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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 06
1. 몽타쥬 (낮)
# 원인터 입구
백기, 가방을 매고 입구로 걸어간다.
백기(e) : 가장 먼저 출근을 했다.
# 15층 사무실 안.
백기, 들어서면 아무도 없는 사무실.
백기(e) : 아무도 없는 사무실에 들어서는 것이 정말 기분 좋았다.
(뿌듯한 듯 얼굴 위로) 내가 ‘문을 연다’라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 동네서점 앞 (과거)
물청소하는 아저씨의 모습 보이고,
백기(e) : 어릴 적 동네 문방구 아저씨는 문을 열면 언제나 수도를 틀어 가게 앞을 청소했다.
(어린 백기, 물청소된 길을 걸어가며) 나는 쾌청한 느낌의 그 골목길이 너무 좋았고,
그 길을 통과하는 걸로 하루를 시작했다.
# 탕비실 안
커피가 내려지길 기다리며 서 있는 백기의 옆모습.
백기(e) : 그 아저씨처럼 내가 문을 열고 하루의 시작을 결정하는 기분이 정말 좋았다. (커피를 내려 음미하고)
2. 철강팀 / 낮
백기, 컴퓨터 앞에 앉아서 모니터를 응시하며.
백기(e) : 그룹웨어에 들어가 여기저기 게시판을 살펴봤고. (모니터 화면 기사 보며) 인트라넷으로 주제별 신문기사도
꼼꼼히 챙겨봤다. 뭔가 적당한 긴장감에 적절한 여유. 스타일리시한 TV 드라마의 장면처럼 고무되는 시간들이었다.
이때, 블루투스 이어폰을 낀 채 강대리가 들어온다.
백기(e) : 바로 내 위의 선임이 출근하기 전까지는...
백기 : (일어나 강대리에 인사하며) 안녕하십니까.
강대리 : (눈인사 받으며 통화) 아.. 그 자료가 아니라구요? 아.. 잘못 보냈구요. 알겠습니다.
(계속 통화 이어하면서 자리로 가 컴퓨터를 켜고) 엑셀로 정리한 게 있으니 곧 보내겠습니다. 예... 예..
(자판 계속 치면서, 다시 전화하고) 송과장님 보고서 작성중인데요. 예예 다시 전화 드리겠습니다.
전화 끊고 탁탁탁 자판을 계속 치는 강대리.
그런 강대리를 씁쓸하게 보는 백기, 일어나서 강대리에 다가간다.
백기 : 저.. 대리님. 제가 할 일 없을까요?
강대리 : (바쁘게 자판 치며) 어.. 일단 좀 기다려 봐요. 이거 바쁜 거라서..
백기, 굳은 얼굴로 강대리를 내려다보다가 돌아선다.
이때, 영업3팀 쪽에서 들리는 상식의 환호소리, 백기, 소리나는 쪽으로 가본다.
3. 영업 3팀 / 낮
동식, 전화를 받고 있고, 뒤에서 좋아하며 웃고 있는 상식과 그래.
동식 : (들뜬) 지사장님, 수고하셨습니다. 네 바꿔 드릴게요. (상식에게 건네고)
상식 : (전화 받아서) 어~ 수고했어. 현지 서포트 덕이야! 한국 들어오면 크게 한 번 쏠게! 어어~
(끊고, 동식과 액션 취하면서 좋아한다)
고과장 : (파티션 옆에서) 우즈벡 건 거의 엎어졌다더니 된 거야? 축하해.
상식 : (뻐기듯 웃으며) 그래 내가 이 맛에 상사맨 하는 거 아냐?! 으하하하.
고과장, 동식 동의하며 웃고 그래도 웃는다.
통로 쪽에 서서 보던 백기, 떠들썩한 영업 3팀을 보다가 굳은 얼굴로 돌아서 간다.
동식 : (상식의 넥타이 가리키며) 애들이 준 행운의 넥타이라더니. 진짜 신통방통 한데요? 이게 다~ 넥타이빨이예요.
상식 : (으쓱으쓱 기분 좋게 넥타이를 보다가) 커피나 한잔해!! 내가 쏠게!
4. 탕비실 / 낮
백기, 원두커피머신에서 커피를 내리고 있는데, 상식, 그래, 동식, 들어온다.
백기, 그래와 가볍게 까딱하고 상식을 본다.... "안녕하십니까" 목례하면, 상식, 응... 하면서 의미 있게 본다.
동식 : (궁시렁) 쏜다는 게 이런 뜻인 줄 알았지.
상식 : (커피믹스 타 주며) 자식아, 내가 직접 타 주잖아~ 이제 윌마트만 해결하자! (그래에게 커피 주며 툭!) 뜨겁다. 조심해.
동식 : (마시다가 뜨악해서 상식을 빤히 본다.)
상식 : (퉁!) 왜?
그때, 휴게실에서 터지는 고함소리!
이석준과장(off) : 사이클 테스트 통과 했는데 왜 못 와? 15만 회 했으면 데이터 나오는 거잖아!
백기 포함 탕비실 일동, 휴게실 쪽을 본다.
5. 휴게실 / 낮
박대리 : (어렵게 대답하는) 그것도 그거지만 가격 문제가 더 큰 거 같아요.
이석준과장 : 적정가격 산출한 거 보여 줬어? 생산 원가에 일반 경비 치고 나면 무리한 금액 아니라고!!!
박대리 : (에둘러) 저희야 그렇게 생각하지만 그 쪽에선 무리라고..
이석준과장 : (더욱 버럭) 야!! 너 그런 태도 버리라고 몇 번을 말해! 너 같은 생각으론 물건 죽어도 못 판다고!!
상대 만족 다 시켜 주고 우린 뭐 먹고 살래?
박대리 : (우물쭈물 말을 잇지 못하고 있으면)
탕비실 쪽에서 백기 보고 있고, 뒤로 그래와 동식도 보고 있다.
이석준과장 : 너 좀 심하다고! 지난 번 회식 때도 우리 테이블로 고기 잘 못 온 거 그거 그냥 먹어도 돼!
우리가 잘못 했어? 왜 그걸 말해 가지고... 니가 계산하냐, 임마? 뿜빠이 하는 걸..! 피곤한 거야 임마!!!
우리랑 있자 좀! 왜 항상 상대 쪽에 서 있어? (휴게실 문을 열고 나가며 다시 버럭!) 광저우 건도 내가 지켜 볼 거야!
한숨 푹.. 쉬며 고개를 떨어뜨리다가 나가는 박대리.
각각의 표정으로 나가는 박대리를 쳐다 보고 있는 그래와 백기..
6. 탕비실 / 낮
상식 : (자기 커피 타며) 왜 여기까지 내려 와서 깨고 난리야.
그래 : (보면)
동식 : (다시 커피 쪽으로 가며) IT 영업팀 박대리야. 사람 괜찮은데..
상식 : 그럼. 거래처와 관계에서 인심 잃지 않는 아주 모범적인 사람이야.
동식 : (그래와 백기에게) 두 사람, 협력업체 견학 OJT, 저 팀으로 가지?
그래 : 네. (백기를 본다)
백기 : 방금 나가신 이석준 과장님이 인솔하십니다.
상식 : (끄덕이며) 응.
다시 휴게실 쪽을 보는 그래와 백기..
타이틀 <미생>
7. 자원팀 / 낮
영이, 정과장, 하대리, 유대리, 회의테이블에 앉아서 회의 중이다.
정과장, MOU 각서를 손에 들고 영이에게 삿대질 하면서,
정과장 : 뭐? 고무나무? 이거 러시아 시베리아 산림 건이라고! 그 추운 러시아에서 고무나무가 커?
(한심하게) 너 인도네시아 조림 건 그대로 갖다 붙였지?
영이 : 아.. 하대리님께서 정리한 아이템을 제가 MOU각서로만 작성한 건데.. (하대리를 보면)
하대리 : (못 들은 척 딴 짓)
영이 : 제가 인도네시아 건이랑 헷갈렸습니다. 죄송합니다. 다시 하겠습니다.
정과장 : 뭐? 다시 어떻게 할 건데?!!!
15층 입구, 석율이 들어오다가 영이가 혼나는 걸 보고 멈칫하고 듣는다.
정과장 : 법무팀이 검토까지 다 끝난 건을 어떻게 다시 해?!
왜? 영업3팀가서 법무팀에 재검토 되게 부탁이라도 할 거야? 대답해 봐!
영이 : ...
정과장 : (울컥) BL건, 니가 말했다면서?
영이 : ...
정과장 : (대답 없는 영이에 더욱 화가 솟구치고) 말을 했으면, 사죄의 뜻으로 조용히 찌그러져 있지, 뭐? "제가 말했습니다?"
약 올리는 거야? 엉? 그러면 뭐 달라 보이나? 있어 보여?
(들고 있던 MOU 각서 집어 던지며) 내가 이래서 여자 안 믿는다고 한 거야!
영이 : (여전히 말 없다.)
정과장 : 에이씨!! 넌 회의에 낄 필요도 없어. 자리로 돌아가!!
영이, 말없이 일어나 자리로 돌아가 앉는다.
정과장 : (뒤에서 버럭!) 야!! 이거 안 들고 가? 법무팀이 다시 검토를 해 주던 안 해 주던 잘못된 건 수정해 놔야 될 거 아냐?!
영이, 다시 와서 MOU각서 들고는 꾸벅 인사하고 자리로 돌아가 앉는다.
찡그리고 보는 석율...
8. 영업 3팀 / 낮
그래, 상식이 자리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석율, 후다닥 뛰어 들어온다. 얼른 상식에게 꾸벅 인사하고는 그래에게 가서.
석율 : (설레발) 안영이씨 작살나고 있어. BL건 때문에 완전 찍혔어.
그래 : (당황해서 영이 쪽을 본다)
석율 : (감동) 멋있는 여자야. 의리가 있다고 해야 할지 없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내 과야 내 과. 여자남자야!
상식 : (듣고 있었다... 영이 쪽을 본다)
그래 : ....
동식, 태국 라면 브로셔 들고 씩씩거리면서 들어온다.
석율 : (동식에게 거수경례) 태성! 안녕하십니까? 선배님!
동식 : (깜짝 놀랐다가) 뭐야? 에이 넌 울산 태성학원이고 난 전주 태성학원이라니까! 암 관계 없다구!
(브로셔 자리에 던져 두고 앉으며) 아 진짜 우리 이거 꼭 해야 되요? 맨날 우리만 희생 번트야아?!
석율 : (냉큼) 태국라면 윌마트 납품 건 말입니까?
동식/그래 : (어이 없이 동식을 돌아보면)
석율 : 영업3팀에서 그거 해결해 주면, 영업1,2팀이 태국 회사랑 추진하고 있는 사업이 성사될 가능성이 높은 거라면서요?
동식 : (어이 없이 허! 하며 보면)
석율 : (꼭 자기 팀 일처럼) 사실 라면 이 건은 영업3팀 실적에 도움도 안 되는 거잖아요.
영업3팀은 뺑이만 치고.. 실적은 1,2팀이 갖고. 근데 꼭 성사시켜야 하는 거고. 아! 진짜 힘 빠진다. 그죠?
동식 : (어이없이 보며) 어..그.. 그렇지이.
석율 : (혀 끌끌 차며) 윌마트는 뜨뜻미지근 감감 무소식이고.
동식 : (벙~ 해서 보다가) 넌 대체 모르는 게 뭐야?
석율 : (활짝 웃어 보이며) 없어요. 그런 거.
그래 : 한석율씨, 그만 가요!
석율 : 그래, 그럼 이따 봐. 그래. (인사하고 돌아서는데)
동식 : (메일 클릭하다가 번득) 어? 왔다! 왔어!!
석율 : (홱 돌아 본다. 재빨리 동식의 자리로 달려가며) 윌마트에서 연락 왔어요?
(모니터 확인하고, 반가워서 상식 보며) 과장님 소식 왔어요!!!
상식, 그래, 동식, 모두 어이없어 하며 다급히 다가온다.
