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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6일, 오랜 만에 동창들 부부의 해외여행이다. 목적지는 일본 시고꾸(四国)의 다카마츠(高松). 일본 남동부에 위치한 시골도시다. 일본의 최남단 큐슈(九洲) 바로 위, 북동쪽에 위치한 곳이어서 따뜻할 것 같다.
비행기가 아침 8:25분에 출발한단다. 그래서 공항까지는 6:25까지 오란다. 집에서 버스를 타고 한 시간이 걸리니까 늦어도 5시에는 출발을 해야 한다. 반포의 우리 집에서 인천공항으로 가는 데는 전철이 제일 편리하지만 (게다가 공짜다.) 그렇게 이른 시간에는 전철이 운행하지 않으니 별 수 없이 버스를 타야한다. 4시부터 일어나서 신반포역에서 5시에 6020 버스를 탔다. 아침이어서 신나게 달리더니 불과 45분 만에 인천공항에 내려준다. 약속시간 보다 30분이나 빨리 도착했으니 당연히 우리 내외가 1등이다. ‘참 좋은 여행’ 카운터의 직원이 우선 서울항공의 K1~K6 카운터로 가서 체크인을 하란다. 이른 시간이어서 카운터가 한산하다. 잠시 후 경융호 부부와 김무언이 나타나고 곧이어 박제건 부부가 도착했다. 박재건 부인이 준비해 온 샌드위치를 얻어먹었다. 외톨이로 참가한 김무언은 벌써 집에서 아침을 먹고 왔단다. 부지런도 하지. 마지막으로 유근무 부부가 6:30에 나타났다. 차를 가지고 왔는데도 오히려 제일 꼴찌다. 예상대로 유근무 부인 박복자 여사가 고구마를 삶아 와서 또 얻어먹는다. 박복자 여사는 늘 무언가를 챙겨오니까 기다리지 않을 수 없다. 이제 아침은 안 먹어도 되겠다.
모두 9명이 다 모이고 비행기 탑승구로 우르르 몰려간다. 119번 게이트. 공항의 트램(Tram)을 타고 이동해야한다. 제일 젊은 경융호의 부인 강석만 여사는 아무래도 우리 늙은이들이 못미더운지 이리저리 해야 한다고 상세히 일러준다. 흐흐흐. 아직 그 정도로 늙지는 않았는데…. 하지만 이번 여행계획도 유근무와 내가 며칠을 두고 연구를 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었다. 그런데 강석만 여사는 단 하루 만에 가장 싸고 괜찮은 상품을 골라서 결정을 해버렸으니 과연 머리가 잘 도는 것만은 틀림없다. 오랜만에 하는 여행이라 우리는 출발부터 시끌벅적 희희낙락이다. 나는 우선 면세점에 들려 담배를 두 보루 샀다. 시중에서 사면 4만 5천 원짜리 담배가 25,125원이니 싸긴 싸다.
인천에서 다카마츠까지는 불과 1시간 30분 거리다. 10:30에 도착해서 버스로 갈아타고 마츠야마(松山)로 간다. 4차선 고속도로라지만 시골동네라서 그런지 차량은 그리 많지 않다. 속도? 시속 80km. 일본은 고속도로라도 그리 달리지 않는다. 좀 갑갑하지만 안전하다는 느낌이다. 아침 일찍 일어난 탓에 졸립다. 가이드가 하는 말이 마치 자장가처럼 들린다. 거의 한 시간 반 만에 마츠야마에 도착했다. 가이드는 40대로 보이는 약간 후덕하게 생긴 여자다. 나중에 알았지만 50세란다. 이름은 장남숙. 40이 넘어 결혼을 해서 아직 아이가 없단다. 미인은 아니지만 사근사근 말하는 솜씨가 관광객들을 잘 구슬릴 것 같다. 경험이 많은 탓일까?
