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탕왕이 걸왕을 토벌하고 그 후손들을 기(杞) 땅에 봉한 것은
걸왕을 사지에 몰아 넣어 능히 제압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였습니다. 지금 폐하께서는 능히 항적을 사지에 몰아 넣어 그를 제압할 수 있습니까?"
“그렇게 할 수 없소.” “그것이 제후들을 새로 세울 수 없는 첫 번째 이유입니다. 주무왕이
은나라의 주왕(紂王)을 정벌하고 그 후예들을
송나라에 봉한 것은
주왕의 머리를 이미 얻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폐하께서는 항적(項籍)의 머리를 능히 얻을 수 있습니까?"
“그렇게 할 수 없소.” “그것이 불가한 두 번째 이유입니다. 주무왕이 은나라에 들어갈 때 상용(商容)이 살았던 마을의 이문(里門)에서 그의 어진 마음을 표창했고, 감옥에 갇혀있었던
기자(箕子)를 석방했었으며, 또한 주왕에게 죽임을 당한
비간(比干)의 무덤에 흙을 더 쌓아 그 높이를 높여주었습니다. 지금 폐하께서는 능히 성인의 분묘를 다시 새로 쌓고, 현인이 살았던 마을의 이문에서 그의 덕을 칭송하며, 재능있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 사람들의 문앞을 지나며 그들에게 존경하는 마음을 표현하실 수 있습니까?"
“그렇게 할 수 없소.” “그것이 불가한 세 번째 이유입니다. 주무왕은 거교(鉅橋)의 창고에 있던 식량과 녹대(鹿臺)에 쌓여있던 금품을 꺼내어 가난한 백성들에게 나누어주었습니다. 지금 폐하께서는 능히 부고 있는 식량과 금품을 모두 꺼내어 가난한 백성들에게 나누어주실 수 있습니까?"
“할 수 없소." "그것이 불가한 네 번째 이유입니다. 주무왕은 은나라를 멸한 일이 끝나자, 병거를 개조해서 수레를 만들고, 병장기를 모두 거꾸로 세워 창고 속에 넣고 모두를 호랑이 가죽으로 덮음으로써 천하에 다시는 군사를 일으키지 않겠다는 의지를 행동으로 보였습니다. 지금 폐하께서는 무력의 사용을 중지하고 문치를 행하여 다시는 병장기의 사용을 금할 수 있습니까?"
“그렇게 할 수 없소." "
그것이 불가한 다섯 번째 이유입니다. 주무왕은 다시 화산(華山)의 남쪽 기슭에 전마들을 풀어놓고 다시는 사용하지 않을 것임을 천하에 보였습니다. 오늘 폐하께서는 전마들을 풀어주어 다시는 그 말들을 전쟁에 쓰지 않을 수 있습니까?"
“할 수 없소." "그것이 불가한 여섯 번째 이유입니다. 주무왕은 은나라를 멸하고 돌아와 소들을 도림(桃林) 북쪽 기슭에 풀어놓고 다시는 용병(用兵)의 일로 군수품과 양초를 운반하거나 모으지 않겠다고 천하에 보였습니다. 지금 폐하께서는 수레를 끄는 소들을 풀어 방목시킴으로써 천하에 군수품과 양초를 운반하거나 모으지 않겠다는 뜻을 보일 수 있으십니까?"
“난 할 수 없소." “그것이 불가한 일곱 번째의 이유입니다. 또한 천하를 돌아다니는 선비들이 그의 친척과 이별하고, 그 조상의 분묘를 버리며, 옛 친구들과 떨어져 폐하를 따라 천하를 전전하는 것은 단지 매일 밤마다 한 뼘의 땅이나마 떼어주지 않을까 하는 바람에서입니다.
"오늘 육국(六國)을 복국시켜 한(韓), 위(魏), 연(燕), 조(趙), 제(齊), 초(楚) 등의 후손들을 제후왕으로 세운다면, 천하의 선비들은 각기 그 주인을 섬긴다고 하면서 그 친척과 친구 그리고 조상의 무덤이 있는 곳으로 달려갈 버릴 텐데, 폐하께서는 천하를 얻기 위해 누구와 함께 싸우려고 하십니까?
그 불가한 여덟 번째 이유입니다. 더욱이 지금 초나라보다 더 강대한 나라는 없어, 세력이 약한 육국의 제후국들은 결국은 초나라를 다시 따를 것입니다.
폐하께서 어떻게 그들을 신하로 삼으실 수 있겠습니까? 문객의 계책을 시행하신다면 폐하가 도모하려고 하는 일은 모두 그르치게 됩니다."
라고 격노하였다. 이때, 한나라 군 내부에서는 각 제후들을 임명하며 줄 인장들을 제조하고 있었는데, 유방은 즉시 이를 모두 녹여버렸다.
첫댓글 글잘 읽었읍니다~~ 읽으면서 계속 떠오른건데 전략가로 분류할수있는 장량과 매치되는 인물이 곽가라는 생각이 드네요.
글이 너무 재미집니다. 한신이 장량과 같은 심계를 가졌다면... 역대급 먼치킨이었겠죠?
그럼 사기캐릭이겠죠.
한신 장량 소하 집중탐구하니깐 유방이 허접스러워 보이네요..ㅋㅋ
전 저 세명 보다 유방을 훨씬 높게 평가합니다.
그런 영걸들을 부리는 유방은 엄청난 인물이었겠죠. 찌질이로 묘사되는데, 그 무시무시한 항우한테 끝까지 개기다 결국 이긴걸 보면 그 배짱만으로도 보통 사람들과는 넘사벽이죠.