동식의 컴퓨터 앞에 모인 네 사람, 메일을 바라보며.
동식 : 한 번 보자는 데요?
상식 : 그렇게 까다롭게 굴더니 구미가 당기기는 하는 모양이네. (메일 유심히 보면서) 근데 이런 놈들은 만나도 끝까지 찜찜하게,
어? 이 새끼?!! (메일 끝에 첨부된 명함의 사진에 고정된다!) 이 새끼 이거 쌈마이 변 아냐?
동식 : (놀란) 아는 분이세요?
상식 : (신기하단 듯 웃으며) 어~ 고등학교 동창인데 아~ 변형철이 이 새끼 대학 세 번 떨어지고 군대 갔다 와서 유학 간다더니.
잘 풀렸네~에.
석율 : (바짝) 친하셨어요?
상식 : 친했지, 엄청 친했지. (낄낄 웃으며) 아버지 담배도 꼬불쳐 와서 나눠 피던 사인데.
석율 : 야!! 그럼 다 된 거네요! 끝났네! 끝났어!
네 사람의 머리 사이로, 쓱~ 고개를 밀고 들어오는 김부장.
김부장 : 정말이야?
일동 : (깜짝 놀라 인사하면)
김부장 : (석율을 뜨악하게 보고) 넌 또 왔어?
석율 : (활짝 웃는다) 네!!
9. 원인터 지하 주차장안 / 낮
영이, 주차된 차 옆에서 시계를 보며 출입문 쪽을 두리번거린다.
한숨 푹 쉬고는 안되겠다 싶어 트렁크를 열고 나무 판넬들을 꺼내 안을 수 있을 만큼 안고 있는데,
출입구 쪽에서 나오는 그래와 상식, 그런 영이를 봤다.
그래 : ...
상식 : (영이에게 다가가며) 안영이씨.
영이 : (본다) 아, 안녕하세요? (그래 본다)
그래 : 안녕하세요.
상식 : (트렁크에 쌓인 판넬들을 보며) 샘플? 혼자 옮기기 쉽잖을텐데?
영이 : 하대리님 내려 오신다고 했는데, 좀 늦으시네요. 금방 오실겁니다.
상식 : (끄덕이고) 그래, 수고해. 가자. (간다)
그래 : (당황해서 상식을 본다)
상식 : (벌써 가고 있다)
그래 : (영이를 본다)
영이 : 가 보세요.
그래 : (머뭇거리다가 상식을 따라 가다가 다시 돌아서서) 괜찮습니까?
영이 : (보다가 팔 들어 보이며) 네, 들을 만해요.
그래 : 아니, 그거 말고..
영이 : 가 보세요. 괜찮으니까.
그래 : .... (꾸벅하고 간다)
영이 : ... (돌아서서 다시 판넬을 팔에 담는다)
10. 상식 쪽 주차장 일각
상식을 급히 쫒아 가는 그래, 조금 화난 듯.
그래 : 안영이씨, 도와 줘야 하는 거 아닙니까?
상식 : (흘깃 보며) 우리도 늦었어.
그래 : (납득되지 않는 얼굴로...)
상식 : (흘깃 본다)
그래 : 영이씨는 우리 팀 도와 주느라,
상식 : 하대리가 금방 내려온다잖아. 우리가 도와주는 꼴을 보면 하대리가 어이구 고맙습니다~ 할 거 같아?
그래 : ....
그래, 돌아보면 트렁크에 몸을 기울여 낑낑대며 작업하고 있는 영이...
11. 영이쪽 주차장 / 낮
뒤늦게 주차장으로 내려온 하대리, 그래와 상식이 차에 타는 걸 본다.
일하고 있는 영이에게 가며 이죽거리는.
하대리 : 왜? 좀 도와달라지? 백번을 도와 달래도 도와 줘야 할텐데..
영이 : (본다)
하대리 : 왜? 팽 당했어?
영이 : 선배님이 오시는데, 제가 왜 영업 3팀 도움을 받습니까? 전 자원팀입니다.
하대리 : 그걸 아는 놈이 그런 짓을 해?!!
영이 : ....
하대리 : 대체 머리 속에 뭐가 들은 거야? 부장님 뭐라시는 줄 알아? 본처가 남의 집 가서 첩질하고 오면 이런 기분일 거라셔!
영이 : 선배님!!!!!!
하대리 : 어디서 바락바락 소릴 질러! 일이나 해! (트렁크 쪽으로 간다)
영이, 입을 꾹 다물고 보다가 확 돌아서는데 판넬 몇 개가 발등으로 우두두 떨어진다.
영이, 순간 아!! 짧은 비명!
하대리 : (확 보며) 뭐야?!
영이 : 아닙니다. (판넬을 줍는다)
하대리 : (짜쯩나는 표정으로 떨어진 판넬과 영이를 보며) 아~~ 진짜 가지가지. (확 와서 앉아 판넬 주우며) 의무실이나 가봐!
영이 : 괜찮습니다.
하대리 : 가라니까!!
영이 : .... (그대로 일어나며) 죄송합니다. (절뚝거리며 간다)
하대리 : (판넬 주우며 궁시렁) 일부러 그런 거 아냐?
(휙 보는데 판넬 안고 절뚝이면서 가는 영이를 보며 찌푸리며) 저건 왜 가져 가는 거야?!!
12. 엘리베이터 안 + 밖
안고 있는 판넬을 쳐다 보고 있는 영이.
영이 : 이건 왜 갖고 온 거야..? (발등의 멍 보고 한숨 쉰다) 바보냐?
그때 1층에 멈추는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백기가 탄다.
백기도 멈칫한다. 인사하고 타는 백기..
백기, 15층을 누르려다가 4층에 버튼 들어 온 걸 본다. 15층 누르고 물러서면서 영이의 멍든 발등을 보게 된다.
백기 : !!! (영이를 본다)
영이 : (정면만..)
백기 : 발등이 왜 그래요?
영이 : (숨기듯 살짝 뒤로 빼며) 아무 것도 아니에요.
백기, 영이의 손에 든 나무 판넬을 본다... 다시 정면을 보고 말없이 있다가 갑자기 판넬을 확 빼앗아 든다.
영이 : !!! 장백기씨, 주세요.
백기 : (앞만 보고 있다.)
영이 : 장백기씨! (다시 뺏으려 한다.)
백기 : 내가 힘들 거라고 했죠.
영이 : (본다)
띵! 엘리베이터 4층에 도착한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백기, 아무 말 없이 내려서 간다,
내릴 생각도 안하고 쳐다보는 영이.
백기 : (멈춰 서서 돌아보고) 의무실 가는 거 아닙니까?
영이 : ....(내려서 백기 쪽으로 걸어간다) 저 혼자 가도 됩니다.
백기 : (보면)
영이 : 샘플은 제 자리에 좀 부탁드릴게요.
영이, 목례하고 절뚝거리며 의무실 쪽으로 걸어간다.
그런 영이를 바라보는 백기.
13. 윌마트 회의실 / 낮
편한 자세로 앉아 기다리는 상식, 시계 보고 웃으며.
상식 : 아~ 이 코리안 타임 자식, 이 버릇은 못 고쳤네.
그래 : 코리안 타임이요?
상식 : 요즘은 안 쓰나? 하여튼 기본이 30분이야, 이 자식은.
그때 형철, 반갑게 들어온다.
형철 : 야아~ 오상식!!
상식 : (벌떡 일어나며) 형철!!
와락! 반갑게 얼싸 안는 두 사람.
상식 : (다시 보며) 야, 이 자식! 진짜 하나도 안 늙었네!
형철 : 야~ 몇 년 만이냐? 이렇게도 만나지는구나!
상식 : 자식아, 내가 니 사진 보고 한눈에 팍! 알아봤잖아!!
형철 : (웃는)
상식 : 내가 옛날에 뭐랬어? 어릴 때 노안이 늙어 동안이라 했잖아, 걱정 말라고 했지?!
(그래에게) 이 친구, 이 얼굴이 고등학교 때 얼굴이거든 하하하!
그래 : 안녕하십니까?
상식 : 우리 팀 신입.
형철 : 아, 반가와요. (상식에게) 잠깐만 더 기다려줘. 결재만 금방 하고 올께.
상식 : 어어~ 그래, 천천히 와. 천천히.
형철 나가면, 상식 싱글벙글이다.
상식 : (신나서 앉으며) 아~ 자식.. 되게 반갑네. 장그래. 넌 아직 젊어 모르지만 말야.
이 나이에 옛 친구 만나면 반갑기도 하지만 서글퍼지거든. 친구 늙은 거 보면 세월을 절감하니까 말야.
근데 저 놈은 무슨 시간 여행 온 거 같네. 하하하~! 기분 좋네~ 좋아!
그래 : (웃으며) 어쩐지 일이 잘 될 거 같은 느낌입니다.
상식 : (웃으며 영웅담 말하듯) 한번은 저 놈이 반에서 짱 먹은 놈 하고 쌈이 붙었는데
그 놈이 글쎄, 걸상을 들고 애를 내리치는 걸 나도 모르게 팔로 빡! 막았잖아.
그래 : 네?
상식 : 아~ 내가 그때 왜 그랬는지 몰라, 팔 부러져서 두 달 깁스하고.. 하하.
그맘 땐 뭐, 우리 친구 아이가? 이 말 한마디면 다 정리됐으니까.
그래 : (상식 보고 웃는다)
형철(e) : (비웃듯) 친구...
14. 형철 사무실 / 낮
형철, 사무실에 앉아서 인터넷 바둑을 두고 있다. 벌써 한 시간은 둔 듯 모니터 가득 채운 흰 돌과 검은 돌들.
형철 : (흰 돌을 탁! 놓으며) 미친놈! 내가 왜 지 친구야? (다시 흰 돌을 탁! 놓는다)
15. 윌마트 회의실 / 낮
상식, 지겨운 듯 왔다 갔다 하면서 서성이고 그래도 자세 바뀌는 몇 번의 모습들..
그래 : (안되겠다 싶어) 전화 한번 해 볼까요? 한 시간이 넘었는데요.
상식 : 어.. 아냐 아냐. 결재 건이 많겠지.
그래 : (서성거리는 상식을 본다)
<시간 경과>
상식, 풀린 자세로 이제는 의자에 앉아 있다. 약간 지친 모습이다.
그래, 상식을 보고는 안 되겠는지 핸드폰을 들며.
그래 : 전화해 보겠습니다.
상식 : ....
그래, 전화하려고 하는데, 형철, 회의실 문을 열고 들어온다.
상식 : (밝아지고) 어! 왔어? (앉으라고 손짓하며) 얼마 안 기다렸어. 바쁘지?
형철 : (상식의 앞에 놓고 앉으면)
상식 : (보며) 아, 그래. 바쁘지? 바로 시작할까?
형철 : 보내 준 자료 검토 해 봤는데 자료가 너무 부족해. 설비도 이해가 안 되고, 수익률도 애매하고..
상식 : (가방에서 서너 개의 서류 꺼내 내밀면서) 그래서 내가 더 보완해 왔어.
(서류 하나씩 짚어 주며) 설비, 라면 종류, 수익배분율 이거는 (하면서 적극적으로 설명을 하려고 붙어 앉는다.)
형철 : (시큰둥) 내가 지금 볼 시간은 없고,
상식 : (얼른 말 받아) 아. 내가 설명해 줄게. 금방 파악 할 수 있을 거야.
형철 : (피식 비웃으며) 어이~ 오상식 일 참 쉽게 할라 그러네.
상식 : (멈칫)
그래 : (순간 당황해서 상식의 얼굴 보는데)
형철 : (냉랭) 오상식 과장님, 검토하고 타당성 여부 확인해서 연락 할게요.
상식 : (당황해서) 어... 그... 그래.
형철 : (힐끗 보면)
상식 : (얼른) 그러십시오.
그래도 당황한 어색한 분위기 속에, 살짝 들리는 노크 소리, 직원, 문 열고 들어온다.
직원 : 부장님 무역협회 임원미팅 가셔야 합니다.
형철 : (일어나며) 어.. 지금 가.