아침을 설쳤을 거라며 점심부터 먹고 관광을 시작하잔다. 거 참, 마음에 든다. 소고기 샤브샤브에 초밥 몇 쪽과 우동이다. 점심으로는 아주 든든하다. 술 좋아하는 박제건이 서울에서 챙겨온 소주를 마셔도 되느냐고 묻는다. 물론 안 되지. 그래서 500엔짜리 사케(술)를 두 도쿠리 시킨다. 한 도쿠리가 작은 잔으로 석 잔이다. 간신히 입술을 축일 정도다. 이참에 우리 며느리가 10만 엔이나 주었다고 자랑을 하며 사케 값을 치렀다. 흐흐흐. 친구들이 입을 쩍 벌리며 미심쩍은 표정이다. ‘거짓말은 해도 속이지는 않아.’ 말도 안 되는 소리로 기고만장 지껄이며 겨우 천 엔으로 기분을 낸다. 박제건이 어느 새 소주를 꺼내서 빈 도쿠리를 채운다. 이제 술이 넉넉해진 셈이다. 마음이 한결 느긋해진다.
첫 관광코스는 전통민속마을 우치코(內子町). 차 한 대가 간신히 다닐 수 있는 좁은 길을 사이에 두고 작은 가게들이 즐비하다. 상품이라야 보잘 것 없는 것 들 뿐이다. 이 마을은 나무에서 채취한 밀랍으로 만든 양초가 특산품이란다. 조용하고 깨끗하지만 뭐 대단한 볼거리는 없다. 우리 나이 쯤 된 늙은이를 만났다. 소라껍질에 난을 심어서 처마에 주렁주렁 매달아 놓은 것이 신기하다. 취미로 가꾸는 난이란다. 아직은 잎이 나지 않아 볼품이 없었지만 날씨가 좀 더 따뜻해지면 잎이 나고 꽃이 필거라며 아주 예쁘다고 설명이 장황하다. 하긴 늙으면 마지막 취미가 난 가꾸기라더라. 야, 정말 대단하다고 칭찬을 했더니 ‘소우, 소우.’하면서 헤벌쭉 웃는다.
되돌아오는 길에 찻집에 들렸다. 먼저 버스로 돌아간 박제건 부부와 김무언을 빼고 나머지 6명이 차를 마신다. 여자들은 커피, 남자들은 Green Tea. 그런데 이 놈의 Green Tea가 무슨 풀을 갈은 걸쭉한 풀죽 같다. 작은 대접에 담아 내오는데 쓰고 풋내가 나서 도저히 비위에 맞지 않는다. 영 파이다. 커피는 그런대로 괜찮단다. 커피는 350엔인데 이건 또 500엔이나 한다. 에이, 돈만 버렸다. 입을 가시려고 따뜻한 물을 달랬더니 자판기를 가리키며 따뜻한 물 대신 생수를 사서 마시라며 따뜻한 물이 없단다.인심 한 번 고약하다. 빌어먹을… .
버스로 돌아와서 박제건 부부와 김무언에게 ‘거, Green Tea가 엄청 좋더군. 한약처럼 몸에도 아주 좋데.’라며 허풍을 떨었다. 그런 좋은 기회를 노치지 않으려면 앞으로는 꼭 붙어 다니라며 약을 올렸더니 박제건의 표정이 묘하다. 아쉬운 표정도, 대수롭지 않다는 표정도 아닌 … . 날씨가 흐리더니 눈발이 흩날린다. 아주 약한 눈발이다. 남숙(가이드)이가 이곳에선 눈을 보기가 쉽지 않다면서 겨울이 끝났는데도 눈이 내리는 건 아마 여러 분이 오신 때문일 거라며 립 서비스를 한다. 녀석, 제법이네.
