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 전 활동에서 책 선택을 마치고 오늘부터 책 읽기를 시작하는 날이다. 1교시 시작종이 울리고 들어가 인사를 나누었다. 먼저 2주 전에 했던 책 선택 투표 결과를 기억하는지 물었다. 대부분의 친구들이 1위가《불량 수제자》인 것과 2위가《최악의 최애》인 것은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었는데, 3위가《탁구장의 사회생활》인지,《써드》였는지, 또는 다른 작품이었는지는 헷갈린다고 했다. 1위로 뽑힌 《불량 수제자》를 오늘부터 읽는다고 했다. 다만, 꼼짝도 안 하고 40분 동안 귀를 열고 책을 듣기만 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 조금 편안한 자세로 들어도 된다, 중간에 말이 너무 빠르거나 늦을 경우, 또는 궁금한 점이 생길 때는 손을 들고 질문해도 된다고 설명하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첫날이라 조금 천천히, 또박또박 읽는다는 느낌으로 읽어나갔다. 중간중간 아이들 표정이나 반응도 체크해 가면서 잘 따라오는지 살피며 읽었다. 첫 번째 챕터인 ‘딸기 우유와 바나나 우유’ 앞부분에서는 조용히 듣는 데만 집중하는 듯했다. 9쪽에 거봉이 7년 넘게 태권도를 배워 봤자 일품 심사도 통과하지 못했다는 이야기가 나오자, 남자 친구들 중에 한숨을 쉬거나 반응을 보이는 친구들이 있다. “엥?? 7년?? 너무 한 거 아냐?” “7년이면 4품은 따야 정상인데요.”
거봉이 수정이한테 딸기 우유와 바나나 우유를 주고 돌아서면서 다음엔 주스를 사야겠다고 결심하는 부분에서는 더 많은 친구들이 반응한다. “주스는 수정이가 좋아할까?” “그냥 뭐 좋아하는지 먼저 물어보고 사 주지.” “너무 일방적인 거 아닌가요?”
두 번째 챕터인 ‘이 구역 미친 개’ 부분은 제목부터 술렁이기 시작한다. 욕인 것 같다고 걱정하기도 하고, 재미있겠다고 미리 짐작하기도 하고…. 골목에서 중학생들과 주인공들이 대치하는 장면에서는 같이 긴장하고 있다가, 수정이 벽을 타고 날아올라 공격하는 장면에서는 여기저기서 감탄사도 흘러나왔다. 오남 관장이 경찰서에 와서 거봉과 수정을 데리고 나와 저녁을 먹이는 두 번째 챕터까지 다 읽었는데 시간이 조금 남았다.
오늘 읽은 부분이 어땠는지, 듣기에 불편하지는 않은지, 혹시 중간에 이해가 잘 안되는 상황은 없었는지 물었다. 아이들은 모두 괜찮았다고 한다. 이야기의 배경도, 흐름도, 등장인물도, 다 이해하고 잘 따라오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제일 뒷자리에 앉은 여자 친구 한 명은 “너무 재미있어요.”라고 이야기했고, 다른 한 친구는 더 빨리 읽어도 된다고, 뒷이야기가 너무 궁금하다고 했다.
담임 선생님도 처음부터 끝까지 자리에 앉아서 함께 계셨고, 중간에 아이들 목소리가 커지고 웅성웅성할 때는 한 번씩 “8반!!, 8반!!” 하고 주의를 주셨는데, 아이들의 반응도 담임 선생님의 주의도 그리 거슬리게 느껴지지 않았다. 차츰 익숙해지면 아이들과 재미있게 활동을 이어갈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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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불량 수제자》의 수정이와 함께 하는 8반 친구들의 흥미진진한 모습이 막 그려지는듯요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