직원 : (나가려다가 문득) 어? 부장님 오늘 넥타이 안 하고 오셨네요? 임원분들이시라 한 마디 하실 텐데요.
형철, 자신의 목을 보고 난감해 하는데, 상식, 형철을 보다가 자신의 넥타이를 풀어서 내민다.
상식 : 아, 이거 하고 가십시오.
형철, 어라? 재밌다는 듯 바라본다.
상식, 아무렇지도 않은 듯 형철을 바라보고 있고, 그래, 그런 상식을 착잡하게 바라본다.
16. 회의실 밖 / 낮
상식, 그래, 가방을 들고 회의실에서 나온다.
그래 : 과장님, 그 넥타이 애들이 돈 모아서 산 생일 선물이라면서요...그걸 주심 어떡해요..
상식 : (아무렇지 않은 듯) 자식아, 그래야 받으러 온다는 핑계로 또 오지. (하지만 심란한 얼굴로 회의실을 돌아본다)
그래, 착잡한 느낌으로 허전한 상식의 목덜미를 본다.
상식은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하지만 얼굴 어둡다.
17. 영업 3팀 / 낮
상식, 그래, 사무실로 들어오면, 반기는 동식.
동식 : (분위기 잡으며) 저 계약서 쓰고 있었는데, 첫 납품 한 십 만개만 쓸까요?
상식, 동식의 말 못 들은 듯 그저 성큼 성큼 자리로 간다.
동식 : (웃으며) 부장님이 몇 번이나 물어 보셔요. 무조건 되는 건이라고 영업1,2팀에도 말씀 하신 모양이던데
(하다가 상식의 심상찮은 분위기 알아채고 그래를 본다. 그래 눈짓한다. 어.. 하는 동식)
상식 : ....
18. 김부장실 / 낮
김부장 : (버럭) 계약서 도장 찍으러 간다더니? 다 됐다더니 이게 무슨 소리야? 친구라면서 그거 하나 깔끔하게 처리를 못하나?
상식 : (착잡하게 듣는다.)
김부장 : (목소리 낮추고 진지하게) 내가 이건 중요하다고 했지. 오과장도 알잖아.
상식 : 네, 압니다. 며칠 기다려 주십시오.
김부장 : 어떻게든 만들어 오는 거야!
상식 : 네. 어떻게든 되게 해 오겠습니다.
19. 김부장실 밖 / 낮
굳은 얼굴로 걸어 나오는 상식,
/형철 : (피식 비웃으며) 어이~ 오상식 일 참 쉽게 할라 그러네.
상식 : (멈칫)
그래 : (순간 당황해서 상식의 얼굴 보는데)
형철 : (냉랭) 오상식 과장님, 검토하고 타당성 여부 확인해서 연락 할게요.
상식 : (당황해서) 어... 그... 그래.
어두워지는 상식. 이때, 상식의 핸드폰 울린다. 보면 <쌈마이 변>
굳은 얼굴로 보다가 받는다.
상식 : 어, 변부,
형철(o.l/e) : 상식아! 잘 들어갔지?
상식 : (멈칫)
형철(e) : 아까는 미안했어. 내가 일이 많이 밀려서 맘이 급해서.
상식 : 어!.. 어, 그래! 아냐, 아냐, 아냐.
형철 : (진솔한 듯) 오랜만인데 한잔 해야지, 친구! 난 오늘 저녁에 시간 괜찮아.
상식 : 어?! 어! (기분 좋아지는) 그럼, 그럼, 그럼. 해야지! 야! 좋아, 장소는 내가 잡을게. 그래,
형철 : 그래, 아까 신입 그 친구도 데려와!
상식 : 어? 아! 그래 그래 이따 보자! 자식! 그래. (끊고 히죽 웃으며) 자식, 그럼 그렇지. 이제야 좀 내 친구 같네. 허허허.
20. 영업 3팀 / 낮
놀라 보는 동식과 그래.
동식 : 그래요? 아, 그럼 빨리 예약 잡아야죠! 어디로 해요?
상식 : 우리 가는 그 유명한 족발집 있지? 그리 해. 그 놈이 족발 참 좋아했어.
동식 : 당일 예약이 되려나 모르겠네요. (명함집 그래 주며) 찾아서 예약해.
그래 : (받아서 전화기로 가서 찾는다)
동식 : 장그래도 오라 한 걸 보면 일 얘기도 마무리 지으려는 거 같죠?
상식 : (웃으며 끄덕끄덕)
동식 : 계약서 챙겨 넣을께요.
상식 : 오케이~!!
21. 유명한 족발집 앞 / 밤
상식, 뿌듯하게 <유명한 족발집> 간판을 바라고 있다. 그래, 옆에 서 있다.
그 옆에, 한심하게 족발집을 보고 있는 형철.
상식 : (멋모르고 자랑스럽게) 정말 유명한데야. 당일 예약 안 된다는 걸 어거지 써서 겨우 잡았어. 들어가자. (앞서 가는데)
형철(e) : (떨떠름하게) 너 지금 장난 하냐?
상식, 그래, 멈칫하고 돌아본다. 이제야 형철의 어이없는 표정을 보는 상식.
상식 : (당황하고) 어.. 너 족발 이제 안 먹나?
형철 : (코웃음) 먹지, 좋아하지.. 근데 지금은 이게 먹고 싶은 게 아니지.
상식, 형철을 본다.. 형철도 되받듯 상식을 빤히 본다.
두 사람을 번갈아 보는 그래.
상식 : 아.. 그래, 여기는 너무 복잡하지. 딴 데 가자. (두리번거리며) 어디로,
형철(o.l) : 나 아는 데로 갈까? (상식 보며) 딱히 갈 데 없으면.
상식 : (본다. 형철의 마음 읽었다. 차분하게) 어, 그래. 앞장 서.
형철, 앞장서고 그 뒤를 따르는 상식. 그런 상식을 보는 그래.
22. 바 안 / 밤
들어서는 형철을 반갑게 맞는 마담.
마담 : 오셨어요?
형철 : (웃으며 손들고)
마담 : 룸 준비해 놨어요. (상식과 그래를 보며 목례하고 살랑살랑 앞장선다)
형철 : (고개짓하며) 가. (가면)
상식 : (말없이 본다)
그래 : ....
23. 바 룸 안 / 밤
형철 옆에 앉는 마담을 쳐다 보는 상식.
형철 : 어, 인사해. 이쪽은 연수씨고, 여기 주인이야.
상식 : 지금 우리 이야기 좀 해야 하니까 잠깐 나가 있어 줄 수 있어요?
마담 : (웃으며) 네. (일어나 나가려고 하면)
형철 : (마담의 손을 슥 잡아 다시 앉힌다)
상식/그래 : !! / (당황)
형철 : (상식 빤히 보며) 괜찮아. 있어도 돼, 이 사람은.
상식 : (굳은 얼굴로 본다.)
마담 : (형철을 보고 웃으며) 킵 해 논 거 갖다 드릴까요?
형철 : 그건 계속 킵 해 두고 (메뉴판 집으며) 오늘은 새거 한 번 따보자. 좋지?
상식 : 그래.
형철, 마담과 슬쩍 웃음 나누며 메뉴판에서 뭔가 정한다. 마담, 손짓하며 다가오는 종업원에게 메뉴판 손짓해서 주문을 한다.
상식, 형철과 마담을 빤히 보는데, 형철, 슬쩍 마담의 허벅지를 쓱 만진다.
상식, 어둡던 얼굴 더욱 굳어지고, 그래, 그런 상식의 얼굴 보며 굴욕적으로 얼굴 어두워진다.
형철 : (상식의 얼굴 쓱 보고는) 왜? 뭐 마음에 안 들어? 불편해? (둘러 보며) 이런 덴 취향이 아닌가? 딴 데로 가?
상식 : .... 아냐. 괜찮은 곳이네..
그래 : (상식을 보면)
형철 : 장그래씬 학교 어디 나왔나?
그래 : (당황) 아.. 네, 전
상식 : 이 친군 고졸이야.
형철 : 어? (그래를 다시 보며) 고졸? (상식을 보며) 야~ 그 회산 학력 안 봐? 좋은 회사네에~!
상식 : 좋은 회사지! 좋은 친구를 알아봤으니까.
그래 : (상식을 본다) ....
술이 도착한다. 마담, 술을 따서 따르려고 하는데 상식, 마담을 저지하고 술병을 딱 잡는다.
그래, 상식을 놀라서 보면..
상식 : 잘 부탁해.
형철, 웃으며 잔을 내민다. 쪼르르 따라 주는 상식.
그래, 그런 상식을 본다. 상식, 자신의 잔에 따르려는데 그래가 얼른 술병을 잡는다.
그런 그래를 막고 자신의 잔에 따른 후 술병을 놓는 상식,
형철, 거만한 표정으로 한쪽 팔을 소파에 걸치고, 한 손은 마담의 손에 얹힌 채 상식과 그래를 내려다본다.
마담도 은근히 두 사람을 내리깐 시선으로 보는데,
형철 : 한잔 하자! (그래 보고) 자네도 잔 채워
그래 : ....
상식 : (그래 보고 나즉히) 채워.
그래 : (술병을 들어 자신의 잔 채운다)
형철 : 자, 만나서 반갑습니다! 건배!
상식 : (건배하며) 반갑다. (쓰게 한잔 털어 넣고 인상 쓴다)
형철 : (쭉 마시고) 너는 간 괜찮냐? 나는 내가 마시고 싶을 때 마시지만 너는 남이 마시고 싶을 때 마셔야 하잖아.
상식 : (형철을 쳐다 보다가 웃고는) 괜찮을 리 있냐? 간도 쓸개도 다 망가졌네.
형철 : (웃고는) 자식, 난 옛날에 너 공부하는 거 보고 뭐 좀 될 줄 알았는데. 상사를 가서 그러고 있냐? 거기서 무슨 보람 있냐?
상식 : 야, 그래도 우리 상사맨 자부심이 얼마나 대단한데? 우리나라에 맨자 붙이는 직업이 딱 두 개거든? 증권맨. 상사맨. 하하하.
형철 : (비웃듯) 둘 다 을이네? (하고는 으하하하하~ 웃음 터트린다.)
상식/그래 : (당황하고, 그래는 상식을 본다)
상식 : 응? 아하하하. (같이 웃어주다가) 야, 갑일 때도 많아~ 아하하하하~
형철의 웃음소리와 상식의 웃음소리 이어진다.
상식을 착잡하게 바라보는데.
형철(e) : 거북이가 어떻게 굴러 가는 줄 알아?
그래, 형철을 보면 상식 앞으로 잔을 또르르 굴리는 형철. 상식의 앞으로 또르르 굴러 가는 잔..
그래, 잔과 형철을 번갈아 본다. 형철의 얼굴에 장난기와 깔보는 눈길이 가득하다.
상식이 잔을 잡으려는데 그래가 먼저 잡는다. 상식, 그래를 본다.
그래 : 제가 한 잔 올리겠습니다. (두 손으로 공손하게 따라준다)
마담 : 잘 생기셨네. 상사는 얼굴 보고 뽑나 봐요. (웃는)
마담과 웃는 형철, 같이 웃는 상식. 보는 그래.
24. 도로 / 밤
취한 형철을 모범택시에 태우는 상식.
상식 : (문 닫기 전 형철에게) 약속한 거 잊지마. 연락 기다린다.
형철 : 어어~ 나만 믿어~ (문 닫는다)
상식 : (기사에게 택시비 주며) 잘 부탁합시다.
형철 : (주머니에서 뭔가 배기는) 이 뭐이야? (찾아 들면 넥타이) 어? 어~ 상식아 이거 잘 썼다.
막 출발하는 차창 너머로 주는데, 받으려하지만 놓치는 상식. 구겨진 넥타이가 휙, 상식 발밑에 떨어진다.
떠나는 택시에 손 흔들며 계속 배웅하는 상식. 그런 상식을 보는 그래.