오후 4;;00, 도고(道後) 온천가. 도고온천은 3천 년 전에 다리를 다친 학이 여기서 다리를 담그고 나았다는 전설이 전해오는 유명한 온천이다. 허지만 온천을 즐길 시간은 없고 외양만 구경하고 돌아선다. 대신 이 마츠야마는 일본의 유명 소설가 나쓰메 소우세끼(夏目漱石)가 쓴 봇짱(도련님)이라는 소설의 무대로 유명하다. 봇짱은 1901년에 발행된 소설인데 당시에 봇짱이 타고 다녔다는 전차가 아직도 운행을 하고 광장 한 복판에 세워진 봇짱 시계탑이 명물이다. 봇짱 시계탑은 일정한 시간이 되면 소설의 주인공 인형들이 나와서 춤을 춘다. 미국 남부의 뉴올리언스가 테네시 월리암스의 소설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의 무대로 유명한 것과 같다. 사람들은 시계탑 밑의 족욕장에서 다리를 물에 담그고 시계탑의 인형들이 나오기를 기다린다. 가이드 남숙이가 이 곳은 깨아이스크림과 오랜지로 담근 지방맥주가 유명하단다. 여기 저기 기웃거리다 기어코 깨아이스크림 가게를 찾았지만 이미 다 팔리고 없단다. 아쉽다. 대신 깨떡을 사서 맛을 본다. 뭐, 호들갑을 떨 정도는 아니다. 오렌지 맥주는 우리의 기대와는 달리 느긋하게 앉아서 마시는 곳은 없었다. 상점에 들어가 물었더니 청하 병 크기의 작은 병을 보여주며 이게 바로 오렌지 맥주라며 여기서 그냥 선 채로 마시란다. 맛이 어떠냐고? 에이, 엉망이야. 하긴 제대로 찾았는지도 확실하지 않으니까… . 드디어 5시가 되자 음악소리와 함께 시계탑이 솟아오르며 인형들이 나와서 춤을 춘다. 음, 한 번은 볼만하구나. 우리도 이런 관광 상품을 개발하면 좋겠구나.
오후 6:10, 호텔(奧道後壹湯の守:오쿠도고 이치유노모리)에 도착했다. 저녁은 뷔페식이란다. 어차피 술을 한 잔 해야 하니까 술 마시기 전에 온천을 해야 한다며 먼저 유카타로 갈아입고 서둘러 온천탕을 찾아간다. 온천은 넓고 쾌적하다. 대게 료칸의 온천은 규모가 작은데 이 곳 온천은 대중탕처럼 아주 규모가 크다. 유황냄새가 지독하다. 물이 미끌미끌 과연 온천답다. 부지런히 목욕을 마치고 뷔페식당으로 간다. 음식이 기대이상으로 아주 다양하다. 그야말로 먹을 만하다. 노무노호우타이(飮の放題/:무제한 마시기). 1인당 1,500엔을 내면 90분 동안 무슨 술이고 마음대로 마실 수 있는 있다. 야, 이거 괜찮은데. 박제건과 나는 냉큼 등록을 하고 택(Tag)을 받았다. 이 걸 목에 걸고 가면 무슨 술이고 무제한 공짜다. 그런데 이게 실수였다. 나는 겨우 생맥주 두 잔에 떨어져버렸다. 아이고, 아까워라. 그런데 회장인 유근무가 공동경비에서 물어준단다. 아니, 이게 웬 횡재람. 아무튼 고맙지 뭐. 다른 친구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이럴 땐 눈 질끈 감고 모른 척하는 게 최고다.
가이드 남숙이가 그러는데 온천은 하루에 세 번을 해야 효과가 있단다. 저녁을 먹고 부지런히 다시 온천으로 간다. 간단히 샤워를 하고 김무언의 방에 모였다. 혼자 오는 친구가 있다는 게 이럴 때는 아주 편리하구나. 박제건이 서울에서 챙겨온 소주를 마신다. 박제건이 가져온 건빵이 안주다. 내일은 꼭 안주를 미리 준비하자고 벼른다. 12기가 다 되도록 마구 지껄인다. 없는 놈 흉보기, 정치인 욕하기, 세태에 대한 불만, 지난날의 무용담 등등 화제도 다양하다.. 역시 늙으면 남의 말은 잘 안 듣고 제 말만 우긴다. 그래도 얼굴 붉히지 않는 게 다행이다. 부인들은 화투를 친다. 얼마나 재미가 있는지 자정이 가까워 남자들이 헤어지고 나서야 끝이 났다. 아, 드디어 하루가 끝났다. 나는 가져 온 소설을 겨우 한 페이지 읽다 잠이 들었다.
