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불고 나뭇잎이 살랑거립니다.
어제는 늦은 가을비가 내렸습니다.
이렇게 이 가을도 가려나 봅니다.
런다이어리 사이트에서 이해준님의 참가후기를 보았습니다.
그윽한 감동을 받았지요.
모든 분들과 감동을 함께 나누고 싶어 퍼 올립니다.
본인의 의사는 여쭙지 못하였습니다.
이해준님!
무엇이든 과정이 있는 법이고,
그 과정을 묵묵히 견뎌내는 사람만이
결국에는 값진 열매를 얻을 수 있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이하 이해준님의 글입니다.
※ 풀코스대회주: 3:10'5"(sub-3 실패)
o 05k/ 21'54"/ 21'54"
o 10k/ 21'01"/ 42'55"
o 15k/ 21'12"/ 1:04'07"
o 20k/ 21'14"/ 1:25'21"
o 25k/ 21'08"/ 1:46'29"
o 30k/ 22'56"/ 2:09'25"
o 35k/ 22'22"/ 2:31'47"
o 40k/ 26'56"/ 2:58'43"
o 42k/ 11'22"/ 3: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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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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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시에 기상하여 인절미와 꿀차로 아침식사를 하고, 스트레칭을 하며 몸을 풀고 나서 아버지께서 태워주신 차로 7시쯤 대회장에 도착했다. 몸을 한번더 가볍게 하고 시민운동장에 들어서니 정말 감개무량하다. 얼마나 기다리고 기다리던 순간이었던가.
다시한번 스트레칭을 하고 마무리를 하는 와중에 얼마전 일지에서 인사드린 울산의 남송희님을 만나서 반가운 인사를 나누었다. 출발선으로 이동하여 또한분 포항의 청마님과 반가운 만남을 가지고 셋이서 출발을 기다리며, 마음속으로는 2주전부터 마음을 어지럽히던 오른쪽 종아리가 잘버텨 주기를 빌고 또 빌어 보았다.
o 0-5k/ 21'54"/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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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가볍고 출발느낌이 아주 좋다. 오늘 날씨도 너무 좋다. 평소 익숙한 경주역광장 앞길을 달리는 기분또한 좋다. 초반 페이스를 조심하기 위해 k당 시간을 확인하며 목표한 22분 수준을 맞추는 것으로 5k를 무사히 넘겼다.
o 5-10k/ 21'01"/ 4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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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변의 끝도 없는 직선주로를 달리면서도 초반이라 그리 지겨운 느낌은 들지 않았다. 급수도 한컵씩 착실하게 하면서 달리는데 내앞에 주자가 엄청 많다. 그만큼 sub-3를 노리는 분들이 많다는 것이리라. 안정되게 10k랩을 찍고 통과...
o 10-15k/ 21'12"/ 1: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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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직선코스다. 강변의 주위를 즐기면서 가다보니 시간이 조금 밀리는 느낌도 들었지만 아직은 안정적이라 생각하고 계속 나간다. 어제저녁까지도 신경쓰이던 오른쪽 종아리가 별다른 잡음을 보내지 않으니 아마 오늘완주는 할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목표도 목표지만 고향에서 포기란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o 15-20k/ 21'14"/ 1:2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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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코스는 고속터미널을 지나 무열왕릉까지를 왕복해 오는 코스였는데 약한 언덕이 이어지면서 좀 벅차다는 느낌이 들었다. sub-3 페이스로 몰고가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음을 서서히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다고나 할까. 반환점을 돌아 마주오는 선두권 주자들이 참으로 잘 달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좋은 기록들이 많이 나올려나 보다.
o 20-25k/ 21'08"/ 1:4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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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프를 지나니 확실히 힘겨운 느낌이 든다. 이페이스로 얼마나 갈 수 있을지 의문이 들고, 오른쪽 발바닥이 따끔해져 오는 것을 보니 물집이 잡히기 시작하는 것 같다. 그런 와중에 약 23k 지점에서 10여명의 달림이들을 만났다. 여성1위 주자를 리드해 나가는 그룹인데 페이싱하시는 분이 참으로 헌신적이다. 페이스가 맞는 것 같아서 함께 달렸다. 힘은 들었지만 랩은 딱맞게 찍고 통과한다.
o 25-30k/ 22'56"/ 2: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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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한 언덕이 계속 이어지는 구간이다. 참으로 중요한 구간인데 본격적으로 힘이 부치기 시작한다. 그런데 가도가도 30k 표지판이 멀게만 보이니 이럴수가...이럴수가... 이렇게 무너지고야 마는 구나.