택시가 멀리 사라지자 손을 내리고 그 자리에 서있는 상식. 떨어진 넥타이를 그래가 얼른 주우려는 걸 상식이 줍는다.
그래 : ... 과장님 택시 잡아드릴까요.
상식 : 응. 그래.
그래 : (택시 잡는다)
상식 : (말없이 타고)
그래 : 안녕히 가십시오. (꾸벅, 인사한다)
떠나는 택시.. 그 자리에 서서 보는 그래.
25. 택시 안 / 밤
깊은 숨을 내쉬면서 눈을 감는 상식... 손에 쥔 구겨진 넥타이.
26. 원인터 외경 / 낮
27. 영업3팀 / 낮
어제의 과음으로 머리도 쑥대머리, 눈도 빨갛고 수염도 못 깎고 상식, 초췌한 몰골로 앉아 계속 전화를 쳐다보고 있다.
동식, 상식을 슬쩍슬쩍 보는데, 파티션 위로 고과장이 목을 쏘옥 빼다가 동식과 눈이 마주친다.
고과장 : (입으로) 상황이 어떨 것 같애?
동식 : (입으로) 잘 될 거 같아요.
고과장 : 전화 오면 연락 줘~
상식 : (고개를 번쩍 들면)
동식 : 아! 조금만 참으세요, 숙취 해소제 곧 와요.
28. 엘리베이터 안 / 낮
숙취 해소제 들고 있는 그래.
1층에서 띵, 문 열리면 서류들 잔뜩 들고 힘겹게 통화하며 타는 박대리. 서로 눈인사 하고,
박대리 : 그래서 얼마가 필요한 건데. (힘 없이) 걔가 그걸 하고 싶다는 거야 당신이 시키고 싶은 거야?
그래 : (흘깃 봤다가 다시 정면)
박대리 : 친구들 따라 하고 싶어서 그러는 거 같은데... (듣는다) 아니.. 알지. 그래. 그것도 그 나이 땐 필요한 거 맞지.
그런데 형편을 봐야하지 않겠냐는 거야. 일주일에 세 번, 15만원이면 한달에 60만원인데... (듣는) 아까운 게 아니고..
엘리베이터 멈추고 박대리 내린다. 뒤이어 내리는 그래.
29. 15층 사무실안 / 낮
박대리 : 아이참... 알았어. 들어가서 얘기하자. 지금 근무 중이라서. 응. (끊고)
박대리는 철강팀으로, 그래는 자기 자리로 간다.
가다가 박대리를 한번 돌아보는 그래....
30. 철강팀 / 낮
강대리, 여전히 열심히 일하고 있고 백기, 책을 보고 있지만 읽고 있지 않은 표정.
스트레스 가득 찬 얼굴로 책을 탁! 덮고 일어나 한창 바쁜 강대리에게로 간다.
백기 : 대리님, EPC껀 파이프 수입업체 컨택, 제가 해보겠습니다.
강대리 : (하던 일을 딱! 멈추고 돌아본다)
백기 : (맞본다. 각오 했다)
박대리 들어오다가 분위기 보고 멈칫한다.
강대리 : 장백기씨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했잖습니까.
백기 : 일단 한번 해보겠습니다.
강대리 : 어떻게?
백기 : 제가 서치해둔 업체,
강대리(o.l) : 당신이 뭘 어떻게 하든 필요 없어. (확 돌아앉아 하던 일 한다)
백기, 질려서 본다. 주먹을 꾸욱 쥐며 입을 굳게 다무는 백기.
백기를 쳐다 보던 박대리가 쭈뼛거리며 들어오면 백기, 인사하고 애써 누르며 제자리로 가 앉는다.
박대리 : (강대리 옆으로) 강대리님.
강대리 : (보며) 아, 박대리님.
박대리 : (화일 펼치며) 이거, 전동휠체어 껀 왜 진행하다 말았어요?
강대리 : 아녜요. 수익 계산을 정확히 뽑아 주시면 검토 하겠다 했는데요. (화일 보며) 어디 보세요. 아~ 이 업체는 안돼요.
백기 : (박대리를 흘깃 본다)
박대리 : 업체가 소규모이긴 해도 R&D 쪽으로 투자진행중이니 레귤러로 거래 터 놓으면....
강대리 : 아뇨, 아이티 쪽이야 제품 개수대로 단가가 떨어지지만 우리 쪽 탄소강은 그렇지가 않잖아요.
우리 팀으로서는 얼마를 투입 했을 때 얼마가 이익난다는 계산도 없이 거래처와 연결시켜주긴 어렵습니다.
몇 번 말씀 드렸잖아요..
박대리 : (머쓱해서) 아무래도 그렇지... 업체한테 다시 연락해 볼게요. (나간다)
백기, 박대리를 답답한 듯 흘깃 보다가 책상에 쌓인 책들을 들며 일어난다.
백기 : 책 좀 반납하고 오겠습니다.
강대리 : (보지도 않고) 내 것도 부탁해요.
백기 : .....(강대리 것도 들고 나간다.)
31. 15층 엘리베이터 앞 / 낮
엘리베이터 기다리며 서있는 박대리, 곁에 와서 서는 백기를 본다. '아' 하며 아는 척을 하고는 부드러운 소리로.
박대리 : 힘들죠?
백기 : (당황하지만 살짝 웃으며) 아닙니다.
박대리 : 강대리가 좀 깐깐해요.
백기 : (그냥 웃는)
박대리 : 일을 주길 기다리지 말고 찾아서 해요. 난 신입 때 기존에 제안 올렸다가 거부당한 기획서들 다 다시 봤어요.
디벨롭 할 수 있는 게 있을지.
백기 : (끄덕이며 영혼 없이) 네.
박대리 : 장백기씨 아직도 인턴 아니잖아요. 인턴은 배우는 게 목적이라 시키는 일 받아 잘 하면 되지만, 이젠 직원이니까요.
자기가 할 일을 결정할 수도 있 는 거죠. 회사에 필요한 일을 찾아 보세요.
백기 : (본다)
박대리 : (힘 실어 주듯) 장백기씨가 회사에 들어온 건 장백기씨의 판단력까지 신뢰 받은 거라구요.
백기 : 감사합니다.
엘리베이터 온다. 타고. 화이팅!
백기 : (인사) 안녕히 가십시오. (숙인다)
엘리베이터 닫힌다. 백기, 고개 들며 싸하게 굳는 얼굴. '허!' 기가 막힌다는 코웃음.
이석준과장(e) : 야! 박대리.
32. 16층 IT영업팀 / 낮
시계 보며 다급하게 외근 나갈 것 챙기던 박대리, 화가 나서 들어오는 이석준 과장을 본다.
이석준과장 : 광저우껀 어떻게 된거야! 영성실업은 뭐래! 바이어 계속 쪼고 있는 거 몰라?
박대리 : 지금 다시 전화해 보겠습니다.
이석준과장 : 넌 연락만 계속하고. 결론이 없어!
박대리 : 죄..죄송합니다.
이석준과장 : 전화기만 붙잡고 있지 말고 당장 튀어 가! 가서 결판 내!
박대리 : (당황해서) 네.
33. 영성실업 수출입팀 사무실 / 낮
문 열고 들어오는 박대리를 본 최과장,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나와 쇼파 쪽으로 박대리 팔을 끌고 가 앉히며.
최과장 : 아~ 미안미안 박대리. 안 그래도 지금 막 연락하려던 참인데. 뭘 쫓아오기까지 해.
박대리 : 죄송해요... 근데 최과장님, 지연되는 물건은 언제 해결되는 거예요?
최과장 : 재고 확보 하고 있으니까 이삼일만 기다려줘.
박대리 : 저번에도 그러시고 이번에 또 이러면 제가 참 난처해요. 사정이야 있으시겠지만....
최과장 : 미안해.. 실은 우리 딸애가 교통사고가 나서.
박대리 : (깜짝!) 네?! 많이 다쳤어요?
최과장 : 아니, 아니, 응... 좀 그렇긴 한데, 괜찮아지겠지. 어쨌든 박대리꺼 해결 하는데 최선을 다할게. 미안.
박대리 : (어쩔 줄 몰라하며) 배송 건은 곧 처리되겠죠...일부러 그러신 것도 아닌데..
그나저나 따님이 걱정이네요.. 신경 쓰이실 텐데...
34. 거리 / 낮
봉지 뜯은 빵과 우유를 먹으면서 핸즈프리로 통화를 하며 걸어가는 박대리.
박대리 : 예 과장님, 방금 만나봤는데요. 광저우쪽 물량 확인을 못했었나 봅니다. 현재 재고 확보 중이랍니다.
이석준과장(e) : 그래서?
박대리 : 일단 빨리 받을 수 있게 조치해달라고 했구요.
이과장(e) : (폭발!) 너 도대체 왜 그러냐! 거까지 갔으면 화물 손해배상이든 뭐든 꺼내서 들었다 놨다 해야
그놈들 정신 차릴 거 아냐! 결판내기 전까진 사무실 들어오지 마!
박대리 : 네..... (끊는다) 후.....
목이 메어 우유를 한 입 마시다가 갑자기 저쪽으로 급히 가서 토한다. 찡그리는 박대리...
동식(e) : 얘기는 잘됐다고 하더라구요.
35. 영업3팀 + 2팀 / 낮
속이 아파 만지면서 우거지상으로 찡그리고 앉아있는 상식.
영업 2팀 쪽으로 가면 파티션 밑에 쭈그리고 앉은 동식과 고과장. 속닥속닥.
고과장 : 근데 왜 아직까지 연락이 안 와아~
동식 : 걱정 마세요. 친군데~ 힘써준다고 확실히 했대요. 근데 진짜 너무들 하시는거 아녜요?
우리 총알받이 시키면서 고과장님이라도 좀 쪼지 마세요!
그때 영업 3팀 쪽에서 유달리 우렁차게 들리는 전화벨!
고과장과 동식 !!
그래(e) : 원인터 영업3팀 장그래입니다. (듣다가 반갑게) 윌마트 구매 총괄팀이요?
고과장과 동식, 확 일어나서 영업3팀 본다!
36. 영업 3팀 / 낮
그래 : 잠시만요. 오과장님 바꿔드리겠습니다. (급히 전화 돌린다)
파티션 너머 얼굴 둘이 오과장 쪽을 본다.
상식 책상의 전화 울린다. 얼른 못 받고 잠시 보기만 하다가 한번 울리고, 두 번 울리고, 세 번째 울리는데 받는 상식.
상식 : 네. 오상식입니다. (잠시 얘기 듣는 동안 점점 굳어가는 상식의 표정) 네. ...네... 네. 네. 알겠습니다. (끊는다)
일동 : (상식 쪽으로 주목하고 있다)
상식 : (허, 하는 헛웃음 웃는다)
그래 : (상식을 본다)
상식 : (또 헛웃음) 허!!
그래 : ....
상식 : 허허.. 허허허.. 허허허허... 허허허허허... 이 개새끼.
파티션 너머에서 두 얼굴은 우거지상.
37. 김부장실 / 낮
시선 떨어뜨리고 소파에 앉아있는 상식.
김부장 : 친구..? 첨부터 말을 말든지. (벌떡 일어나며) 니가 설레발 안쳤으면 애초에 다른 작전을 짰을 거 아냐!
(삿대질) 너 땜에 골든타임 다 놓쳤잖아! 이제 와서 인공호흡도 안 되고. 믿으라면서어!
숙이고 있는 상식과 노발대발하며 왔다 갔다하는 김부장의 먼 모습.
38. 옥상 / 낮
상식, 계약서 구겨 쥔 채 통화 하고 있다.
상식 : 이유가 뭐야. 납품 조건이 마음에 안 들어?
39. 형철 사무실 / 낮
결재 서류 넘기며 사인하면서 통화하는 형철.
형철 : 아니. 납품 조건은 훌륭하지. 근데 솔직히 우리 회사는 처음부터 받을 생각이 없었어.
아직 시장성이 없다고 판단했거든.
40. 옥상 / 낮
상식 : (기가 막혀서) 첨부터 가능성도 없으면서 간은 왜봤어?