ㅇㅇㅇ
3월 7일, 05:45, 눈을 뜨자마자 온천탕으로 직행. 오늘은 어제 어두워서 제대로 보지 못한 야외 온천탕을 즐긴다. 시원하다. 우리가 499,000원의 저렴한 가격에 여행을 왔는데 이런 호사를 하다니 앞으로 여행계획은 강석만 여사에게 전적으로 맡겨야 되겠구나. 07:00, 아침도 뷔페식이다. 이런 식으로 계속 먹어대다간 위장이 견딜 수가 없겠구나. 간신히 참는다. 식사를 끝내고 잽싸게 다시 온천탕으로 달려간다. 면도도 하고 다시 샤워를 한다. 본전을 뽑아야지.
09:30, 마쓰리(祭り) 회관. 북대(북을 치는 대)를 위에 올려놓은 대형 가마를 100여명의 사내들이 메고 북을 두드리며 행진하는 축제란다. 이곳에 전시해 놓은 북대는 무게가 2톤, 높이가 5미터나 되는 것으로 3천만 엔을 들여서 만들었단다. 제일 큰 북대는 무게가 5톤이나 나간다니 정말 대단한 크기다. 실제 행진하는 모습은 볼 수 없었지만 대신 비디오를 틀어준다. 실제로 보면 더 근사할 텐데…. 관광객에게도 북을 두드릴 수 있는 기회를 주어서 나도 한 번 북을 두드려 볼 수 있었다. 또 얼마나 어께에 멜 수 있는지를 재보는 저울이 있어서 나도 메어보니 겨우 50kg정도? 에고, 이제 늙어서 아무 쓸모가 없구나.
이 고장은 우동이 유명하단다. 사누키(讃岐) 우동의 본고장으로 엄청 맛이 좋단다. 오늘 점심은 바로 그 사누키 우동을 먹으러 간다. 사누키 우동의 본가, 야마타께(山田家). 이름처럼 정말 산 속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다. 맛? 이건 말로 표현이 어렵다. 국물 맛이 끝내준다. 그러니 백년이 넘도록 손님이 찾아오지. 서울 분당에 지점이 있다니 과연 그곳도 이런 맛일까? 정원도 정말 아름답다. 이런 곳에서 한 잔 안 할 수 있나. 생맥주를 시켜서 시원하게 한 잔 했다.
공항이 있는 마카마츠로 이동, 리쓰린(栗林) 공원. 마카마츠의 영주였던 이코마가 사냥터로 만든 정원이란다. 이름처럼 처음에는 밤나무를 심었었는데 사냥 도중에 밤송이에 찔린 영주가 화가 나서 모두 베어버리고 소나무를 심었다나, 어쨌다나? 하여간 5만평이 넘는 넒은 정원이 정말 멋지게 가꾸어져 있다. 소나무를 어떻게 저렇게 멋지게 가꾸었을까? 넓은 호수와 소나무 숲이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이다. 찻집에 들렸다. 부인들은 커피를 시키고 우리는 사케(술)를 시켰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메뉴의 그림을 보고 팥죽이 있다고 했더니 부인들이 그 걸 시켜달란다. ‘아마**’라는 글자가 있어서 ‘아마’라는 뜻이 ‘달다(甘)’는 의미니까 의례 그거려니 했다. 두 사람은 커피를 마시고 두 사람이 하나를 나눠먹겠다며 한 개만 시켜달란다. 하나는 적을 텐데…. 그런데 나중에 나온 걸 보니까 이거야 원, 팥죽이 아니고 감주(甘酒)다. 이런 개망신이 있나? 일본말 조금 한다고 꺼떡거리다가 엄청 실수를 한 거다. 게다가 적다고 두 개를 시켰더라면 어쩔 뻔 했노? 아무튼 다시 물어보니 팥죽은 ‘젠자이’란다. 아하, 맞아. 부인들도 이구동성으로 자기들도 ‘젠자이’ 정도는 다 아는데 일본어께나 한다는 양반이 그것도 모르냐며 놀린다. 아이고, 머리야. 하여간 그래서 아는 체 해선 안 된다니까.
