘기를 해주셨습니다.
올해 대구시 면접의 개별발표 주제는 ‘대구시-베트남 호찌민 시의 2015년 교류협정과 2016년 포럼의 의의를 적고 경제 활성화 방안을 작성하시오.’였습니다. 달랑 저 문장만 나오는 건 아니고 신문 기사처럼 글을 주는데 참고할 만한 소재가 약간 있습니다. 그리고 토론주제는 ‘대구시 민원시스템에는 이런 게 있는데 아직 미흡한 점이 많으니 대책이나 발전방향이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에 대해 토론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역시 신문 기사 비슷한 그래프와 인용 자료를 먼저 줍니다. 개별 발표와 다르게 10분간 읽을 시간을 준 후 머릿속으로 수치나 말할 거리를 기억했다가 토론할 때 말할 수 있습니다. 이거를 읽으시는 분들은 막막하게 들리시겠지만 저도 대구시가 저런 사업(?)을 했다는 것을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발표문 적는 건 순발력이 좀 필요할 듯합니다. 적은 내용이 드문드문 생각이 나지만, 한 면접관께서 제가 적은 것을 보고 방안이라기보다는 방안을 위한 준비과정이고 너무 추상적으로 적었다고 말씀하셨기 때문에 자세하게는 적지 않겠습니다.
∘ 마무리 말씀
- 위에서 과목별 공부 방법을 저렇게 적었지만 사실 과거를 떠올리며 정확한 경험을 적기가 어렵네요. 즉각적으로 적은 것이다 보니 앞뒤 안 맞는 얘기가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공무원 시험을 칠 기회가 많지 않은 건 확실합니다. 직렬에 따라 1년에 한 번인 것도 있습니다. 급수와 상관없이 하루하루를 공부와 친구가 되어 생활해야 합격할 수 있습니다. 저는 작년과 올해 국가직 7급(선거행정)을 한 문제 차이로 떨어졌는데 시험지를 다시 보면 틀리면 안 되는 문제가 꽤나 있었습니다. 그만큼 당일 컨디션, 집중력에 따라 1년이 왔다 갔다 하는 무서운 시험입니다. 그래서 절실하게 또 차고 넘치게 공부해야 합니다. 지식수준이 쌓이는 느낌이 안 들고 학원에 가도 공부하는 것 같지도 않고 옆 사람을 자꾸 신경 쓰고 본인 관리는 손 놓고 있다 하면 공부를 잘못 하고 계신 겁니다. 그리고 수강신청을 할 때마다 아깝게 느껴졌던 십만 원 단위의 돈도 돌이켜보면 이 합격의 바탕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투자한 시간과 돈이 바로바로 지식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남는 게 없고 그것으로 끝입니다. 시간 절대 안 돌아오고 차라리 수강 안 했다 치고 돈을 되돌려 받는 것도 불가능합니다. 뒷바라지를 해주시는 분들을 위해서라도 빠르게 학원을 떠나는 게 본인과 가족에게 좋습니다. 자신이 노리는 다음 시험에 모든 스케줄을 맞추어 여기에 매달리시고 정말 후회 없이 공부하시면 내년에 또는 내후년에 좋은 결과를 얻으시리라 믿습니다. 수험생 여러분! 힘을 내시고 공직에서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