41. 형철 사무실 / 낮
형철 : 너도 옛날에 간본다고 내 반찬 뺏어 먹었잖아.
42. 옥상 + 형철사무실 / 분할 / 낮
상식 : 뭐, 뭐?
형철 : 농담이고.
상식 : ....너 나한테 무슨 쌓인 감정 있는 거냐?
형철 : 아니 뭐. 감정은. 애도 아니고. 옛날에는 감정이 있었지.
상식 : 그래서 옛날 감정이 뭔데?
형철 : 아이고~ 무슨 애도 아니고, 그걸 내가 지금 주절주절 얘기하긴 그렇고. 지금 우리 상황에서 이해하기 쉽게 말해 줄게.
넌 모르겠지만 옛날에 넌 갑 같았고 난 을 같았다.
상식 : 뭐?
형철 : 그래서 그냥 나도 너한테 갑질 한번 해봤다 쳐라.
상식 : 뭐?
형철 : 동창회 때 보자. 끊자 친구야. (끊는다)
43. 원인터 옥상 / 낮
전화기를 든 채 서있는 상식. 상식의 씁쓸한 헛웃음이 '허허허허허' 하늘로 메아리친다.
계약서를 보다가 박박 찢어서 확 집어던져 버린다.
44. 영업3팀 / 낮
말없이 앉아 있는 상식. 분위기 보는 그래와 동식.
동식 : 상심이 크시겠지. 휴우. 영업할 때 제일 힘든 게 언젠지 알아?
그래 : (보면)
동식 : 사적으로 아는 사람 접대할 때. 근데 그보다 더 힘든 게 친구를 접대해야 할 때야.
접대란 어쩔 수 없이 주종, 수직관계를 깔고 가야하는 거거든.
그래 : ......
동식 : 친구 사이라서 더 비참한 굴욕이야. 그럴 땐 이렇게까지 하면서 회사를 다녀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해.
(하면서 착잡하게 상식을 본다)
그래 : (상식을 본다)...
45. 실비집 / 밤
통화하고 있는 박대리.
박대리 : 여보. 당신도 알지? 그 전에 내 대학 동기였던 성식이. 걔.. 회사 그만두고 대학원에서 석사 받더니 좋은데 취직했더라고.
다니던 회사가 적성에 안 맞는다고 한참 고민하더니 완전 좋은 데 들어갔대. 나도... 이 기회에 한번... 뭐라고.. 어?
그거 등록했어? 벌써? 아이 참.. 이야기 좀 하자니까. 그깟 애들 학원에 마감이 어디 있어. 고민 좀 더 하자니까...
나? 어.... 성식이랑 소주 한잔하고 들어갈께. 걔 회사 그만두고 대학원에서 석사 받더니 지가 완전히 원하던 회사 들어...
아, 말했지 그거 축하해주러. 내가 안 해주면 누가 해주나. 나도 맘 같아선 그렇게 하고 싶.. 어 알았어. 들어갈게.
빈 소주잔에 쪼르르 따라지는 술. 화면 빠지면, 혼자 술 마시고 있는 박대리.
쭈욱 들이키는 박대리. 휴우... 한숨 쉬고 다시 전화를 건다.
박대리 : 성식아~ 그래. 회사는 만족스러워? 좋겠네. 잘됐다... 정말. 근데 너 대학원 준비할 때... 집은 어떻게 해결했어?
생활비나 그런 거... 엄청 부담됐을 텐데. (듣다가) 그렇지 뭐... 가족들이 다 이해하고.. 그런 건데, 어떻게 설득을 했는지.
아, 바쁘다고? 그래. 그래. 끊을게. (듣고) 아니 요즘 회사 적응이 힘들어서 헛바람 드나드는 중이지 뭐...
그래. 끊자. 수고하자.
성식(e) : 뭔가 하고 싶다면 일단 너만 생각해.
박대리 : (놀란) 어?
성식(e) : 모두를 만족시키는 선택은 없어. 그 선택에 책임을 지라구.
박대리 : ....
46. 박대리 집 인근 골목 / 밤
취해서 비틀거리면서 가는 박대리. 집 근처까지 와서 불이 켜진 집을 보고는 풀썩 주저앉는다. 긴 한숨..
박대리 : 행복한데..행복하긴 한데.. (집을 쳐다본다) 들어가기가 싫다. 집이 힘들다.
박대리 집의 불이 꺼진다. 고개 떨구는 박대리.
박대리 : 나만 문제야... 이만한 행복을 감당할 자신이 없는 거야.
조용한 집 앞 풍경.
47. 원인터 외경/ 낮
48. 16층 IT 영업팀 / 낮
박대리 : (힘 없이 통화) 네, 알겠습니다. 처리되면 연락 주세요. (힘없이 전화 끊고 멍하니 한숨 쉬는데...)
이석준과장 : 박대리.
박대리 : (돌아보며) 네 과장님.
이석준과장 : (모니터 확인하며) 신입직원 OJT, 오늘 우리 팀 담당이네. 협력업체 견학인데 박대리가 좀 맡아 줘.
박대리 : 네..? 제가...요?
이석준과장 : (모니터 보며) 내가 일이 너무 많아서 그래.
박대리 : 과장님 저도 오늘.. (하다가 만다...) 네...
이석준과장 : (모니터 보며) 철강팀 장백기랑 영업3팀 장그래가 배정됐네.
박대리 : 네...
49. 철강팀 / 낮
백기 : (통화) 박대리님으로 바뀌었다고요? (자기도 모르게 살짝 찌푸려진다) 네 알겠습니다. (끊고)
/혼나고 있는 박대리.
백기 : (어이없는 한숨이 나온다)
상식(e) : 장그래, 옥상 좀 갔다 와!
50. 회사 옥상 / 낮
# 구석 일각
바닥에 떨어진 담배꽁초들... 그 앞에 서 있는 한 남자의 발.
무거운 얼굴의 박대리가 빈 담배갑을 구겨서 쓰레기통에 버린다.
박대리 : ..... (손에 든 사직서를 다시 펴본다)
성식(e) : 너만 생각해.
# 옥상문 쪽
열려 있는 옥상 문으로 들어오는 그래, 두리번거리며 어제 상식이 찢어 버린 종이 조각들을 줍는다.
박대리 쪽까지 오게 된 그래.
그래 : 어?... (인사) 안녕하십니까?
박대리 : (얼른 사직서 집어넣으며 받는다) 아.. 예.
그래 : 아이티영업팀 박대리님이시죠?
박대리 : 어.. 네.
그래 : 영업3팀신입사원 장그래입니다. 오늘 대리님하고 협력업체현장 견학 가는.
박대리 : 아! (다시 보며) 그렇구나. (머쓱해하며) 이거 어쩌죠..? 과장님하고 가야 배울 게 많을 텐데... 전 별 도움이 안될 텐데..
그래 : 저희 과장님은 박대리님 배울 게 많은 분이라고 하셨습니다.
거래처와의 관계에서도 인심 잃지 않고 일하는 모범이시라구요.
박대리 : (머쓱해서 머리 만지며) 내... 내가? (머리 긁적이고 쑥스럽게 숙였다가 들며) 또 뭐라세요?
그래 : (당황) 예?
박대리 : (기대 기대 반짝반짝)
그래 : 어.... (당황 난감) 업체 간 이해관계를 잘... 배려하시면서..
박대리 : (또 또 하는 기대감의 얼굴)
그래 : 한마디로 외유내강형 상사맨이시라고.. 영업에 꼭 필요한 덕목을 지니신 분이라 하셨습니다.
박대리 : (얼굴이 환해지며) 그래... 요.... (....휙 돌아 보며) 그럼 가면서 영업 이야기 좀 들려줄까요?
그래 : 네?
박대리 : 재밌는 게 많아!
51. 차 안 / 낮
신이 나서 운전하고 있는 박대리, 조수석에 그래 앉았다.
뒷자리에 앉은 백기는 약간 미간에 힘이 들어가 쳐다보고 있다.
그래 : (당황해서) 대리님, 제가 한다니까요.
박대리 : 아냐, 길 아는 내가 하는 게 효율적이야. 어디까지 얘기했지? 아! 영업이란 게 말이지. 전쟁이에요. 전쟁.
배짱 싸움인 거거든. 밀리면 죽는다~ 그렇게 생각해야 돼.
그래 : 아~~~
백기 : (창 밖을 본다)
박대리 : 쓰라린 경험, 승리의 경험, 많~습니다. 한번은 거래처에서 납품기일을 못 맞췄는데
부장에 상무에 사장에 전부 나와서 인정에 호소하더라고. 당신만 눈 감아 주면 아무 일 없을 거다. 봐 달라.
그래 : 그래서요?
백기 : (계속 옆을 보고 있다)
박대리 : 내가 단호하게 한마디 했지.. (돌아보며) 절차대로 합시다!
그래 : (감탄) 아...! 박대리님은 정말 정확하시네요.
박대리 : (조금 당황) 어? 어.. (e) 뻥이 좀 셌나? 그래도 속은 좀 후련한데?
백기 : (뒤에서 본다) ...
52. 디알테크 외경 / 낮
박대리(e) : 우리 팀 거래처인데 중국 반도체업체와 업무협조를 이룬 곳이야.
53. 영성실업 복도 + 계단 / 낮
그래, 백기, 박대리 걸어 가며.
박대리 : 근데 최근에 몇 번 선적 문제가 발생했어요.
그래 : 무슨 문제데요?
박대리 : (골치 아픈 듯) 배송이 자꾸 지연되네. 재고 확보가 안됐다고 하는데..
백기 : 업체가 다른 거래처를 늘린 거 아닌가요?
박대리 : (흠칫)
백기 : 이런 경우 기존 거래처는 안전 빵이라고 생각할 때가 많잖습니까?
박대리 : 아, 아니~ 이 회사는 안 그래. 나랑 얼마나 신뢰를 쌓은 업체인데...
그래도 이렇게 한 번씩 들러줘야 서로 긴장감도 생기고 좋아요.
54. 영성실업 수출입팀 사무실 앞 / 낮
웃으며 문 앞에 다가서는 박대리와 그래와 백기. 그때 안에서 들리는 소리.
최과장(e) : 지금 정신없으니까 원 인터 건은 일단 두라고.
멈칫 서는 박대리 일동.
최과장(e) : 얘네 신생이라 관리 잘해야 돼! 선적 당겨준 다음에. 원 인터 쪽은 전화로 버틸 때까지 버텨봐.
박대리 : (당황해서 백기를 본다..)
최과장(e) : 박대리? 하! 박대리 그 친구는 말랑해서 적당히 얘기하면 된다니까!
박대리 : (얼음이 된다)
그래 : (박대리를 보고 당황) .....
최과장 : (나오며) 그럼 지금 바로 스위프트 보냅니다!
안(e) : 오케이!!
최과장 : 어이구! 대박이다. 대박.
하며 박대리와 장그래와 백기를 미처 보지 못하고 지나가다 멈칫 선다.!!
최과장 : (돌아 보며) 아...박대리.
박대리 : ....
55. 영성실업 밖 / 낮
아무 말 없이 멍하니 서 있는 박대리. 옆에 그래와 백기도...
백기 : 우리 회사 호구 잡힌 거네요...
그래와 박대리, 백기를 쳐다 본다.
백기 : ..... 대리님, 저희는 회사에 먼저 들어가 보겠습니다.
박대리 : 어? 어... 그래요. 미안해.
백기 : (인사하는데)
박대리 : 장그래씨도 미안해요. 잘 들어가요.
그래 : ... 저는 좀 더 있겠습니다.
백기/박대리 : !
백기 : 장그래씨, 잠깐 봐요.
#55-1. 일각.
저만치 서 있는 박대리 보이고.
백기 : 장그래씨, 이럴 땐 빠져주는 게 좋습니다.
그래 : 하지만 박대리님이 많이 당황하신 거 같은데.. 교육도 끝나지 않았고요.
백기 : 우리가 남아 있어 봤자 도움 될 게 없어요. 지금 상황에선 현장견학이란 것도 의미 없구요.