여기저기 활짝 핀 매화꽃이 아름답다. 리쓰린 공원은 나온 후 사찰 1개소, 시내와 공원 1개소를 돌아보고 이제 면세점을 들릴 차례라며 가이드 남숙이가 너무 많이 사지 말란다. 돈을 다 써버리고 제게 줄 팁이 없으면 곤란하단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팁은 1인당 3천 엔이라며 호텔에 돌아가기 전에 주었으면 좋겠단다. 3천 엔이면 많은 것 같지만 저 혼자 먹는 게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참으로 재치 있는 녀석이다. 밉지가 않다. 마지막에 슈퍼마켓에 들려 밤에 마실 맥주와 안주를 넉넉히 준비했다. 자, 이제 호텔에 가서 쉬기만 하면 된다. 유근무가 공동경비로 걷은 1인당 5천 엔 중에서 가이드 팁을 지불했더니 이제 남은 게 없단다. 어? 팁은 별도로 개인이 내는 게 아니고? 그렇게 돈을 아껴 썼단 말인가? 거 참, 살림 잘 했네. (가이드 남숙이랑.)
오후 6:30, 호텔 신카바가와(新樺川)에 도착했다. 오늘 저녁은 카이세끼(懐石)란다. 가이드 남숙이가 양반다리를 하는 다다미에서 식사를 하므로 유카타를 입으면 사타구니가 보일지 모르니 조심하라며 그냥 지금 입은 대로 식사를 하면 좋겠단다. 녀석이 은근히 웃긴다. 생긴 건 그다지 예쁘지 않지만 하는 짓이 귀엽다. 그런데 나이가 벌써 50이란다.
호텔에서 우리를 맞이하는 중년의 여종업원이 ‘어서 오세요. 반갑습니다.’라고 제법 정확하게 한국말을 한다. 한국에 가 본적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이미 세 번 갔었단다. ‘다니 나오미(谷 直美)’ 기모노를 입은 모습이 어울린다. 내일 아침에 사진을 같이 찍자고 했더니 그러자며 쌩긋 웃는다. 김무언이 무슨 말을 했느냐며 궁금하단다. 얘기를 듣고 나더니 ‘하여간 이 박사는 사람 사귀는 건 알아줘야 해.’라며 감탄한다. 뭐, 여행을 하다보면 싱거운 소리도 하는 거지.
카이세끼는 별로 신통치 않았다. 몇 번 먹어본 경험에 비추어 별로다. 그래도 한 끼 식사로는 그만하면 뭐….
이 호텔의 온천도 어제의 온천에 비해 빈약하다. 온천물도 시원치 않고 시설도 마뜩찮다. 다만 다다미방이 아늑해서 좋다. 온도도 조절이 잘 돼서 아주 따뜻하다.
다시 김무언의 방으로 모였다. 오늘은 술도 넉넉하고 안주도 푸짐하다. 또 남자들의 수다가 시작되고 부인들은 어제와 같이 화투를 시작한다. 나는 요즘 술을 거의 마시지 못했는데 오늘은 맥주가 잘 받는다. 그럭저럭 세 캔이나 마셨다. 이건 정말 기록이다. 오늘도 자정이 다 되어 헤어졌다.
ㅇㅇㅇ
3월 8일, 06:00, 마지막 온천욕을 한다. 호텔 바로 옆에 시오노애(鹽江)가 흐른다. 이름대로라면 물맛이 짤까? 물어보니 과연 그렇단다. 온천수가 섞여서 짠맛이 난단다. 깊은 바위계곡으로 맑은 물이 흐르는 풍경이 아름답다. 비가 와서 수량이 많아지면 물의 흐름이 무섭게 빨라서 장관이겠구나. 계곡 옆으로 드문드문 인위적으로 쌓아올린 석축이 흉측하다. 역시 사람이 아무리 열심히 자연을 가꾸어도 자연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아름답다.
