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인 일치의 여정] (54) 성공회는 어떤 교회인가요?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그리스도교파
대한성공회 강화성당 전경. 출처=문화재청
영국 토착 신앙 전통서 개혁 신앙 받아들일 때
정치적 이유로 가톨릭교회로부터 갈라져
중용의 길 표방… 교리 해석은 개혁 신앙 따라
사제, 혼인할 수 있고 여성의 사제직도 허용
천주교 사제와 동일한 로만 칼라를 착용한 사제복을 입은 성공회(Anglican Church) 신부를 만난 적 있으신가요? 같은 신부라는 호칭을 쓰는데 혼인한 성공회 신부를 만나면 당혹하는 신자가 있을 수 있습니다.
성공회라는 교단의 명칭은 ‘거룩하고 공번된(보편된) 사도적 교회’라는 전통적인 신경에서 ‘성’(聖)과 ‘공’(公) 두 글자를 표기한 것입니다. 성공회는 영국이라는 고유한 토착 신앙 전통 속 개혁 신앙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정치적인 이유로 가톨릭교회로부터 갈라져 나갔기에 영국 성공회라고 불립니다. 가톨릭·정교회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그리스도교파입니다.
1543년 영국 왕 헨리 8세가 딸 메리 외에 아들을 낳지 못하는 왕비 아라곤의 캐서린과의 혼인 무효를 선언해 줄 것을 클레멘스 7세 교황에게 요청하였으나 거부당하였습니다. 헨리 8세는 교황의 뜻을 거슬러 궁녀 앤 불린과 혼인하며 로마 교황과 충돌하자 로마 교회로부터 분리하기 위하여 국왕을 영국 교회의 수장(首長)으로 규정하는 ‘수장령’을 통과시켜 ‘성공회’가 시작되었습니다.
성공회는 가톨릭과 개혁 신앙을 지지하는 서로 다른 정치적 수장들의 종교적 독단과 편견에서 벗어나, 참된 진리는 어느 한 교회에 유보된 것이 아니라 교회의 자율적 권위에 따라 진리를 찾아 나서는 여정에서 발견된다는 겸손과 중용의 입장(Via Media)을 견지합니다. 따라서 성공회는 가톨릭과 프로테스탄트교회의 극단적 대립을 피하고 중용의 길을 표방하는 온건하고 신중한 종교 정책을 폅니다.
성공회는 외형적으로는 가톨릭과 매우 유사하지만 교리 해석은 개혁 신앙을 따릅니다. 가톨릭과 유사한 미사(감사 성찬례)를 거행하고 삼중 직제(주교·사제·부제)를 유지하고 있으며, 가톨릭과 유사한 전례력과 3년 주기의 성경 독서를 사용합니다.
한국 성공회는 1889년 영국 해군 군종 사제 출신인 코르프 신부가 한국의 주교로 서품되어 선교사로 파송되면서 정식으로 세워졌고, 코르프 주교는 1890년에 인천 강화도에 상륙하여 한국 선교의 장을 열었습니다. 특히 성공회는 한국의 토착 문화를 존중하여 한국 건축 양식으로 지은 성당들이 지금도 강화읍·진천·청주·온수리 등에 남아 있습니다. 1914년에는 성직자 양성을 위한 성 미가엘 신학원(현 성공회 대학교)이, 그리고 1925년에는 수도자를 위한 성가(聖架) 수녀회가 설립되었고, 현재는 서울·대전·부산교구로 발전하여 5만여 명의 교인으로 종교 간 대화와 교회 일치 운동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성공회에서는 사제가 혼인을 할 수 있고, 여성의 사제직도 허용됩니다. 그래서 부부가 사제인 경우도 있고, 여성 수도자가 사제가 되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성공회의 명예적 수위를 지키는 캔터베리대교구에서 여성 주교를 서품하기도 하였습니다. 2012년 KCM 세계 선교 정보의 통계에 따르면, 한국 성공회 신자 수는 5만여 명으로 추산됩니다.
교회 문헌 ⓒ 한국천주교주교회의 교회일치와 종교간대화 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