그래 : ....
백기 : 뭐, 장그래씨 마음대로 하십시오. 전 먼저 들어가겠습니다. 박대리님 전 가보겠습니다. (인사하고 빠진다)
가는 백기를 쳐다 보는 그래와 박대리.
다시 그래와 박대리 서로를 쳐다 본다.
56. 영성 실업 복도 / 낮
멍한 얼굴로 걸어 가는 박대리. 바로 뒤에서 따라가는 그래.
그래, 박대리를 보면...
박대리(e) : 그래, 제대로 호구 잡힌 거야. 나 때문에 우리 회사도... 역시... 이 일은 내 일이 아니었어. 그만 두는 게 좋겠어.
영성실업 수출입팀 사무실 앞에 안절부절 서 있는 최과장이 보인다.
박대리 일단 멈춰 선다... 최과장을 본다...
최과장 : (봤다) 아~ 박대리, 얘기 다 끝났어?
박대리 : (뭔가 결심한 듯 다시 걸어 간다)
최과장 : (머쓱하게 웃으며) 아~ 온다고 전화하도 하지 거참. 어? 한 분은?
그래 : 회사에 일이 있어서요.
최과장 : 아, (박대리 눈치 보며) 그래요..? 들어 가시죠.
마음을 정하고 단호하게 굳는 표정의 박대리의 얼굴 위로.
박대리(e) : 그만 두자...
박대리 : 저... 저희 거 언제 처리 됩니까?
최과장 : (반색하며) 바로 처리되지! 그럼~ 아까 통화했잖아.
박대리(e) : 나는 병신이다. 떠나자...
박대리 : 네...그랬죠. 통화했죠.
돌아서는 박대리에게 최과장, 얼르듯 말한다.
최과장 : 미안해. 먼저 처리하려고 했는데 사업 다각화로 선적량이 늘어버렸지 뭐야~
박대리, 말없이 돌아서다가 멈칫 선다. 자신을 보고 있는 그래의 표정.
약간 당황해서 그래를 보는 박대리 위로.
<옥상/ f.c # 50>
그래 : 어.... (당황 난감) 업체 간 이해관계를 잘...배려하시고..
여전히 당황한 얼굴로 그래를 보는 박대리...
박대리(e) : 내가 한 마디 단호하게 했지! 절차대로 합시다.
박대리를 쳐다 보는 그래... 그런 그래가 박대리의 눈에는 자신을 푸쉬하는 걸로 보인다.
박대리의 눈에 그래가 주먹을 쥐고 "당신의 힘을 보여줘. 당신의 힘을 보여줘' 하듯 응원하는 걸 보인다.
박대리(e) : 뻥인데... (망설이고 갈등하는데..)
성식(e) : 모두를 만족시키는 선택은 없어. 그 선택에 책임을 지라구.
고개를 떨구는 박대리...
박대리(e) : 누구한테나 싫은 소리 않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었나? 일하러 온 회사에서... 내가... 책임을 진 적이 있었나.
다시 그래를 본다. 무한 신뢰의 눈빛을 보내는 것 같은 그래가 보인다.
박대리 : (최과장을 휙 돌아 보며 꿀꺽) 과.. 과장님.
최과장 : (얼른) 박 대리, 이거 우리 실수했네. 바로 처리할게. 됐지? 응?
박대리 : 절차대로... (까드득) 진행해도 되겠습니까?
최과장 : !!!
그래 : ....
박대리(E) : 지금 하지 않으면 어디에서도 똑같을 거다.
박대리의 어깨 위로 팡! 솟는 날개!
57. 원인터 로비 안내데스크 / 낮
석율, 작은 소포 하나 수령하면서도 데스크 여직원과 수다 중이다. 백기가 들어오는 걸 본다.
석율 : 어? 장백기씨? (소포 들고가며) 벌써 와요? 협력업체 견학이라면서요?
백기 : (엘레베이터 쪽으로 가며) 끝났습니다.
석율 : (의아) 왜 혼자예요? 장그래는요?
백기 : 일이 생겨 저 먼저 왔습니다.
석율 : 일? (호기심) 무슨 일?
백기 : (말 없이 엘리베이터 버튼 누르고)
석율 : (백기 분위기 보며 더 호기심) 무슨 일 있었어요? 무슨 일인데에?
백기 : ....
58. 영성실업 외경 / 낮
최과장(e) : 사장님? 꼭 그렇게 해야겠어. 박대리?
박대리 : 그렇게 해야겠습니다.
59. 영성실업 휴게실 안 / 낮
박대리 : 아직 문제의 심각성을 모르시는 겁니까?
최과장 : (당황)
박대리 : 달래면 되는 거였습니까?
최과장 : (어쩔 줄 모르고)
그래 : (박대리를 본다)
박대리 : (쐐기를 박듯이) 여태 그래왔던 것처럼?!
최과장 : (당황)
60. 영성실업 사장실 / 낮
그래와 박대리 디알테크 사장, 최과장과 임원1이 앉아 있다.
영성실업사장 : 면목이 없구만 박대리.
박대리 : ....
문득 생각 난 듯 수첩과 펜을 꺼내는 그래. 그걸 보고 깜짝 놀라는 일동.
최과장 : 정말 사과하네. 오늘 바로 수정해서 내일 인천 떨어지게 조치하겠네.
박대리 : 절차대로 진행한다고 했잖습니까. 과장님.
임원1 : 박대리, 내 책임이야. 다 내가 잘못이지. .... 하지만 우리가 원 인터와 거래한 게 몇 년인가?
박대리 : .....
임원1 : 참 많은 일들이 있었어. 사고가 나기도 하고, 사기를 당하기도 했고...
그때마다 우린 얼굴 한 번 붉히지 않고 대화하고 협의하고 합의했지.
박대리 : ....
임원1 : 박대리. 상사이신 선 부장님하고의 인연은 책 한권이야. 말로 못해요~
박대리 : ....
임원1 : 그런 신뢰가 지금 깨지게 된다는 건 너무 안타깝지 않나. 좋은 게 좋다고. 우리 좋게 해결합시다.
박대리 : ....
그래 : (박대리를 본다)
박대리 : ..... (e) 내가 이런 대우를 받는 사람이었구나. 이렇게 쉬운 사람이었구나. 당신들은 을의 설움을 논할 자격도 없어.
사장 : 이 정도면 내 망신은 다 준건가 자네들?
일동 : (깜짝 놀라 사장을 본다)
사장 : 날 어디까지 끌어낼 셈이야? (박대리 보며) 박대리, 미안하게 됐습니다. 오랜 인연은 인연이고 잘못은 잘못이오.
박대리 : !
사장 : 절차적으로 하자 했는데 절차를 말하는 거라면 계약의 해지를 말하는 거요? 배상을 말하는 거요?
박대리 : (긴장) 그... 그건 본사로 들어가서 논의한 뒤 통보해 드리겠습니다.
사장 : (직원들에게 호통) 어찌 이리 멍청들 해!!!
박대리 : (당황) !!!!
그래 : ....
사장 : (화난) 그깟 몇 푼 벌자고 이렇게 오래된 파트너와 등을 지게 만들어?! 어쩔 셈이야!
직원들 : 죄송합니다.
그래, 박대리를 보면, 당황해서 식은 땀을 흘리며 굳어 있는 박대리.
박대리(e) : 나... 때문에... 10년 넘는 파트너십이 박살난다.. 나만 넘어가 주면 되는 거였는데.
그래 : (박대리의 마음을 읽은 듯 차분히 박대리를 본다)
박대리 : 저.. 사장님
사장(o.l) : (격앙된) 경영하면서 오늘 만큼 부끄러운 날이 없네!!!
그래(e) : 판이 안 좋을 때 위험을 감수하고 두는 한 수.
사장 : 이렇게 룰을 어겨서야!! 당신들 돈에 환장했어!?!? 돈이 그렇게 좋아???
장그래(e) : 국면 전환을 꾀하는 그 한수를
모두들 : 잘못했습니다!!!
난감한 박대리 얼굴과 오버하듯 직원들 혼내는 사장을 번갈아 쳐다보는 장그래.
그래(e) : 바둑에서는. 묘수, 또는 꼼수라 부른다.
사장 : (벌떡 일어나며) 내가 직접 찾아가 잘못을 빌고 용서를 구하겠네!!
거의 패닉에 빠진 박대리를 보는 그래, 그제서야 불현듯 깨닫는다!!!
장그래(e) : 묘수가 빛나는 바둑이란 그 동안 불리한 바둑이었단 반증이다.
자리에서 일어나는 사장을 말리는 직원들과 박대리. 그런 박대리를 보는 그래.
장그래(e) : 박대리님은 분명 이 상황까지 못 본 거다. 저들이 깜짝 놀라고 끊임없이 회유하려 하는 것은.
박대리님이 그 동안 이런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인 거다.
(사장을 보며) 성동격서랄까... 눈은 저들을 보며 박대리님을 힐난한다.
다시 고개를 떨구고 쩔쩔매고 있는 박대리를 보는 그래.
그래(e) : 그러지 않았던 사람이 변한 이유는 뭘까?...
그래(e) : 나 때문이구나.. 내가 어떤 계기가 됐고,
박대리(e) : 영업이야기 좀 들려줄까?
그래(e) : 여기까지 오게 된 거구나.. 나한테 보여주려 했던 게... (떨고 있는 박대리를 보며) 이 모습은 아니잖습니까..? .....
그래, 눈치 채지 않게 핸드폰 문자를 보낸다. <김대리님. 전화 부탁드립니다>
그래(e) : 그럼... 제가 뭐라도 해야겠군요.
곧바로 그래의 핸드폰으로 전화 온다.
그래 : 죄송합니다. 회사에서 전화가 와서요.
박대리 : 아..너무 늦었네. 어쩌지? 장그래씨 혼 나는 거 아냐?
그래 : 업무 때문에 온 건데 혼나긴요. (박대리 다시 보며) 더구나 박대리님과 함께인데요.
박대리 : 어.... (다시 작은 날개가 파닥파닥한다)
그래 : (전화 받으며 나가며) 예, 김대리님. 아직 있습니다.
61. 영성실업 사장실 문 밖 / 낮
문을 닫고 나오면서 완전히 닫지 않고 슬쩍 밀어 열어 두는 그래.
그래 : (갑자기 고래고래) 잘 안 들리세요? 언제 오냐구요? 시간이 좀 걸리겠는데요?
여기 와보니 약간의 문제가 생겨서 이곳 사장님이 직접 저희 쪽에 찾아와 설명을 주시겠답니다!
62. 영성실업 사장실 안 / 낮
깜짝 놀라는 일동!
그래(e) : 묘수... 혹은 꼼수는
63. 사장실 밖 / 낮
그래(e) : 정수로 받습니다.
그래 : 직접 말씀하셨어요!
64. 사장실 안 / 낮
당황해서 놀라는 사장과 직원 일동.
놀란 얼굴로 그래를 보는 박대리.
65. 16층 원인터 섬유팀1팀 + IT 영업팀 / 낮
놀람과 호기심으로 아이티 영업팀을 바라보고 있는 석율.
아이팀 영업팀으로 막 들어서고 있는 김주호 부장에게 이석준 과장이 다급하게 얘기하고 있다.
이석준과장 : 예, 박대리가 전화했는데 지금 영성실업 사장과 관련 직원들이 오고 있답니다.
66. 16층 IT영업팀 사무실 / 낮
이석준 과장, 김주호 부장에게 문서를 주며 계속 얘기하고 있는.
이석준과장 : 문서를 확인해보니 이것 외에도 몇 건의 배송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됩니다.
김주호부장 : (문서 보며) 한 두건이 아니잖아? 리스크 관리팀, 심사팀 법무팀 소집해. 난 상무님께 보고 할 테니.
이석준과장 : 네.
각자 부산하게 움직이는 걸 왕 호기심으로 보는 석율.