어제 저녁에는 기모노를 입었던 여종업원들이 오늘은 평상복 차림이다. 기모노를 입은 나오미와 기념사진을 찍으려고 했는데 유감이다. 그래도 한 컷. (다니 나오미)
08:40, 이제 서울로 돌아갈 시간이다. 2박 3일이라지만 만 이틀인 셈이다. 조금 아쉽지만 너무 길어도 지루하다. 호텔의 종업원들이 태극기를 들고 나와 떠나는 우리를 향해 흔든다. 버스가 출발해서 보이지 않을 때까지 열심히 흔든다. 참, 일본인들은 대단하다. 그래도 저들의 속마음이야 어찌 헤아리겠나? 속으로는 ‘제깟 한국 놈들이….’라며 깔보지는 않을까?
공항 검색대에서 뜻하지 않은 일이 벌어졌다. 내 배낭의 핸드크림을 투명한 비닐에 넣어야 통관이 된단다. ‘이게 무슨 개소리야? 서울에서도 그냥 왔는데….’ 하여간 안 된단다. 도대체 비닐봉지에 넣으면 무엇이 달라지나? 규정이 그렇다며 무조건 안 된단다. 화가 나서 검색대에 버리겠다고 했더니 검색대 여직원이 마트에서 20엔짜리 비닐봉투를 사서 넣어가란다. 성질을 부리면 나만 손해지. 다시 나가서 비닐봉투를 사가지고 겨우 통과했다. 에이, 웃기는 놈들.
10:40, 다카마츠 출발, 12:00에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어차피 집에 가면 늦어지니 점심을 먹고 헤어지자며 식당으로 몰려갔다. 김무언이 마지막 점심은 자기가 사겠단다. 이유는? 혼자 숙박을 한 추가 비용을 회비에서 내 주었기 때문이란다. 그런데 아무래도 배보다 배꼽이 더 크겠다. 아무튼 점심까지 잘 얻어먹고 헤어졌다. ‘모두들 잘 가시게. 이번 여행 즐거웠어.’ 드디어 여행이 끝났다.
전절을 타고 오면서 이번 여행의 비용을 계산해 봤다. 관광회사에 낸 돈이 백만 원, 공동경비 10,,000엔을 포함해서 34,000엔 카드결재 90,000원, 결국 우리 부부가 백오십만 원에 여행을 끝낸 셈이다. 참, 경제적으로 여행을 했구나. 반포 집에 도착하니 오후 3:30. 땡!!!
샤브샤브 식사
우치코 민속촌
우치코 찻집
도고 온천
봇짱 시계탑
도고 시내 관공버스
사누키 우동집
리쓰린 공원
카이세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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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이박사!
출발부터 도착까지의 여행과정 하나도 빼놓지않고 세세한 내용까지 기술한 여행기 정말 탄복 하겠어요 여행기간 동안 이박사 손에든 메모지가 이여행기를 쓰기위해서 준비해갔군요
난 이박사가 쓴 여행기를 읽으면서 여행시 있었던 추억들이 새록새록 되살아나 행복한 여행이었다고 오랫동안 기억될것 같소
근데 이렇게 장문의 여행기를 쓴 이박사에게
유회장이 원고료같은 뭐 촌지는 없는가요^^
수고 억수로 많았습니다
잘읽었어요 고맙습니다♥
아!
그리고 이박사와 가이드 장남숙씨& 호텔 여종업원 나오미와 촬영시 수고한 카메라맨은 소생이니 유회장으로 부터 원고료혹은 촌지가 있으면 나에게도 좀 주시오?
글 솜씨는 여전하이! 진짜 박사 맞네!
오랫만에 정말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었어요. 더 늙기전에 종종 이런 시간을 만들 것을 강력하게 제안 합니다.
잘 읽었네 이박사 글 솜씨 대단해 다른글도 가끔올려줘,
과찬의 말씀, 고맙습니다. 혹시 회장이 원고료 주면 한 턱 내겠읍니다. 전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