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양, 고, 부 삼성혈 호위나무
설문대 할망이 제주도를 만들었을 때이다. 설문대 할망은 한라산의 기운과 백록담의 물을 산지천으로 내려 바다에 이르기 전 웅덩이에 모았다.
바로 삼성혈이다. 그때 주위의 나무들이 삼성혈 웅덩이를 향해 허리를 굽혔다. 삼성혈 웅덩이에는 비가 아무리 많이 와도 고이지 않고 눈이 펄펄 내려도 쌓이지 않았다.
“이제 사람들이 살아도 되겠어.”
어느 날이다. 삼성혈 웅덩이에서 사람이 솟구치듯 나왔다. 맨 처음 구멍에서 나온 사람이 양을나이다. 두 번째 구멍에서 고을나, 세 번째 구멍에서 부을나가 나왔다. 그렇게 세 구멍에서 나온 양, 고, 부 등 세 젊은이는 한라산 기슭에서 사냥하며 사이좋게 살았다.
또 그러던 어느 날이다. 사냥하다가 흰 사슴 한 마리를 보았다. 세 젊은이는 그 흰 사슴을 따라 어느덧 성산읍 온평리 바닷가에 이르렀다.
그때 저만큼 바닷속에서 돌로 만든 커다란 상자가 물 위로 올라왔다. 깜짝 놀라는데 돌상자가 바닷가로 다가왔다. 그리고 그 속에서 세 처녀가 나왔다. 송아지와 망아지, 또 오곡의 씨앗을 든 상자를 가지고 있었다.
“어디서 온 처자들이오?”
“우리는 벽랑국의 공주들입니다.”
곧 양, 고, 부 등 세 젊은이와 벽랑국의 세 공주는 짝을 이루었다. 혼인지라는 연못에서 목욕재계하고 하늘을 향해 예를 갖춘 다음 세 개의 혼인굴로 들어갔다. 세 쌍의 부부가 제주도에서 살게 되었다.
며칠 뒤 세 쌍의 부부는 각자 살 곳을 정하기 위해 쌀손디오름(활쏜디)에서 화살을 쏘았다. 양을나의 화살은 1도동에, 고을나의 화살은 2도동에, 부을나의 화살은 3도동에 떨어졌다. 제주에 맨 처음 생긴 마을 삼도동이다. 또 이때 날아간 화살이 꽂힌 세 개의 바위는 바로 삼사석이다. 그렇게 양씨, 고씨, 부씨가 벽랑국의 세 공주와 짝을 맺으니, 세월이 흐를수록 제주도에 사람이 불어났다.
“이 섬 이름이 뭐요?”
낯선 사람의 물음에 토박이들은 섬 이름을 ‘탐모라, 섬모라. 섬라, 탐라, 둔라, 모라, 제주’라 했다. 제주는 ‘바다를 건너가는 고을’이다. 탐라는 ‘깊고 먼바다의 섬나라’인데 ‘탐이 나는 섬’이라는 말이기도 하다.
또 섬의 높은 산은 부처님의 십육 나한 가운데 6번째인 발다라존자가 제주에 와서 불법을 처음 가르쳤다면서 ‘은하수를 손으로 잡게 높은 산’이라며 나한산이라 했다. 그러다 ‘나’와 ‘한’의 앞뒤가 바뀌어 한라산이 되었다. 또 서귀포시 영주산에 신선이 살았다. 그리고 제주어 ‘오라’는 넓은 뜰, ‘스모루’는 극락정토, ‘마라도’는 흰꽃 화환, ‘가파도’는 푸른 연꽃, ‘가실’은 녹야원 등의 뜻이다.
신라 27대 선덕여왕 때이다. 신라는 나라를 괴롭히는 주위의 9개 나라를 불교의 힘으로 굴복시키려고 황룡사에 9층 석탑을 세웠다. 그중 1층은 왜, 4층은 탐라였다. 그렇게 신라가 괴로워했던 나라이니, ‘양, 고, 부’ 후손들이 세운 탐라국은 다른 나라와 당당히 겨루던 바다 왕국이었다. 그리고 오늘 양, 고, 부 등 삼신인의 터 삼성혈을 배롱나무와 녹나무 등이 지키고 있다. 마치 오색구름이 서린 듯 신비로우니 바다에 뜬 아름다운 연꽃 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