67. 몽타주 / 낮
# 다급하게 팩스 들어 오고
# 받은 자료 정리 컴퓨터로 정리하는 IT팀 직원
# "원인터 아이티 영업팁입니다! 광저우 건 운송 자료..." 통화하는 직원
# 리스크관리팀, 심사팀, 법무팀. 호출 받고.
# 굳고 긴장된 얼굴로 일사분란하게 회의실로 가는 사람들.
# 원인터 로비 밖 자동차들이 와서 서고.
# 내려서 들어오는 박대리와 그래와 영성실업 사장 및 직원
68. 로비 + 엘리베이터 앞 / 낮
박대리와 그래, 영성실업 사람들이 긴장된 표정으로 들어오는 걸 보는 석율.
석율 : (특히 그래를 보면서 눈이 휘둥그레져서) 대박!
우르르르 엘리베이터 앞으로 가서 버튼을 딱 누르고 태연하게 있는 석율,
이어서 그래 일행 오면 보고 깜짝 놀란 듯.
석율 : 어, 장그래씨, 안녕하세요?
그래 : (당황)
석율 : (눈 짓으로 "무슨 일이에요?")
그래 : (인상 확 쓰면)
띵. 하는 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 문 열린다.
69. 엘리베이터 안 / 낮
일행 모두 타 있고 문 앞 쪽에 나란히 서 있는 그래와 석율.
그래, 20층 버튼에만 불이 들어 와 있는 걸 보고 인상 쓰며 석율을 보면 석율 모른 척 하고 있다.
그래, 슬쩍 16층을 누르는데, 석율, 모른 척 <취소>를 누른다.
어이없는 그래, 다시 16층을 누르려는데 옆에서 석율, 그래 그러지 말라는 듯 옆에 있는 그래 손을 꼬~옥 잡는다.
황당한 그래...!
70. 20층 엘리베이터 앞 / 낮
양쪽 엘리베이터 문이 열린다. 한쪽에선 장그래 일동, 이어서 한쪽에선 아이티 팀 일동 내린다.
석율은 빠지는 척하면서 가서 코너로 간다.
김주호부장 : 오셨습니까 사장님.
영성사장 : 김부장. 이거 정말 미안하게 됐소. 진짜 입이 열 개라도..
김주호부장 : 일단 접객실에서 기다려 주세요. 곧 모시러 오겠습니다. (부하직원에게) 안내 해 드려.
영성 사장, 김부장에게 머리를 조아리고 안내를 받으며 접객실로 가고.
김주호부장 : 자네는 나와 같이 가지.
박대리 : 네.
김주호부장 : (장그래 보며 의아한 표정) 자넨?
그래 : 영업3팀 신입사원 장그래입니다.
박대리 : 부장님. 이 친구와 함께 가도 되겠습니까.
석율 : (놀라는) 어?!!!
그래 : (난감) 제가 어떻게...
박대리. 장그래 손을 덥썩 잡는다. 놀라는 그래.
박대리 : (손을 꼬옥 쥔다 e) 넌 내게 날개를 달아 준 녀석이야.
그래 : (박대리를 본다)
박대리 : (부장에게) 신입사원으로써 좋은 경험도 될 것 같고, 현장에서도 역할을 톡톡히 해서 필요할 듯 합니다.
71. 15층 엘리베이터 앞 / 낮
허겁지겁 내리는데 사무실 안에서 나오는 백기, 딱 마주친다.
석율 : 아! 백기씨 백기씨! 그 영성실업인가? 그 쪽 사람들 들어 왔어요. 우리 회사는 리스크팀이랑 법무팀까지 완전 총 출동이야!
백기 : (의아하게 본다) 그래요?
석율 : 그 쪽 박대리님이, 판을 아주 크게 벌리셨네.
백기 : (별 관심 없이) 의외네요. 별로 그럴 강단이 있어 보이진 않았는데.. (그냥 가는데)
석율 : 진짜 대박은요! 그 전사적 회의에 장그래가 함께 들어갔다는 거지!
백기 : (멈칫 선다. 돌아 보고) 뭐라고요?
석율 : 놀랍죠? (신기해서) 아니, 지가 거길 왜 들어가? 높은 분들 좍~ 포진하고 분위기 어마무시할텐데?
백기 : (미간에 힘이 들어가며 굳는 얼굴)..
그때 서류 잔뜩 들고 사무실에서 나오던 영이, 백기를 보고 멈칫 한다.
백기와 영이, 서로 보는데.
백기 : 발 괜찮아요?
석율 : 응? 발? 무슨 발? (그제서야 영이 본다) 어? 영이씨, 영이씨, 잘 만났네. 오늘 완전 대박 사건!
원 인터 전사적 회의에 장그래 출동!
영이 : (의아하게 본다) 네?
72. 휴게실 / 낮
휴게실에 백기, 영이, 석율.
석율 : (흥분) 신입인데 벌써 그런 회의라니. 이러다 동기 중에 제일 먼저 승진하는 거 아냐?
(설레발) 응? 그 뭐냐? 고졸 신화! 고졸 신화!
영이 : (작게 웃고 마는)
백기 : (혼잣말처럼) 대체 무슨 도움이 될 거라고 거길 따라 들어간 건지.
영이 : 뭐든 도움이 되니까 데리고 들어가지 않았겠어요?
백기 : (영이를 본다)
석율 : 백기씨도 그냥 꾹 참고 있지. 우리 같은 말단 신입한테는 그런 회의 경험도 큰 도움이 된다구요.
백기 : (입 굳게 다물고) ....
영이 : (백기 보며) 장백기씨는 왜 돌아 온 거예요?
백기 : 그 자리에 있는 것도 예의가 아닌 것 같고,
석율(o.l) : 솔직히 박대리님이 백기씨 과도 아니었고, 그쵸?
백기 : (짜증난다) 그래요. 좀 우유부단 한 것 같고, 자기 생각도 별로 없어 보이고.. 거래처에서도 순서가 밀리는 분 아닙니까?
영이 : (의미 있게) 그런데 장그래씨는 남아 있었네요. 오지랖이 넓다고 해야 하나...?
백기 : (조금 당황하며 영이 본다)
석율 : 아무튼 영성실업은 이제 큰 일 났네요. 끝이네. 끝!
백기 : 글쎄요. 박대리님이 이제 어떻게 증언해 주느냐에 따라 달라질 텐데... 제가 봐선 그냥 유야무야 넘어갈 가능성이 커요.
보통 박대리님 같은 사람들은 그런 문제가 생기면 회피하거든요.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있는 분이 아니에요.
73. 대회의실 / 낮
긴 회의 탁자에 둘러앉은 사람들. 맨 말석에 앉아 있는 그래.
원인터 직원들이 심각한 표정으로 서류를 검토하고 있다.
상무 : 이전에도 유사한 사례가 있었나?
김부장 : 예 그렇습니다.
심사팀 : 타 생산지로부터 급히 제품을 조달해야 하는 사항도 아니고 벌금이 있는 부분도 아니어서 손실 규모는 크지 않습니다.
리스크관리팀 : 촌각을 다투는 물품도 아니어서 리스크도 크지 않습니다.
법무팀 : 손실 배상과 상관없이 계약서 재검토는 불가피합니다. 일곱 번이나 되니까요. 하지만 소송 건은 아닙니다.
상무 : 일이 왜 이렇게 된 건가?
김부장 : 자세한 사항은 담당인 박대리가 설명하겠습니다.
박대리. 침 꿀꺽 삼키고 일어난다.
박대리 : (우물쭈물) 제가, 설명하겠습니다.
숨 막히는 회의실의 공기를 그대로 느끼고 있는 그래.
모두의 이목을 받고 잔뜩 굳어서 서 있는 박대리를 보는 그래..
그래e : 사건의 무게에 짓눌린 박대리님, 상대 회사의 위기를 고민하고 있다. 한가한 생각 아닌가...
그래, 책상 위 빈 종이에 뭔가를 슥슥 써서.
그래 : 대리님. 여기 참고서류 있습니다.
박대리 : 아! (웃어 보이며) 고마워요. (다시 좍 펴지는 날개다. 메모 보며) 지금까지의 경과를 말씀 드리..
(종이를 보는데 확 굳는!! 동시에 날개가 촥 없어진다. 몇 개 흩날리며 떨어지는 깃털)
그래e : 봉위수기. 위기에 처한 경우 불필요한 것을 버려라.
종이를 보고 있는 박대리 위로.
그래(e) : 버리셔야 합니다.
종이의 내용 < 무책임해 지세요!> 위로.
그래(e) : 그들을 다 껴안을 순 없어요. 대리님이 살아야죠.
박대리가 그래를 한번 돌아 보고.... 다시 제 자리로.... 굳은 얼굴로 입을 연다.
박대리 : 지금까지의... 경과를 말씀드리겠습니다.
74. . 소회의실 안 / 낮
핸드폰을 앞에 두고 기다리고 있는 사장과 최과장과 임원1.
임원1 : 사장님. 죄송합니다. 저희가 부족했습니다.
사장 : 자네들은 죄 없어. 내 불찰이지.
임원1 : 면목 없습니다.
사장 : (눈 감으며) ....
75. 대회의실 / 낮
박대리 : 지금까지 일곱 건의 화물 딜레이가 발생했고 그 원인을 오늘 알게 되었습니다.
영성실업은 새로운 거래처를 늘리고자 하는 욕심에 초기 거래에 집중한 겁니다.
그 와중에 우리 제품이 운송이 지연되었고, 오늘 그 동안의 기망에 대해 알게 돼 책임을 물었던 것입니다.
참석자1 : 자네가 현장에 가지 않았으면 절대 몰랐을 거야.
참석자2 : 그렇지, 거래처는 항시 살펴야 해.
박대리, 그래를 돌아보면, 살짝 미소 짓는 그래.
박대리 : 하지만 오늘 드러난 사실로 알 수 있는 몇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일곱 건의 문제가 생길 동안 담당자인 제가
아무 대책도 안 보였다는 점과 이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초기에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상무를 비롯한 사람들. 심각해지는 표정 지으며 웅성거린다. 박대리...
박대리 : (침 꿀꺽 삼키고) 그리고 전, 제가 하는 일에 자신이 없었습니다.
그래 : (조금 당황한다)
박대리 : 기망을 한 건. 저입니다.
그래 : !!
다른 사람들 : !!
박대리 : 저들이 그래도 돼. 라고 생각하게 만든 건 저 입니다. 제가 제 책임을 다 하지 못했습니다.
박대리를 쳐다 보고 있는 상무... 상무의 얼굴이 박대리로 바뀌고
자기도 모르게 조금 고개를 숙이고 외면하는 사람들의 얼굴도 박대리로 바뀐다.
당황한 얼굴로 박대리를 보고 있는 그래의 얼굴 위로.
박대리(e) : 회사에서 책임을 물어야할 대상은.
박대리 : 바로 저입니다.
팡. 발가벗은 박대리 모습.
박대리 : 유류 값이 올라 업계가 운송비를 인상할 때도, 우리 회사는 오히려 삭감했습니다.
저는 회사를 대표해 그들을 설득하지 못했습니다. 그 결과 저들은 새로운 수익을 모색했습니다.
일동 : .....
박대리 : 제 일에 대한 깊은 회의감에 자리를 떠날 궁리만 했습니다. 그런 저 때문에 이 일이 벌어졌다고 생각합니다.
일동 : .....
박대리 : 제게 책임을 물어 주십시오. 저분들. 저분들을 구제해 주십시오. 거래 끊지 말아주십시오. 패널티 주지 말아주십시오.
좌중, 침묵이 흐르고. 상무 눈치 보는 다른 직원들.
장그래. 특히 긴장하고.
상무 : 자네. 입사 몇 년 차야?
박대리 : (당황) 네?
김부장 : 올 해 4년차입니다.
상무 : (피식) 참 낭만적인 대리야.
그제서야 무거운 분위기 조금 풀어진다. 피식하고 웃음 짓는 사람도 있다.
리스크팀 : 이 친구야. 아무렴 10년 거래한 파트너를 이만한 문제로 버리겠나?
법무팀 : 자네가 뭔데? 자네가 뭐라고 책임을 물어? 어떻게 책임 질 건데?
