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4월 16일 일요일 맑음

17년 4월 16일 일요일 맑음   어제 오후부터 내리 잤는데 밤에 또 잠이 오더라.지난 밤 푹 잤더니 정산에서 묻어 온 피로까지 싹 풀린다.몸도 개운하고 체육대회 걱정도 사라졌으니 마음이 솜털처럼 가볍다.모처럼 아침 운동을 했더니 안사람이 일어나지를 못한다. 충희는 제가 밥 차려 먹고, 도시락을 싸고, 엇저녁 치 설거지까지 마친 후 학교로 향한다. 아빠가 달려들어도 가로막아 서서 그에 마친다. 엄마가 피곤하다고.... ‘우리 큰 아들이 얼마나 더 착해 질라나 ?’그런데 어디서 탄내가 나는 것이 아닌가 ? 냄비에 얹어 놓은 묵은지 돼지등뼈가 쫄아 붙어 타들어가기 시작하고 있었다. 후다닥 가스를 잠궜다안사람이 앉혀놓고 잠이 들었다. “여보. 감자탕이 탔어” “충희보고 끄라고 했더니 안 껐지” 목청을 높인다.나도 들어 본 적이 없는데, 미안함을 감출 때는 꼭 그런다. 그냥 귀엽게 봐 줘야지. ‘오늘 아침에는 반찬 한 가지라도 더 나올 테지’ 기대를 했는데 탄 묵은지를 골라 먹게 되었다. 그런데 살짝 탄 돼지 등뼈 고기가 더 구수하고 쫄깃했다.새 요리 법을 발견하는 순간이었다. ‘그 거 괜찮다’ 묵은지도 더 맛있고....커피 한 잔까지 느긋하게 마시니 세상이 내 것 같다.‘이렇게 편할 수가....’ 안사람까지 옆에 꼭 붙어있으니 부러울 게 없지.둘이 붙어 앉아 TV도 보다 졸다 하다 보니 눈에 확 띄는 뉴스가 있다.영국에서는 손흥민이 한 시즌 19골을 넣어 차범근의 기록과 타이를 이뤘다고, 연신 보도한다. 대단하다. 손흥민. 우리 운사모 장학생들 중에서도 저런 세계적인 선수가 나올 것이라고 기대한다. 틀림없이 나올 것이다. 확신한다.12시가 돼서야 막내가 부스스 일어나 나온다.그래도 막내라고 이뻐만 보이는 것도 문제다. 쇼파에 누워있는 제 엄마 옆에 서 또 잠이 든다. 모자가 함께 정답게 자는 모습을 보는 것도 행복이다.충정이 손은 어느새 엄마 젖에 가 있다. 제 엄마가 싫어하는 데도 상관 없다.“임마, 엄마 젖 만질 때가 지났다고 했지. 얼른 손 빼. 아빠 거야” 소용 없다.점심으론 호떡이 대령됐다. 충희가 아빠 오신다고 재료를 미리 사다 놨단다.“주말마다 호떡 구워주는 것도 귀찮은 일이야” 안사람이 투덜대더니 얼른 말을 바꾼다. “그래도 칡 캐는 것 보다는 쉬운 일이지” 알기는 안다.난 그 칡을 캐느라 열흘이 꼬박 걸렸는데.....“충정아 엄마, 아빠하고 놀러 갈까 ?” 또 고개를 젖는다.우리 충정이는 이미 부모 품에서 벗어났는가 ? 별 수 없지.“여보, 운전 연습을 하러 갑시다” 결국 또 둘 만이다.안사람은 나랑 함께 면 뭐든지 좋단다.‘그렇게 좋을까 ? 하긴 그렇게 좋으니까 그 어려운 결혼까지 했겠지. 나도 좋으니까 된 거지. 뭐’비래초등학교 주차장으로 가서 주차 연습을 열 번 하더니 피곤하단다.처음 핸들을 잡을 때 다 그랬지. 극도의 긴장감으로 머리가 다 띵 할거야.집으로 돌아와선 또 그대로다. 함께 졸다 깨다 시간을 보낸다.정산에선 나 혼자 시간에는 여러 가지를 할 수 있었는데, 대전에선 어렵다.저녁에는 백제당에서 거름을 싣고, 송촌건강원과 가나안 건강원을 들렀다.내일 아침 일찍 출발해 9시까지 청양 산림조합에 가서 밤나무 옥광의 접순을 얻어 접붙이기를 시작해야 한다.한 쪽은 한가위단지, 다른 쪽은 옥광단지에서 굵은 밤이 주렁주렁 매달릴 광경을 생각하면 가슴이 설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