페이싱 그룹을 조금 추월해서 치고나가 보지만, 다리가 통제권 밖으로 벗어나기 시작하고 2시간 7분 전후의 목표시간을 맞추기가 어렵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카보샷을 먹고 30k를 통과한다. 너무도 너무나도 아쉬웠다.
o 30-35k/ 22'22"/ 2:3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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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k 지점에서 여자1위 페이싱 그룹에게 잡혔다. 조금 따라가 보지만 한계다. 오른 발바닥이 더 화끈거리지만 왼쪽이 괜찮으니 참을만하다. 애써 무시하고 할 수 있는데 까지 가보겠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그러나 랩을 보니 너무 실망스럽고, 배와 허리의 통증이 시작되었다. 아마 장거리에 대비한 복근이 부족한 탓이리라.
o 35-40k/ 26'56"/ 2:5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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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k 급수대에서 물을 마시고 또 머리에 퍼부으며 1분이 넘게 걸어가며 쉬고서는 다시 출발한다. 그간 열심이었던 장거리주와 카보로딩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 다리는 완전히 통제불능 상태에 빠졌고. sub-3의 꿈도 꺾이고 기록에 대한 의욕도 사라지고 만다.
무슨 의미에서인지 악으로 소리도 질러보지만 눈물이 자꾸만 흐른다. 그리고 마음이 편안해 졌다. 참으로 아름다운 마지막 주로를 힘차게 달렸더라면 좋았을텐데... 오로지 시민들의 응원만이 힘이 되었을 뿐, 무거운 발걸음을 옮겨야 했다.
o 40-42.195k/ 11'22"/ 3: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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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구간에 용을 써보려 했지만 안되었고, 그저 무사히 완주하는 것이 크나큰 기쁨이었다. 달리면 달릴수록 완전해져가는 오른쪽 종아리가 그저 고마웠다. 그래도 골인지점을 앞두고서는 축처진 모습을 보이기 싫어서 이전 모습과는 달리 스퍼트를 하면서 두손을 번쩍들고 골인했다.
격려차 많은 분들이 나오셨다. 부모님, 장인어른, 삼촌가족들을 보면서 그 자리에 주저안고 말았다. 그리고 완주의 기쁨, 썹쓰리의 실패, 고향에서의 달림, 가족들의 모습... 모든 것들이 복합되어 눈물이 흐르고 또 흘렀다.
장인어른께서는 "축 완주"라고 쓰여진 꽃다발도 안겨주셨고, 아쉬운 것은 큰아이가 감기가 심해져서 나오기로 했던 우리가족이 함께하지 못한 것이다.
★ 소 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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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 시작 3년만에 처음 도전한 썹쓰리에 실패하고,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가슴 절절히 느낀 대회였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마라톤이 정말로 정직하고 매력적인 스포츠임을 다시한번 알게된 2004년 10월의 마지막날이었다.
비록 첫도전에 실패했지만 sub-3페이스를 몰고가면서 글로는 다 표현할 수 없으리 만큼 소중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앞으로 와신상담하면서 마라톤을 더더욱 사랑할 것이며, 언젠가는 반드시 이룰 것을 다짐하고 또 다짐을 해본다.
정말 몇달동안 열심히 달렸고, 식이요법도 착실히 시행했으며, 컨디션도 아주 좋았기 때문에 오늘 결과에 대해서는 깨끗한 마음으로 승복하고 기쁜마음으로 받아 들인다.
sub-3는 종합예술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훈련량과 건전한 생활과 강한 의지력과 적절한 체중 등 모든 것이 종합되어야 하는 것이란 걸 다시한번 깨달았다. sub-3 기준에서 나는 다 부족하다.
주로와 대회운영이 너무도 좋았던 동아오픈대회, 그 가을축제에 내년에도 꼭 함께할 것을 기약해본다. 내년에는 더 힘차게 달려야 겠지...
첫댓글 아~~~감동~무지 교훈적이고 그리고 무섭다..
부드러운 전율이∼ 막 밀려오는데요
ㅎㅎㅎ 감사합니다. 불쌍타~~이해준, 올겨울 고생길이 미리 보입니다.^^
고향 고도 경주에서 멋진 레이스를 펼쳤군요. 눈에 선 합니다. 축하 드리며 빠른 회복 빕니다.
후회가 남지않는 일이 있을까요? 이제부터 다시 시작하면 분명히 이루어 낼수 있을 겁니다. 스스로를 믿어 보십시오. 요즈음 나 자신에게 하고있는 말입니다. 빠른 회복을 바랍니다.
sub-3 달성은 못 하셨지만 제가보기엔 대단한 기록이 아닐수 없읍니다 . 완주를 축하드리오며 빠른 회복을 기원합니다.
그러셨군요..무지 궁금했었는데...도전한 만큼 전진하신거라 생각됩니다...감동스럽게 잘 읽었습니다...동마에선 목표 달성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