상무 : 그래도 그런 고민 지금 하는 게 좋아. 더 늦으면 자네 손해, 가족 손해, 회사 입장에서도 손해야.
그런 고민 나쁘지 않으니까 충분히 하고. 잘 정리만 하라고.
박대리 : (편안한 얼굴)
그래 : ......
76. 복도 / 낮
회의 마치고 나온 직원들. 혹시나 다른 말 떨어질까 아직까지 긴장하는 박대리.
상무 : 그 쪽 사장. 내방으로 보내.
부장 : 알겠습니다.
박대리 : 가...감사합니다. (숙인 채 그래를 본다)
그래 : (인사로 숙인 채....)
그래na : 어떤 바둑을 졌을 때 보다 처참했다. 다 자기만의 바둑이 있는건데. 내가 뭐라고.
나 따위가 어디서 감히! 비루한 훈수질이냐.
박대리, 일으키지 않고 그대로 숙이고 있는 그래를 본다.
77. 섬유팀 / 낮
IT 영업팀에서 박대리가 부장, 과장과 웃으면서 머쓱하게 얘기하고 있는 게 보인다.
그들을 보며 어깨에 수화기를 끼고 잔뜩 일거리를 처리하고 있는 석율.
석율 : (통화 연결) 어, 장백기씨.
78. 철강팀 / 낮
앉아서 전화 받는 백기.
백기 : (살짝 찡그리며) 네.
석율(E) : 아, 다 잘 됐대요.
백기 : 뭐가요?
석율(E) : 어, IT 영업팀 박대리 말이에요. 그 영성실업도 안 짤리고 박대리도 크게 혼나지 않고,
대책 회의 분위기도 굉장히 좋게 끝났대. 뭔진 모르지만 박 대리가 잘 해결했다는데?!!
백기 : (황당하고 짜증나며) 그걸 왜 저한테...
79. 섬유팀 / 낮
석율 : 어? 궁금하잖아? 안 궁금해? 난 백기씨가 엄청 궁금해 하는 줄 알았지.
80. 철강팀 / 낮
백기 : (황당하고 화나는) 한석율씨,
석율(E)(O.L) : 아~ 어쨌든 박대리님 보기와는 다르대? 얘기 들어 보니까 남자야! 내 과네!
역시 첫인상으로 사람을 판단 할 건 아냐. (성대리가 부른 듯) 네? 대리님. 아, 그 건이요? 지금 하면 되죠?
백기씨, 끊어요. 바쁘네. (끊는다)
백기 : (인상 확!!! 입술 꽉!!!)
81. 정원 / 낮
울컥한 마음으로 나오는 백기, 오다가 멈칫 선다. 한 쪽에 앉아 수그리고 있는 그래를 본다.
'흥!' 하는 마음이 드는 백기.
백기 : (다가가서) 박대리 일 잘 됐다는데 왜 이러고 있어요?
그래 : (쳐다 본다)...
백기 : 같이 들어 갔다면서, 뭐 안 좋았어요?
그래 : 전 아무 도움이 되지 못하더라구요.
백기 : 장그래씨도 참 답답하네요. 그걸 이제 알았어요?... 우리는 아직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니까요.
박대리(E) : 장그래씨!
보면 박대리 온다. 백기 인사하고 가는데.
박대리 : 고마워 장그래씨.
멈춘다. 돌아 본다.
박대리 : 당신이 내 가난한 껍질을 벗겨줬어.
그래 : (박대리를 쳐다보다가 숙이며) 죄송합니다.
박대리 : (숙이며) 감사합니다.
백기, 당혹스러우면서도 알 수 없이 치미는 마음으로 본다.
82. 몽타쥬 / 낮
# 상무와 독대하고 있는 영성실업 사장. 이내 악수하고 나가고.
# 리스크 관리팀, 법무팀에서 기안문 작성하고 있고.
# 원인터 정문 앞 / 디알 텍 사람들과 it영업팀 부장, 과장이 인사하고.
그래(NA) : 영성실업은 원인터에 유리한 새로운 계약을 맺기로 했고
박대리님은 어떤 프로세스가 문제였는지를 찾아 예방하는 보고서를 작성하기로 했다.
83. 원 인터 정문 앞 / 낮
멀리 떨어져서 인사하는 사람들을 보고 있던 박대리와 그래.
그래 박대리를 본다. 웃으며 그들을 보고 있는 박대리..
박대리 : 전화 한통 하고 갈게 먼저 가요.
정원 쪽으로 걸어가며 전화를 거는 박대리를 보는 그래..
박대리 : 여보. 우리 애 학원 있잖아. 그거 보내지 말자. 난 우리 애가 생각할 시간을 많이 가지면서 자랐으면 해. 난.. 그래.
와이프(e) : ...
박대리 : 여보?
와이프 : 고마워.
박대리 : 고마워?
와이프 : 당신이 분명히 선택해줘서. 내가 이제 계획을 짤 수 있게 됐어. 난 당신의 생각이 필요했거든.
박대리 : 그래. 고마워.
통화하면서 멀어지는 박대리를 보는 그래.
그래(e) : 그래..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바둑이 있는 거다..
그래, 돌아서 걸어온다.
84. 영업3팀 / 낮
그래 : 저는 그래도 박대리님이 문책을 당하실 줄 알았어요.
동식 : (일 하며) 종합상사의 특징이지.
그래 : (보면)
동식 : (보고) 우리 일이란 게 기본적으로 리스크가 다양할 수 밖에 없어. 아무리 예측하고 대비해도 사고는 뻥뻥 터지지.
그래 : (끄덕)
동식 : 그때마다 직원에게 책임을 물어서는 끝도 없는 일이 될 거야.
상사에선 보통 이런 일을 계기로, '개선 방향을 찾자'라는 것에 무게 중심을 둬.
그래 : 그렇지만.. 지난번에 대리님이 징계위원회에 회부됐던 건...
상식 : (옆을 휙 지나가면서) 그러니까 얼마나 넌센스야. (흥! 하는 표정)
그래, 동식 : (놀라서 보면)
상식 : (자리로 가며 일그러지며) 어쨌든 회사에서 보호해준다 해도 당사자는 고통을 받아.
(자리에 앉으며) 보고서 역시 냉철하게 쓰여지지 않으면 유사한 사례가 생겼을 때 책임을 추궁 받을 수 있다고.
마우스를 딸깍 한다. 그래는 뭔 말인가 싶어서 보면.
동식 : (안타깝게) 과장님, 윌마트 경과보고서 제가 쓸까요?
상식 : (하.... 한숨을 쉬며) 됐어. 내가 쓸께. (하며 화면을 보면)
<윌마트 경과 보고서> 라고 쓰인 제목 밑에 수 없는 <좀 많이><좀 많이> <좀 많이><좀 많이><좀 많이><좀 많이><좀 많이>
<좀 많이><좀 많이> <좀 많이><좀 많이><좀 많이><좀 많이><좀 많이><좀 많이><좀 많이><좀 많이> <좀 많이><좀 많이>
<좀 많이><좀 많이><좀 많이><좀 많이> .....
멍하니 보며 글자 한자씩 딜리트 하고 있는 상식...
동식이 고개 저으며 다시 자기 자리로 돌아 보는데
상식의 문자가 온다. 아내다. <메일 하나 보냈으니까 봐. 기가 막혀서>
메일을 열면 동영상 파일. 이어폰을 끼고 본체에서 빠져 있는 이어폰 잭.
상식, 빠진 줄 모르고 하이퍼링크를 클릭하면 막내아들의 유치원에서의 동영상.
시끄러운 아이들의 동영상 소리에 그래와 동식, 돌아 본다.
상식 모르고 동영상에 집중하는데,
동영상 속 아이들, 벽면에 종이로 한 장씩 붙은 글자 <내가 생각하는 영웅은?>
밑에 조르르 서 있는 히어로 코스프레 아이들. 왼쪽부터 슈퍼맨, 아이언맨, 배트맨, 스파이더맨,
옆에 캐리어 들고 양복 입은 상식의 막내 아들. 가슴에 <상사맨> 글자 크게 붙이고.
선생님(e) : 상사맨이 뭐예요?
아들 : (똑똑하게 또박또박 크게) 상사맨은 초울트라 캡숑 슈퍼짱 메가톤급 최고 영웅입니다!!
동식, 그래가 호기심 어린 얼굴로 다가 온다. 옆에 고과장도 슬쩍 온다.
아들 : (계속) 상사맨은 전 세계를 누비며 사람들에게 필요한 물건을 파는 사람입니다.
가난한 나라도 부자로 만들 수 있고, 물이 없는 나라에 물을 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옆에 애들을 홱 보며 썩소) 상사맨은 수퍼맨과 아이언맨과 배트맨과 스파이더맨도 팔 수 있습니다.
수퍼맨아이 : 거짓말 하지마!
아들 : 거짓말 아냐!
아이언맨아이 : (수퍼맨 아이 옆에 딱 서서 편을 들면서) 거짓말!
아들 : (홱 보고) 아이언맨 너! 울 아빠한테 말해서 확! 팔아 버린다!
아이언맨 아이, 겁에 질려서 울음을 터뜨리고 주먹으로 아들의 어깨를 딱 때린다.
맞은 아들이 '야!' 하면서 민다. 아이들 달려 들어서 싸우고 한 쪽은 울고 한 쪽은 던지고, 한 쪽은 그냥 구르고 아수라장.
선생님 당황한 소리 들리고 화면으로 날아 오는 아이언맨 팔 한 짝이 카메라를 향해 날아오면서 카메라 꺼지고 흔들리고 끝!
황당해서 보다가 웃기 시작하는 상식. "하하. 하하하. 하하하하하하하!!!"
동식과 그래도 웃고, 고과장 웃고.
고과장 : 막내 놈 똑 부러지네. 대를 이어 상사맨 시켜!
상식 : (크게 웃으며) 그래, 내가 이 맛에 이 회사 다니는 거지.
모두 웃으며 끝나는 분위기.
85. 원인터 외경 / 낮
86. 탕비실 / 낮 (며칠 뒤)
들어오는 그래, 커피 컵을 꺼내는데.
하대리(e) : 야! 너 정말 왜 이래?!
그래, 멈칫한다. 휴게실 쪽으로 가는 그래.
87. 휴게실 / 낮
열 받아 있는 하대리 앞에 영이.
하대리, 손에 파일철과 서류들을 들고 휘두르며.
하대리 : 내가 보류된 건을 살려 보자고 했지. 내 보고서 평가하라고 했어?!
영이 : 그런 말씀 드린 게 아닙니다. 지시하신대로 분석해 보니..
하대리 : (길길이 날뛰며 O.L.) 그래 분석해 보니, 내 보고서가 시황에 맞지도 않고, 자료조사도 제대로 안됐다는 거 아냐?
하면서 서류들을 거칠게 확 던진다. 날아간 서류들이 맞은편에 서 있는 영이의 얼굴을 날카롭게 스치고 떨어진다.
종이에 얼굴이 베이면서 핏줄이 쓱 그어진다.
그래 : !!!!!!
영이 : 그건 검토하다보니 나온 의견일 뿐입니다. 이미 보고된 시점에서 많이 지나버려서 수정이 필요하고,
자료는 보강이 되어야 하다는 뜻으로.
하대리 : (버럭 치고 나오며) 그 말이 그거잖아? 되지도 않을 보고서란 뜻이잖아?
영이 : 제 말씀은 그게 아니고,
하대리 : (히스테릭하게 버럭!) 에이씨! 그 입 좀 다물지 못해!! (하며 손에 든 파일을 들어 올린다)
그래 : (놀란 그래, 확 들어 가려는데)
상식(off) : 어이 하대리! 정과장이 찾네?
그래, 멈칫 돌아보면 어느새 온 상식, 그래는 본 체도 않고 휴게실로 휙 들어간다.
하대리, 멈칫해서 상식을 본다. 상식, 하대리를 본다.
영이도 상식을 보고.. 상식 뒤에 그래를 본다.
상식, 그래, 영이 세 사람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